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371 - Chapter 380

704 Chapters

제371화 연기 잘하시네요

“어머니, 또 무슨 헛소리예요?”서준은 다급히 이수애를 막아 나섰다. 본인의 어머니 하연에 대한 악의가 이토록 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예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또 실감 났다.그에 반해 하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한 대표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말을 하고 떠난 하연을 서준은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이수애가 갑자 그를 잡아끌었다.“아이고, 아들. 나 안 되겠어.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져...”“어머님, 괜찮으세요?”모연이 다급히 묻자 상황을 본 서준도 얼른 다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요?”그랬더니 다음 순간, 이수애는 서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아들, 엄마 말 들어. 절대 최하연 저 계집 건드리지 마. 모연 씨 좀 봐 봐. 얼마나 좋아. 진짜 너와 어울리는 사람은 모연 씨 같은 분이라고.”순간 눈치챈 서준은 눈살을 팍 구기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차가운 미소를 지짓더니 이수애를 밀어내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어머니 진짜 연기 잘하시네요. 전에는 왜 그걸 몰랐을까??”“아들, 왜 그렇게 말해? 서준아...”이수애가 아무리 불러도 서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하연이 떠나간 방향으로 쫓아갔다.하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다. 서준이 쫓아 나갔을 때 하연의 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차 안에서 하연은 방금 받은 명함을 손에 쥐고 임모연이라는 세 글자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분명 아까 인사할 때도 모연은 다정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곧이어 하연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했다.그리고 얼마 뒤, 전화 건너편에서 여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 나 보고 싶었어?”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어때? 요즘 바빠?”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여은은 곧바로 하소연했다.“바빠! 아주 요즘 소처럼 일해! 왜? 무슨 일 있어?”이에 하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한테 사람 하나 알아보려고.”“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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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표절 소동

하연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네가 안 믿을 수도 있지만, 그 여자 오늘 이수애랑 식사하더라. 사이 꽤 좋아 보였어.”“헐, 네 전 시어머니? 설마 한서준과 결혼시키려는 건 아니겠지?”하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 대화를 계속하지 않았다.“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살게.”“그래. 난 계속 일하러 간다.”전화를 끊은 하연은 명함을 따로 챙겼다. 물론 모연과 교점이 없지만 왠지 또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어렴풋이 들었으니까.하연의 그런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불과 며칠 만에 예나의 전화를 받게 되었으니까.“하연아, 큰일 났어.”“왜 그래? 천천히 얘기해.”“얼른 인터넷 찾아봐. 누가 실명으로 우리 브랜드숍 대부분 드레스가 표절이라는 제보를 했어. 지금 인터넷 검색어 난리도 아니야.”너무 황당하다는 생각에 하연은 얼른 인터넷을 확인했다.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브랜드숍 이름이 검색어 맨 위에 떡하니 있었고 제목들 뒤에는 모두 표절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띄게 붙어 있었다.워낙 브랜드숍 장사가 잘되고, 팬들도 많은 데다, 단골도 많은지라 실명으로 제보되고 나니 검색어 순위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헐, 이 브랜드숍 드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였는데, 표절이라니.][한 벌뿐만 아니라 대부분이래요. 게다가 똑같은 디자이너 작품을 베꼈다고 함. 정말 너무 뻔뻔해.][디자이너가 돼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는 거지? 어쩜 이렇게 양심 없는 짓을 할 수 있어?][오리지널은 영원하고 표절한 사람은 영원히 벌받아야 함. 이 브랜드숍 얼마 못 가 문 닫는다고 봄.]...기사 아래에 쏟아지는 욕설을 보자 하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하연아, 누가 우리 숍에 와서 문 닫으라고, 쇼핑몰에서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쳐.”“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문 닫아.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다급히 대답한 하연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태훈이 급히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어디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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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또 보네요

“하연아, 이것 봐. 이게 너를 실명 제보한 사람의 트위터 계정이야...”하연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트위터에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하연의 브랜드숍을 표절했다고 제보한 사람은 본인의 실명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 원고와 하연의 숍에서 잘나가는 실제 드레스 몇 벌을 대조하며 하연이 표절했다고 주장했다.화면에 뜬 원고를 본 순간 하연은 믿을 수 없었다.브랜드숍에서 인기 있는 드레스는 모두 하연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지 절대로 표절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두 벌은 하연의 졸업 작품이다.“이럴 리 없어... 이건 말도 안 돼.”하연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상혁이 부하가 알아낸 소식을 알려주었다.“알아냈어. 표절당했다는 디자이너가 Jion래. 요즘 핫한 디자이너인 데다 국제 디자인 업계에서 발언권도 있는 사람이래. 게다가 방금 인스타에 저작권을 주장했어.”“Jion?”하연은 웃음이 났다.“임모연이 내가 본인 걸 베꼈다고 했다고요? 정말 어이없네.”상혁은 하연에게 iPad를 건넸다. 화면 속에는 모연의 인스타 계정이었는데, 맨 위로 설정한 게시물이 바로 이번 표절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하연아, 아직 조급해하지 마. 이 일은 분명 뭔가 수상쩍어, 우리 쪽 사람들 말로는 이번 실검도 누가 돈 들여 조작한 거래, 연속 3일 동안 검색어 1위에서 내려가지 않게 하라고. 내가 우선 모든 실검을 내렸지만 진실은 우리가 끝까지 알아내야 해. 안 그러면...”상혁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하연은 그 결과를 당연히 알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표절은 금기 사항이니까.하연이 만약 자기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면 브랜드숍은 영원히 문 닫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하연의 평판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이번 일 무조건 밝혀내야 해요.”그때 상혁이 가장 중요한 걸 짚어냈다.“문제는 이 작품이 분명 네 작품인데, 상대가 왜 오히려 너를 도둑으로 몰까? 아마 그 키는 상대가 갖고 있을 거야.”하연은 상혁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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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배상금 2천억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모연은 천천히 걸어오며 마치 반갑기라도 한 듯 부드럽고도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번에 하연은 절대 모연의 이런 겉모습에 쉽게 속을 리 없다.“임모연 씨, 저한테 뭐 설명할 거 없나요?”그 말에 모연은 피식 소리 내 웃더니 억울하다는 듯 두 손을 편 채 어깨를 으쓱거렸다.“설명? 무슨 설명이요? 여기까지 온 건 나랑 배상에 대해 논의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제 작품을 그렇게나 많이 표절했으면서 그동안 그거로 수입이 꽤 짭짤했겠어요.”“전에 가게 매출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 배상은 문제없죠? 아니면 배상으로 끝나지 않고 법률적 절차를 밟고 싶나? 그렇다면 뭐 끝까지 싸워 드리죠.”“...”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마치 진짜인 것처럼 줄줄 말하는 모연을 하연은 싸늘하게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전 표절한 적 없어요.”하연이 짤막한 한마디로 제 태도를 표명하자 모연은 씩 웃었다.“그 말을 누가 믿어요?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아직도 발뺌할 생각인가요?”“진실이 무엇인지는 잘 알 텐데? 그런데 좀 궁금하네요, 그 원고는 대체 어디서 났어요?”모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최하연 씨, 표절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뭐 하러 쓸데없는 변명을 해요? 원고는 당연히 제가 그린 거죠. 그것도 최하연 씨보다 훨씬 전에.”“그럴 리 없어요.”“최하연 씨는 참 포기를 모르네요? 끝까지 가보자는 거예요? 뭐, 괜찮아요. 증거는 언제든 내놓을 수 있으니까.”모연은 말이 끝나자마자 부하를 시켜 본인이 디자인한 원고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확인해 본 결과, 그 디자인은 하연의 디자인과 싱크로율이 90퍼센트에 달했다.게다가 디자인 마감일은 모두 7년 전으로 되어 있고, 종이 역시 시간이 꽤 오래 지난 것처럼 보였다.“잘 봤죠? 최하연 씨?”하연은 너무 믿을 수 없어 그대로 굳어버렸다.‘이, 이럴 수가?’그때 모연이 말을 이었다.“최하연 씨, 이 얘기는 이만하고 배상 건에 대해서 예기합시다. 그래도 합의 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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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게임은 이제 시작이야

‘2천억?’‘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네.’“꼴에 2천억을 요구해? 진짜 뻔뻔하네!”화를 못 이긴 예나는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모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도 그럴 게, 하연이 절대 다른 사람 작품을 표절했을 리 없다는 자신은 있었기 때문이다.“누가 진짜 표절한 사람인지 사실은 언젠가 밝혀져. 당신이 아무리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해도 사실을 전도하면 안 되지. 당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모연은 이런 말을 듣고도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하더니 미소 지으며 무시해 버렸다.이윽고 팔짱을 끼며 하연에게 천천히 걸어와 약 반 발짝 정도 남은 거리에 멈춰 서더니 눈을 들어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떳떳한 사람은 절대 뒷말하지 않는 법이죠. 선택권은 최하연 씨한테 있으니 선택해요. 돈을 받고 조용히 이 일을 넘길 건지, 아니면 다 같이 피 튀기며 싸울 건지. 뭐가 더 손해인지 하연 씨는 잘 알죠?”하연은 말없이 손을 그러쥐었다.이 순간 모연이 저한테 대한 적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 적의가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게, 일전에 절대로 교점이 없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으니까.“임모연 씨처럼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그 말에 모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최하연 씨가 전에 했던 짓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죠.”‘내가 전에 했던 짓?’이 말은 너무 의미심장했다.하연의 눈에는 순간 의심이 빛이 스쳐 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본인의 추측을 더 확신했다.그때 모연이 손가락으로 셈을 세더니 손가락 세 개를 폈다.“3일. 돈 마련할 시간은 3일 주죠. 만약 3일 내로 돈 안 가져오면, 명예가 바닥에 떨어질 준비 해요.”“...”모연의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 속에 표한 정적이 흘렀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상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말했다.“그래요. 동의할게요. 하지만 요구한 자금이 너무 많아 각 은행과 조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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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진짜 목적

하연은 뭔가 고민하는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상혁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추측했다.“상혁 오빠, 일주일로 시간 연장한 목적이 따로 있죠?”상혁은 하늘이 무너져도 무섭지 않다는 기세로 팔짱을 끼더니 꿀 떨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역시 너한테는 뭘 숨기지 못하겠다니까.”하연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상혁과 눈빛을 교환하며 싱긋 웃었고, 옆에 있는 예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했다.“최하연, 지금 둘이 나 따돌리는 거야?”“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일을 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어.”“그래서?”“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거야. 임모연이 표절이라고 제보한 디자인은 모두 내가 대학생 때 그린 작품들이라 원고는 아마 학교에 남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야.”증거를 찾을 충분한 시간.예나는 그제야 두 사람의 목적을 알아차렸다.“그래서, 학교에 다녀오려고?”“응. 가볼 때도 됐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상혁 오빠...”하연이 이제 막 말하려 할 때, 상혁은 하연의 뜻을 읽은 듯 대답했다.“나도 같이 갈게.”하연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그래요.”그날 오후, 하연은 DS 그룹의 모든 일을 뒤로 미룬 채 상혁과 함께 G국으로 떠났다.전용기에 앉은 하연은 피곤했는지 의자에 기대 휴식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옆에 있던 상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하연이 잠자는 옆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온 세상 조용해진 것 같아 상혁은 조심스레 담요를 하연에게 덮어주었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위성을 통해 신호가 전해지기에 비행 중이라도 전화는 받을 수 있다.상혁은 얼른 일어나 반대편으로 가더니 핸드폰 액정을 터치했다.그 순간 액정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상혁을 향해 인사했다.“형, 흑흑흑. 한 번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소진환이 주절주절 쉴 새 없이 말하자 상혁은 곧바로 끊어버렸다.“본론이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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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형수님 안녕하세요

“그날 교통사고에 관한 모든 자료 내 메일로 전송해.”“오케이.”1분 뒤, 진환은 알아낸 모든 정보를 상혁에게 전송했다.메일을 클릭한 상혁은 곧바로 모든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상혁 오빠, 이게 뭐예요?”그때, 하연이 언제 깨어났는지 불쑥 끼어들자 상혁은 여전히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실대로 말했다.“내가 임모연의 집안에 대해 조사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어. 5년 전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만 살았다는 것 말고는.”하연은 그 말에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모연이 저를 대했던 태도를 떠올렸다.“설마 그 교통사고가 나랑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상혁은 말없이 핸드폰을 하연에게 건넸고, 정보를 확인한 하연은 고개를 저었다.“상혁 오빠, 나 임모연이랑 이번에 처음 봐요. 그 부모는 더더욱 본 적 없고.”이렇게 다시 보니 모연이 왜 저한테 그토록 큰 적의를 품고 있는지 어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피 맺힌 원한을 진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상혁이 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마음 편히 가져.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그래요.”하연은 순순히 대답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이 가운데 분명 아주 깊은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상혁은 하연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얼른 화제를 돌렸다.“이제 1시간만 있으면 도착이야.”하연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이 익숙하고도 낯선 도시는 하연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한 번도 온 적 없다.하지만 곧 도착한다는 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서준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만났던 게 떠올랐다.그로부터 1시간 뒤, 전용기는 개인 계류장에 도착했다.진작 기다리고 있던 진환은 상혁을 보자마자 잔뜩 흥분한 얼굴로 달려와 상혁을 와락 끌어안았다.“형, 이게 얼마 만이야. 겨우 얼굴 한번 보네...”그에 반해 상혁은 싫다는 표정으로 진환을 피했다.진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상혁에게 몇 번 더 달려들다가 그제야 상혁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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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이 사람이 네 남편이지?

“차는 준비했어?”진환은 얼른 앞으로 다가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차는 진작 준비했지. 운전기사가 바로 컬럼비아 대학으로 데려다 줄 거야.”상혁은 고개를 돌려 하연의 의견을 물었다.“바로 갈 거야?”“네.”하연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상혁과 나란히 걸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진환이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며 가는 내내 재잘재잘 이것저것 안내했다.차 안에서 익숙한 창밖의 풍경을 보다 보니, 하연의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이 떠올렸다.그러다 차가 대학에 도착하자 하연은 그제야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눈을 들어 확인한 곳에는 오동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고, 햇빛 아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기사가 차를 주차장에 세우자 진환이 먼저 정적을 깼다.“형수님, 도착했어요.”상혁과 하연이 곧바로 차에서 내리자 진환은 눈치 없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먼저 손을 저었다.“형, 형수 데리고 먼저 볼일 보러 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연의 손을 잡고 캠퍼슨 안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익숙한 청록색 돌을 밟자 하연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시간 정말 빠르네요, 벌써 졸업한 지 4년이 됐다니...”그중 3년을 하연은 서준을 위해 살며 고통스러운 결혼생활 속에서 견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붙잡고 있었다.“그러게, 시간 참 빠르네.”상혁도 옛 생각에 잠긴 듯 하연을 빤히 바라보았다.“내 기억 속의 너는 양 갈래 머리를 하고 툭하면 울던 꼬마였는데. 벌써 이렇게 한 회사의 사장이 됐네.”“뭐예요. 내가 언제 툭하면 울었다고.”하연은 얼른 부정했다. 하연의 기억 속에 본인은 항상 말 잘 듣고 귀엽고 사랑스러다.상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더니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봤다.“너 울보였어.”“내가 언제요? 난 안 그랬어요.”하연은 여전히 부정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모호하지만 본인이 울보였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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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너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Kelly의 눈에 상혁은 그야말로 외모가 준수하고 말투에 예의가 묻어 있는 데다 교양까지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다.“하연아, 너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결혼 생활 잘하고 있는 모야이네.”“교수님 사실...”“사실 저희가 이번이 학교에 온 건 하연이 재학시절 디자인했던 작품을 찾기 위해서예요. 학교에 서류가 다 있는 거 맞죠?”상혁은 하연의 말을 자르며 여기로 온 목적을 말했다.그 말에 Kelly는 얼른 대답했다.“모든 학생이 재학시절 디자인했던 작품은 모두 전자파일로 보관해 둬요. 자료 열람실에 가면 찾을 수 있어요. 내가 안내할게요.”“감사합니다.”상혁이 예의 있게 대답했다.하지만 Kelly는 아쉽다는 듯 하연을 보며 말을 이었다.“사실 하연 너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이기도 하고 몇 년 동안 가르치면서 만난 학생 중 가장 재능 있는 학생이었어. 내가 대학원에 추천서도 써주려 했는데 상혁 군과 결혼하겠다고 그 좋은 기회를 놓쳐 내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Kelly 낮은 한숨을 쉬며 하연을 보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결혼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알콩달콩 지내는 걸 보니, 한 번뿐인 인생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만 걷는 것보다 자기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네.”하연은 그 말에 눈을 내리깔았다. 사실 몇 년 전에 하연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린 시절의 하연은 안개에 눈이 가려져 정확한 길을 보지 못했다.“여기가 자료 열람실이야.”하연은 시선을 거두고 눈앞에 있는 열람실을 바라봤다.그때 Kelly가 얼른 말을 이었다.“나한테 마침 열쇠가 있으니 열어 줄게.”Kelly는 가방에 있는 열쇠를 꺼내 자료 열람실 문을 열었다.“따라와, 들어가서 확인해 봐.”세 사람은 함께 자료 열람실로 들어갔다. 열람실 내부는 매우 큰 데다 아주 많은 책과 캐비닛이 진열되어 있었다.그때 Kelly가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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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내가 디자인한 작품이 아니에요

“이 사진 잘 나왔네.”상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컴퓨터 액정에 뜬 사진을 바라봤다.“이 사진은 입학 첫날 찍은 걸 거예요. 사진 찍는다는 소리에 대충 똥머리 하나 매고 찍은 거예요.”하연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한 페이지씩 넘겨보니 대학생 때의 일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매번 기말시험에 디자인했던 작품들과 성적도 눈앞에 훤했다.하지만 본인의 작품집을 클릭한 순간, 하연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상혁은 하연의 변화를 이내 눈치채고는 화면에 뜬 작품을 바라봤다.“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하연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니에요. 이게 아니에요.”“왜? 뭐가 잘못됐는데?”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상혁 오빠, 이건 내가 디자인한 작품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내 파일에 들어 있지?”마침 그 대화를 들은 Kelly는 다급히 설명했다.“학생 정보에 대한 파일은 사실대로 기록돼 있어서 잘못될 리 없는데? 혹시 잘못 안 거 아니야?”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아니에요, 교수님.”하연은 손을 들어 화면을 가리켰다.“제가 대학 시절 디자인한 작품에 본명으로 사인한 적 없어요. 모두 영어 이니셜 HY로 했어요. 그런데 이 두 작품을 보면 본명으로 최하연이라고 적혀 있잖아요...”상혁은 얼른 하연의 손이 가리키는 대로 확인했다.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위에는 최하연이라고 본명으로 적혀 있었다.상혁은 얼른 하연과 눈빛을 교환했다. 하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상혁은 절대 하연이 이런 일에서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하지만 왜 하연의 디자인이 아닌 작품이 하연의 이름으로, 그것도 학교 파일에 있는 건지는 의문이었다.하연은 마우스로 뒤 페이지를 계속 확인했다. 하지만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점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제 졸업 작품도 모두 사라졌어요. 이건 제 작품이 아니에요.”하연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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