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뭔가 고민하는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상혁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추측했다.“상혁 오빠, 일주일로 시간 연장한 목적이 따로 있죠?”상혁은 하늘이 무너져도 무섭지 않다는 기세로 팔짱을 끼더니 꿀 떨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역시 너한테는 뭘 숨기지 못하겠다니까.”하연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상혁과 눈빛을 교환하며 싱긋 웃었고, 옆에 있는 예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했다.“최하연, 지금 둘이 나 따돌리는 거야?”“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일을 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어.”“그래서?”“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거야. 임모연이 표절이라고 제보한 디자인은 모두 내가 대학생 때 그린 작품들이라 원고는 아마 학교에 남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야.”증거를 찾을 충분한 시간.예나는 그제야 두 사람의 목적을 알아차렸다.“그래서, 학교에 다녀오려고?”“응. 가볼 때도 됐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상혁 오빠...”하연이 이제 막 말하려 할 때, 상혁은 하연의 뜻을 읽은 듯 대답했다.“나도 같이 갈게.”하연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그래요.”그날 오후, 하연은 DS 그룹의 모든 일을 뒤로 미룬 채 상혁과 함께 G국으로 떠났다.전용기에 앉은 하연은 피곤했는지 의자에 기대 휴식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옆에 있던 상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하연이 잠자는 옆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온 세상 조용해진 것 같아 상혁은 조심스레 담요를 하연에게 덮어주었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위성을 통해 신호가 전해지기에 비행 중이라도 전화는 받을 수 있다.상혁은 얼른 일어나 반대편으로 가더니 핸드폰 액정을 터치했다.그 순간 액정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상혁을 향해 인사했다.“형, 흑흑흑. 한 번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소진환이 주절주절 쉴 새 없이 말하자 상혁은 곧바로 끊어버렸다.“본론이나 말해.
“그날 교통사고에 관한 모든 자료 내 메일로 전송해.”“오케이.”1분 뒤, 진환은 알아낸 모든 정보를 상혁에게 전송했다.메일을 클릭한 상혁은 곧바로 모든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상혁 오빠, 이게 뭐예요?”그때, 하연이 언제 깨어났는지 불쑥 끼어들자 상혁은 여전히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실대로 말했다.“내가 임모연의 집안에 대해 조사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어. 5년 전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만 살았다는 것 말고는.”하연은 그 말에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모연이 저를 대했던 태도를 떠올렸다.“설마 그 교통사고가 나랑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상혁은 말없이 핸드폰을 하연에게 건넸고, 정보를 확인한 하연은 고개를 저었다.“상혁 오빠, 나 임모연이랑 이번에 처음 봐요. 그 부모는 더더욱 본 적 없고.”이렇게 다시 보니 모연이 왜 저한테 그토록 큰 적의를 품고 있는지 어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피 맺힌 원한을 진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상혁이 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마음 편히 가져.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그래요.”하연은 순순히 대답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이 가운데 분명 아주 깊은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상혁은 하연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얼른 화제를 돌렸다.“이제 1시간만 있으면 도착이야.”하연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이 익숙하고도 낯선 도시는 하연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한 번도 온 적 없다.하지만 곧 도착한다는 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서준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만났던 게 떠올랐다.그로부터 1시간 뒤, 전용기는 개인 계류장에 도착했다.진작 기다리고 있던 진환은 상혁을 보자마자 잔뜩 흥분한 얼굴로 달려와 상혁을 와락 끌어안았다.“형, 이게 얼마 만이야. 겨우 얼굴 한번 보네...”그에 반해 상혁은 싫다는 표정으로 진환을 피했다.진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상혁에게 몇 번 더 달려들다가 그제야 상혁의 옆
“차는 준비했어?”진환은 얼른 앞으로 다가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차는 진작 준비했지. 운전기사가 바로 컬럼비아 대학으로 데려다 줄 거야.”상혁은 고개를 돌려 하연의 의견을 물었다.“바로 갈 거야?”“네.”하연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상혁과 나란히 걸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진환이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며 가는 내내 재잘재잘 이것저것 안내했다.차 안에서 익숙한 창밖의 풍경을 보다 보니, 하연의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이 떠올렸다.그러다 차가 대학에 도착하자 하연은 그제야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눈을 들어 확인한 곳에는 오동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고, 햇빛 아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기사가 차를 주차장에 세우자 진환이 먼저 정적을 깼다.“형수님, 도착했어요.”상혁과 하연이 곧바로 차에서 내리자 진환은 눈치 없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먼저 손을 저었다.“형, 형수 데리고 먼저 볼일 보러 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연의 손을 잡고 캠퍼슨 안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익숙한 청록색 돌을 밟자 하연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시간 정말 빠르네요, 벌써 졸업한 지 4년이 됐다니...”그중 3년을 하연은 서준을 위해 살며 고통스러운 결혼생활 속에서 견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붙잡고 있었다.“그러게, 시간 참 빠르네.”상혁도 옛 생각에 잠긴 듯 하연을 빤히 바라보았다.“내 기억 속의 너는 양 갈래 머리를 하고 툭하면 울던 꼬마였는데. 벌써 이렇게 한 회사의 사장이 됐네.”“뭐예요. 내가 언제 툭하면 울었다고.”하연은 얼른 부정했다. 하연의 기억 속에 본인은 항상 말 잘 듣고 귀엽고 사랑스러다.상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더니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봤다.“너 울보였어.”“내가 언제요? 난 안 그랬어요.”하연은 여전히 부정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모호하지만 본인이 울보였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건 이미
Kelly의 눈에 상혁은 그야말로 외모가 준수하고 말투에 예의가 묻어 있는 데다 교양까지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다.“하연아, 너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결혼 생활 잘하고 있는 모야이네.”“교수님 사실...”“사실 저희가 이번이 학교에 온 건 하연이 재학시절 디자인했던 작품을 찾기 위해서예요. 학교에 서류가 다 있는 거 맞죠?”상혁은 하연의 말을 자르며 여기로 온 목적을 말했다.그 말에 Kelly는 얼른 대답했다.“모든 학생이 재학시절 디자인했던 작품은 모두 전자파일로 보관해 둬요. 자료 열람실에 가면 찾을 수 있어요. 내가 안내할게요.”“감사합니다.”상혁이 예의 있게 대답했다.하지만 Kelly는 아쉽다는 듯 하연을 보며 말을 이었다.“사실 하연 너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이기도 하고 몇 년 동안 가르치면서 만난 학생 중 가장 재능 있는 학생이었어. 내가 대학원에 추천서도 써주려 했는데 상혁 군과 결혼하겠다고 그 좋은 기회를 놓쳐 내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Kelly 낮은 한숨을 쉬며 하연을 보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결혼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알콩달콩 지내는 걸 보니, 한 번뿐인 인생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만 걷는 것보다 자기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네.”하연은 그 말에 눈을 내리깔았다. 사실 몇 년 전에 하연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린 시절의 하연은 안개에 눈이 가려져 정확한 길을 보지 못했다.“여기가 자료 열람실이야.”하연은 시선을 거두고 눈앞에 있는 열람실을 바라봤다.그때 Kelly가 얼른 말을 이었다.“나한테 마침 열쇠가 있으니 열어 줄게.”Kelly는 가방에 있는 열쇠를 꺼내 자료 열람실 문을 열었다.“따라와, 들어가서 확인해 봐.”세 사람은 함께 자료 열람실로 들어갔다. 열람실 내부는 매우 큰 데다 아주 많은 책과 캐비닛이 진열되어 있었다.그때 Kelly가 맨
“이 사진 잘 나왔네.”상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컴퓨터 액정에 뜬 사진을 바라봤다.“이 사진은 입학 첫날 찍은 걸 거예요. 사진 찍는다는 소리에 대충 똥머리 하나 매고 찍은 거예요.”하연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한 페이지씩 넘겨보니 대학생 때의 일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매번 기말시험에 디자인했던 작품들과 성적도 눈앞에 훤했다.하지만 본인의 작품집을 클릭한 순간, 하연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상혁은 하연의 변화를 이내 눈치채고는 화면에 뜬 작품을 바라봤다.“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하연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니에요. 이게 아니에요.”“왜? 뭐가 잘못됐는데?”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상혁 오빠, 이건 내가 디자인한 작품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내 파일에 들어 있지?”마침 그 대화를 들은 Kelly는 다급히 설명했다.“학생 정보에 대한 파일은 사실대로 기록돼 있어서 잘못될 리 없는데? 혹시 잘못 안 거 아니야?”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아니에요, 교수님.”하연은 손을 들어 화면을 가리켰다.“제가 대학 시절 디자인한 작품에 본명으로 사인한 적 없어요. 모두 영어 이니셜 HY로 했어요. 그런데 이 두 작품을 보면 본명으로 최하연이라고 적혀 있잖아요...”상혁은 얼른 하연의 손이 가리키는 대로 확인했다.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위에는 최하연이라고 본명으로 적혀 있었다.상혁은 얼른 하연과 눈빛을 교환했다. 하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상혁은 절대 하연이 이런 일에서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하지만 왜 하연의 디자인이 아닌 작품이 하연의 이름으로, 그것도 학교 파일에 있는 건지는 의문이었다.하연은 마우스로 뒤 페이지를 계속 확인했다. 하지만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점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제 졸업 작품도 모두 사라졌어요. 이건 제 작품이 아니에요.”하연은 이
다음 순간 컴퓨터 화면에 모연에 관한 정보가 나타났다.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모연이 갓 입학했을 때 찍은 풋풋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만 보면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이목구비가 더 뚜렷해졌을 뿐.게다가 하연보다 한 학년 선배인 것도 맞았다.“임모연의 말이 사실이었다니.”하연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때 상혁도 하연의 옆에 바싹 붙어 화면을 빤히 바라봤다. 하연은 손으로 마우스를 쉴 새 없이 클릭하며 맨 마지막 모연의 작품집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 작품을 본 순간 하연의 눈에는 놀라움이 드리웠다.“이... 이럴 수가.”작품집에 있는 맨 처음 작품은 바로 하연의 브랜드숍에서 잘 나가는 드레스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덜 성숙해 보이긴 했지만 그 때문에 그 드레스들이 모두 이 기초 상에서 수정하고 다듬은 것처럼 보였다.마치 이게 바로 원고인 것처럼.“이건 말도 안 돼요. 분명 무슨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하연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그러면서 믿기지 않는 듯 다시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랬더니 다음 페이지에도 역시 전 페이지와 똑같은 스타일에 상대적으로 좀 더 성숙한 작품이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디자이너의 실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다.“이 원고 네가 그린 거야?”하연은 고개를 저었다.“제 원고는 이렇지 않아요. 이 원고는 제가 그린 게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가 그린 원고와 거의 80퍼센트 일치한 작품이 임모연의 자료에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하연은 곤란한 상황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그때 마침 밖에서 들어온 Kelly는 어두운 표정의 하연을 보고는 시선을 얼른 컴퓨터 화면으로 돌리더니 물었다.“임모연? 너 임모연을 알아?”하연은 그제야 초점을 찾더니 Kelly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혹시 교수님도 임모연을 아세요?”“응, 알지. 임모연은 너보다 한 학년 위야. 그런데 내가 직접 가르친 학생은 아니야. 임모연을 맡은 교수는 윌리엄이라는 교수님이야. 왜 그래? 무슨
실험실 문 앞에 도착하자 Kelly는 2층 맨 오른쪽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마 저기에 있을 거야. 가자.”하연은 Kelly의 뒤를 바싹 따랐다. 그렇게 도착한 2층 실험실 맨 오른쪽 방은 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자, Kelly는 얼른 노크했다.“윌리엄 교수님, 안에 계세요?”하지만 안에서 아무런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이에 Kelly는 얼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험실 복도를 한참 동안 걸어 맨 안쪽에 도착했더니 하연의 눈에 백발이 희끗희끗 나 있는 흰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윌리엄 교수였다.윌리엄이 스포이트에 든 액체를 유리병 안에 떨구자 유리병 안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그 모습에 윌리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유리병을 내려놓고 기록 일지에 데이터를 기록했고, 모든 기록을 마친 뒤 고글을 벗고 실험실에서 나왔다.“윌리엄 교수님, 또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이번에 또 새로운 데이터를 얻었지 뭔가. 월말에 쓸 새로운 논문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어.”윌리엄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대답하더니 하연을 보며 물었다.“이분은?”하연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최하연이라고 합니다. 디자인학과를 전공하던 학생이에요.”윌리엄은 그제야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디자인학과라면 몇 학번이지?”“19학번입니다.”“18학번과 19학번은 내 기억에 가장 남는 애들이었는데. 특히 너보다 한 학년 선배인 Jion이라고 예전에 내 학생이었어. 지금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이고...”윌리엄이 먼저 모연에 대해 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하연은 순간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혹시 Jion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윌리엄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의아한 눈빛으로 하연을 위아래로 살폈다. 그러다가 옆에 놓인 컵을 들어 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연은 불쌍한 애였어. 디자인 재능도 뛰어나고 진취심도 강한 학생이었는데, 하필이면 재학 기간
윌리엄은 제 핸드폰을 꺼내 자기가 자주 사용하는 클라우드에 로그인하더니 신속히 19년도 파일을 클릭했다.“내가 그때 심사위원이라 대회를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으니 직접 확인해 봐.”하연은 핸드폰을 건네받아 얼른 수상 영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본인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모연이 제일 높은 시상대 위에 올라 윌리엄 교수가 직접 주는 트로피를 받고 있었다.그 영상을 보니 하연은 순간 혼란스러웠다.‘너무 어이없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하연은 믿기지 않는 듯 사진까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지만 참가자 명단에서조차 본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때 하연은 분명 3개 관문을 통화해 6명의 학생과 결승전에 올라 마지막에 우승을 따냈었다.“Kelly 교수님, 이거 진짜 아니에요...”하연은 모든 희망을 Kelly에게 걸면서 Kelly가 자신을 대신해 증명해 주기를 바랐다.하지만 너무나 확실한 증거 앞에서 Kelly도 그저 입을 오므리고 있다가 끝내 하연을 바라봤다.“하연아, 혹시 네가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 너는 다른 해에 주최한 대회에 참석했겠지.”“아니에요. 제가 잘못 기억할 리 없어요.”하연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하연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건 하연이 첫 번째로 탄 상이기에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순간을 잘못 기억할 리 없었다.윌리엄과 Kelly는 동시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더니 Kelly가 이내 앞으로 나서서 하연의 팔을 잡으며 위로했다.“하연아, 너 요즘 집에 무슨 일 있어?”하연은 이 상황을 좀처럼 설명할 수 없어 끝내 침묵을 유지했다.그때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Jion은 내가 만난 학생 중에서 가장 훌륭한 학생이었어. 그 교통사고만 아니었으면 더 완벽했을 수 있는데...”그의 말투에는 온통 안타까움이 들어 있었다.하연은 순간 혼란스러웠다. 이제 버팀목까지 사라져 오히려 본인이 남의 작품을 표절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그때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