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811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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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경호원이 재빨리 정자로 들어가 유기태에게 전화해 진서준이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별장으로 오라고 해.”“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경호원이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둘째 어르신이 지금 들어오시라고 해요.”진서준이 대문에 서서 안으로 들여다보니 장원 안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길 양측에 10여채 의 별장이 늘어져 있었다.규모가 꽤 컸고 김씨 가문 정원보다 더 호화로웠다.“어디 살고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7호 별장요. 이 길을 따라 직진하세요. 길 맨 끝에 있는 별장에 살고 계세요.”경호원이 말하면서 대문을 열어젖히자 진서준은 경호원의 말대로 길 끝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별장 대문이 열려있어 진서준은 바로 걸어 들어갔다.객실 중앙에 한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얼굴을 보니 방금 만났던 셋째 어르신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진서준 씨 맞아요?”유기태가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 보여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기태는 국안부의 사람이 장난하는 줄로 알았다.“네. 제가 진서준입니다. 유기태 씨죠?”진서준은 유기태의 맞은편에 앉아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유기태는 진서준이 전혀 스스럼없이 자기를 대하는 모습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은 어려도 너무 어려 보였다.“무슨 일인지 바로 말해요. 가볼데 가 있어요.”유기태가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유씨 가문은 서남 일류 가문이니까 성약당에 대해 잘 알겠죠?”진서준은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라 태연하게 마셨다.유기태는 속으로 회가 치밀었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나도 뻔뻔했다.“알아요. 그리고 진서준 씨가 성약당과 모순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내가 경고하는데 섣불리 성약당을 건드리면 안 돼요. 겉보기처럼 쉽지 않아요.”유기태가 냉랭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국내 반수의 명의가 집결해 있다.전국의 귀족 가문이라면 거의 성약당의 은혜를 받은 적이 있다.진서준이 만일 성약당을 건드리면 성약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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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유기태가 움찔하더니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그럼 방금 일부러 나를 시험해 본 거였어요?”“맞아요. 아니면 제가 당신이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잖아요?”진서준이 옅은 미소를 짓더니 유기태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성약당의 세력이 얼마나 강대한지 진서준은 어제 변희영을 통해 대충 요해했다.당주가 계실 때까지만 해도 성약당은 확실히 국내 제일 한의 조직이었다.하지만 당주가 여행을 떠나서부터 성약당은 변질해 재물만 끌어모으는 더러운 조직으로 변했다.“진서준 씨 진짜 20대 맞아요?”유기태가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자식의 심지는 절대 20대 청년의 심지가 아니었다.계략이 너무 깊었다.“당연하죠. 올해 갓 25살이 되었습니다. 신분증 보여드릴까요?”진서준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식견이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아니면 제가 벌써 죽었을 거예요.”유기태가 찬성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확실히 그래요.”“그럼 이제부터 성약당이 이 몇 해 동안 있은 일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유기태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눈빛이 갑자기 강인해졌다.“잠깐만 기다려 봐요.”유기태가 말하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안 돼 유기태가 상자 하나를 안고 내렸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여러 가지 사진과 문서자료가 들어있었다.진서준이 꺼내서 몇 장 읽어보더니 낯빛이 삽시간에 변해버렸다.“이 망할 놈의 자식들.”자료와 사진은 전부 성약당의 다섯 장로가 몇 년 동안 저지른 악행이었다.사람을 구타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회사를 강제로 빼앗고 살인, 방화 등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빠짐없이 다 했다.저지른 죄악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이 몇 해 동안 내가 적지 않은 증거를 수집했어요. 진서준 씨가 이 증거를 가지고 성약당을 처단해 주길 바라요.”유기태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유씨 가문은 진서준 씨를 못 도와줘요. 유일하게 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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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유기태의 큰형은 유기명이고 현재 유씨 가문의 가주이다.평소 건강하던 유기명이 며칠전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 보였지만 유기명의 발병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곧 운명할 것 같아 유씨 가문에서 하는 수 없이 유기철을 시켜 성약당의 장로를 모셔 오라고 한 것이다.유기태의 말을 듣고 난 진서준이 눈빛이 굳어지면서 음해가 아닌지 의심되었다.“제가 한번 가볼게요. 제가 큰형님의 병을 고칠 수도 있어요.”진서준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진 대사님이 병도 볼 줄 알아요?”유기태가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무술과 의술가 분리된지 천년이 넘었고 무술을 익힌 사람 중 99%는 의술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때문에 진서준이 의술을 안다고 하니 유기태가 놀랄 게 뻔하다.“알아요. 빨리 큰형한테 가봅시다. 늦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유기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진서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유기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물었다.“진 대가님, 그렇다면 성약당의 사람이 독이라도 내렸단 말인가요?”“그저 추측일 뿐입니다.”진서준이 말했다.“하지만 이 몇 년 동안 성약당의 장로가 집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유기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성약당의 당주가 떠나고 나서 유씨 가문과 성약당의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만일 유기명의 병이 중해지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 성약당의 장로한테 병을 봐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성약당의 장로가 직접 독을 내리지 않아도 가능해요. 집에 있는 가족이 했을 수도 있어요.”진서준이 귀띔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유기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문에 첩자가 있다면 이건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대가님 말을 들으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어요.”“빨리 가요.”두 사람은 유씨 가문의 개인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누가 큰형한테 독을 내릴 것 같아요?”가면서 진서준이 물었다.유기태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제일 의심 가는 사람은 큰형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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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여태 결혼하지 않았던 유기명은 편지를 보고 감격하더니 바로 남주로 딸을 찾으러 갔다.그 뒤 유기명은 딸을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하지만 유씨 가족들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에 대해 악의가 심했고 심지어 적의를 보였다.결국 이 여자가 유씨 가문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유기명이 갑자기 쓰러졌다.하여 유기태는 이 여자가 한 짓일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유기명의 이야기를 듣고 난 진서준이 감탄하며 말했다.“큰형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네요. 직접 들은 게 아니면 소설인 줄 알겠어요.”유기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소설은 논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필요 없어요.”“그렇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두 사람은 이내 유씨 가문의 개인병원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유기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백 평 가까이 되는 개인 병실이었고 병실에는 사람이 잔뜩 서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유기명은 병상에 누워있었고 성약당의 사장로가 유기명의 팔목을 잡고 맥을 짚고 있었다.“한발 늦었어요.”성약당의 사장로를 보자 유기태의 낯빛이 삽시에 변했다.만일 진서준의 말이 진짜라면 유씨 가문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진서준은 체내의 영기를 모아 눈으로 집중시키니 옅은 파란색 빛이 진서준의 눈 주위에서 맴돌았다.자세히 유기명을 바라보던 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호국사님 말이 맞았어요. 성약당과 묘족 마을이 확실히 연관이 있어요.”진서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뭐라고요?”유기태가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진 대가님의 뜻은 우리 큰형이 고충의 독에 중독되었단 말이죠?”“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 대가님 혹시 우리 형을 살릴 방법이 있나요?”유기태가 다급하게 물었다.유기명이 이대로 죽는다면 유씨 가문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있긴 한데 손 쓸 기회를 찾아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제게 맡기세요.”말하면서 유기태가 바로 앞으로 걸어갔다.“둘째 형이 무슨 일로 왔어?”유기태를 보고 유기철이 놀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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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서준 오빠 오랜만이에요.”한 달이 지나 다시 진서준을 보게 되어 유정은 매우 기뻤다.하지만 유정의 신분은 이미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겼다.아빠가 없는 아이로부터 서남 제일 세가 유기명의 외동딸이 되었다.이제부터 그녀는 엄청난 부귀영화와 존경을 누릴 수 있다.유정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눈빛은 복잡했다.유정이 바로 유기명이 그때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진서준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유정아...오랜만이야. 한 달 못 봤는데 많이 야위었어.”진서준이 다가가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가 널 괴롭힌 거 아니지?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오빠가 가서 때려줄게.”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저 여기 생활이 적응이 안 돼요.”20여 년 동안 엄마와 단둘이서 힘겹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재벌 집 자식이 되니 습관 되지 않을 법도 했다.“서준 씨...”고한영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향해 걸어왔다.전에 고한영이 서남에 대단한 가문이 있는데 유정에게 무예를 가르쳐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때 유기명은 이미 유정이 딸인 걸 알았지만 직접 말하지 않고 먼저 고한영에게 아무 이유나 대고 유정을 속여서 서남으로 데려오라고 했다.유정이 서남에 도착해서야 두 부녀는 서로 신분을 확인했고 유정의 어머니까지 가문으로 데려와 지금 장원 내의 별장에서 함께 살고 있다.“유정이가 유기명의 딸인 거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에요. 저도 한 달 전에야 알았어요.”고한영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고한영이 유정을 서남으로 데려오라는 유기명의 부탁을 들어준 것도 사실 진서준을 돕기 위해서였다.고한영은 진서준에 대한 유정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유씨 가문으로 돌아가 유정이 외동딸의 신분으로 유기명에게 진서준을 도와주라고 부탁한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서준 씨 미안해요. 그때 사실을 말하지 못했어요...”고한영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지나간 건 더 말하지 말아요.”진서준이 손을 흔들며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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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곁에서 잘 지켜보고 있어요.”사장로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같이 어린놈이 의술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어?”진서준이 사장로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조금 전 대결하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결과는요?”진서준이 조롱하자 사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건 네가 무인으로서 수련 재능이 있을 뿐이지 의술과 무술은 확연히 다른 거야.”사장로가 얼굴이 뻘게지면서 반박했다.“그건 당신 같은 바보에게 적용되는 말이에요.”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나에게는 둘 다 똑같아요.”말하고 나서 진서준은 더는 사장로와 입씨름하지 않고 옆 테이블에서 은침 한 통을 가져왔다.은침은 이미 소독했기에 진서준은 그 중에서 10개를 꺼내 유기명의 머리에 천천히 꽂았다.“미련한 놈, 가주님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감히 침부터 꽂아?”사장로가 기회다 싶어 옆에서 비웃었다.“4진 중의 2진만 해도 무슨 병인지 알 수 있어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답하자 사장로의 얼굴색이 더 무섭게 변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장로는 유기명의 맥을 짚으며 허세를 잔뜩 피웠는데 이 말 한마디로 자기 의술이 사장로보다 높다는 것을 과시했다.‘이 자식이! 유기명을 못 구해내면 내가 널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봐.’사장로가 화가 잔뜩 나서 생각했다.은침 10대를 유기명의 머리에 꽂고 나서 진서준은 체내의 장청결을 움직이자 영기가 은침을 따라 서서히 유기명의 체내로 수송되었다.바로 이때 침대 곁에 놓인 각종 기기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띠띠띠...그러자 유기철과 사장로는 미친 듯이 기뻤다.“이 자식이 대체 뭐 하는 거야?”하지만 유기철은 화 난 듯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큰형을 죽였어?”‘하늘이 나를 돕는구려.’사장로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유기태와 유씨 가족들도 표정이 변했다.“진 대가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유기태가 급히 다가가며 물었다.“무슨 일이겠어? 이 자식이 큰형을 죽였어.”유기명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당황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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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유씨 가족들이 경악을 지르더니 눈빛에는 공포감으로 가득했다.그들은 10센티미터나 되는 지네가 인류의 콧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을 처음 봤다.만일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유씨 가족들은 누구도 믿기 어려웠다.사장로와 유기철 두 사람의 얼굴색도 삽시에 변하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진서준은 줄곧 유기철과 사장로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표정 변화를 본 진서준은 유기명 체내의 고충은 이 두 사람이 한 짓이라고 단정했다.유기철이 사장로를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질문이 가득 차 있었다.마치 “방금 이 자식이 못 구한다고 확신했잖아?”라고 묻는듯 싶었다.사장로도 침울하기 마찬가지였다.홍갈 지네가 스스로 기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주인이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스스로 기어 나왔지? 유기명이 진짜로 죽은 걸까?’인체에 기생하는 고충은 생체 징후가 없으면 죽었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 기어 나온다. 안 기어 나오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가주님이 갑자기 쓰러진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진서준이 말하면서 다가가더니 기를 불어 넣은 손가락으로 홍갈 지네를 눌러 죽였다.이런 물건은 절대 살아남게 해서는 안 된다.큰 사형이 오랫동안 키운 고충이 죽어버리자 사장로는 안타까워 가슴이 아팠다.말 잘 듣는 고충 한 마리를 양성하기가 종사 한 명 양성하기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서준 오빠, 이게 뭐예요?”유정이 다가오면서 물었다.“고충이야.”진서준이 말하면서 유기명의 머리에 꽂은 은침에 손을 갖다 댔다.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유기명을 깨워야 했다.유정은 고충을 모르지만 다른 유씨 가족들은 이 독물을 알고 있었다.“고충이라고요? 묘족 그쪽에서 키우는 거 아닌가요? 그게 왜 여기에 나타나요?”“너무 징그러워. 그렇다면 유씨 가문이 그들의 표적이 됐단 말인가요?”유기철이 이때 나서면서 말했다.“당황하지 마요. 묘족 마을의 고충이 비록 대단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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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유기태의 얼굴색이 차가워지면서 대충 누가 한 짓인지 짐작이 갔다.유정이가 비록 유기명을 미워한다고 해도 죽일 마음까지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몇 해 동안 줄곧 남주에서 생활한 유정이 묘족 마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하여 유일하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기철뿐이다.“기억이 안 나요.”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유기명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날 리가 없었다.“그럼 엄마 모시고 와.”유기철이 말했다.“무슨 뜻이에요? 내가 독을 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유정은 화가 나면서도 억울했다.“비록 미워한다고는 하지만 친아버지를 살해할 정도는 아니에요.”유기철이 그 말을 듣고 냉랭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사람 마음은 아무도 몰라. 네가 오기 전에는 큰형이 건강했는데 네가 오고 얼마 안 돼서 누가 고충을 심어놨잖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아?”다른 유씨 가족들도 고개를 끄덕였다.“기철이 말이 맞아. 네가 와서 가주가 앓아누웠어.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겠어?”“결백하면 엄마 데려와서 얼굴 보면서 얘기하자고 해.”“사람은 겉만 봐서는 몰라. 이렇게 예쁜 여자가 어떻게 이런 악랄한 짓을 할 수 있어?”병실에 있는 유씨 가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했다.이때 진서준이 유기명의 머리에 꽂은 은침을 뽑아내고는 고개를 돌려 유씨 가족을 냉랭하게 쏘아보았다.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진서준이 한 가닥의 굵은 기세를 뿜어내니 유씨 가문은 압력에 눌려 숨을 쉴 수가 없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이 자식이 감히 여기서 손을 써?”유기철의 눈 밑으로 음흉한 웃음이 한 가닥 스쳐 지나갔다.진서준을 없애기 위해 유기철은 그가 이곳에서 한바탕 난동이라도 부리기를 간절히 바라던 바이다.진서준만 해결하면 다음에 또 고충을 심어도 누구도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젊은이. 여긴 네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백발노인이 병실로 걸어들어오면서 말했다.순간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세가 가뭇없이 사라졌다.진서준이 눈빛을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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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유기명 부녀의 가슴 따뜻한 모습에 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일 김형섭도 유기명과 같이 잘못을 뉘우쳤다면 진서준이 결혼식에서 신부를 빼앗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비록 서씨 가문이 압력을 가한다고 해도 김형섭이 강경하게 거절하면 서씨 가문도 김씨 가문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하지만 김형섭의 마음속에 가족은 이익보다 중요하지 않았다.유씨 가족들이 낮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능청스러운 것 좀 봐. 전에는 왜 저런 모습을 못 봤지?”“셋째가 한 말에 찔려서 연기를 하는 거지 뭐.”“시간 있을 때 꼭 가주님한테 말해야겠어. 절대 저 모녀들한테 속지 말라고.”비록 소곤거리는 소리가 낮았지만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무인이라 그대로 귀속으로 전해왔다.유기태가 듣더니 화를 버럭 내면서 말했다.“여기 있지 말고 가서 할 일이나 해.”유기태가 화를 내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졌다.“잠깐만.”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다른 일이 또 있어?”사장로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봤다.이 자식이 오늘 그들의 계획을 다 망쳐버렸다.“성약당에 소식을 전해요. 며칠 뒤에 내가 성약당에 찾아갈 거예요. 몇몇 장로보고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리라고 해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사장로가 흠칫하더니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좋아. 용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와. 오는 건 네 마음이지만 가는 건 그렇지 않을 거야.”사장로가 웃음을 거두더니 음흉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유기철과 함께 떠났다.유기명이 진서준의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찬 얼굴로 유정에게 물었다.“정아, 이 사람은 누구야? 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진서준이에요. 저의 양어머니의 아들이에요. 몸에 심어놓은 고충도 서준 오빠가 기어 나오게 했어요.”그러더니 유정이 이내 이어서 말했다.“서준 오빠를 만났을 망정이지 아니면 저와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을뻔했어요.”이 기회에 유정은 진서준을 한바탕 추켜세웠다.그래야만 진서준에 대한 인상을 깊게 남길 수 있다.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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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단지 유기명은 가문에 첩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럼 일찍 대비하지 않고 뭐 했어?”유기태가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대처할 수 없었어, 그들이 묘족 마을과 연관이 있어. 묘족 마을의 고충을 너도 알다시피 너무 무서운 존재야.”유기명이 허허 웃더니 얼굴에 살기가 휙 하고 스쳐 갔다.누가 고충을 심었는지 유기명은 마음속에 짐작이 갔다.“그럼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유기태가 웃으며 말했다.“가주님이 무탈하시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진서준이 말했다.이번에 유씨 가문에 도움을 요청하러 왔지만 유기태가 말했다시피 성약당의 몇몇 장로들을 섬멸하려면 자기와 몇몇 호국사만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유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진서준을 도와주지 못한다면 이곳에 남아있을 의미가 없었다.“서준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당장 점심시간인데 제가 점심 살게요.”유정이 급히 다가가면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기대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어렵게 만났는데 진서준이 이렇게 부랴부랴 돌아간다니 유정은 못내 아쉬웠다.“아버님 돌봐드려야 하지 않겠어?”진서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아요. 정아와 함께 나가요.”유기명이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주차장에 있는 차를 마음대로 골라서 타. 그리고 저녁에 안 들어와도 돼.”유기명의 마지막 한마디에 유정의 예쁜 얼굴이 삽시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허사연 일행에게 유정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에 있을 때 그녀들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그럼 먼저 갈게요. 저녁에 유정이를 무사히 집까지 바래줄게요.”진서준이 말하고 나서 유정과 몸을 돌려 나왔다.두 사람이 병실에서 나간 뒤 유기명 얼굴에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강렬한 냉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사람 파견해서 기철이 잘 감시하게 해. 증거만 확실하면 당장에서 격살해도 좋아...”처음 보는 유기명의 잔인한 모습에 유기태가 흠칫 놀랐다.“알았어. 지금 사람 보낼게”유기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딸, 내가 숨이 붙어있는 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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