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영이 통으로 빌린 룸은 100평 정도 되었다. 밥 먹는 큰 테이블 외에도 다양한 오락 시설들이 있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룸을 예약하려면 최소 400만이 필요하다.강주는 대도시이기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부자들이 많았다.“서준 씨가 20분 뒤에 온다고 했으니 이따가 오면 주문합시다.”허사연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일행들에게 말했다.“그래요.”다들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허윤진은 진서라의 손을 잡고 당구대 앞으로 갔다.“서라 언니, 당구 칠 줄 알아요?”“아니요.”진서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릴 적 그녀의 집은 매우 가난해서 이런 오락 게임을 한 돈이 없었다. 비록 나중에 돈이 생겼지만 절약하는 습관은 이미 뼛속 깊이 배어있었다.“안 쳐봤어요? 그럼 제가 가르쳐줄게요. 저는 고수거든요.”허윤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럼 좋죠. 하지만 제가 배우는 게 좀 느려요. 이따 가르칠 때 화내지 마세요.”진서라는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허윤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진서라는 진서준의 여동생이기 때문에 허윤진은 절대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당구를 치고 허사연과 김연아는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허사연은 차를 내리면서 차분하게 물었다.”잠잠해지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대표님 놀이 해야죠.”김연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이전의 생활이 그리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허사연과 친구들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다시 강남 김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마치 감방처럼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가족들 싸움에 휘말려 들지도 않고 좋네요.”허사연은 웃으며 말했다.“보영 씨는요?”“저도 돌아가야죠.”한보영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서울에 남고 싶었지만 허사연의 불만을 살까 봐 두려웠다.허사연이야말로 진서준의 진짜 여자 친구이니 말이다.“그래요. 서울도 멀지 않으
“이쁜이들, 안녕!”선두에 선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변희영은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인데요?”“그냥 친구 하고 싶어서.”그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쁜이들 곁에 남자도 없고 우리 곁에 여자도 없는데. 함께 노는 건 어때?”허사연 등은 이때 남자들을 향해 걸어왔다.“필요 없어요. 나가 주세요.”변희영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고 있었다. 남자는 하체부터 반응하는 생물체라는 말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100% 남자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95%는 그렇다.예쁜 여자 보고 어떤 남자가 야릇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보통 사람들은 그럴 용기가 없지만 만약 권력이 있고 돈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마련이다.그리고 이런 일들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권력으로 기사를 막고 있어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다.얼마 전 전국을 뒤흔든 술집 사건도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뭘 그렇게 급하게 거절해?”남자는 손으로 문을 누르며 변희영이 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자기소개부터 할게. 내 이름은 유씨 가문 셋째 아들 유문기야.”유문기는 자기가 이렇게 소개하면 변희영이 와락 그를 안을 줄 알았다.유씨 가문은 제일 가문이기 때문에 유문기와 어떻게든 엮이려고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그의 신분을 모를 때는 도도하다가도 유문기가 유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모두 주동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었다.이게 바로 돈과 권력의 위력이다.유문기가 유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변희영도 역시 깜짝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당신이 누구든 당장 나가주세요.”그러자 유문기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이렇게 체면을 안 세워준다고?이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짓인데 말이다.유문기 뒤에 있던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어이, 예쁜이.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거절하다니. 유씨 가문도 안중에 없다는 거야? 죽고 싶어? 우리 도련님 한마디만 네
지난번 진서준이 허윤진에게 은영과를 먹인 후 지금까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예전의 허윤진은 먹고 자는 것밖에 몰랐는데 이 한 달 동안 그녀는 매일 진서준이 그녀에게 준 임무에 따라 수련했다.그래서 지금의 허윤진은 혼자서 암경 초기의 무자를 상대할 수 있다.유문기는 비록 유씨 가문 사람이지만 매일 방탕하게 살며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밖에 수련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20년 넘게 수련했지만 여전히 내경 무자이다.쿵.허윤진보다 실력이 못한 유문기는 그녀에게 코뼈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그러자 코뼈가 우두둑 부러졌다. 순간 피가 마구 솟구쳐 올랐다.“아!”유문기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허사연 등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허윤진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졌을까?먹고 자기만 하던 허윤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허사연은 자기 동생인 허윤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그래서 더 믿기지 않았다.“빨리 꺼져! 날 조금만 더 화나게 하면 넌 이 자리에서 한 구의 시신이 될 거야.”허윤진은 도도한 표정으로 유문기를 쳐다봤다.“도련님, 도련님!”유문기의 일행들은 그를 부추기며 말했다.“X발! 죽고 싶어 환장했네.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려? 미쳤어? 네가 아무리 잘난 척해도 도련님 전화 한 통이면 네 가문을 멸망시킬 수 있어.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이게 네 마지막 기회야.”그들은 안하무인의 어조로 허윤진을 명령했다. 그들은 계속 유문기를 따라다니면서 사람들을 괴롭혔고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유문기의 가족 배경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뭐해! 당장 저년의 옷을 벗기고 거리에 내던져.”유문기는 아픔을 참으며 울부짖었다. 여자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니.이 얼마나 큰 치욕인가!이 원수를 갚지 않으면 유문기는 자다가도 이불 킥을 할 것이다.“네!”그의 동생들은 이내 허윤진을 포위했다.“윤진아, 조심해!”허사연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허윤진에게 걷어차여 갈비뼈까지 몇 개 부려졌다.자기 부하들이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자 유문기는 덜컥 겁이 났다.“계집애가 정말 미쳤나? 지금 당장 전화해서 사람을 부를 거야. 넌 죽었어.”말하면서 유문기는 전화를 꺼내 사람을 불렀다.“여자 한 명도 이기지 못해서 사람을 불러? 이런 병신은 처음 봤네.”허윤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람 부르지 못하게 하세요. 유씨 가문 무자들이 오면 일이 복잡해져요.”변희영은 유씨 가문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서둘러 말했다.“네.”허윤진은 하이킥을 하며 유문기의 손목을 걷어찼다.우두득...그러자 유문기의 손뼈가 부러졌다. 유문기는 통증을 호소하며 핸드폰을 땅에 툭 떨궜다.“아!”유문기는 비명을 지르며 손목을 감싼 채 바닥에서 뒹굴었다.“다시 한번 잘난 척해봐!”허윤진은 유문기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에 호텔 직원들이 달려왔다. 직원들은 맞은 사람이 유문기라는 것을 보고 즉시 호텔 지배인을 불렀다.호텔 지배인은 재빨리 달려왔다.“도련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유문기의 얼굴이 피범벅인 것을 보자 호텔 지배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안 보여? 내가 저년한테 맞았잖아.”유문기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호텔 지배인은 허윤진 등인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모두 여자들이었다.정말 여자한테 맞았다고? 하지만 싸움할 줄 외모들이 아닌데?“누가 한 짓이에요?”“쟤!”유문기는 허윤진을 가리키며 독살스럽게 말했다.“당장 호텔 경호원을 불러. 저년을 묶어 놔. 아니야. 저년들을 다 묶어. 제대로 혼 좀 내줘야겠어.”호텔 지배인은 어리둥절해졌다. 남자 몇 명이 여자 한 명을 이길 수 없다니.허윤진은 여리여리하게 생겼고 사람을 때릴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유문기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당장 경호원을 불러.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해.”그러자 허사연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저기요. 저 자식이 먼저 우리를 희롱했어요. 제 동생은 정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허윤진 등은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진서준, 그가 왔다!진서준만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무서운 것이 없었다.유문기는 말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버럭 화를 질렀다.“어떤 미친 새끼가 감히 내 일에 참견해?”진서준과 유정은 천천히 걸어왔다. 진서준의 몸에서는 엄청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유문기 일행은 저도 모르게 두 사람에게 길을 내주었다.“예쁜이들 앞에서 잘난 척하겠다는 거지? 그럴 실력이나 돼?”마른 진서준을 보며 유문기는 큰소리로 비아냥거렸다.“유문기, 우리 아버지한테 대신 전화해 줄까?”유정이 차갑게 말했다.“네가 왜 여기 있어?”유문기는 유정을 보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린 유문기는 유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유정아, 넌 우리 큰아버지의 실수로 태어난 생명체일 뿐이야 정말 자기를 유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해? 솔직하게 말하면 넌 쓰레기 같은 년의 딸이잖아.”유문기의 말을 듣자 다들 안색이 어두워졌다.쿵...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물건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왔다.유문기는 겁에 질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싸면서 하얀 바지를 노란색으로 물들였다.털썩!강력한 기운 앞에서 유문기는 저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의 눈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한번 살려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절망 속에서 천천히 죽게 할 거야.”진서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유정은 진서준의 수양동생이기에 진서준의 가족과 같았다. 유문기가 유정을 이렇게 모욕하니 진서준은 당연히 참을 수 없었다.“넌... 나를 죽일 수 없어. 나는 유기철의 아들이야. 나를 죽이면 우리 가문에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유문기는 얼른 유기철을 내세우면 진서준에게 겁을 줬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유기철이 너를 구하기 위해 나와 맞서 싸울 것 같아?
유문기는 아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말했다.“핸드폰 가져와!”유문기는 방금 전화하려다가 허윤진에게 차여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행히 핸드폰은 망가지지 않았다.진서준은 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유문기 쪽으로 걷어찼다. 유문기는 핸드폰을 주운 후 이내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유기철은 마침 사장로를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문기의 전화를 받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유문기는 늘 사고뭉치였기에 또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왜?”“아버지, 가든 호텔 바로 와주세요. 저 지금 맞아 죽게 생겼어요.”유문기는 불쌍한 연기를 하며 말했다.“누군데? 그 자식들이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몰라?”“알죠. 아버지한테 전화하라고 협박했어요. 아버지가 와도 저를 지킬 수 없다고 그랬어요.”유문기는 울먹이며 말했다.“어떤 미친 자식이야? 지금 당장 갈게.”유기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다려. 가서 다 죽일 거야.”전화를 끊은 후 유문기는 속으로 무척 흥분되었다.“너희들은 다 죽었어. 우리 아버지가 곧 오실 거야.”진서준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돌아갔다.“야! 인마!”유문이기는 진서준이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자 화가 나서 손으로 바닥을 내리쳤다.“어떻게 된 일이야? 왜 저 자식과 싸움이 일어났어?”방으로 들어서면서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물었다.허사연은 방금 일어난 일을 말해주었다.“형부, 죄송해요. 사고 쳐서...”허윤진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아니에요. 잘했어요. 다음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아예 발로 가랑이를 걷어차세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 듣자 다들 깔깔 웃었다.쌓여있던 답답함과 우울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유정아, 방금 저 자식이 한 말은 무슨 뜻이야? 네가 유씨 가문 사람이야?”허사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그리고 유정은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해 간단히 말
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많이들 먹어.”진서준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말 안 해도 많이 먹을 거예요.”허윤진은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이내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어제 내내 차로 이동하면서 먹은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허윤진은 당연히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유기철은 이미 호텔 일 층 로비에 도착했다.“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유문기는 유기철을 보자 너무 기뻤다.“문기야, 얼굴이 이게 뭐야? 누가 그랬어?”유기철은 유문기의 상태를 보자 깜짝 놀랐다.손은 힘없이 툭 처져 있었고 얼굴과 몸은 온통 피투성이며 심지어 오줌 냄새까지 났다. 방금 전화했을 때 유기철은 유문기가 그를 속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속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진실이었다.“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저 방에서 밥 먹는 저 자식이에요.”유문기는 울먹이며 말했다.“아예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네!”유기철은 진서준이 사람을 때리고 태연하게 밥을 먹는다는 소리를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유씨 가문은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어느 방이야?”“가운데 저 방입니다.”유기철은 쏜살겉이 걸어가서 방문을 발로 걷어찼다.쿵...기척을 들은 진서준은 여전히 여유롭게 음식을 먹었다.하지만 허사연 등은 긴장한 표정으로 문 쪽을 쳐다봤다.유정은 유기철임을 확인하고 가슴이 뜨끔했다. 방금 유씨 저택에서 유기철은 유정을 있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지금 그들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우리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밥을 먹는다고? 개자식들이 죽고 싶어 X랄이야?”유기철이 버럭 화를 내자 식탁 위의 유리잔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되었다.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때렸어요. 근데 왜요? 복수하려고요?”진서준의 목소리를 듣자 유기철은 흠칫 놀랐다.“또 너야?”그는 진서준의 뒷모습을 자세히 훑어본 후 진서준 임을 확인했다.유기철은 진서준이 그의 계획을 모두 망가뜨렸다고 생
진서준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유기철을 바라보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유기철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진서준! 꼭 이럴 거야?”유문기를 이토록 때렸는데도 놓아 주지 않는다니.진서준은 과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왜요? 이대로 보내 주면 저 자식이 이제 우리를 가만둘 것 같나요? 제가 말했죠. 누구든 내 가족을 건드리면 다 죽을 거라고!”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유기철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뼈마디가 꺾이는 소리가 들려왔다.“도대체 어쩔 건데?”유기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죽여야죠.”“미쳤어?”유기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기철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무술을 배우러 갔고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유문기는 유기철의 유일한 삶의 쾌락이고 희망이다.만약 진서준이 유문기를 죽인다면 유문기는 완전히 미쳐버릴 것이다.“그럼 당신이 대신 저와 싸우면 되겠네요. 과연 아들을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복도로 향해 걸어갔다. 유기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선천의 힘을 모으더니 손을 들고 진서준을 향해 공격했다. 그러자 진서준은 유기철을 차갑게 째려봤다.그 눈빛은 마치 얇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을 베일 듯했다.“꺼져!”쿵...진서준은 주먹으로 유기철의 손을 내리쳤다. 그러자 유기철의 손바닥에 뭉쳐진 선천강기는 산산조각이 되었다.유기철은 그 충격에 거꾸로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히면서 벽에 큰 구멍을 냈다.“서준 씨가 정말 저 사람을 죽일 건가요?”변희영이 물었다.“글쎄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내 가족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순간 결과는 이미 정해졌죠.”변희영은 진서준의 진지한 모습을 보자 다급하게 달려가 말렸다.“충동하지 마세요. 유기철을 잘못 건드리면 정말 큰 화를 불러올 거예요. 어쨌든 유기철은 유기명의 친동생이에요. 유기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요.”변희영은 진서준을 말렸다.“서준 씨, 그냥 가볍게 혼내주세요. 우리도 다친 데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