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많이들 먹어.”진서준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말 안 해도 많이 먹을 거예요.”허윤진은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이내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어제 내내 차로 이동하면서 먹은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허윤진은 당연히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유기철은 이미 호텔 일 층 로비에 도착했다.“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유문기는 유기철을 보자 너무 기뻤다.“문기야, 얼굴이 이게 뭐야? 누가 그랬어?”유기철은 유문기의 상태를 보자 깜짝 놀랐다.손은 힘없이 툭 처져 있었고 얼굴과 몸은 온통 피투성이며 심지어 오줌 냄새까지 났다. 방금 전화했을 때 유기철은 유문기가 그를 속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속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진실이었다.“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저 방에서 밥 먹는 저 자식이에요.”유문기는 울먹이며 말했다.“아예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네!”유기철은 진서준이 사람을 때리고 태연하게 밥을 먹는다는 소리를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유씨 가문은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어느 방이야?”“가운데 저 방입니다.”유기철은 쏜살겉이 걸어가서 방문을 발로 걷어찼다.쿵...기척을 들은 진서준은 여전히 여유롭게 음식을 먹었다.하지만 허사연 등은 긴장한 표정으로 문 쪽을 쳐다봤다.유정은 유기철임을 확인하고 가슴이 뜨끔했다. 방금 유씨 저택에서 유기철은 유정을 있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지금 그들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우리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밥을 먹는다고? 개자식들이 죽고 싶어 X랄이야?”유기철이 버럭 화를 내자 식탁 위의 유리잔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되었다.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때렸어요. 근데 왜요? 복수하려고요?”진서준의 목소리를 듣자 유기철은 흠칫 놀랐다.“또 너야?”그는 진서준의 뒷모습을 자세히 훑어본 후 진서준 임을 확인했다.유기철은 진서준이 그의 계획을 모두 망가뜨렸다고 생
진서준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유기철을 바라보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유기철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진서준! 꼭 이럴 거야?”유문기를 이토록 때렸는데도 놓아 주지 않는다니.진서준은 과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왜요? 이대로 보내 주면 저 자식이 이제 우리를 가만둘 것 같나요? 제가 말했죠. 누구든 내 가족을 건드리면 다 죽을 거라고!”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유기철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뼈마디가 꺾이는 소리가 들려왔다.“도대체 어쩔 건데?”유기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죽여야죠.”“미쳤어?”유기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기철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무술을 배우러 갔고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유문기는 유기철의 유일한 삶의 쾌락이고 희망이다.만약 진서준이 유문기를 죽인다면 유문기는 완전히 미쳐버릴 것이다.“그럼 당신이 대신 저와 싸우면 되겠네요. 과연 아들을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복도로 향해 걸어갔다. 유기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선천의 힘을 모으더니 손을 들고 진서준을 향해 공격했다. 그러자 진서준은 유기철을 차갑게 째려봤다.그 눈빛은 마치 얇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을 베일 듯했다.“꺼져!”쿵...진서준은 주먹으로 유기철의 손을 내리쳤다. 그러자 유기철의 손바닥에 뭉쳐진 선천강기는 산산조각이 되었다.유기철은 그 충격에 거꾸로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히면서 벽에 큰 구멍을 냈다.“서준 씨가 정말 저 사람을 죽일 건가요?”변희영이 물었다.“글쎄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내 가족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순간 결과는 이미 정해졌죠.”변희영은 진서준의 진지한 모습을 보자 다급하게 달려가 말렸다.“충동하지 마세요. 유기철을 잘못 건드리면 정말 큰 화를 불러올 거예요. 어쨌든 유기철은 유기명의 친동생이에요. 유기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요.”변희영은 진서준을 말렸다.“서준 씨, 그냥 가볍게 혼내주세요. 우리도 다친 데
“문기야!”유문기의 참상을 본 유기철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그는 자기 아들이 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죽이지 않았어요. 폐인이 되었을 뿐이에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유기철은 빨갛게 충혈된 두 눈으로 진서준을 째려봤다.“진서준, 두고 봐! 꼭 복수할 거야!”유기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래요. 기다릴게요.”진서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복수할 때 성약당 장로들도 함께 데리고 와요. 그러면 제가 굳이 다시 찾아갈 필요 없으니깐.”유기철은 대답하지 않고 기절한 유문기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 진서준은 박수를 치며 싱글벙글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서준 오빠, 셋째 삼촌이 뒤끝이 제일 심해요. 조심하세요.”유정은 걱정스레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유문기를 저렇게 만들어놨으니 유기철이 어떻게 복수할지 다 알아.”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계속 밥 먹자.”다들 밥 맛이 떨어졌지만 진서준은 맛있게 먹었다. 유기철은 호텔을 떠나자마자 차를 몰고 성약곡으로 향했다.성약곡은 성약당의 본거지이다. 아무나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유기철은 차를 산 밑에 세우고 유문기를 안고 질주했다.“사장로님,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다시 돌아온 유기철을 보며 사장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왜 다시 돌아왔어? 무슨 일이야?유기철은 유문기를 소파에 내려놓고 다급하게 말했다.“우리 아들이 진서준 그 자식에게 맞아서 사지가 부러졌어요. 제발 구해주세요.”사장로는 얼른 다가와 유문기의 상의를 벗겼다. 하지만 그는 유문기의 상처를 본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너무 지독하게 손을 쓴 게 아니야? 이건 분쇄성 골절인 데다 경맥까지 끊어졌잖아. 회복은커녕 의족도 씌우지 못해.”사장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유기철은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진서준이 이렇게 지독하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순간 유기철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몸을 벌벌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요. 경매에 정말 제가 필요한 약재만 있으면 돼요.”“약재는 다 진짜일 거예요. 성약당은 가짜 약재를 판매하지는 않아요. 권력가들과 재벌가들만 왔는데 그랬다가는 큰 일이죠.”유기태가 말했다.성약당이 약재까지 조작한다면 경매에 참석한 권력가와 재벌가들이 불만을 가질 것이다.“그럼 모레 봅시다.”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시간을 보았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서남쪽 일을 해결하고 어머니를 찾아야 해.”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는 그동안 조희선이 누구에게 납치되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출생의 비밀마저도 풀지 못했다.“내년 3월 신농산에 가서 알아볼 수밖에 없겠네.”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날 진서준은 방에서 수련하고 외출하지 않았다.허사연 등도 밖에 나갔다가 괜히 또 일이 생길까 봐 집에 있었다.“심심한데 고스톱이나 칠 가?”허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준 씨는 방에서 수련 중이야. 방해하지 마. 놀고 싶으면 우리가 같이 놀아줄게.”허사연이 말했다.사실 고스톱은 뒷전이고 허윤진은 주로 진서준을 보고 싶었다. 중독된 것처럼 하루라도 진서준을 안 보면 괴로웠다.“그래. 우리끼리 놀지 뭐.”허윤진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놀 줄 몰라요. 옆에서 구경할게요.”진서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언니 엄청 쉬워요. 한 번 보면 배울 수 있어요.”허윤진이 말했다.“맞아요. 서라 씨는 한 번 보면 다 알 것 같은데요.”허사연도 진서라에게 같이 놀자고 권했다.“그래요.”진서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오후 진서준 일행은 유씨 가문이 마련한 별장으로 왔다. 별장에는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고 오락실도 몇 개 있었다.위층에서 조용히 수련하던 진서준은 갑자기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구겼다.“무슨 소리지? 설마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진서준은 얼른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가 확인했더니 허사연 등이
허사연이 그렇게 말하자 진서준은 살짝 난감했다. 만약 그녀들이 정말로 발가벗으면 진서준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그는 아직 숫총각이다. 야릇한 장면을 보면 주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허사연이 너무 솔직하게 말했기에 진서준은 다소 자기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변희영은 금방 알게 된 지 며칠밖에 안 되는 외부인이다.“쳐다볼 수 있어.”진서준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자 허사연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옷 벗는 거로 합시다. 정말 쳐다볼 수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허윤진과 한보영은 애써 못 이기는 척 말하면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서준 씨, 이따가 함부로 쳐다보면 저 정말 화낼 거예요.”“왜 질 거라고 확신해요?”진서준은 피식 웃었다. 시작도 안 했는데 허윤진은 져주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됐어요. 헛소리 그만하고 시작합시다.”허사연이 재촉했다.고스톱에서 이기려면 운이 필요하지만 또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패를 쓸 줄 알면 빨리 이길 수 있다. 진서준이 마지막으로 고스톱을 놀 때는 대학 다닐 때였다. 그는 규칙과 요령을 모두 잊었고 그녀들이 진서준을 일부러 겨냥하더니 두 판이 끝날 때쯤에 진서준의 몸에는 팬티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허사연과 김연아를 제외한 여자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로 진서준의 근육을 몰래 훔쳐보았다.“형부, 옷 입었을 때는 말라 보였는데 근육이 많네요.”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어떻게 놀아야 할지 이젠 알겠어요. 다들 준비하세요.”진서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운이 그렇게도 없는데 어떻게 이기겠어요?”하지만 이번 판은 진서준의 승리로 끝났다.“자, 다들 벗으세요.”진서준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변태!”진서준이 야릇하게 웃자 허윤진은 욕설을 퍼부었다. 서남쪽은 아직 더워서 다들 옷을 얇게 입었다. 한 벌 벗으면 반팔 티셔츠와 속옷밖에 남지 않는다.얇은 반팔 티셔츠 사이로 진서준은 세 사람의 속옷 실루엣까
깊게 파인 가슴골 안에는 과연 뭐가 있을지 진서준은 넋을 놓고 쳐다봤다. 비록 그는 멀리서 허사연의 가슴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처음이었다.“그만 봐요. 사람 부끄럽게 왜 그래요.”진서준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허사연은 온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이 간지러웠다.“다 봤어요. 충분해요. 그럼 저는 이만!”진서준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코피가 터질 것 같아 이내 자리를 떠났다.‘왜 이러지?’허사연이 속옷 입은 모습만 봤는데 코피가 나다니.진서준은 얼른 방으로 돌아가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면서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한참 후에야 욕실에서 나와 침대에서 수련을 계속했다.그녀들은 아래층에서 이미 옷을 다 입었다.“언니, 형부가 그렇게 급하게 방에 들어갔는데 뭐 하고 있을까요? 설마...”허윤진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말도 안 돼. 서준 씨가 어떻게 그런 일을...”허사연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내가 한 번 올라가 볼게.”허사연은 진서준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민망한 장면을 볼까 봐 허사연은 미리 노크까지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설마 정말...”그 장면을 상상하자 허사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서준 씨... 서준 씨..”허사연은 나지막이 진서준을 불렀다.“만약 제가 필요하다면... 도와줄게요.”두 사람은 커플이다. 만약 성적 욕구가 있으면 여자 친구인 허사연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이이다.이때 침대에 앉아서 수련하던 진서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뭘? 도와준다고?’진서준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뭐라고? 아까 뭘 도와준다고?”허사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진서준을 쳐다봤다.“왜... 옷을 안 입었어요?”진서준을 샤워를 한 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래서 그는 윗몸이 알몸인 상태이다. 그러자 그녀들의 추측이 더 진짜 같았다.진서준이 방에서 그런 일을
유기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서준 씨, 뭔가 심상치 않은데요.”“왜요? 무슨 일 있어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물었다.“오늘 성약당에서 제마 법왕을 모셔 왔다고 들었어요.”유기태는 낮은 목소리로 걱정스레 말했다.진서준은 제마 법왕이라는 단어를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지난번 고양에서 그는 하마터면 제마 법왕의 손에 죽을 뻔했다.허윤진도 그날 제마 법왕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 은영과가 없었다면 허윤진은 그날 죽었을 것이다.이 원수를 진서준은 줄곧 기억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제마 법왕을 찾아가 복수할지 고민 중이었다.오늘 제마 법왕이 제 발로 이곳에 올 줄은 몰랐다.“제마 법왕은 인의방 랭킹 3위여서 실력이 대단해요. 게다가 마교 4대 법왕 중 한 명입니다.”유기태가 소개하자 진서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알아요. 전에 고양에서 한번 맞붙은 적이 있어요.”“네?”유기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서준을 쳐다봤다.“그럼 누가 더 강해요?”“모르죠. 싸워봐야 알죠.”진서준은 덤덤하게 웃었다.“네...”유기태는 마지못해 말했다.“오늘은 제마 법왕뿐만 아니라 성약당의 장로들도 있어요. 만약 이따가 싸움이 시작되면 먼저 성약당 장로들부터 제압해 주세요. 제가 제마 법왕을 해결하고 다시 그들을 죽이겠습니다.”“알겠어요.”유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국안부에서는 유기태 외에도 다른 두 명의 종사를 보냈다. 그 두 사람은 대성 종사이고 인의방 랭킹 30위에 드는 인물이다.비록 제마 법왕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성약당 장로들을 제압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경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맨 앞줄에 착석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살기가 담긴 눈빛들을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자 사장로가 있었고 사장로 옆에 또 다른 두 노인이 있었다.그들은 각각 오장로와 삼장로였다.진서준은 사장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사장로는 자기를 도발한다고 생각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제마 법왕은 왜 아직 안 왔어?”사장로는 버럭 화를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도발하다니.쿵...갑자기 강한 기운이 제마 법왕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주위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면서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의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사장로는 이때 다급하게 말했다.“제마 법왕님, 잠시만 참아주세요. 경매가 끝난 후에 우리 저 자식 제대로 혼 좀 내줍시다.”“곧 죽을 테니 그러면 잠시 놔두지.”제마 법왕은 살기를 거둬들이고 자리에 앉았다.경매가 시작되자 진귀한 약재들이 많이 나왔다. 이 약재들은 진서준에게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는 사지 않았다.곧 경매가 막바지에 다다랐다.“자, 여러분. 다음은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는 약이죠. 보통 사람이 이걸 먹으면 이내 무인이 될 수 있습니다.”사회자는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기사회생?허풍 떠는 거 아니겠지?성약당에 정말 그렇게 대단한 약이 있단 말이야?하지만 이걸 먹으면 바로 무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꼈다. 오늘 참석한 권력가와 재벌가들은 모두 무술을 다룰 줄 모른다. 그들은 다 무인이 되고 싶었다.게다가 매일 운동하지 않고 바로 무인이 될 수 있다니.이런 대단한 약재가 있다고 하니 모두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했다.“어서 약재를 꺼내세요.”재벌가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마지막 약재 은영과입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웨이터는 은영과가 담긴 투명한 상자를 들고나왔다. 그러자 진서준도 약간 흥분했다.은영과가 있으면 허사연도 수련할 수 있다. 게다가 성약당에서 은영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한 개 이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자, 20억부터 시작할게요. 매번 2억 이상을 붙여서 값을 불러야 합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벌가들은 가격을 제시했다.“100억!”“200억!”“240억!”“...”500억까지 값이 오르자 다들 더 이상 외치지 않았다.망설이는 재벌가도 있었다.“이 약재가 정말 그렇게 신기해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