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요. 경매에 정말 제가 필요한 약재만 있으면 돼요.”“약재는 다 진짜일 거예요. 성약당은 가짜 약재를 판매하지는 않아요. 권력가들과 재벌가들만 왔는데 그랬다가는 큰 일이죠.”유기태가 말했다.성약당이 약재까지 조작한다면 경매에 참석한 권력가와 재벌가들이 불만을 가질 것이다.“그럼 모레 봅시다.”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시간을 보았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서남쪽 일을 해결하고 어머니를 찾아야 해.”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는 그동안 조희선이 누구에게 납치되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출생의 비밀마저도 풀지 못했다.“내년 3월 신농산에 가서 알아볼 수밖에 없겠네.”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날 진서준은 방에서 수련하고 외출하지 않았다.허사연 등도 밖에 나갔다가 괜히 또 일이 생길까 봐 집에 있었다.“심심한데 고스톱이나 칠 가?”허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준 씨는 방에서 수련 중이야. 방해하지 마. 놀고 싶으면 우리가 같이 놀아줄게.”허사연이 말했다.사실 고스톱은 뒷전이고 허윤진은 주로 진서준을 보고 싶었다. 중독된 것처럼 하루라도 진서준을 안 보면 괴로웠다.“그래. 우리끼리 놀지 뭐.”허윤진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놀 줄 몰라요. 옆에서 구경할게요.”진서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언니 엄청 쉬워요. 한 번 보면 배울 수 있어요.”허윤진이 말했다.“맞아요. 서라 씨는 한 번 보면 다 알 것 같은데요.”허사연도 진서라에게 같이 놀자고 권했다.“그래요.”진서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오후 진서준 일행은 유씨 가문이 마련한 별장으로 왔다. 별장에는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고 오락실도 몇 개 있었다.위층에서 조용히 수련하던 진서준은 갑자기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구겼다.“무슨 소리지? 설마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진서준은 얼른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가 확인했더니 허사연 등이
허사연이 그렇게 말하자 진서준은 살짝 난감했다. 만약 그녀들이 정말로 발가벗으면 진서준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그는 아직 숫총각이다. 야릇한 장면을 보면 주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허사연이 너무 솔직하게 말했기에 진서준은 다소 자기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변희영은 금방 알게 된 지 며칠밖에 안 되는 외부인이다.“쳐다볼 수 있어.”진서준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자 허사연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옷 벗는 거로 합시다. 정말 쳐다볼 수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허윤진과 한보영은 애써 못 이기는 척 말하면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서준 씨, 이따가 함부로 쳐다보면 저 정말 화낼 거예요.”“왜 질 거라고 확신해요?”진서준은 피식 웃었다. 시작도 안 했는데 허윤진은 져주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됐어요. 헛소리 그만하고 시작합시다.”허사연이 재촉했다.고스톱에서 이기려면 운이 필요하지만 또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패를 쓸 줄 알면 빨리 이길 수 있다. 진서준이 마지막으로 고스톱을 놀 때는 대학 다닐 때였다. 그는 규칙과 요령을 모두 잊었고 그녀들이 진서준을 일부러 겨냥하더니 두 판이 끝날 때쯤에 진서준의 몸에는 팬티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허사연과 김연아를 제외한 여자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로 진서준의 근육을 몰래 훔쳐보았다.“형부, 옷 입었을 때는 말라 보였는데 근육이 많네요.”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어떻게 놀아야 할지 이젠 알겠어요. 다들 준비하세요.”진서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운이 그렇게도 없는데 어떻게 이기겠어요?”하지만 이번 판은 진서준의 승리로 끝났다.“자, 다들 벗으세요.”진서준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변태!”진서준이 야릇하게 웃자 허윤진은 욕설을 퍼부었다. 서남쪽은 아직 더워서 다들 옷을 얇게 입었다. 한 벌 벗으면 반팔 티셔츠와 속옷밖에 남지 않는다.얇은 반팔 티셔츠 사이로 진서준은 세 사람의 속옷 실루엣까
깊게 파인 가슴골 안에는 과연 뭐가 있을지 진서준은 넋을 놓고 쳐다봤다. 비록 그는 멀리서 허사연의 가슴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처음이었다.“그만 봐요. 사람 부끄럽게 왜 그래요.”진서준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허사연은 온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이 간지러웠다.“다 봤어요. 충분해요. 그럼 저는 이만!”진서준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코피가 터질 것 같아 이내 자리를 떠났다.‘왜 이러지?’허사연이 속옷 입은 모습만 봤는데 코피가 나다니.진서준은 얼른 방으로 돌아가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면서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한참 후에야 욕실에서 나와 침대에서 수련을 계속했다.그녀들은 아래층에서 이미 옷을 다 입었다.“언니, 형부가 그렇게 급하게 방에 들어갔는데 뭐 하고 있을까요? 설마...”허윤진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말도 안 돼. 서준 씨가 어떻게 그런 일을...”허사연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내가 한 번 올라가 볼게.”허사연은 진서준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민망한 장면을 볼까 봐 허사연은 미리 노크까지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설마 정말...”그 장면을 상상하자 허사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서준 씨... 서준 씨..”허사연은 나지막이 진서준을 불렀다.“만약 제가 필요하다면... 도와줄게요.”두 사람은 커플이다. 만약 성적 욕구가 있으면 여자 친구인 허사연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이이다.이때 침대에 앉아서 수련하던 진서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뭘? 도와준다고?’진서준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뭐라고? 아까 뭘 도와준다고?”허사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진서준을 쳐다봤다.“왜... 옷을 안 입었어요?”진서준을 샤워를 한 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래서 그는 윗몸이 알몸인 상태이다. 그러자 그녀들의 추측이 더 진짜 같았다.진서준이 방에서 그런 일을
유기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서준 씨, 뭔가 심상치 않은데요.”“왜요? 무슨 일 있어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물었다.“오늘 성약당에서 제마 법왕을 모셔 왔다고 들었어요.”유기태는 낮은 목소리로 걱정스레 말했다.진서준은 제마 법왕이라는 단어를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지난번 고양에서 그는 하마터면 제마 법왕의 손에 죽을 뻔했다.허윤진도 그날 제마 법왕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 은영과가 없었다면 허윤진은 그날 죽었을 것이다.이 원수를 진서준은 줄곧 기억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제마 법왕을 찾아가 복수할지 고민 중이었다.오늘 제마 법왕이 제 발로 이곳에 올 줄은 몰랐다.“제마 법왕은 인의방 랭킹 3위여서 실력이 대단해요. 게다가 마교 4대 법왕 중 한 명입니다.”유기태가 소개하자 진서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알아요. 전에 고양에서 한번 맞붙은 적이 있어요.”“네?”유기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서준을 쳐다봤다.“그럼 누가 더 강해요?”“모르죠. 싸워봐야 알죠.”진서준은 덤덤하게 웃었다.“네...”유기태는 마지못해 말했다.“오늘은 제마 법왕뿐만 아니라 성약당의 장로들도 있어요. 만약 이따가 싸움이 시작되면 먼저 성약당 장로들부터 제압해 주세요. 제가 제마 법왕을 해결하고 다시 그들을 죽이겠습니다.”“알겠어요.”유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국안부에서는 유기태 외에도 다른 두 명의 종사를 보냈다. 그 두 사람은 대성 종사이고 인의방 랭킹 30위에 드는 인물이다.비록 제마 법왕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성약당 장로들을 제압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경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맨 앞줄에 착석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살기가 담긴 눈빛들을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자 사장로가 있었고 사장로 옆에 또 다른 두 노인이 있었다.그들은 각각 오장로와 삼장로였다.진서준은 사장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사장로는 자기를 도발한다고 생각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제마 법왕은 왜 아직 안 왔어?”사장로는 버럭 화를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도발하다니.쿵...갑자기 강한 기운이 제마 법왕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주위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면서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의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사장로는 이때 다급하게 말했다.“제마 법왕님, 잠시만 참아주세요. 경매가 끝난 후에 우리 저 자식 제대로 혼 좀 내줍시다.”“곧 죽을 테니 그러면 잠시 놔두지.”제마 법왕은 살기를 거둬들이고 자리에 앉았다.경매가 시작되자 진귀한 약재들이 많이 나왔다. 이 약재들은 진서준에게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는 사지 않았다.곧 경매가 막바지에 다다랐다.“자, 여러분. 다음은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는 약이죠. 보통 사람이 이걸 먹으면 이내 무인이 될 수 있습니다.”사회자는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기사회생?허풍 떠는 거 아니겠지?성약당에 정말 그렇게 대단한 약이 있단 말이야?하지만 이걸 먹으면 바로 무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꼈다. 오늘 참석한 권력가와 재벌가들은 모두 무술을 다룰 줄 모른다. 그들은 다 무인이 되고 싶었다.게다가 매일 운동하지 않고 바로 무인이 될 수 있다니.이런 대단한 약재가 있다고 하니 모두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했다.“어서 약재를 꺼내세요.”재벌가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마지막 약재 은영과입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웨이터는 은영과가 담긴 투명한 상자를 들고나왔다. 그러자 진서준도 약간 흥분했다.은영과가 있으면 허사연도 수련할 수 있다. 게다가 성약당에서 은영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한 개 이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자, 20억부터 시작할게요. 매번 2억 이상을 붙여서 값을 불러야 합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벌가들은 가격을 제시했다.“100억!”“200억!”“240억!”“...”500억까지 값이 오르자 다들 더 이상 외치지 않았다.망설이는 재벌가도 있었다.“이 약재가 정말 그렇게 신기해요?
만약 다른 사람이 가격을 올렸다면 진서준은 분명히 계속 따라갈 것이다. 그들은 진서준과 원한이 없으니 진서준은 그들로부터 은영과를 빼앗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유기철은 달랐다. 진서준은 오늘 밤 유기철 일행과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일 것이다.마지막에 살아남은 은영과를 차지하게 된다.“저 자식이 왜 가격을 계속 부르지 않지? 돈이 없나?”유기철은 침울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이번 경매는 성약당에서 경매 물품을 제공하지만 경매 자체는 성약당에서 주최한 것이 아니다.유기철이 1,600억을 제시했기 때문에 경매가 끝나면 반드시 그에게 은영과를 주어야 한다. “그래. 난 돈이 없어. 1,600억에 약재를 하나 산다고? 너 같은 돈 많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다.유기철은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이고 싶었다. 사회자는 두 사람 사이의 기싸움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진서준에게 계속 값을 올리라고 눈치를 줬다.“더 이상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겁니까? 1,600억이라는 가격은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이것을 먹으면 바로 무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인이 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도 계속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어쩌면 이번 생에 종사가 되어 이름을 날릴 수도 있죠.”그러자 진서준은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필요 없어요.”종사?진서준의 손에 죽은 종사는 이미 10명이 넘는다. 종사는 진서준에게 정말 땅강아지와 같았다.“자,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은영과는 기철 도련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유기철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진서준을 째려보다가 스태프들을 따라 무대 뒤로 가서 돈을 냈다.“저희 경매에 참석한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경매가 끝나자 사람들은 속속히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진서준과 사장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떠난 뒤에야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유기철은 왜 아직도 안 나왔어? 혹시 1,600억이 없는 건 아니야?”사장로는 책상을 내리치더니 진
유기철의 얼굴색이 더욱 음침해졌다.800억이 유기철에게 큰돈은 아니지만 헛되이 날리긴 아까웠다.특히 자기 적수가 던진 미끼에 걸려 날렸으니 기분이 더욱 울적했다.진서준이 몸을 돌려 태연하게 경매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따라붙어. 이 자식을 도망치게 하면 안 돼.”사장로 등이 진서준이 도망갈까 봐 바로 뒤쫓아나갔다.경매장 밖으로 나가니 유기태가 두 명의 호국사와 함께 진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진 대가님, 성약당의 장로는요?”“뒤에 있어요. 금방 나올 거예요.”진서준이 주위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여기서 손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장소를 바꿔야겠어요.”“그래요.”유기태도 진서준과 같은 생각이었다.일반인은 무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거니와 국안부에 일반인 앞에서 무예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저 자식이 도망가는 거 아니야?”진서준이 유기태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하자 사장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제기랄 자식이 아까까지도 세상 높은 줄 모르고 나대더니 입만 살아있는 쓰레기잖아”“무슨 헛소리가 그리 많아? 빨리 차 타고 쫓아.”제마 법왕이 귀찮다는 듯 소리 질렀다.“네네...”사장로가 바로 차를 타고 진서준의 뒤를 쫓았고 그 뒤에는 유기철과 부하를 태운 차가 쫓고 있었다.세 대의 승용차가 교외를 향해 달리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해 멈췄다.사장로 등은 그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진서준을 호시탐탐 노리더니 눈빛에 살기가 점점 짙어졌다.유기철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진서준과 유기태가 죽은 뒤에 내리려고 마음먹었다.“유기태, 이건 나와 저 자식의 사적인 원한이니 너희 세 명은 끼어들지 마.”사장로가 유기태를 향해 차갑게 경고했다.“안 돼.”유기태가 바로 거절했다.“진 대가님은 우리 국안부 인원인데 너희가 진 대가님한테 함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유기태는 진작부터 성약당을 처단하려고 했으나 강주 쪽 호국사의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해 엄두를 내지 못했다.진서준이 강주에
달빛이 처량했다.제법 마왕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두 눈은 깊은 우물과도 같이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내 친구를 다치게 한 대가를 네 목숨으로 받아야겠어.” “하하하, 한 달 못 본 사이에 허풍이 더 심해졌어. 이 한 달 동안 너만 실력을 키우고 있었는지 알아? 내가 변경에 있으면서 너희 나라 여자들을 많이 죽였어.”말하면서 제법 마왕은 피로 물든 주머니를 꺼내 진서준에게 보여주자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 모양의 귀가 들어있었고 어떤 귀에는 여성 이어링도 달려있었다.주머니에 귀가 한가득 담겨있었다.제법 마왕이 습관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여성을 살해할 때마다 그녀의 한쪽 귀를 잘라내 소장하는 것이다.이 귀가 바로 제법 마왕의 훈장 같은 것이다.마교의 4대 법왕 중 이 자식만 병적인 것이 아니라 나머지 세 법왕도 똑같은 버릇이 있었다.매년 연말이 되면 이들은 모여 앉아 자신의 전리품의 숫자를 세어보고 했는데 극악무도하기에 짝이 없다.주머니에 담긴 귀를 본 진서준은 깊은 곳으로부터 화가 솟구쳐 올랐다.“쳐 죽일 자식.”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서준이 가뭇없이 사라졌고 그 속도가 하도 빨라 음속을 꿰뚫는 것 같았다.땅거미가 지면서 진서준은 거의 암흑과 일체가 되어버려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어디 갔어?”제법 마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모아 자신을 향해 죽기 내기로 덤벼오는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의 실력이 어떻게 갑자기 늘었지?’진서준은 한 달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네가 강해지면 뭐 해? 넌 오늘 밤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거야.”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제법 마왕의 단전에서부터 솟구치더니 검은 안개가 제법 마왕을 둘러쌌다.이때 진서준도 제법 마왕의 앞에 도착했다.혈기와 영기로 응집된 좌우 두 주먹이 제법 마왕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안개에 부딪히자 하늘이 떠나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우르릉 쾅...제법 마왕의 검은 안개는 이품 대종사의 회심의 일격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견고했지만 진서준의 두 주먹 앞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