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1174 챕터

제111화

진서준의 분부에 조성우는 그 어떤 불만도 없었다.한지유는 진서준이 자기에게 침을 놓으려고 하자 한 마디 물었다.“진서준 씨, 저 옷 벗을까요?”“바지 벗으세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한 진서준은 어쩐지 무안해 보였다.한지유는 비록 서른이 넘었지만 관리를 아주 잘했고 얼굴도 무척 예뻤다.그녀에게 자기 앞에서 바지를 벗으라고 하니 진서준은 어쩐지 쑥스러웠다.“진서준 씨,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진서준의 표정을 본 한지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조성우는 조금 전 한지유에게 바지를 벗으라는 진서준의 말을 듣고 조금 언짢아졌다.그러나 쑥스러워하는 진서준의 표정을 본 그는 곧바로 언짢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의 표정은 그가 점잖은 사람이라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진서준 씨, 마음 푹 놓고 침놓으세요. 저희 부부는 진서준 씨의 인성을 믿습니다.”한지유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희는 진서준 씨를 믿어요. 연아의 안목도 믿고요.”김연아는 한지유에게 진서준이 자기를 치료해 줄 때 거의 헐벗었다고 했었다.그리고 진서준은 치료 과정 중에서 전혀 자신의 사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한지유가 그렇게 말했으니 진서준도 더는 난감해하지 않았다.“전 일단 돌아서 있을게요. 한지유 씨는 바지를 벗은 뒤에 겉옷도 벗어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네.”바스락 소리와 함께 한지유는 아주 빠르게 진서준의 분부대로 바지와 겉옷을 벗었다.조성우는 알코올을 들고 VIP룸으로 돌아왔다.진서준은 알코올로 소독했고 조성우는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진서준 씨, 전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침놓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조성우가 자신을 믿어주자 진서준도 별말 하지 않았다.“진서준 씨, 전 준비 됐어요. 언제든 침을 놓으셔도 좋아요.”한지유는 널따란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진서준이 침을 놓아주길 기다렸다.은침을 들고 돌아선 진서준은 한지유의 훌륭한 몸매를 보았다.풍만한 가슴에 길고 흰 다리, 성숙한 여자에게서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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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용행 무관.그곳에서는 십여 명의 검은색 도복을 입은 청년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도관 안에는 총 50여명 정도가 있었고 다들 실력이 약하지 않은 듯 보였다.그중 반 이상이 시 대회나 전국 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얼마 뒤, 청년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와서 빠른 걸음으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중년 남성의 앞으로 걸어갔다.“강 관장님, 도전장은 이미 보냈습니다.”청년은 공손한 태도로 중년 남성을 보았다.그 중년 남성은 강호걸의 아버지이자 서울시 무술 협회 부회장인 강옥산이었다.그는 여러 차례 서울시 무술 협회를 대표해 전국 태권도 대회, 킥복싱 대회에 참가했고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심지어는 해외 고수들까지 그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감히 내 아들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난 오늘 그놈의 사지를 부러뜨리겠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조용히 지냈나 봐. 그래서 우리 강씨 집안이 만만하다고 생각한 거겠지.”말을 마친 뒤 강옥산은 두 눈을 번쩍 떴다.그의 호랑이 같은 눈동자에 무관의 코치들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다.강옥산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앞에 놓인 대리석을 단번에 부쉈다.펑 소리와 함께 20센티미터 두께의 대리석이 소리를 내면서 깨졌다.도관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강옥산의 실력을 아는 코치들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관장의 실력이 또 강해진 듯했다.“호랑이도 관장님의 무시무시한 한방을 당해낼 수 없을 거야.”“도전장을 받은 청년이 오늘 저녁 찾아온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저걸 사람이 맞았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하겠네.”“저녁에 우리 내기하자고. 저 녀석이 얼마 버티는지 말이야.”일부 수강생들과 코치들이 수군덕댔다. 강옥산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두려움과 존경심이 가득했다.“아버지, 겨우 청년 한 명일 뿐인데 왜 직접 나서세요? 제가 대신하겠습니다!”그 목소리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가를 바라보았다.강옥산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185센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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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복면을 쓴 강성준을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예전에 고한영이 도영광은 아주 속 좁은 사람이라 당한 것은 꼭 갚는 성격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그는 분양처 매니저일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소장이기도 했다.그래서 진서준은 이 모든 것이 도영광의 계획일 거라고 짐작했다.강성준은 진서준이 태연해 보이자 비록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빠르게 진서준을 향해 덤볐다.강성준의 두 주먹은 철과 같아 공기마저 그의 철권에 찢어지는 듯했다.그러나 진서준은 이런 철권 앞에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평온했다.마치 자신을 때리는 것이 주먹이 아니라 솜인 것처럼 말이다.그의 태연한 태도에 강성준은 욱했고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먼 곳에 숨어있던 도영광은 그 광경을 보고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저 자식 분명 강성준의 기세에 겁을 먹고 멍청해진 걸 거야!”학창 시절, 강성준은 홀로 대학 농구팀의 남학생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그리고 졸업한 뒤에는 그의 아버지가 그를 한 고수에게 보내 실력을 쌓게 했다.도영광이 보기에 강성준이 진서준을 상대하는 것은 타이슨과 아기가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강성준이 따르던 그 종사는 철권을 수련했다.강성준은 3년 동안 매일 쇠 모래에 주먹을 담그며 권법을 연습했고 매번 두 손이 피범벅이 되어서야 멈췄다.그리고 이후 2년 동안 강성준의 주먹은 위력이 나날이 상승했다.그는 예전에 깊은 산 속에서 굶주린 늑대 한 마리를 주먹 한 방으로 때려잡았고 그로 인해 다른 늑대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심지어 그는 강철판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몸은 말할 것도 없었다.진서준의 움직임은 강성준이 보기에 죽음을 자초하는 움직임이었다.주먹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강성준과 진서준의 거리가 2미터가량 될 때 진서준이 드디어 움직였다.어느샌가 그의 두 손은 청색이 되었고 노을을 받아 은은한 광택이 감돌고 있었다.그 광경에 강성준은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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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용행 무관.무관 안의 사람들은 강성준이 비참한 꼴로 돌아오자 모두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누군가에게 맞은 건 아니죠?”“1년 전 저는 강성준 씨가 주먹으로 벽에 5센티미터 깊이의 흔적을 낸 걸 직접 봤는데요!”“설마 서울에 강성준 씨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는 걸까요?”사람들은 놀랍다는 얼굴로 수군덕거렸다.“아버지, 아버지!”강성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옥산이 무관 휴게실에서 나왔다.“성준아, 어떻게 된 일이냐?”강성준의 꼴을 본 강옥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강성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무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그가 그보다 어린, 젊은 청년에게 맞았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앞으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두 부자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고 강옥산은 곧바로 방문을 굳게 닫았다.“아버지, 저 맞았습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제 오른손을 짓밟아 부러뜨렸어요!”강성준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뭐라고?”강옥산은 처음엔 놀라워하더니 이내 눈빛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오늘 그의 작은 아들은 팔이 부러졌고 이제는 큰아들까지 손이 부러졌다.누군가 일부러 그의 강씨 집안을 노리는 걸까?“널 이렇게 만든 그 빌어먹을 놈의 이름이 뭐냐?”강옥산이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강성준은 다소 무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몰라요.”당시 도영광은 그에게 사진 한 장만 건네줬을 뿐, 진서준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그놈이 널 어디서 때린 거냐?”강옥산이 또 물었다.“한 아파트에서요. 그 자식 아파트에서 살았어요.”강성준의 말에 강옥산은 어리둥절해졌다.“아파트는 왜 간 거야?”“아버지, 저는 제 후배를 위해 나선 거였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꽤 강한 놈이었어요.”강성준은 울화통이 치밀었다.그는 진서준뿐만 아니라 도영광에게도 복수를 할 셈이었다.“그래, 알겠다.”강옥산의 안색이 흐렸다.“오늘 저녁 그 진씨 성을 가진 놈을 해결한 뒤 내일 사람을 데리고 널 때린 그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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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용행 무관 입구.진서준은 그곳에 도착한 뒤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허사연이 오기를 기다렸다.동시에 진서준은 오늘 밤 꽤 많은 사람이 연달아 용행 무관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코치도 있고 수강생도 있고, 용행 무관 광고에 끌려 들어가는 행인들도 있었다.용행 무관은 도관이 매우 컸다. 거의 축구장만큼 컸다.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판단해 보자면 도관 안에 500명 가까이 있는듯했다.몇 분간 기다리니 허사연의 차가 보였다.“사연 씨!”진서준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허사연에게 다가갔다.“이렇게 큰일을 왜 내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양소빈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계속 몰랐겠죠?”허사연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화난 듯 말했다.허사연은 걱정스럽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진서준이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내 실력이 어떤지 사연 씨는 알잖아요. 그 이승재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하는걸요.”“그건 다르죠. 이승재는 풍수술사고 강옥산은 무인이잖아요. 게다가 실력도 약하지 않고요.”허사연은 곧바로 설명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준 씨는 이기지 못할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거라고 누가 그래요? 겨우 작은 무관의 관장조차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연 씨와 결혼하겠어요?”그의 말에 허사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허사연은 고개를 살짝 수그리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당신이 다친다면 내 마음이 아플 거라고요. 그냥 안 들어가는 게 어때요? 내가 아빠더러 사람을 불러서 서준 씨 대신 나서게 할게요.”허사연이 방법을 생각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허사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사연 씨, 난 사연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아요. 오늘 밤 그 점을 증명해 보일게요. 전 술법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에요!”진서준의 확고한 태도에 허사연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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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저녁 8시, 용행 무관 안은 인산인해였다.모든 학생과 코치는 경멸의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진서준과 강옥산이 경기를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일부 행인들은 진서준과 강옥산의 체형 차이를 보고 이 청년은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죽음을 자초한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길어야 10초겠죠. 10초 후면 항복한다고 빌고 있을 겁니다.""용서를 빌 기회도 없이 우리 강 관장님에게 걷어차일 것 같습니다."일부는 낮은 목소리로 토론하고 일부는 심지어 진서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추측하는 베팅도 했다.그때, 링 위의 강옥산이 움직였다.그는 바람과 같이 빠른 속도와 건장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날개를 가진 호랑이와도 같아 보였다.강옥산이 진서준에게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 그가 갑자기 뛰어올랐다. 방금 그가 밟았던 돌바닥에 엄지손가락만 한 자국이 하나 남았다.이것은 시멘트로 만든 플랫폼이었다.큰 쇠망치로 세게 쳐도 작은 구덩이를 만들 수 없었다.하지만 이 장면을 링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옥산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거의 3미터 되는 높이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의 힘 덕분에 오른 다리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이었다.강성준과 달리 강옥산은 주로 오른발을 수련했다. 견고한 돌조차 그의 오른쪽 다리 앞에서 도저히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강옥산이 자가용 문을 발로 차서 움푹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다.사방에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일반인은 물론 일부 코치들도 강옥산의 이 수법에 놀랐을 정도였다. 링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허사연은 손을 꼭꼭 감싸고 빌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넘쳐흘렀다. 허사연은 속으로 결정했다.만약 진서준이 강옥산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녀는 가장 먼저 진서준에게 달려가 허씨 가문으로 강옥산을 협박할 것이었다.하늘 높이 떨어진 강옥산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표정은 어두웠다.두 사람이 마주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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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용행 무관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십여 개 별관의 관장이 링 위로 올라가 진서준을 에워쌌다. 그 공포와 압박감에 모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링 아래의 허사연을 발견한 진서준은 서둘러 말했다."사연 씨, 제 걱정은 하지 말아요. 괜찮아요.""제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어요."허사연은 이미 링의 가장자리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옥산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강 관장님, 이미 졌는데도 용행 무관에서 생떼를 쓰시려는 겁니까?"강옥산은 허사연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진서준과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가씨, 우리가 억지를 부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너무 악랄하게 손을 쓴 겁니다."강옥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냥 겨루는 경기인데 내 단전을 망쳐 놓았소."말이 끝나자 강 씨는 아까 너무 크게 외친 바람에 너무 힘이 들어가 그대로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관장님!""쓸데없는 소리 작작해. 오늘 이놈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강성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은 함께 덤벼! 이 나쁜 놈을 없애!!""싫어요!"허사연이 소리쳤다.그녀는 달려들어 진서준을 끌고 가려고 했지만 몇몇 여학생들에게 붙잡혔다.링 위에서 진서준을 둘러싸고 있는 십여 명의 관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포위 공격에도 진서준은 봐주지 않았다.그의 모습은 마치 영혼처럼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어디에 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한 무관의 관장이 거꾸로 날아갔다. 공중에서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천둥이 치는듯한 소리가 무관의 상공에서 터지고 오랫동안 울렸다. 날아간 무관 관장은 포탄처럼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뒤에 있던 몇몇 학생들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땅에 쓰러졌다. 사람들이 놀라기도 전에 또 한 관장이 링 위에서 날아 내려갔다.처량한 울부짖는 소리가 무관에 울려 퍼졌다.불과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방금까지 진서준을 에워싸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때 모두 링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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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오늘 밤이 지나면 용행 무관은 서울시에서 제일가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관장이 어린놈에게 진 걸로도 모자라 열댓 명의 코치, 백 명 남짓의 제자들도 전부 제패당했으니!한순간에 명망을 잃었으니 이 일로 무관을 떠나는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진서준이 허사연을 잡은 손에 힘을 풀고 강씨 부자에게 향할 준비를 했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허사연이 진서준의 손을 잡아끌고 속삭였다."진서준 씨, 얼른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먼저 가 주세요. 전 저 늙은이한테 할 말이 좀 남아서.""아니요, 여기서 기다릴게요."허사연의 경호원들이 분위기를 읽고 재빨리 한 줄로 서 허사연을 보호했다.진서준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강옥산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한가득이었다."뭐, 뭐야?"강옥산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렸다.진서준이 차게 식은 눈으로 강옥산을 보며 말했다."아까 분명 내 사지를 찢어 주겠다 하지 않았나?""아... 아까는 농담이었지."강옥산이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지금 이 무관 안에 진서준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비위를 맞춰 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숙일 때는 숙이는 것, 이게 바로 사나이 아닌가!"나는 진담인 줄 알았는데."진서준의 목소리에 찬바람이 날렸다.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는 진서준에 강옥산이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사람이 농담 따먹기도 하고 살아야지. 다음에 만났을 때는 좀 유하게 해 주라고~""지금 팔 하나 끊어내면 보내 주지. 아, 물론 직접."'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강옥산이 진서준의 말에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다리 한쪽 산산조각 냈으면 됐지. 심지어 단전까지 망가졌는데.이 자식이 이젠 팔까지 망가트릴 작정이니...자기 아버지의 분노가 느껴진 것인지 강성준이 큰소리로 경고했다."진서준, 내 사부님께서는 무도 종사시다. 지금은 폐관하시어 대성 종사에 도달하시는 중이니 우리 강씨 집안과 끝까지 대적할 생각이라면 사부님께서 나오시는 날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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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무관을 나선 후,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씨, 그 둘 왜 갑자기 그런 거예요?"강옥산 부자가 뻔뻔하긴 했지만, 그런 멍청한 방법으로 진서준을 모욕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진서준이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쓴 게 분명한데...진서준이 슬쩍 웃었다."비밀입니다.""나한테도 안 알려 줘요?"허사연이 입술을 쭉 내밀며 삐친 척을 했다.허사연은 다가가기 어려운 도도한 상사 스타일인데, 입술을 내밀다니. 진서준의 입장에서 귀여워 보이는 게 당연했다.진서준은 겨우 웃음을 참고 허사연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비밀을 알고 싶으면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을 들은 허사연의 완벽한 얼굴에 홍조가 은은히 올라왔다.진서준을 한 번 째려본 허사연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술을 진서준의 볼에 가볍게 찍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을 놀리려 한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해 줄 줄은 진심으로 몰랐다.진서준의 놀람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보니 허사연의 마음속에 민망함과 쾌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이제 말해 줄 거죠?"고개를 숙인 채 진서준과 눈을 맞추지 못한 채였다.허사연은 본인도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다.진서준이 이 모습을 봐 버린다면 분명 한동안 꾸준히 놀릴 것이다.정신을 차린 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말했다."제가 한의사였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전 침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어요. 아까 그 부자는 침이 위험 혈자리에 박혀서 팔다리를 잃은 거예요."진서준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이해가 갔다."조사할 때 나오는 건 아니겠죠?"허사연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물었다."절대요. 바늘 쓰기 전에 술법을 걸어 놨거든요. 혈자리에 박힌 후에 스스로 사라지도록."그제야 허사연이 한숨 돌렸다."그럼 다행이고요."얼굴의 온도가 내려간 것을 느낀 허사연이 진서준과 눈을 맞췄다."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대학로 맛집 또 데려가 줘요.""그 신분에 길거리 음식 좋아하는 분은 또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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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감옥에서 나온 후, 진서준에게 목표는 딱 두 개밖에 없었다.첫 번째는 가족들을 지키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년 삼 월에 신농산에 가려는 것이었다.가족은 진서준의 버튼이었다. 가족을 건드리는 것, 그러니까 진서준의 버튼을 누른다면 진서준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진서준 씨, 왜 그래요?“옆에 있던 허사연이 어딘가 달라진 진서준을 알아채고 물었다."서라가 납치당했대요. 사연 씨, 혹시 이 번호 주인의 위치를 알아주실 수 있으세요?"진서준이 급하게 물었다.허사연도 사정을 듣고 긴박해진 건 마찬가지였다."진정하세요. 사람을 시켜서 알아볼 테니까."허사연이 즉시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 알아봐 달라 부탁했다.요즘 세상에 GPS 기능 없는 핸드폰은 없으니 사람 위치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오 분이 채 되지 않아 허사연의 지인이 위치를 보냈다."서교 폐공장이네요.""사연 씨, 전 서라를 데리러 가야 해서 그런데... 혹시 경호원과 함께 돌아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함께 갈게요."허사연이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수가 얼마인지 몰라요."진서준이 맞잡은 손을 이끌었다."괜찮아요. 아까 경호원에게 연락해 그쪽으로 출발하라고 시켰거든요.""고마워요."진서준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출발이나 해요."차에 탄 진서준이 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가는 길에 진서준은 강성철과 도진수에게도 전화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출발하라 일렀다.진서준의 동생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들은 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성철과 도진수는 바로 호스텔파와 천조파를 시켜 육백 명에 달하는 인원을 출동시켰다.고요하기 짝이 없던 서교는 금세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서교 폐공장 내부에 있는 도씨 형제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었다."형, 아직 시간도 이른데 쟤 데리고 좀 즐기면 안 돼?"도영광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진서라에게 탐욕적인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냈다.저번에 밥 먹으러 갔을 때도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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