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을 나선 후,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씨, 그 둘 왜 갑자기 그런 거예요?"강옥산 부자가 뻔뻔하긴 했지만, 그런 멍청한 방법으로 진서준을 모욕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진서준이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쓴 게 분명한데...진서준이 슬쩍 웃었다."비밀입니다.""나한테도 안 알려 줘요?"허사연이 입술을 쭉 내밀며 삐친 척을 했다.허사연은 다가가기 어려운 도도한 상사 스타일인데, 입술을 내밀다니. 진서준의 입장에서 귀여워 보이는 게 당연했다.진서준은 겨우 웃음을 참고 허사연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비밀을 알고 싶으면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을 들은 허사연의 완벽한 얼굴에 홍조가 은은히 올라왔다.진서준을 한 번 째려본 허사연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술을 진서준의 볼에 가볍게 찍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을 놀리려 한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해 줄 줄은 진심으로 몰랐다.진서준의 놀람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보니 허사연의 마음속에 민망함과 쾌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이제 말해 줄 거죠?"고개를 숙인 채 진서준과 눈을 맞추지 못한 채였다.허사연은 본인도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다.진서준이 이 모습을 봐 버린다면 분명 한동안 꾸준히 놀릴 것이다.정신을 차린 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말했다."제가 한의사였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전 침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어요. 아까 그 부자는 침이 위험 혈자리에 박혀서 팔다리를 잃은 거예요."진서준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이해가 갔다."조사할 때 나오는 건 아니겠죠?"허사연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물었다."절대요. 바늘 쓰기 전에 술법을 걸어 놨거든요. 혈자리에 박힌 후에 스스로 사라지도록."그제야 허사연이 한숨 돌렸다."그럼 다행이고요."얼굴의 온도가 내려간 것을 느낀 허사연이 진서준과 눈을 맞췄다."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대학로 맛집 또 데려가 줘요.""그 신분에 길거리 음식 좋아하는 분은 또 처음 보네.
감옥에서 나온 후, 진서준에게 목표는 딱 두 개밖에 없었다.첫 번째는 가족들을 지키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년 삼 월에 신농산에 가려는 것이었다.가족은 진서준의 버튼이었다. 가족을 건드리는 것, 그러니까 진서준의 버튼을 누른다면 진서준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진서준 씨, 왜 그래요?“옆에 있던 허사연이 어딘가 달라진 진서준을 알아채고 물었다."서라가 납치당했대요. 사연 씨, 혹시 이 번호 주인의 위치를 알아주실 수 있으세요?"진서준이 급하게 물었다.허사연도 사정을 듣고 긴박해진 건 마찬가지였다."진정하세요. 사람을 시켜서 알아볼 테니까."허사연이 즉시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 알아봐 달라 부탁했다.요즘 세상에 GPS 기능 없는 핸드폰은 없으니 사람 위치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오 분이 채 되지 않아 허사연의 지인이 위치를 보냈다."서교 폐공장이네요.""사연 씨, 전 서라를 데리러 가야 해서 그런데... 혹시 경호원과 함께 돌아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함께 갈게요."허사연이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수가 얼마인지 몰라요."진서준이 맞잡은 손을 이끌었다."괜찮아요. 아까 경호원에게 연락해 그쪽으로 출발하라고 시켰거든요.""고마워요."진서준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출발이나 해요."차에 탄 진서준이 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가는 길에 진서준은 강성철과 도진수에게도 전화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출발하라 일렀다.진서준의 동생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들은 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성철과 도진수는 바로 호스텔파와 천조파를 시켜 육백 명에 달하는 인원을 출동시켰다.고요하기 짝이 없던 서교는 금세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서교 폐공장 내부에 있는 도씨 형제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었다."형, 아직 시간도 이른데 쟤 데리고 좀 즐기면 안 돼?"도영광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진서라에게 탐욕적인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냈다.저번에 밥 먹으러 갔을 때도 도영
허사연은 도영한 형제의 일에 대해 잘 몰랐다.진서준의 설명을 듣고 난 허사연은 분해서 화가 났다.“어떻게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분명 두 사람의 문제면서!”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많아요. 자기가 틀렸어도 반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서 문제를 찾죠.”밥을 먹을 때, 도영광은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차를 살 때, 도영한은 사람을 무시했다.역시 그 말이 맞았다. 끼리끼리 붙는다더니.반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진서준은 15분 만에 도착했다.진서준은 도착한 후, 허사연에게 얘기했다.“사연 씨, 차 안에서 기다려요. 만약 보디가드가 오면 사람을 조금 보내서 나랑 함께 찾아보게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의 손을 꽉 잡고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니면 보디가드가 온 후에 같이 들어가도록 해요. 안에 다른 사람이 잠입해 있으면 어떡해요.”“안 돼요. 시간을 끌수록 서라가 더 위험해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내 실력 알잖아요. 잠입해 있다고 해도 내 상대는 아니에요.”“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요.”말을 마친 허사연은 진서준의 얼굴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폐기된 철 제조 공장은 매우 컸다. 커다란 컨테이너가 대여섯 개는 있었다.핸드폰으로 위치 추적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저 이 주변이라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공장에 들어선 진서준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진서라를 찾으러 들어갔을 때, 허씨 가문의 보디가드도 도착했다.“아가씨!”보디가드 팀장, 하진석이 허사연에게 달려왔다.“진석 씨,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납치당한 여자애를 구출해 주세요. 꼭 무사히 데려와야 해요.”허사연이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꼭 안전하게 사람을 데리고 오겠습니다.”하진석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있게 얘기했다.허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은 다 군인 출신이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납치범 손에서 인질을 구해내는 것쯤은 몇 번이고 연습했었다.
두 사람이 진서라를 납치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진서준은 두 사람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오늘 밤, 진서준은 그들에서 잔인함이란 무엇인지, 죽느니만 못한 삶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알려줄 테였다.살기 가득한 진서준을 보면서 도영광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아니, 우리는 네 동생의 털끝도 다치지 않았다니까, 제발 살려줘! 다시는 서울에 오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먹을 들어 올려 도영광의 한쪽 팔을 부러뜨렸다.두 형제는 바닥에서 굴러다니며 비명을 쏟아냈다. 그 소리에 하진석의 사람들이 몰려왔다.“진서준 씨!”진서준을 본 하진석 일행은 얼른 달려갔다.“이 사람들을 잘 감시하고 있어요. 전 제 동생을 구하러 갈 테니까요.”진서준이 얘기했다.“네, 저희한테 맡기십쇼.”진서준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서라야!”그 모습을 본 진서준은 얼른 달려갔다.“오빠? 오빠가 여길 어떻게...”진서라는 놀란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아까 전화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아직 돈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설마 오빠가 돈을 다 모아서 두 사람에게 넘긴 건가? ’어쩐지 아까부터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그 생각에 진서라는 얼른 사과했다.“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또 손해를 봤잖아...”진서준은 손으로 진서라 몸을 묶은 줄을 끊으며 마음 아파했다.“이 멍청아, 너만 괜찮으면 난 얼마든지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 있어. 아까 그 두 사람은 이미 나한테 잡혔으니까 걱정하지 마.”진서준이 두 사람을 제압했다는 소리를 들은 진서라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가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널 보호하게 해줄게.”진서준은 진서라의 손을 잡고 그녀의 맥을 짚었다.진서라의 몸 상태를 간단하게 확인해 보니 그저 약간 놀란 것뿐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오빠, 나랑 같이 안 갈래?”진서라가 물었다.“일단 저놈들을 처리해버리고 가야 해. 넌 일단 사연 씨
진서준과 하진석이 도로로 돌아왔을 때, 강성철과 도진수는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진서준이 얘기했다.두 사람은 얼른 손의 담배를 땅에 버리고 얘기했다.“감사하기는 무슨요, 진 선생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건 우리의 영광입니다.”하진석은 강성철과 도진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서울시 지하 세력의 두 거물이 진서준에게 이렇게 공손한 태도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본 하진석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그는 왜 하사연이 진서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진서준은 은행카드 두 장을 꺼내 두 사람에게 나눠주었다.“이건 오늘의 수고비입니다.”“진 선생님,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강성철이 연신 손을 저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어떻게 돈을 받겠습니까.”도진수도 얘기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젓고 얘기했다.“두 분은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부하들의 몫은 챙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이 돈을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도움을 청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을 본 강성철과 도진수는 시선을 주고받다가 결국 은행카드를 건네받았다.“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두 분도 들어가세요.”“진 선생님, 잘 들어가십쇼.”...진서준이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허사연은 이미 떠난 후였다.“오빠, 왔구나!”진서준이 온 것을 본 진서라가 얼른 일어나 그를 반겼다.“오늘...”진서라가 자책하려는 것을 본 진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만해. 자책하지 말고. 이번 일은 네 탓이 아니니까. 알겠어? 얼른 올라가서 잠이나 자. 내일 차 연습하러 가야 하잖아.”“응.”진서라는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한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이렇게 좋은 오빠를 둔 건 이번 생의 가장 큰 행운이다.진서라가 방에 들어간 후, 진서준은 물을 한 잔 마시고 옆의 별장에서 수련을 계속했다.이튿날, 진서라가 차 연습하러 갈 때, 진서준은 차를 운전하여 진서라를
변건오가 봤을 때, 진서준은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왜냐하면 두 남매가 다 평범한 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변건오는 이 운전 학원에 개인 코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만약 진서라가 개인 코치한테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진서라는 변건오의 말을 듣고 변건오가 더더욱 싫어졌다.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경고했다.“그런 꿈은 꾸지도 마. 난 오늘 당신한테 경고하러 온 거야. 또 계속 우리 서라한테 치근덕대면 그때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진서준이 자기한테 대드는 것을 본 변건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네 여동생을 마음에 들어 한 걸 감사하게 생각하지는 못할지언정!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말을 해! 나를 건드렸으니 너희 두 사람은 이제 끝장이야!”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빠, 이런 사람이랑 싸우지 마.”진서라가 얼른 진서준을 말렸다.“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사람이라니!”변건오가 고개를 돌려 진서라를 보더니 얘기했다.“난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야. 지금 내 인내심은 너희 둘 때문에 바닥이 났어! 진서라! 오늘 내 차에 타든지, 아니면 둘이 같이 죽든지, 하나 골라!”진서라는 변건오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은 몰랐다.분명히 먼저 일을 만든 것은 변건오인데!진서준은 겨우 화를 억누르면서 차갑게 변건오를 지켜보았다.“그래, 어디 한 번 어떻게 죽일 건지 얘기해 봐.”변건오는 그 말을 듣고 눈에 싸늘한 한기가 서렸다.“이 자식이, 아직도 센 척을 해? 내가 내 동생들을 불러오면 그때는 끝장이야. 너한테는 아무런 기회도 없을 거라는 소리야.”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어디 한 번 불러봐. 부르지 못하면 넌 그냥 개보다도 못한 사람이야.”“그래, 딱 기다려!”변건오는 욕설을 퍼부은 다음 아이폰 13을 꺼내 그의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었다.“누가 날 건드렸어. 연장 챙겨서 운전 학원으로 와!”변건오는
운전 학원의 공사장에서.변건오는 진서준의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네가 뭐라고 감히 우리 형한테 이리 오라고 해? 네가 이길 것 같아?”진서준은 변건오를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고민할 시간을 3초 줄게.”“왜? 싫은데? 그러면 뭐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변건오가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건오 형님, 저 자식이랑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요! 이따가 다른 일도 있단 말이에요.”한 양아치가 귀찮은 듯 얘기했다.“그럼 지금부터 패!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말이야!”변건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아치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진서준의 몸을 향해 손에 쥔 무기들을 휘둘렀다.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담이 작은 사람들은 이미 손으로 눈을 막고 잔인한 광경을 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퍽’ 소리와 함께 진서준이 발을 들어 올려 가장 가까운 양아치의 배를 걷어찼다.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 양아치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7, 8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져 버렸다.“윽!”양아치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그는 자기의 내장이 다 파열된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래서 바닥에서 뒹굴면서 고통스레 신음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약간 흠칫했다.정신을 차린 변건오가 험악하게 얘기했다.“너도 무술을 배웠다, 이거지? 어쩐지 자신만만하다고 했어. 하지만 그래도 소용없을 거야. 오늘 네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지 않는다면 너를 내 아버지로 받들어주마”!진서준은 변건오를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넌 그럴 자격도 없어.”말을 마친 진서준은 변건오의 얼굴에 주먹을 뻗었다.우둑.그 소리와 함께 변건오의 코뼈가 박살이 났다. 코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X발, 감히 날 때려?”변건오는 피로 가득한 얼굴을 부여잡고 화를 쏟아냈다.“뭘 보고만 있어! 얼른 때려!”양아치들이 계속해서 진서준을 향해 돌격했다.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똑같았다. 진서준에게 맞은 그들은 바닥에서 고통
변건오는 전화를 끊은 후,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자신만만해졌다.왜냐하면 그의 형이 곧 올 테니까!어려서부터 변건오는 변우재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가 봤을 때, 변우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변건오가 변우재의 이름만 얘기하면 상대는 놀라서 저절로 사과했다.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진서준은 또 자신감을 얻은 변건오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기 전에 정신 좀 차리게 해줄게.”그러자 변건오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 형은 변우재라고! 이 구역의 보스야! 네가 날 때린다면 우리 형이 와서 널 산 채로 찢어 죽일 거야!”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변우재가 오면 네 형도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야 할 거야.”“하하하.”변견오는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형이 무릎 꿇고 너한테 사과한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다른 양아치들도 살짝 기력을 회복해서 바닥에서 기어올라선 후 표독스러운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저 자식은 우재 형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확실해!”“지금 이렇게 웃고 떠들라고 해. 이따가 펑펑 울게 될 테니까.”사람들은 말을 보태면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진서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변건오의 뺨을 때렸다.80킬로의 변건오는 뺨을 맞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퍽.변건오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양아치들은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쳐다보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진서준이 정말 변건오를 때리다니!진서준은 한 발로 변건오의 얼굴을 밟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면 그때 발을 치워줄게.”변건오의 얼굴은 아예 흙빛이 되었다.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밟히는 건, 변건오의 인생에서 가장 쪽팔린 일이다.“지금의 치욕을 똑똑히 기억해 주마. 우리 형이 오면 두 배로 갚아줄 테니까!”다른 사람들은 감히 으름장을 놓지도 못했다
이 여자가 선천적으로 괴력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허준서는 충격에 휩싸여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섰고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손을 꽉 쥔 채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자기가 정말 여자의 힘에도 못 미치고 짐승보다도 못한 건가?강정숙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대성통곡하며 쓰러진 검정이에게 달려가 꽉 껴안고 울분을 쏟아냈다.“아이고 내 새끼야!”“아줌마, 짐승 하나 죽은 거잖아요. 아들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울 필요가 있나요?”허윤진이 웃으면서 비꼬았다.“아니, 설마 이 짐승이 아줌마한테는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거예요?”강정숙은 검정이가 아들이라고 우기려다가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그렇게 말하면 자기 아들 허준서가 짐승이라는 것과 같았다.“이 빌어먹을 계집이 감히 우리 검정이를 죽여?”강정숙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허윤진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후후, 애초에 아줌마가 기른 짐승이 너무 약했던 거죠. 왜 날 탓하는 거죠?”“그만해, 윤진아. 아줌마랑 더 이상 싸우지 마. 두 아들이 모두 너보다 못한 걸 인정 못 하시는 거겠지.”허사연이 한마디 더 얹자 강정숙과 허준서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허준서는 지금 당장 칼이라도 들고 허사연 자매와 결판을 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떠올리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사자개조차 허윤진의 주먹 한 방에 죽었는데 불구자가 된 자기가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뭐가 그리 시끄러워? 뒷마당에 있는데도 시끄러운 소리가 다 들리더구나.”그때, 한 노인이 뒷마당에서 걸어 나왔다.노인을 보자마자 허준서는 다급히 말했다.“할아버지, 제발 저 대신 저 여자들을 혼내주세요.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저 여자들이 키운 개 때문이에요.”울상을 한 허준서가 노인에게 호소했다.노인의 이름은 허순재였고 허준서의 친할아버지이자 허사연 자매의 작은할아버지였다.허사연 자매가 이전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그나마
그 날카롭고 매서운 얼굴의 중년 여성은 바로 허준서의 어머니 강정숙이었다.허준서가 성약당에 선발된 이후, 강정숙은 허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허씨 가문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강정숙은 목이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갈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허사연 자매를 보자마자 강정숙은 자기 아들 자랑하려는 마음이 가득했다.하지만 아들이 이들 자매와 원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태도가 확 달라졌다.“엄마,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아세요?”허준서는 독기 어린 눈길로 허사연 자매를 쏘아보았다.“설마 이 애들 때문이야?”강정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바로 이 애들이에요.”“헛소리하지 마! 네 다리는 우리 집 누렁이가 물어서 그렇게 된 거잖아. 개도 못 이기면서 무슨 낯짝으로 그런 헛소리를 해?”허윤진은 화가 나 언성을 높였다.“내가 너라면 벌써 벽에 머리를 박고 죽었을 거야. 짐승만도 못한 자식이 얼굴 들고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허윤진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박히자 허준서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누렁이는 사실 개가 아니라 영지가 깃든 사자였지만 허준서는 누렁이를 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너... 너!”허준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허윤진을 가리키며 말문이 막혔다.허준서가 허윤진의 욕설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강정숙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어디서 이런 싸가지 없는 계집애가 굴러와 막말하고 있어? 네 집 개를 제대로 묶어두지도 않고 우리 아들을 탓해? 우리 아들이 짐승을 못 이겼다고 치자. 넌 뭐 짐승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우리 집 사자개와 붙어볼래?”“물론이죠. 아줌마 아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증명하고 싶다면 한번 시원하게 붙어보죠.”허윤진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전 같았으면 허윤진은 사자개와 싸우는 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지만 지금은 달랐다.허윤진의 눈에 사자개는 단지 보잘것없는 장난감일 뿐이었다.허윤진은 지금 자기 주먹 한 방으로 사자개의 정신을
진서준은 30초 정도 조민영의 맥을 짚고 나서 손을 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독이 이미 깊이 퍼졌습니다. 제가 먼저 은침으로 병세를 완화하죠. 이후 천산설련을 구해 오면 완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진서준이 조민영의 상태에 관해 설명했다.“네? 용존님께서 병을 치료할 줄도 아는 건가요?”조태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요,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게 사실 제 본업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이 말에 조태희와 집사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람을 살리는 게 본업이라니, 성약당의 장로들조차 감히 이런 허세를 부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용존님, 제 동생 조기강이 이미 천산에 가서 천산설련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조태희의 제안에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천산에 가보겠습니다. 둘이 찾으면 천산설련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요.”진서준이 천산으로 가려는 이유는 단순히 조민영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진서준은 동생 진서라를 위해 천산빙련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빙련과 설련은 이름은 물론 생김새까지 매우 비슷하지만 약효는 완전히 달랐다.동생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진서준은 조금의 실수도 허용할 수 없었다.“용존님께서 저희 조씨 가문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조태희는 감격스러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조태희는 진서준이 조민영을 위해 천산에 가려는 줄로만 알았다.사실 천산에 가는 목적은 조민영 외에도 진서라의 몫이 컸다.“먼저 은침을 가져오세요. 제가 민영 씨 체내 독소를 조금 완화하겠습니다.”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내일 해 질 녘까지 제가 천산설련을 찾든 찾지 못하든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근데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민영 씨 몸에 꽂힌 은침을 절대 빼지 마세요. 알겠습니까?”조태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존님, 안심하셔도 됩니다.”곧 은침이 준비되었고 진서준은 간호사에게 조민영의 외투를 벗겨 달라고 부탁했다.이후 진서준은 조민영의 가슴과 단전 부위에
진서준은 서둘러 조씨 가문의 원로 집사를 부축해 일으켰다.“어르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조씨 가문 가주님께 몇 가지를 여쭙고자 왔을 뿐입니다.”집사는 몸을 일으키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용존님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우리 조씨 가문에 지금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주님도 그 일 때문에 요새 예민하셔서 차라리 저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제가 아는 건 숨기지 않고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조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진서준은 순간 움찔했다.혹시 그 일이 조민영과 관련된 건 아닌지 걱정되어서였다.잠시 고민하던 진서준은 말문을 열었다.“저는 조씨 가문 가주님의 딸 조민영 씨와 친구 사이입니다. 어제 봉천시에 도착해서 민영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러 온 겁니다.”진서준이 조씨 가문 아가씨 친구라는 말을 들은 노인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이 얻은 용존이라는 이름의 명성은 이미 대한민국 모든 명문대가에 널리 퍼져 있었다.이토록 뛰어난 젊은 천재가 조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된다면 가문의 위세가 크게 올라갈 게 분명했다.노인은 속으로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기색도 감출 수 없었다.칠채지독에 중독된 조민영이 그 독을 버텨내지 못하고 병상에서 생을 마감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조민영이 정말 병상 위에서 죽게 된다면 진서준이 아무리 조민영의 친구라 하더라도 조씨 가문을 위해 힘을 써줄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용존님, 걸으며 말씀 나누시지요.”집사는 진서준을 안으로 안내하며 말을 이어갔다.“우리 집 아가씨가 칠채지독에 걸려 병상에 누운 지 한참입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데 지금 상태로선 오래 버티기 어려울 듯합니다...”“뭐라고요?”진서준은 그 말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조민영이 하필이면 악명 높은 칠채지독에 중독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칠채지독에 관해 진서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 독은 제작이 매우 어렵기로 유명하고
그런데 진서준이 자기 애인을 보러 온 것임을 깨닫자 자연스레 투덜댔다.허사연의 눈빛 또한 장난기가 가득했다.“서준아, 대체 언제 그 조씨 가문 가주 딸이랑 특별한 관계로 엮인 거야?”진서준은 곧바로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오해야, 나랑 조민영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고 난 그 아이를 단지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 아이만 보면 꼭 서라를 보는 것 같거든.”진서준이 조민영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허사연 자매의 싸늘한 분위기가 금세 누그러졌다.제아무리 지선까지 처치했던 진서준이지만 허사연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여동생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괜찮아.”허사연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조민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됐어. 이따가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가 서라랑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덧붙여 설명했다.처음에 진서준이 조민영을 돕기로 결심했던 것도 조민영의 성격이 진서라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너 혼자 그 조씨 가문 아가씨 만나러 가봐. 우리 둘은 고향에 좀 들러볼게.” 허사연이 말에 진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향에 가?”“그래, 우리 고향이 여기 봉천시거든. 근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들려보려고 해.”허사연이 설명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허사연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허사연이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고향에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해.”진서준은 손으로 전화 거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응, 너도 조심하고. 낯선 여자한테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허사연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지금 진서준은 더 이상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 김연아, 서지은만으로도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배수정 같은
곧 설표 특전대의 목욕탕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약효가 너무 강렬해 모두가 뼈가 분해되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이 고통이 심할수록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의 공포스러움이 증명되었다.한 시간 후, 설표 특전대 전원이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일제히 경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본인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강해진 게 확실했다.내공 무인이었던 장서안을 비롯한 몇몇 장병들은 단숨에 내력 절정 경지에 이르러 종사 경지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태였다.심지어 무인조차 아니었던 나머지 장병들도 내공 무인이 되어 진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모두가 진서준을 신처럼 숭배하기 시작했다.“진 교관님, 정말 우리 부모와 같은 은인이십니다.”“진 교관님,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말씀만 하시면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교관님이 주신 처방전과 새로 개량된 열풍권 덕분에 이번 8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기쁨에 찬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진서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이들은 진서준이 직접 가르친 병사들이었기에 그의 눈에 반쯤은 자기 자식 같은 존재였다.자기 자식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본 부모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들 열심히 수련해. 그리고 15일 후에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해. 난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겠어.”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이탈을 원치 않았다.진서준이 부대에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병사들의 태도를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진서준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표 특전대원들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전당인 전신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전신전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전당이었다.전신전에 소속한 인원은 극히 적어 단 50명뿐이었지만 이 50명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장서안을 포함한
“정말 중요한 친구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빨리 가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우선 설표 특전대원들에게 이번에 도착한 약재로 샤워부터 하게 해주세요. 병사들이 전부 사용하고 나면 그때 떠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아, 맞다, 진 교관님, 이번에 설표 특전대가 8군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제가 교관님을 위해 신청한 군 계급도 곧 내려올 겁니다.”소정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군 계급을 신청하다니?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 권한으로는 소장 계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표 특전대가 우승하면 다른 7개 특전대도 진 교관님을 모시려 들겠죠. 그때가 되면 교관님은 곧바로 중장으로 승진할 겁니다.”소정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장군 계급은 수많은 군인의 꿈이자 목표였다.하지만 평생을 전장에 바쳐도 고작 위관 계급에서 머무는 군인이 허다했다.그런데 진서준은 위관과 교관 계급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이 될 수 있었다.이는 최근 군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정태는 진서준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진서준의 훈련을 받은 설표 특전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특히 개량된 열풍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이 훈련 덕분에 설표 특전대는 향후 임무 수행 중 생존율과 완수율 모두 크게 높아질 터였다.대한민국 8대 특전대 임무는 항상 국가의 핵심 이익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임무였다.임무 완수율이 높아지면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사실 진서훈이 직접 나서 군 고위층에 요구한다면 진서준은 중장이 아니라 상장까지도 바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었다.단 한 번의 보해 전투만으로도 진서준은 소장 계급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진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군에 머물 시간이 없어서요. 장군 계급은 좀...”“아니요, 절대 교관님을 강제로 군에 묶어두진 않습니다.”소정태가 급히 해명했다.“교관님께 드리는 군 계급은 국안부 상경과 같은 개념입니다. 별다른
조태희가 강 종사를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자 조기강은 순간 망설였다.“형, 강 종사는 집에 남겨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근데 천산 근처에 대요괴가 출몰하는데 너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조태희의 얼굴엔 우려가 가득했다.동북 천산은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그 근처에 거대한 요괴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천산 아래에는 영맥이 흐르고 있어 그 지역 동물들이 영기를 흡수하며 영지를 얻곤 했다.예컨대 얼마 전 진서준이 보운산에서 길들인 누렁이도 그런 대요괴 중 하나였다.조기강은 최근 연이어 전투를 치르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 조기강을 혼자 천산으로 보내는 건 조태희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대요괴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도망칠 수는 있어.”조기강이 단호하게 말했다.“강 종사가 나와 함께 가면 우리 가문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이 틈을 타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조기강의 눈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심씨 가문이 이번 가문 사이 혼인을 제안하면서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겉으론 결혼을 빌미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컸다.조기강의 뜻을 이해한 조태희는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기강아, 정말 조심해야 해. 너까지 민영 때문에 다치면 내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조태희는 동생의 손을 붙잡으며 진심으로 당부했다.40년 넘게 이어진 형제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만약 조기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태희는 아마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조기강은 간단히 짐을 챙기고 곧바로 차를 타고 북쪽 천산으로 향했다.조기강이 봉천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모두 이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두 집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마치 조기강이 봉천시를 떠난 사실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