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건오가 봤을 때, 진서준은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왜냐하면 두 남매가 다 평범한 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변건오는 이 운전 학원에 개인 코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만약 진서라가 개인 코치한테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진서라는 변건오의 말을 듣고 변건오가 더더욱 싫어졌다.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경고했다.“그런 꿈은 꾸지도 마. 난 오늘 당신한테 경고하러 온 거야. 또 계속 우리 서라한테 치근덕대면 그때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진서준이 자기한테 대드는 것을 본 변건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네 여동생을 마음에 들어 한 걸 감사하게 생각하지는 못할지언정!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말을 해! 나를 건드렸으니 너희 두 사람은 이제 끝장이야!”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빠, 이런 사람이랑 싸우지 마.”진서라가 얼른 진서준을 말렸다.“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사람이라니!”변건오가 고개를 돌려 진서라를 보더니 얘기했다.“난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야. 지금 내 인내심은 너희 둘 때문에 바닥이 났어! 진서라! 오늘 내 차에 타든지, 아니면 둘이 같이 죽든지, 하나 골라!”진서라는 변건오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은 몰랐다.분명히 먼저 일을 만든 것은 변건오인데!진서준은 겨우 화를 억누르면서 차갑게 변건오를 지켜보았다.“그래, 어디 한 번 어떻게 죽일 건지 얘기해 봐.”변건오는 그 말을 듣고 눈에 싸늘한 한기가 서렸다.“이 자식이, 아직도 센 척을 해? 내가 내 동생들을 불러오면 그때는 끝장이야. 너한테는 아무런 기회도 없을 거라는 소리야.”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어디 한 번 불러봐. 부르지 못하면 넌 그냥 개보다도 못한 사람이야.”“그래, 딱 기다려!”변건오는 욕설을 퍼부은 다음 아이폰 13을 꺼내 그의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었다.“누가 날 건드렸어. 연장 챙겨서 운전 학원으로 와!”변건오는
운전 학원의 공사장에서.변건오는 진서준의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네가 뭐라고 감히 우리 형한테 이리 오라고 해? 네가 이길 것 같아?”진서준은 변건오를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고민할 시간을 3초 줄게.”“왜? 싫은데? 그러면 뭐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변건오가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건오 형님, 저 자식이랑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요! 이따가 다른 일도 있단 말이에요.”한 양아치가 귀찮은 듯 얘기했다.“그럼 지금부터 패!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말이야!”변건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아치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진서준의 몸을 향해 손에 쥔 무기들을 휘둘렀다.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담이 작은 사람들은 이미 손으로 눈을 막고 잔인한 광경을 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퍽’ 소리와 함께 진서준이 발을 들어 올려 가장 가까운 양아치의 배를 걷어찼다.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 양아치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7, 8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져 버렸다.“윽!”양아치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그는 자기의 내장이 다 파열된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래서 바닥에서 뒹굴면서 고통스레 신음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약간 흠칫했다.정신을 차린 변건오가 험악하게 얘기했다.“너도 무술을 배웠다, 이거지? 어쩐지 자신만만하다고 했어. 하지만 그래도 소용없을 거야. 오늘 네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지 않는다면 너를 내 아버지로 받들어주마”!진서준은 변건오를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넌 그럴 자격도 없어.”말을 마친 진서준은 변건오의 얼굴에 주먹을 뻗었다.우둑.그 소리와 함께 변건오의 코뼈가 박살이 났다. 코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X발, 감히 날 때려?”변건오는 피로 가득한 얼굴을 부여잡고 화를 쏟아냈다.“뭘 보고만 있어! 얼른 때려!”양아치들이 계속해서 진서준을 향해 돌격했다.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똑같았다. 진서준에게 맞은 그들은 바닥에서 고통
변건오는 전화를 끊은 후,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자신만만해졌다.왜냐하면 그의 형이 곧 올 테니까!어려서부터 변건오는 변우재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가 봤을 때, 변우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변건오가 변우재의 이름만 얘기하면 상대는 놀라서 저절로 사과했다.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진서준은 또 자신감을 얻은 변건오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기 전에 정신 좀 차리게 해줄게.”그러자 변건오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 형은 변우재라고! 이 구역의 보스야! 네가 날 때린다면 우리 형이 와서 널 산 채로 찢어 죽일 거야!”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변우재가 오면 네 형도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야 할 거야.”“하하하.”변견오는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형이 무릎 꿇고 너한테 사과한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다른 양아치들도 살짝 기력을 회복해서 바닥에서 기어올라선 후 표독스러운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저 자식은 우재 형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확실해!”“지금 이렇게 웃고 떠들라고 해. 이따가 펑펑 울게 될 테니까.”사람들은 말을 보태면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진서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변건오의 뺨을 때렸다.80킬로의 변건오는 뺨을 맞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퍽.변건오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양아치들은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쳐다보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진서준이 정말 변건오를 때리다니!진서준은 한 발로 변건오의 얼굴을 밟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면 그때 발을 치워줄게.”변건오의 얼굴은 아예 흙빛이 되었다.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밟히는 건, 변건오의 인생에서 가장 쪽팔린 일이다.“지금의 치욕을 똑똑히 기억해 주마. 우리 형이 오면 두 배로 갚아줄 테니까!”다른 사람들은 감히 으름장을 놓지도 못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진서준 발밑의 변건오는 더욱 할 말을 잃었다. 입을 얼마나 크게 벌린 건지, 계란 두 알이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꿈인가?’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던 변우재가 고작 진서준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변우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생을 데리고 살아서 떠나야 한다.두 팔이 부러진 고통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변우재는 동생이 자기처럼 혼자 옷도 못 입는 병신이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때 모든 사람들은 진서준이 아까 한 농담 같은 말이 떠올랐다.‘해가 서쪽에서 뜨려나?’양아치들은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주먹으로 자기 뺨을 내쳤다.하지만 이윽고 느껴지는 고통이 알려주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진서준은 무릎을 꿇은 변우재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동생은 네가 복수해주길 바라던데.”변우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개를 쳐들지도 못한 채 고개를 더욱 깊숙이 박으며 얘기했다.“진 선생님이 변건오를 혼내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제가 어찌 감히 복수를 하겠습니까. 어떻게 변건오를 때리든지, 혼내든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만들지 말아 주십쇼.”변우재는 거의 온 힘을 다해 이 말을 뱉어냈다.지금의 그는 진서준 앞에서 그냥 개미 한 마리와 같았다.진서준은 차갑게 얘기했다.“장애인이 되어도 싸! 전에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집을 부수고 다리를 다친 우리 어머니를 괴롭힐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나 봐? 네가 그런 짓을 한 건 괜찮고, 내가 혼내려니까 용서해달라고? 이 세상에 그런 법은 없어!”자기 어머니가 다리를 다친 채로 길에서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벌던 것을 생각하면 진서준은 마음속에서 열불이 들끓었다.만약 그가 반년이라도 늦게 돌아갔다면 영영 어머니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진서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입은 옷도 땀으로 젖어 있었
진서라를 별장으로 돌려보낸 후, 진서준은 운전해서 주이든 호텔로 갔다.주이든 호텔은 진서준 일가가 원래 살던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진서준은 얼른 내비게이션을 따라 그곳에 도착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한 그는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차를 호텔 입구 옆에 세워두었다.입구의 경비는 진서준이 비싼 차를 몰고 온 것을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못 본 척해주었다.호텔 로비에 들어선 진서준은 바로 프런트로 걸어갔다.“사장은 어딨어요.”마침 프런트에 있던 매니저는 진서준이 사장을 찾자 되물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저희 사장님한테는 무슨 볼일로 오셨죠?”“당신과는 상관없으니까 20분 안으로 날 보러 오라고 해요.”진서준이 차갑게 얘기했다.매니저는 진서준의 태도를 보고 바로 경비를 불러 진서준을 내쫓으려고 했다.경비는 들어와서 진서준을 보고 매니저한테 얘기했다.“매니저님, 이분은 가장 비싼 마이하브를 몰고 온 사람이에요.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이렇게 비싼 차는 호텔 매니저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장도 타지 못할 것이다.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경비더러 떠나라고 하더니 괴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일단 저쪽 소파에서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장님께 연락하겠습니다.”진서준은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주이든이 오기를 기다렸다.주이든은 그 시각, 침대에서 그의 애인과 뒹굴고 있었다.전화를 받은 그는 욕설을 퍼부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한테 전화해? 죽고 싶어?”“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어떤 남자가 호텔에 와서 사장님을 찾고 있어요!”매니저가 연신 해명했다.“내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주이든은 참지 않고 얘기했다.“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몇억이나 되는 차를 몰고 다닌다니까요?”상대방이 몇억짜리 차를 몰고 다닌다는 얘기에 주이든이 대답했다.“알겠으니까 지금 당장 갈게.”몇억짜리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꼭 붙잡아야 한다.그의 호텔의 시가 총액도 겨우 1
주이든 호텔. 진서준은 장혜윤과 함께 그들이 예약해 놓은 룸으로 왔다.룸은 거의 17평 정도로 컸는데 인테리어도 꽤 좋았다.하지만 진서준이 전에 갔던 5성급 호텔의 룸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컸다.룸에 들어간 후, 아까 은수환에게 아부하던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 “만약 수환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식사할 일은 없었을 거야.”“이따가 수환이한테 잘 보여야지!”“진서준, 거기서 뭐 해? 얼른 수환이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단구준은 진서준이 입구에서 룸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놀랐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은 진서준을 보면서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오직 장혜윤만이 불안해했다.저번에는 진서준과 허사연이 완전히 갈라선 줄 알았다.하지만 대학가에서 또다시 두 사람을 만날 줄이야. 게다가 장혜윤은 이미 유지수와 이지성, 두 사람과 연락이 끊겼다.지금의 장혜윤은 진서준이 밉고 무서웠다. 먼저 가서 진서준을 건드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은 시선을 거두고 단구준을 쳐다보더니 대충 의자에 앉았다.“저 X끼가!”단구준이 화를 내자 옆에서 은수환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다들 이해해 줘. 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규칙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야.”진서준을 도와 얘기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진서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다른 사람들도 은수환의 말을 알아듣고 자리에 앉았다.“역시 수환이는 사람이 착해. 나였으면 진서준을 진작 쫓아냈을 거야.”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테이블은 아주 커서 열 몇 명이 앉을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진서준 옆에 앉지 않아 진서준의 양옆은 빈자리였다. 이때 종업원이 걸어 들어왔다.“지금 음식을 올릴까요?”“네. 아, 맞다. 천지란 다섯 병도요.”은수환은 패기 있게 얘기했다.오늘 천지란을 마신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설렜다.너무 비싼 건 아니지만 한 병에 20만 원은 하는 술이다.평범한 직장인들은 일 년에 한번 마실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음식
“진짜 마이바흐 열쇠를 본 적 있어!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은수환의 말에 사람들은 시름을 놓았다.감옥을 다녀온 진서준이 마이바흐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뭐가 되겠는가!사실 은수환은 마이바흐의 열쇠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은수환은 집에 돈이 많아 견문이 넓었다. 사람들은 은수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환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진서준한테 속을 뻔했어!”“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까 적지 않은 사람을 속였나 본데?”사람들이 믿지 않자 진서준도 해명하지 않고 바로 차 열쇠를 거두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진서준을 보며 사람들은 저 차 열쇠가 가짜라고 단정 지었다.그들은 또다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단구준은 진서준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얘기했다.“나한테서 형님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다음생까지 기다려야겠다.”진서준은 단구준을 보면서 차갑게 비웃었다.“내 동생이 될 기회를 잃어서 아쉽겠어.”“하? 또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단구준이 화를 냈다.“구준아, 그만해. 뭐 저런 애랑 싸우려고 들어. 그러다가 진서준이 널 죽이면 어떡해.”육지현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단구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얘기했다.“날 찔러? 그 새끼가? 간덩이가 부어도 그러지 못할걸? 내가 봤을 때는 다단계나 하다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야? 진서준?”진서준이 다단계를 하다가 잡혀들어간 게 아니냐는 단구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진서준은 대학생 때 아주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진서준이 사람을 죽인다니. 그 말을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와 테이블을 채웠다.음식이 다 오른 후, 은수환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서준아, 우리 아빠 회사에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래? 한 달에 36만 원이야. 월급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만은 하잖아? 어때?”육지현은 그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았다.
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웨이터가 떠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밑에 있는 마이바흐가 정말 진서준의 차야?”“말도 안 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만약에 그가 마이바흐를 살 여유가 있다면 왜 이런 식당에 와서 밥 먹겠어?”이 말을 들은 은수환은 화가 났다.그는 매섭게 노려보다가 가볍게 기침했다.“저 웨이터는 분명 진서준이 돈 주고 찾아온 사람일 거야!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저 자식의 차 키는 가짜야!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우리가 떠날 때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되지.”은수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사람들은 또 그의 말을 믿었다.장혜윤만이 진서준이 방금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어찌 됐든 진서준은 허씨 집안에 빌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이바흐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비싼 롤스로이스라도 그는 살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도와서 나설 사람이 아니었다.반대로 그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다.진서준은 마이바흐를 주차장에 세우고 나올 때 경비원에게 말했다.“사장님이 오시면 직접 307호 룸으로 오라고 하세요. 은수환이라는 남자가 사장님의 손을 부러뜨린다고 했어요.”진서준의 말에 경비원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경비원은 진서준처럼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그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서준이 룸으로 돌아오자 은수환 등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방금 그 연기자는 하루에 얼마씩 받아? 아까 그분 연락처 좀 줘봐, 나도 혹시 후에 필요 있을 거 같아서!”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었다.이따 주이든이 오면 아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진서준이 말하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사실을 들켜서 할 말이 없는 줄 알고 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바로 이때 은수환은 갑자기 그의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수환아, 오후에 회사로 와, 우리 회사의 회장이 바뀌었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은수환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회
“그러죠.”일행은 주 신의를 따라 앞마당으로 향했다.그곳에서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오지웅 노인이 악마가 몸에 붙은 것처럼 날뛰며 사람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죽여, 다 죽여버려!”“아버지, 대체 왜 이러십니까?”오주화가 다급하게 뛰어와 외쳤다.“모르겠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관 속에서 튀어나온 귀신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사람들을 마구 때려. 방금 하인 두 명이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맞았어.”오주풍이 인상을 잔뜩 쓰며 말했다.“이건 분명 저 자식 짓이야. 저놈이 일부러 할아버지를 해치려 한 거라고.”오영준이 재빨리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헛소리 집어치워. 진서준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오영수가 단호하게 진서준 편에 섰다.한편, 진서준은 오지웅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곧바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오지웅의 몸에 꽂혀 있던 은침이 하나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누가 어르신 몸의 은침을 건드렸죠? 하나가 빠졌잖아요?”진서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본래 은침 일곱 개가 노인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억제하고 있었고 그 사이 장청의 힘이 손상된 경맥을 치유하는 원리였다.그런데 은침 하나가 빠지면서 기운이 폭주해 사방으로 퍼졌고 결국 지금처럼 악마가 몸에 붙은 듯한 폭주 상태에 빠진 것이다.“정말 하나가 빠졌잖아.”오영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누군가 일부러 할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있는데 그게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그걸 논할 시간 없어. 지금은 아버지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야.”오주풍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진정시켜?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오주화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다들 어르신을 붙잡아 주세요. 제가 다시 은침을 꽂을 테니까요.”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농담이 지나치네. 우리 아버지가 집안에서 실력이 제일 강한데 누가 붙잡을 수 있겠어? 우리 다 덤벼도 상대가 안 된다고.”오주화가 냉랭하게 웃으며 반박했다.오지웅의 실력은 르벨에서도 손꼽힐 정도였기에 상대가 거의
크게 상처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모욕감은 극에 달했다.오영준의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이 자식이 감히 여기서 깝쳐? 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해?”오영준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으로 오씨 가문의 정예 무인 열댓 명이 들이닥쳤다.이들은 전부 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무인들은 전부 혼자서 거뜬히 백 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괴물이었다.“네가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준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 집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무릎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오늘 네놈이 이 집을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오영준은 싸늘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하지만 진서준은 오영준을 무시한 채 오주화를 바라보았다.“자식이 개판인데 아버지는 상관하지 않나요? 설마 저 녀석이 당신 허락받고 나한테 이러는 건 아니겠죠?”“이봐, 어르신 말 들어. 너무 날뛰지 마. 40억도 적은 돈이 아니야.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돈이지. 그러니 이쯤에서 만족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오주화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쯤 되면 이 부자는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게 뻔했다.그야말로 교묘한 토사구팽이었다.“어이없네...”진서준이 싸늘하게 웃었다.“400억이라고 했으면 400억이야. 단 한 푼도 깎을 생각 하지 마.”“야, 네가 감히 어디서 개기는 거야? 네놈이 먼저 선을 넘은 거니까 날 원망하지 마. 다들 덮쳐서 이 자식 뼈를 부숴버려.”오영준이 손을 휘두르자 정예 무인들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다.진서준의 몸이 사람들 사이를 휙휙 가르며 움직였고 상대가 눈앞에 오자 손바닥이 날아갔다.퍽!괴력을 담은 일격에 무인들이 하나둘씩 튕겨 나갔다.순식간에 정예 무인들이 벽으로 내던져졌고 바닥에 쓰러졌으며 방 안에는 신음이 가득 찼다.“뭐, 뭐야? 네놈이 무공도 할 줄 안다고?”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오영준이 당황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얼씨구, 네놈이 좀 하는구나. 그럼 내가 직접 상대해 주
이윽고 영기가 은침을 타고 오씨 가문 어르신의 체내로 스며들었다.“이건 엄청난 침술이네요.”주 신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주 신의도 의술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체내에 진기도 있었지만 진서준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루는 건 불가능했다.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무시무시한 의술을 갖추게 된 거지?주 신의는 이 청년의 배경이 슬슬 궁금해졌다.“이제 치료가 다 끝난 건가?”오주풍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은침은 두 시간 동안 그대로 둬야 합니다. 이따가 처방전을 써 줄 테니까 그 처방대로 약을 열흘 동안 드시면 완치될 겁니다.”진서준은 덤덤하게 대답하고 나서 손을 내밀었다.“이제 돈을 받아도 되겠죠?”사실 진서준은 처음에 돈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오씨 가문 사람들이 진서준을 전혀 믿지 않았기에 결국 그는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돈이야 문제없지. 하지만 일단 아버지가 정말 위험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해야겠어.”오주풍은 신중하게 말하며 주 신의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주 신의는 즉시 다가가 노인의 맥을 짚었다.“어라?”주 신의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왜 그러죠? 설마 할아버지 상태가 안 좋은 겁니까? 거봐, 저놈이 수상쩍다고 말했잖아.”오영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서준을 공격하려 했다.“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주 신의는 황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어르신은 방금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셨습니다. 게다가 손상된 경맥도 거의 회복되었네요. 방금까지 생사를 넘나들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회춘단과 진서준의 의술이 더해지니 노인은 이제 죽고 싶어도 못 죽을 지경이었다.주 신의는 진서준의 출신과 스승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렇게 비범한 청년을 배양해 낼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주 신의님, 다음부턴 말을 끊지 말고 단숨에 다 하세요.”오주풍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방금 심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은 정말 긴장감
진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손을 휙 내저었다.“그럼 됐어, 다른 사람 알아봐. 난 겁이 많아서 협박당하면 떨려서 치료할 수 없거든.”환자를 살려달라고 불러놓고 이 난리라니, 오영수 체면이 아니었으면 진서준은 애초에 떠났을 거고 애당초 회춘단도 남겨두지 않았을 거였다.그런데도 오영준이 감히 협박까지 한다고?“이 멍청한 놈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오주화는 아들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여 꾸짖었고 이내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봐, 저 녀석 말은 그냥 흘려들어. 네가 우리 아버지를 살리든 못 살리든 우리가 널 해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오영수도 재빨리 오주화를 거들었다.“진서준 씨, 저 녀석 개소리 신경 쓰지 마세요. 저 녀석은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머릿속은 텅 비었어요.”“뭐? 네가 뭔데 내 머릿속이 비었다고 해?”오영준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아버지한테 욕먹는 건 그렇다고 쳐도 사촌인 오영수가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조금 전 회춘단은 오 대장 체면 봐서 그냥 준 거지만 이 마지막 한 알은 돈을 받아야겠네요.”진서준이 무심하게 새 제안을 꺼냈다.“좋아, 얼마면 돼?”오주풍이 바로 물었다.“너무 비싸지 않아요.”진서준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2억이라고? 그깟 알약 하나에 2억을 내라고?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네.”오영준의 얼굴이 새까매졌다.이건 아무래도 오씨 가문에 대놓고 바가지 씌우는 거였다.“정말 2억에 판다면 당신들은 살 기회조차 없을 건데요?”진서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200억입니다.”“뭐라고? 200억이라고?”모두가 깜짝 놀랐다.물론 오씨 가문은 자산이 많았지만 200억을 들여 알약을 하나 사는 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이딴 걸 200억에 판다고? 물건 파느라 하지 말고 차라리 강도질이나 해.”오영준이 그 말에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오영준은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도 연말에 이만한 돈을 배당받지 못했다.“그래? 그럼 400억이야.”진서준이 태연하게 말을 바꿨다.
“이건 회춘단이잖아! 당신 아버지를 살릴 유일한 보물을 짓밟아 버렸어!”주 신의는 통탄하며 급히 천 조각을 꺼내 회춘단의 부스러기를 조심스럽게 긁어모았다.“뭐라고요? 이 쓰레기 같은 게 우리 아버지를 살리는 보물이라고요?”오주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주 신의님, 농담하시는 거죠?”이 약이 정말 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면 오주화가 자기 아버지를 죽인 대역죄인이 될 것이다.“제가 이런 농담을 할 것 같아요? 회춘단은 내상 치료에 기적적인 효과가 있어요. 한 알에 억 단위로 거래되지만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보물입니다.”주 신의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연신 저었다.“아깝군, 너무나도 아까워. 이 약은 누가 준 겁니까?”주 신의가 다급히 물었다.“제 친구가 줬습니다.”오영수가 답했다.“영수야, 이렇게 중요한 약이면 진작 말했어야지. 다 네 탓이야.”오주화는 즉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제 탓이라고요? 아까 제가 약을 먹여 보자고 하지 않았나요?”오영수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근데 넌 이게 회춘단이라고 말하진 않았잖아. 내가 이 약이 그렇게 중요한 약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오주화는 억울한 듯 고개를 저었다.“그만하시죠. 지금 회춘단을 만든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당신 아버지를 살릴 희망이 있습니다.”주 신의가 둘 사이의 언쟁을 막았다.“좋아요, 지금 당장 제 친구를 데려오겠습니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오영수는 곧장 별채로 뛰어가 진서준을 찾았다.“왜 그렇게 서두르는 겁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진서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하게 물었다.“진서준 씨, 어서 저랑 가셔야 할아버지를 살려 주세요.”오영수가 다급하게 외쳤다.“네? 그건 무슨 뜻이죠? 아까 제가 회춘단을 줬잖아요? 설마 할아버지가 복용하지 않은 겁니까?”진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네, 그게... 넷째 삼촌이 발로 짓밟아 버렸어요.”오영수가 고개를 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한테 왜
오영수는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진서준 씨,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겁니까?”“효과 없으면 제가 왜 굳이 주겠어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좋아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셋째 삼촌이 안 보이던데 아마 밖에서 사업 얘기 중일 겁니다.”이번에 진서준이 온 이유는 삼촌 오주산을 찾아 용맥의 일족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괜찮아요, 일단 대장님 할아버지 상태를 살펴보세요.”“그럴게요.”오영수는 주먹을 쥐고 예를 표한 뒤 병실로 돌아갔다.그러나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오영수는 얼굴이 굳어졌다.노인은 피를 토하고 있었고 두 눈은 핏발이 서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어서 오영준에게 전화해. 좀 더 서둘러야 해. 어르신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오주화가 소리쳤다.누가 봐도 어르신은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오영수는 바로 앞으로 나아가 진서준이 준 알약을 꺼냈다.“넷째 삼촌, 이건 진서준 씨가 주신 약입니다.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오영화는 그 약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분노를 터뜨렸다.“이건 아무리 봐도 수상쩍은 약이야. 게다가 네 친구가 준 거라고? 넌 할아버지를 해칠 작정이야?”“지금 할아버지 상황이 너무 심상치 않아요. 제 친구 알약 말고 다른 방법이 더 있어요?”오영수가 설득하려 했지만 오주화는 단칼에 거절했다.“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당장 치워.”화를 참지 못한 오주화는 약을 손바닥으로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이어서 단숨에 발로 짓밟아 산산조각을 냈다.“뭐 하는 겁니까?”오영수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고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이런 쓰레기 같은 약은 필요 없어. 오영수, 너 그냥 전신전에 돌아가. 그리고 부탁이니까 다시는 우리 오씨 가문에 발 들이지 마.”오주화가 일그러진 얼굴로 싸늘하게 꾸짖었다.“됐어, 넷째야. 영수도 아버지를 살리려고 한 거잖아. 너무 몰아세우지 마.”오주화가 선을 넘는 것 같자 오주풍이 중재에 나섰다.그때였다.“왔어요. 주 신의가 오셨어요!”아까 주
“어라? 영수가 왔네?”“이야, 이런 상황에서 널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오영수까지 돌아온 걸 보니 할아버지 병세가 정말 심각한가 보구나.”오영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섰다.“큰아버지, 넷째 삼촌. 할아버지 상태가 어떠세요?”오영수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응? 영수 왔어?”오주풍이 오영수를 힐끗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상황이 좋지 않아. 주 신의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 네 할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실지도 몰라.”“뭐라고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저번에 왔을 때는 건강하셨잖아요.”오영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마지막으로 온 게 반년 전이었지? 벌써 시간이 꽤 흘렀어. 네 할아버지가 네가 올 때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오주풍의 말투에 가시가 돋쳐 있었는데 자기 조카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게 분명했다.오주풍뿐만 아니라 병실에 있는 다른 가족들도 오영수를 그리 반갑게 대하지 않는 눈치였다.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오영수의 직업 때문이었다.전신전 대장이라고 하면 대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씨 가문은 아홉 후손의 혈맥을 잇는 명문대가였다.정체를 숨기고 떠돌아다니는 전신전 같은 조직에 몸담은 것은 가족들에게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큰아버지, 할아버지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겁니까?”오영수는 굳이 오주풍과 시비를 걸려고 하지 않았다.이런 태도는 어릴 때부터 익숙했기 때문이다.오영수가 진지하게 묻자 오주풍도 태도를 바꿔 자세하게 설명했다.“네 할아버지가 구급 대종사 경지를 돌파하려다 내상을 입으셨고 그 결과 지금 이 상태까지 번지게 된 거야.”“이 연세에 그렇게 무리하시면 어떡해요?”오영수는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바로 그 연세이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매달리신 거야. 경지를 돌파해야 몇 년이라도 더 살 게 아니야.”오주화가 말을 이었다.“최근 들어 신씨 가문과 안씨 가문의 어르신이 연달아 경지를 돌파했으니 네 할아버지가 더 조급해진 거야.”“큰아버지, 넷째 삼촌, 이쪽은 제 친구
그 시각, 오씨 가문 저택 내에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노인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야위었으며 숨결은 미약했는데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였다.오씨 가문의 자손들은 모두 침대 곁에 둘러서서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르신의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만이 자리에 없을 뿐, 나머지 가족은 전부 모여 있었다.오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들 넷을 두었고 손자병법을 무척 좋아한 그는 아들의 이름을 주풍, 주림, 주산, 주화로 지었다.이 네 형제는 각각의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으며 그 아래에는 열 명이 넘는 손자와 손녀가 있었다.그중 몇몇은 이미 결혼하여 자식을 두고 있었고 오씨 가문은 그야말로 대가족을 이루고 있었다.“전화 한 번 더 걸어. 주 신의를 얼른 모셔 와야 해. 아버지가 버티지 못하실 것 같아.”장남 오주풍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아버지가 갑자기 학질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형, 너무 걱정 마. 방금 전화해 보니 주 신의가 이미 길을 나섰고 곧 도착할 가라고 했어.”막내 오주화가 형을 진정시키며 말했다.“게다가 아버지의 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었고 수많은 명의도 다 손을 들었잖아. 이번에도 무리하게 경지를 돌파하겠다고 수련을 강행하다가 몸이 상한 거잖아. 괜히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앓아눕지도 않았을 거야.”“어휴, 연세가 이렇게 많으신데도 아직도 그렇게 애쓰시니 원...”오주풍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오주풍도 이 상황이 참 난감했다.팔십 고령에도 끝없이 수련을 이어가는 아버지를 두었으니 자식으로서 체면이 서질 않았다.“아버지도 경지를 돌파해서 몇 년이라도 더 살고 싶으셨던 거겠지. 요즘 대한민국 전역이 심상치 않잖아.”오주화도 아버지가 사뭇 안타까웠다.“안타까운 일이야. 백 년 전 용맥의 일족이 혼란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지금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텐데...”오주풍이 고개를 저었다.두 형제가 대화를 나누
김혜민은 이렇게 쓰레기 같은 남자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할 땐 항상 조심해야 해.”진서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맞다, 진서준. 너 곧 강남을 떠난다고 했어?”김혜민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응, 르벨에 볼 일이 좀 있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데려가면 안 돼? 집에 갇혀 있으니까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김혜민이 갑자기 진서준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안 돼. 난 일 때문에 가는 거지 여행 가는 게 아니야. 놀고 싶으면 연아 상처가 회복한 후에 너희끼리 가.”진서준은 단칼에 거절했다.진서준이 르벨에 가는 이유는 용맥의 일족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여행하러 가는 게 아니었고 설사 여행이라도 김혜민과 단둘이 갈 이유는 없었다.“너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김혜민이 입을 삐쭉이며 화난 모습을 보였다.“응, 난 원래 매정한 사람이야.”진서준이 태연하게 대꾸했다.“너, 너 꼬박꼬박 말대꾸하지 마.”김혜민은 주먹으로 솜을 때리는 듯한 허탈감을 느꼈다.진서준이 집에 도착하자 김연아가 아직 자지 않을 걸 발견했다.“어때? 일 잘 해결했어?”김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응,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서광문 삼촌이 나타나서 상황을 제대로 수습해 줬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아야, 나 내일 오영수랑 함께 르벨에 좀 다녀와야 해.”“알고 있어. 며칠 전에도 말했잖아. 걱정 마, 난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아.”김연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래, 그럼 푹 쉬어.”진서준은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가지 마.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김연아의 얼굴이 붉어졌고 촉촉한 눈망울이 반짝였다.그러자 진서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근데 네 상처가 아직...”“괜찮아. 살살 하면 돼.”김연아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속삭였다.김연아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진서준이 굳이 거절할 리 없었다.“그럼 먼저 씻자.”진서준은 김연아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곧 욕실에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