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라를 별장으로 돌려보낸 후, 진서준은 운전해서 주이든 호텔로 갔다.주이든 호텔은 진서준 일가가 원래 살던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진서준은 얼른 내비게이션을 따라 그곳에 도착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한 그는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차를 호텔 입구 옆에 세워두었다.입구의 경비는 진서준이 비싼 차를 몰고 온 것을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못 본 척해주었다.호텔 로비에 들어선 진서준은 바로 프런트로 걸어갔다.“사장은 어딨어요.”마침 프런트에 있던 매니저는 진서준이 사장을 찾자 되물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저희 사장님한테는 무슨 볼일로 오셨죠?”“당신과는 상관없으니까 20분 안으로 날 보러 오라고 해요.”진서준이 차갑게 얘기했다.매니저는 진서준의 태도를 보고 바로 경비를 불러 진서준을 내쫓으려고 했다.경비는 들어와서 진서준을 보고 매니저한테 얘기했다.“매니저님, 이분은 가장 비싼 마이하브를 몰고 온 사람이에요.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이렇게 비싼 차는 호텔 매니저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장도 타지 못할 것이다.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경비더러 떠나라고 하더니 괴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일단 저쪽 소파에서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장님께 연락하겠습니다.”진서준은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주이든이 오기를 기다렸다.주이든은 그 시각, 침대에서 그의 애인과 뒹굴고 있었다.전화를 받은 그는 욕설을 퍼부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한테 전화해? 죽고 싶어?”“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어떤 남자가 호텔에 와서 사장님을 찾고 있어요!”매니저가 연신 해명했다.“내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주이든은 참지 않고 얘기했다.“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몇억이나 되는 차를 몰고 다닌다니까요?”상대방이 몇억짜리 차를 몰고 다닌다는 얘기에 주이든이 대답했다.“알겠으니까 지금 당장 갈게.”몇억짜리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꼭 붙잡아야 한다.그의 호텔의 시가 총액도 겨우 1
주이든 호텔. 진서준은 장혜윤과 함께 그들이 예약해 놓은 룸으로 왔다.룸은 거의 17평 정도로 컸는데 인테리어도 꽤 좋았다.하지만 진서준이 전에 갔던 5성급 호텔의 룸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컸다.룸에 들어간 후, 아까 은수환에게 아부하던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 “만약 수환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식사할 일은 없었을 거야.”“이따가 수환이한테 잘 보여야지!”“진서준, 거기서 뭐 해? 얼른 수환이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단구준은 진서준이 입구에서 룸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놀랐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은 진서준을 보면서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오직 장혜윤만이 불안해했다.저번에는 진서준과 허사연이 완전히 갈라선 줄 알았다.하지만 대학가에서 또다시 두 사람을 만날 줄이야. 게다가 장혜윤은 이미 유지수와 이지성, 두 사람과 연락이 끊겼다.지금의 장혜윤은 진서준이 밉고 무서웠다. 먼저 가서 진서준을 건드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은 시선을 거두고 단구준을 쳐다보더니 대충 의자에 앉았다.“저 X끼가!”단구준이 화를 내자 옆에서 은수환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다들 이해해 줘. 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규칙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야.”진서준을 도와 얘기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진서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다른 사람들도 은수환의 말을 알아듣고 자리에 앉았다.“역시 수환이는 사람이 착해. 나였으면 진서준을 진작 쫓아냈을 거야.”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테이블은 아주 커서 열 몇 명이 앉을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진서준 옆에 앉지 않아 진서준의 양옆은 빈자리였다. 이때 종업원이 걸어 들어왔다.“지금 음식을 올릴까요?”“네. 아, 맞다. 천지란 다섯 병도요.”은수환은 패기 있게 얘기했다.오늘 천지란을 마신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설렜다.너무 비싼 건 아니지만 한 병에 20만 원은 하는 술이다.평범한 직장인들은 일 년에 한번 마실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음식
“진짜 마이바흐 열쇠를 본 적 있어!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은수환의 말에 사람들은 시름을 놓았다.감옥을 다녀온 진서준이 마이바흐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뭐가 되겠는가!사실 은수환은 마이바흐의 열쇠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은수환은 집에 돈이 많아 견문이 넓었다. 사람들은 은수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환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진서준한테 속을 뻔했어!”“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까 적지 않은 사람을 속였나 본데?”사람들이 믿지 않자 진서준도 해명하지 않고 바로 차 열쇠를 거두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진서준을 보며 사람들은 저 차 열쇠가 가짜라고 단정 지었다.그들은 또다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단구준은 진서준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얘기했다.“나한테서 형님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다음생까지 기다려야겠다.”진서준은 단구준을 보면서 차갑게 비웃었다.“내 동생이 될 기회를 잃어서 아쉽겠어.”“하? 또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단구준이 화를 냈다.“구준아, 그만해. 뭐 저런 애랑 싸우려고 들어. 그러다가 진서준이 널 죽이면 어떡해.”육지현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단구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얘기했다.“날 찔러? 그 새끼가? 간덩이가 부어도 그러지 못할걸? 내가 봤을 때는 다단계나 하다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야? 진서준?”진서준이 다단계를 하다가 잡혀들어간 게 아니냐는 단구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진서준은 대학생 때 아주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진서준이 사람을 죽인다니. 그 말을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와 테이블을 채웠다.음식이 다 오른 후, 은수환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서준아, 우리 아빠 회사에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래? 한 달에 36만 원이야. 월급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만은 하잖아? 어때?”육지현은 그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았다.
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웨이터가 떠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밑에 있는 마이바흐가 정말 진서준의 차야?”“말도 안 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만약에 그가 마이바흐를 살 여유가 있다면 왜 이런 식당에 와서 밥 먹겠어?”이 말을 들은 은수환은 화가 났다.그는 매섭게 노려보다가 가볍게 기침했다.“저 웨이터는 분명 진서준이 돈 주고 찾아온 사람일 거야!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저 자식의 차 키는 가짜야!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우리가 떠날 때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되지.”은수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사람들은 또 그의 말을 믿었다.장혜윤만이 진서준이 방금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어찌 됐든 진서준은 허씨 집안에 빌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이바흐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비싼 롤스로이스라도 그는 살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도와서 나설 사람이 아니었다.반대로 그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다.진서준은 마이바흐를 주차장에 세우고 나올 때 경비원에게 말했다.“사장님이 오시면 직접 307호 룸으로 오라고 하세요. 은수환이라는 남자가 사장님의 손을 부러뜨린다고 했어요.”진서준의 말에 경비원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경비원은 진서준처럼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그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서준이 룸으로 돌아오자 은수환 등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방금 그 연기자는 하루에 얼마씩 받아? 아까 그분 연락처 좀 줘봐, 나도 혹시 후에 필요 있을 거 같아서!”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었다.이따 주이든이 오면 아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진서준이 말하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사실을 들켜서 할 말이 없는 줄 알고 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바로 이때 은수환은 갑자기 그의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수환아, 오후에 회사로 와, 우리 회사의 회장이 바뀌었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은수환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회
만약 웨이터가 진서준이 부른 연기자라면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은 연기자일 수가 없었다!그들은 온 힘을 다해 은수환을 때렸다!하지만 은수환은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그는 진서준이 뼈저리게 미웠다.“진서준, 이 새끼가 감히 나를 놀려!”호텔 사장 주이든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이마를 찡그렸다.“방금 당신이 말한 거 맞아? 은수환이 내 손을 부러뜨리겠다고 한 거.”진서준은 담담하게 주스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그래. 내가 말했어.”“진서준 이런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 이름으로 사람을 속이다니!”은수환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손에 유리잔을 들고 은수환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잔은 깨져서 바닥에 흩어져 떨어졌다.은수환의 머리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원래 분노에 찬 얼굴이었던 그가 순식간에 자기 머리를 감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주이든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그는 진서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그에게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잔뜩 화가 났다.“이보게, 나한테 할 말 없어?”그러자 진서준은 주이든을 힐끗 쳐다보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 돌아가. 이제 나와 이 사람 일만 남았어.”단구준은 원래 진서준을 조롱하려고 했으나 은수환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고 겁에 질렸다.두 남자가 은수환을 들고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황급히 도망갔다.룸 안에는 진서준과 주이든 등 사람들만 남았다. 진서준은 몸을 일으켜 차가운 눈빛으로 주이든을 바라보았다.“난 너와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주이든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없다고? 2년 전에 네가 40대 부인의 다리를 부러뜨린 거. 기억나?”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룸 안의 분위기도 차가워졌다.그의 말을 들은 주이든은 얼른 기억을 떠올렸다.그러자 그의 안색이 변했다.그날은 이지성이 그를 찾아와서 예쁜 유부녀를 그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바로 그날 밤, 그는
주이든은 진서준이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다.그가 방금 천조 조직의 사람을 안다고 말하니 진서준이 겁을 먹은 줄 알았다.“그래! 딱 기다려. 지금 바로 전화할게!”그는 화가 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왕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하자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주이든은 바로 아첨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목소리도 갑자기 공손해졌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할아버지께 전화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얼마 안 지나 통화를 마친 주이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이놈아! 이제 넌 끝장났어! 이따가 성재 형님이 사람을 데리고 오면 넌 목숨이 열 개라도 살아서 떠날 생각 하지 마!”주이든이 전화한 사람은 바로 왕성재였다. 그의 신분으로 도진수 같은 큰 인물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왕성재 하나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왕성재라는 이름을 듣자 차갑게 웃었다.며칠 전에도 그는 왕성재를 만났었다.그때에도 왕성재는 사람을 데리고 진서준을 에워쌌다.하지만 진서준의 한 통 전화에 그는 재빨리 사과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그래. 두고 보자. 네가 말한 성재 형님이 나를 어떻게 죽게 할지!”진서준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땅에서 고통스럽게 울고 있던 경비원이 성재 형님이라는 말을 듣자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놈 자식! 넌 오늘 죽었어! 무술 조금 배웠다고 해서 네가 천하무적인 줄 알아? 성재 형님은 도 회장님이 제일 아끼는 부하지. 그가 오면 넌 끝장이야!”경비원이 이렇게 말하자 주이든의 얼굴이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그래 맞아. 성재 형님의 수단은 어쩌면 도 회장님보다도 독할거야!”진서준은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왕성재가 오기를 기다렸다.곧 차 몇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이든 호텔 문 앞에 멈췄다.차가 멈추자 왕성재가 시가를 입에 물고 차에서 내렸다.그의 부하들도 험악한 표정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이든 호텔에 와서 밥을 먹으려던 손님들은 그들을 보자 자신이 다칠까 봐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갔다.왕성재가 앞장서
옆에서 지켜보던 왕성재 등 사람들도 놀라서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았다.그들은 마치 자기 뼈가 부러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왕성재는 다음번에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똑똑히 물어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만약에 이 진 선생님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목숨마저 잃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주이든이 마침내 비명을 멈추자 왕성재는 조심스럽게 진서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진 선생님, 이제 저희가 가도 될까요?”“이 돼지 새끼를 어디 가서 묻어버려.”그가 주이든을 가리키며 말했다.“네!”왕성재는 즉시 사람을 시켜 주이든을 처리하라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그를 들어 승합차에 실었다.왕성재가 떠난 후, 진서준도 차를 몰고 집에 왔다.이승재의 사부가 수련을 끝낼 날까지 아직 20일도 남지 않았다.사부를 만나기만 하면 진서준은 영골을 찾아서 어머니의 두 다리를 치료해 주고 싶었다!“서라야, 점심은 밖에서 먹을게.”그리고 진서준은 바로 옆의 별장에 가서 수련을 계속했다....은수환이 단구준 등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깨어났다.“수환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은수환이 눈을 뜨자 단구준 등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가 어디야?”그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실을 훑어보았다.“병원이야. 네 머리에서 계속 피가 흘러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우리가 널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수환아, 아직도 머리가 아파?”육지현이 말하자 은수환은 유리잔에 맞은 머리를 만졌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별로 아프지 않아.”은수환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머리는 안 아프지만 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진 셈이다!“진서준 그 새끼는 정말 나쁜 놈이야. 수환이가 밥까지 사줬는데 감히 수환이를 때리다니!”“내가 보기에 그 새끼는 수환을 질투해서 그렇게 비열하게 노는 것 같아!”“호텔 사장을 시켜서 그런 짓을 하다니, 손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려야 해!”주위에 있던 동창들이 말을 주고받았다.은수환은
아버지 곁에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가 항상 깔보던 진서준이었다!‘설마 오늘 우리 회사를 샀다던 사람이 진서준이야?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단지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일 뿐인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지!’은수환이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자 은철수는 조금 화가 났다.새로운 회장님께 인사를 드릴 좋은 기회인데 은수환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수환아! 아니 거기서 뭐해! 빨리 와서 새로운 회장님께 인사드려!”은철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회사 안에 직원들이 은철수의 말을 듣고 놀라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이 젊은이가 은 사장님의 친척인 줄 알았다.일부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긴 여직원들은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심지어 그의 앞에서 일부러 셔츠 단추를 풀고 옷깃을 아래로 잡아당겼다!그녀들은 돈이 많고, 얼굴이 잘생긴 진서준을 꼬시고 싶었다!그녀들 중에 누군가가 진서준과 사귀게 된다면, 신분이 즉시 올라갈 것이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판매 부서의 김가연이에요.”“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많은 여직원이 진서준과 은철수를 에워쌌다.이를 본 은철수는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그전에 그가 은수환을 데리고 회사에 왔을 때도 이 여직원들도 그에게 아첨했다.“지금 근무시간인데 여기서 뭐 해요? 다들 일 안 해요?”은철수는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그러자 여직원들은 입을 삐죽이며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갔다.바로 이때 은수환도 정신이 들어서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과 은철수에게 다가갔다.“진 회장님, 안녕하세요.”은수환은 겉으로는 공손한 태도였지만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널 보니 기분이 나쁘네.”진서준은 느끼는 그대로 말했다.그러자 은철수는 은수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네 이놈아. 네가 진 회장님 심기를 건드렸어?”은수환은 점심에 일어난 일을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에 은철수가 알았다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아버지, 제가 어찌 감히 진 회장님을 건드리
“저 사람이 장정범이에요.”유정은 중년 남자가 등장하자 바로 진서준에게 소개했다.진서준은 장정범을 흘낏 보고 바로 그가 내뿜는 피비린내가 섞인 살기를 느꼈다.“여러분!”장정범은 마이크를 잡고 차분한 눈빛으로 손님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러자 본래 시끄럽던 홀은 즉시 고요해졌다.모든 사람이 장정범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의 다음 발언을 기다렸다.“오늘 제 아들의 성인식 연회에 오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물론 오늘 이 연회는 단순한 생일 파티만은 아닙니다. 이미 몇몇 분들은 소문을 들으셨을 겁니다. 저희 장씨 가문은 곧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는 약을 출시할 예정입니다.”이 말에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왜냐하면 모두가 장씨 가문이 건축 자재를 취급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약재와 건축 자재는 재료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천양지차였다.장씨 가문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지 않았다.유정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혹시 장씨 가문이 회연단을 훔쳐 간 걸까요?”유정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럴 가능성이 있어.”진서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그 장우림이라는 놈이 그렇게 대담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겠지.”유정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쥐었다.“장정범 씨, 건축 업체가 약재를 출시한다고요?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닌가요?”누군가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물론 장난 아닙니다. 저희가 이번에 출시할 약은 회연단이라고 불리며 그 효과가 탁월합니다. 최대 3년 이내에 공식 발표회가 열릴 예정이니 그때 각자 애인을 데리고 와서 현장에서 직접 효과를 확인해 보세요.”장정범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었다.장씨 가문의 가주인 장정범이 이런 어이없는 농담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 장씨 가문은 도대체 어디서 이 약의 처방전을 구했을까?“그럼 여러분, 음식과 와인을 마음껏 즐기세요. 저는 더
그 가벼운 말투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돌리니 선글라스를 쓰고 어려 보이는 얼굴에 교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이 두 사람 뒤에 서 있었다.“장 도련님.”유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인사했다.이 사람은 바로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 장정범의 아들 장우림이었다.“며칠 보지 못했더니 유정 씨는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네요.”장우림은 눈을 가늘게 뜨며 경박한 목소리로 말했다.선글라스 밑에서 장우림의 눈은 배고픈 늑대가 사냥감을 노려보는 것처럼 유정을 노려보았다.유정은 장우림의 눈에 맛있는 먹잇감인 듯한 느낌이었다.“장 도련님, 과찬이세요.”유정은 여전히 쌀쌀하게 대응했다.“유정 씨 피부도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요.”장우림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 유정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유정의 얼굴에는 더 짙은 냉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장우림의 손이 유정에게 닿기도 전에 진서준은 유정의 손목을 꽉 잡았다.“넌 씨X 누구야? 이 손 못 놔?”장우림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눈에서 불꽃을 튕겼다.“네 손을 공제하지 못하겠으면 내가 대신 부러뜨려 주마.”진서준도 역시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공공장소에서 유정의 얼굴을 만지려는 행동은 공개적으로 성희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해?”장우림은 선글라스를 벗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유정 씨에게 손대는 건 용납할 수 없어.”진서준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차가웠다.“얼씨구?”장우림은 대놓고 진서준을 비꼬아대기 시작했다.“유정 씨 집에서 키우는 개는 꽤 충성스럽네요.”“장우림, 그따위로 말하겠으면 닥치는 게 좋을 거야.”유정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늘은 네 생일이야. 공공장소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내 앞에서 썩 꺼져.”자기를 성희롱하고 진서준을 모욕한 건 유정이 그냥 웃어넘길 수 없었다.“망신당한다고? 내가? 잊지 마, 여긴 우리 장씨 가문 세력 범위 안이야.”장우림은 악랄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경호
유정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정말 병에 걸려 쓰러졌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지도 몰라요. 오랜만에 푹 쉴 기회가 생겼으니까요.”유정의 물 흐르듯이 완벽한 연기를 보며 진서준은 속으로 감탄했다.시간은 정말 최고의 스승이었다.이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유정의 변화를 본 진서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박진용은 당황해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겼다.“저도 다른 사람들한테 들은 소문이에요. 시간도 늦었는데 같이 들어가실래요?”“박 도련님, 먼저 가세요. 저는 여기서 잠깐 있을게요.”유정이 평온하게 거절했다.박진용의 속셈을 잘 알고 있는 유정은 일부러 박진용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유정은 박진용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유정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알겠어요. 그럼 유정 씨, 여기서 바람 쐬시면서 편히 계세요.”박진용은 웃으며 돌아서서 떠났다.박진용이 멀어지자 유정은 비로소 긴장을 풀며 웃었다.“오빠, 방금 저 사람은 박서명의 둘째 아들 박진용이에요. 박씨 가문은 여기서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박진용은 그걸 전담하고 있어요. 우리 유씨 가문과도 사업적으로 연관이 많죠.”유정이 박서명과 그의 회사를 소개했다.진서준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정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누구나 가족에게만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었다.지금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전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진심을 내보이면 마찬가지로 진심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냉혹한 칼날만 돌아오기 일쑤였다.진서준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저 사람이 너희 회연단을 훔칠 가능성은 없어?”“아마 없을 거예요. 박씨 가문 가주는 주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약재 생산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어요.”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근데 제 병에 관한 소식은 누군가 밖에 퍼뜨렸네요.”유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유정이 병에 걸렸을 때, 유씨 가문은 이 소식을 철저히 차단하려 했었다.그 이유는 회사 내에
저녁 무렵, 수안 호텔.금도에서 유명한 한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호텔인 수안 호텔의 면적은 매우 넓었다.수안 호텔은 한국식 왕궁의 아름다움과 서양식 고층 빌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정원, 대나무 숲, 와이너리, 심지어 인공 호수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그야말로 곳곳에서 고귀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최고급 호텔이었다.이 순간, 수안 호텔 입구에 은백색 벤틀리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하얀색 연회복을 입은 유정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본래 어여쁜 외모를 자랑하는 유정은 정성껏 꾸민 후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차가운 기질과 이쁜 미모가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들의 몸에 있던 시선을 전부 끌어갔다.모든 남자가 유정을 주목하며 눈에서 탐욕스러운 금빛을 뿜어냈다.“이야, 저 여자는 어느 가문 딸이지? 너무 예쁜데?”“모르겠어, 근데 저 차 보니까 유씨 가문 번호판 같지 않아?”벤틀리의 번호판은 여섯 개의 6으로 이루어졌다.금도에서 유씨 가문 외엔 이런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가 없었다.유정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그녀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이번에 유정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장씨 가문과 유씨 가문 사이의 관계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랑하려는 의도였다.자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유정 곁에 있는 진서준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진서준은 김평안의 인피면구를 쓰고 연회에 참석했다.“금도에도 이렇게 멋진 호텔이 있었어?”차에서 내린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수안 호텔은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답고 웅장한 빌딩이었다.“금도는 국내에서 유명한 도시잖아요. 게다가 이 수안 호텔은 장씨 가문의 전용 장소예요. 장정범 부자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서 이곳을 굉장히 화려하게 꾸민 거예요.”진서준은 유정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지하 세계를 누비다가 신분 세탁한 사람들은 체면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유정 씨,
그렇게 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짓일뿐더러 유씨 가문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을 뿐이었다.“아참, 오빠, 우리 집은 최근에 성약당과 협력해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했어요. 회사에 도착하면 그 제품 좀 봐주세요.”유정이 갑자기 새 화제를 꺼냈다.“응? 어떤 새 제품인데?”진서준도 흥미가 생겼다.지금의 성약당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그곳 장로들의 의술과 인품은 예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고 그들이 연구한 제품은 분명 평범한 게 아닐 것이다.“성약당 대장로가 말하길 그 제품은 회연단이라고 하는데,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대요.”유정은 신난 표정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모든 여성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 생각은 분명 비현실적이었다.이 세상 그 누구도 영원히 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설령 지선 경지에 이른 절세 고수라도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었다.단, 진서준처럼 선법을 수련하는 경우는 예외였다.하지만 그 선법을 수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현재까지 진서준이 만난 사람 중, 교회 사람과 구지범이 가짜 선법을 배웠었다.하지만 가짜 선법과 진짜 선법은 큰 차이가 있었다.“그래? 네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네.”진서준은 웃으며 대응했다.피부 노화 방지 처방전에 관해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효과가 어떨지는 진서준이 직접 시험해 본 적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지식은 창욱 어르신한테서 전수한 것이라 완벽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곧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다.유씨 가문의 회사 빌딩은 백 미터 길이에 달하는 웅장한 빌딩이었고 이 빌딩 전체가 유씨 가문 그룹 소유였다.사무실에 들어가자 유정은 자기 비서와 마주쳤다.외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유정의 태도는 즉시 변했다.진서준 앞에서 보였던 단순하고 고분고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가 넘치는 강력한 리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방 비서,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회연단 가져오세요.”“유 대표님,
가장 무서운 건 공기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다.진서준이 허윤진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장면을 조슬기가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조슬기는 충격을 받아 입이 떡 벌려졌다.두 사람이 방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교류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지금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었다.조슬기는 순간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죄송합니다, 노크하지 않았네요.”정신을 차리고 나서 조슬기는 얼굴이 빨개지며 깜짝 놀란 새끼 토끼처럼 곧바로 줄행랑을 놓았다.하지만 허윤진은 여전히 진서준을 놓지 않았다.자기가 숨쉬기 어려워지자 그제야 진서준을 놓지 않았다.허윤진의 얼굴은 이미 홍조로 물들어 있어 백 년 된 와인보다 더 매혹적이었다.평소 대범해 보이던 허윤진이지만 이런 강제로 키스하는 행동은 난생처음이었다.“이 선물, 마음에 들어?”허윤진은 고개를 숙이고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허윤진도 마음속으로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특히 다른 여자가 이 대담한 현장을 본 게 너무도 창피해 땅속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진서준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시퍼런 대낮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진서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어휴, 이젠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겠네.”진서준은 고개를 흔들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해명할 수 없으면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 어차피 저 사람들은 네 진짜 모습을 본 적 없잖아.”허윤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하자 진서준은 입을 열어 반박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신수란과 조슬기는 진서준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지만 김평안과 진서준이 한 사람이란 걸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입술에 남은 빨간 자국을 닦고 진서준은 허윤진과 함께 나갔다.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은 유정 옆에 붙어 있었다.진서준은 지금 유정의 경호원인 김평안이기에 허사연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조슬기가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자 진서준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유정아,
“내가 구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가씨니까요.”진서준의 설명을 듣자 조슬기는 감탄과 존중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알겠어요.”조슬기는 이렇게 공과 사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이해했으면 다행이네요.”진서준은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그럼 더 이상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가볼게요.”조슬기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에취!”화장실에 숨어 있던 허윤진이 갑자기 재채기했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슬기가 듣기에 충분한 정도였다.조슬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조슬기는 진서준의 방 안에 여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입꼬리가 떨렸다.언제 해도 좋을 재채기를 하필 지금 하다니, 또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든 것 같았다.“미안해요, 김평안 씨. 어젯밤에 김평안 씨가...”조슬기는 얼굴이 빨개지며 말끝을 흐렸다.조슬기는 남녀 간의 일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콜록, 콜록...”진서준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두 번 했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조슬기는 황급히 도망치듯 떠났다.조슬기가 떠난 후, 진서준은 즉시 방문을 닫고 화장실로 가서 허윤진을 끌어냈다.“고의로 한 거지?”진서준은 어이없어 다짜고짜 따졌다.“내가 언제 재채기를 할지 어떻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허윤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허윤진은 아까 화장실에 숨어 있었는데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져서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버린 것이다.“너 자기 이미지가 조슬기 씨 마음속에서 무너지는 게 그렇게 신경 쓰여?”허윤진은 여전히 질투가 가득한 말투로 비꼬았다.“아니야, 조슬기 씨가 네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기만 하면 돼.”진서준도 너무 신경 쓰려고 하지 않았다.어차피 조슬기가 허윤진을 보지 못했다면 진서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나가도 돼.”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허윤진은 나가지 않고 오히려 진서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너희
조슬기의 목소리를 듣자 허윤진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봐, 아침 일찍부터 널 찾잖아, 이래도 네게 관심 없다고 할 거야?”“너도 날 찾으러 왔잖아.”진서준은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이 여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난 저 여자랑 달라.”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콧방귀를 뀌었다.“알겠어, 일단 먼저 숨어. 내가 저 여자를 돌려보낼게.”진서준의 말에 허윤진은 불만이 또 터졌다.“왜 내가 숨겨야 해?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왜 내가 저 여자를 피해야 해?”“그건 말이야...”진서준은 할 말을 잃었다.사실 진서준이 걱정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후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난 김평안이야, 진서준이 아니야. 너랑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의심할 수도 있어.”허윤진은 그제야 마지못해 화장실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숨을 곳이 전혀 없었고 화장실만이 유일한 은신처였다.문밖에 있던 조슬기는 방 안에서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진서준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조슬기가 돌아가려고 하던 찰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조슬기는 그제야 신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이 문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미안해요, 김평안 씨. 아침 일찍 휴식을 방해했네요.”조슬기의 얼굴에 죄송한 표정이 가득했다.“저를 왜 찾아오셨죠?”진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젯밤 은 선배와 다른 선배들의 폭언에 관해 그분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러 왔어요.”조슬기는 어젯밤에 은청준 등 사람들이 진서준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대하며 온갖 폭언을 날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다행히 진서준이 너그러워 그냥 웃어넘겼기에 어젯밤 병상에서 죽을 뻔한 조슬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아가씨가 날 건드린 것도 아닌데 왜 사과하는 건가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묻자 조슬기는 진진하게 대답했다.“김평안 씨, 제 선배들이 김평안 씨를 건
“그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최종 승리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천년병제련을 준다고 들었습니다.”이장로가 한마디 보탰다.“이 약초는 남사에서 제공한 겁니다.”진서준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이 빛났다.이전에 유기명은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천년병제련이 보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장로가 그 사실을 확증한 것이다.마지막 약재인 천년병제련을 손에 넣으면 진서준은 진서라 체내의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된다.“김평안 씨, 혹시 참가할 겁니까?”이장로가 진서준의 표정을 보며 슬쩍 물었다.“당연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김평안 씨가 의술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의술이 아니라 무도를 겨루게 됩니다.”이장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번에 참가하는 건 우리 4대 종문의 젊은 제자들입니다. 이 청년들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실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이때, 은청준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나도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넌 더 말할 필요 없겠지.”4대 종문에는 천재가 넘쳐났다.누구도 다른 세 종문에 역대급 천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천년병제련은 반드시 제 손에 넣을 겁니다.”진서준이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이장로님, 이 천년병제련을 우리가 손에 넣으면 김평안 씨에게 양보할 수 있나요?”조슬기가 간절한 눈빛으로 이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은혜를 갚고 살아야 하는 건 뻔한 도리였다.더군다나 진서준은 조슬기 생명의 은인인데 이 은혜는 꼭 갚아야 할 것이다.“물론 양보할 수 있어. 우리 종문 내 다른 약재를 갖고 우승자와 교환할 수 있을 거야.”이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다들 방을 떠나고 조슬기만 혼자 남아 침대에서 편히 휴식을 취했다.진서준도 쉬려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성동석이 진서준을 붙잡았다.“김평안 씨, 그 독충을 이용한 치료법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성동석의 눈에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