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구준이 진서준을 이렇게 조롱하자 은철수와 은수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원래 이번 일은 만회할 여지가 있었다.하지만 지금 단구준이 저렇게 말하니 은수환은 분명히 해고 될 것이다.은철수의 사장 자리도 지키기 어려웠다!단구준은 은철수와 은수환의 눈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진서준을 조롱했다.“진서준, 제 주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어? 화장실 청소하는 일은 스펙이 필요 없지만, 너 같은 감옥살이를 하던 사람은 이런 일도 할 자격이 없어! 아까 밥 먹을 때 수환이가 너 보고 화장실 청소하라 한 건 널 모욕하기 위해서였어! 그것도 몰랐던 거야?”회사의 직원들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감옥살이했다는 말에 모두 놀랐다.하지만 곧 아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돈만 많으면 되지, 감옥살이하든 말든 상관없었다.“그만해!”은수환이 소리쳤다.그러자 단구준은 입을 다물고 빙그레 웃으며 은수환을 바라보았다.“수환아, 네 아버지가 이 회사의 회장님이시잖아? 나한테 팀장 자리 같은 거 하나 안배해 줘. 어려운 일이 아니지?”그러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이런 아들이 없는데.”“뭐라고?”단구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내가 바로 이 회사의 회장이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하자 단구준은 코웃음을 쳤다.“웃기고 있네. 네가 이 회사 회장이면 난 구글의 회장님이야!”점심에 은수환은 분명히 자기 아버지가 이 회사의 회장이라고 말했었다.하지만 은철수도 그냥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장일 뿐이었다.은수환의 얼굴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진서준이 이 회사의 회장이야.”단구준은 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수환아, 농담하지 마! 걔가 어떻게 회장이야!”옆에 있던 은철수가 서둘러 진서준에게 사과했다.“회장님, 제가 제 아들을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 제가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이 자식이 감히 회장님의 심기를 건드렸어요! 해고 하실 거면 해고 하세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요!”은철수는 은수환이 해
산성 별장 판매 부서.유정은 진서준이 새 직장을 소개해 준다는 말을 듣고 기쁘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했다.그녀는 자신이 이 일을 잘하지 못해서 진서준의 얼굴에 먹칠할까 봐 두려웠다.“서준 씨. 제가 일을 잘못하면 어떡해요.”“괜찮아요. 천천히 해봐요. 못해도 누가 뭐라 안 해요.”“알겠어요. 제가 그러면 여기에 사직서를 제출할게요. 아참. 서준 씨! 새 직장은 무슨 일이에요?”유정이 물었다.“작은 회사 사장님 일을 하시면 돼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유정은 멍해졌다.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줄곧 가장 기초적인 일만 해왔고, 회사의 경영진에 들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은 그런 그녀를 보고 직접 한 회사의 사장님을 하라 했다.유정은 자신이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서준 씨, 전 사장을 못 할 것 같아요! 그냥 직원 시켜주세요.”유정이 다급한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이 거절했다.“그건 안 돼요. 지금 여기는 사장 자리만 부족한 상태예요! 일단 먼저 여기로 오세요. 자세한 건 제가 다시 말해줄게요.”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고한영을 보고 말했다.“서준 씨, 아니면 제가 고한영 언니랑 함께 갈게요. 한영 언니는 예전에 회장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어요.”진서준이 이 말을 듣자 바로 승낙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 고한영 씨가 당신 비서를 맡으면 되겠어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지금 회사의 위치를 보내줄게요!”전화를 끊은 후 유정은 바로 고한영을 찾으러 갔다.진서준이 했던 말을 고한영에게 들려주자,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두 사람은 사직서를 내고 진서준이 보내준 위치로 이동했다.지금 천화 태클놀로지 회사의 직원들은 낮은 소리로 새로 온 회장님이 누구를 사장님으로 임명할지에 대해 의논했다.각 부서의 부장들은 서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고 모두 진서준에게 잘 보이려 했다.A/S 부서의 노수연은 바로 그들 중 한 명이었다.노수연은 올해 32살이고 천화 테크놀로지에서 4년간 일을
유정과 고한영을 회사 사람들에게 소개한 후, 진서준은 바로 떠났다.사장 사무실 안에서 유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한영을 바라보았다.“한영 언니, 이제 어떻게 해요?”고한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우선 이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 알아보는게 어때요?”“네!”유정은 회사의 자료를 전부 찾아냈고 두 사람은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그들이 한창 회사의 자료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들어오세요.”사장 사무실에 들어온 노수연은 그들이 회사 자료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쳐다보았다.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들어온 그녀들은 아마도 자기 몸까지 팔아가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것이다.“유 사장님, 저는 우리 회사의 A/S 부서의 부장이에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무슨 일이에요?”유정이 손에 들었던 자료들을 내려 놓으며 물었다.그러자 노수연이 대답했다.“사실 몇몇 회사가 우리 회사에 빚진 잔금이 거의 반년이 되었는데 지금 계속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몇 번 가보았는데도 안 준다고 떼를 쓰니까 유 사장님께 물어보는 겁니다. 혹시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까요?”유정은 이 사실을 알자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노 부장님, 상대방 회사의 자료를 보내주세요. 제가 한 번 가볼게요!”유정의 말을 들은 노수연은 마음속으로 너무 기뻤다.사실 노수연은 오기 전에 자신을 까다롭게 대하던 회사들의 자료를 이미 정리해두었다. 지금 유정이 나서겠다고 하자 그녀는 이 일을 유정에게 슬쩍 떠넘기려고 했다!만약에 유정이 잔금을 못 받아온다면, 그녀는 이 일을 진서준에게 알려주려 했다.진서준이 아무리 이 두 여자를 좋아한다 해도, 만약에 그들 둘이 능력이 없다면 진서준도 화가 날 것이다.“알겠어요. 유 사장님. 제가 지금 바로 가서 자료 보내 드리겠어요!”노수연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고한영은 한숨을 쉬었다.“유정 씨, 저 여자가 우리를 해치려고 해요!”“한
많은 사람의 눈에 허윤진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하지만 수수한 옷차림의 진서준은 거지꼴이었다.이 두 사람은 누가 보아도 너무 차이가 났고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무슨 일로 저를 불러냈어요?”진서준이 물었다.“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진서준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허윤진은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자기처럼 이렇게 예쁜 여자와 함께 레스토랑에 와서 밥을 먹는데 진서준의 옷차림은 엉망진창이었다!원래 허윤진은 진서준을 모함하는 것에 대해 조금 미안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미안한 마음이 사라졌다.그녀가 보기에 진서준은 모함당해도 마땅했다.동시에 진서준도 허윤진이 경멸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정말 우리 언니를 좋아해요?”허윤진이 무심코 물었다.“네. 맞아요. 윤진 씨도 아시잖아요.”진서준은 대범하게 인정했다.예전에 어린 나이에 어리석게도 유지수를 좋아했다.하지만 지금의 진서준은 허사연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허사연과 함께 있을 때 진서준은 아무런 고민이 없었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다.“하지만 우리 언니는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허윤진은 사정없이 진서준에게 독한 말을 뱉었다.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되물었다.“사연 씨 본인도 아니면서, 사연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난 사연 언니의 동생이니 당연히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허윤진이 반박했다.“우리 언니는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남자와 결혼해야 해요! 서준 씨처럼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남자는 안 돼요! 만약에 당신이 그때 우리 아빠를 구하지 않았다면 언니와 당신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이에요!”허윤진은 말할수록 화가 났고 목소리도 따라 높아졌다.주변 사람들은 허윤진과 진서준이 싸우는 줄 알았다.진서준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저를 그렇게 무시하시면서 오늘 왜 불러냈어요? 저를 보지 않으면
레스토랑 안에 많은 사람들이 진서준 쪽을 바라보며 구경하고 있었다.허윤진이 계속 거절하자 장동건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그래서 그는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인마. 네 여자 친구는 이제 내 여자야. 이 차를 몰고 꺼져!”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장동건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다른 남자 앞에서 바로 상대의 여자를 빼앗는 것은 난생처음 봤다.그들은 진서준의 반응이 궁금했다.그는 물 한 모금 마신 후 차가운 시선으로 장동건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장동건은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내 말이 안 들려? 네까짓 게 내가 부러워할 정도로 이쁜 여자 친구를 두었군. 지금 이 차 키를 들고 꺼져. 그러면 놓아 줄게, 아니면 혼날 줄 알아!”장동건은 웃으며 진서준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들고 그의 얼굴로 향했다.장동건의 손이 진서준의 얼굴에 닿으려고 할 때, 진서준은 그의 손목을 잡았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네놈이 지랄하네! 내가 안 가면, 어쩔 건데?”장동건은 흉악하게 웃으며 다른 한 손으로 진서준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그가 손을 들기 전에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졌다.그리고 진서준은 장동건의 목덜미를 잡고 그의 머리를 식판에 내리쳤다.순식간에 도자기 식판이 산산조각이 났고 조각들 사이에는 붉은 피가 있었다.진서준은 멈추지 않고 식탁 위에 물이 담긴 유리병을 집어 장동건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팍하는 소리와 함께 장동건의 뒤통수에서 피가 튀었다.장동건은 남은 한 손으로 식탁 위에서 버티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허윤진은 진서준의 모습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주변에 있던 웨이터들과 밥을 먹던 사람들은 얼굴이 변했다.눈앞의 사태는 이미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그들은 보기에 얌전한 남자가 이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 못 했다!그와 동시에
레스토랑 안은 아수라장이었고, 장동건의 몸은 피투성이라서 더욱 비참해 보였다.“정말 우습네.”장동건은 조롱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경멸이 넘쳐 흘렀다.조금 전 장동건은 김명진이 본인 형님이라고 했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사실 그도 다른 사람의 위세를 빌려서 김명진과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것이었다.심지어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김명진과 대화할 기회조차 없었다.그러나 그와 김명진이 어떤 사이인지를 깊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장동건이 입고 있는 옷과 조금 전 그가 보여준 재력은 그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너처럼 별 볼 일 없는 놈이 어떻게 우리 형님을 안다는 거야?”장동건의 비아냥에도 진서준은 무덤덤했다.“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잠시 뒤에 알게 되겠지.”옆에 있던 허윤진은 진서준이 김명진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김명진은 그의 언니와 같은 급의 인물이기 때문이다.허윤진은 비록 김명진과 몇 마디 해보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에 교류도 많지 않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 김명진은 안목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었다.그와 친구가 되려면 단순히 돈이 많은 거로는 부족했다.“진서준 씨, 아직도 창피한 줄 몰라요?”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내가 왜요? 저 사람이 먼저 날 때렸는데 난 저 사람을 때릴 수 없나요?”진서준이 되물었다.“그리고 이 일은 허윤진 씨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장동건은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자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가장 즐겨 보는 것이 바로 사이좋은 연인들이 그가 끼어듦으로써 원수가 되는 것이었다.“윤진아,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이유는 없어. 그냥 나랑 만나. 나랑 만난다면 윤진 씨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게!”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장동건 같은 바람둥이는 일편단심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여자에게 흔쾌히 돈을 썼다.조금 전 그가 20억이 든
“다들 멈춰!”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그들의 안색이 달라졌다.레스토랑 입구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장정들에 의해 가로막혔다.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기운을 감추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에게서 엄청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그 광경에 장동건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 정도 스케일이라면 서울시 최고의 가문을 제외하면 허씨 집안과 김씨 집안뿐이었다.레스토랑 문이 열리고 1미터 80 정도 돼 보이는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그 청년을 본 순간, 장동건은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 청년은 다름 아닌 그가 조금 전 아는 사이라고 큰소리쳤던 김명진이었기 때문이다.“김명진 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정신을 차린 장동건은 정중한 태도로 김명진에게 다가갔다.그러나 김명진은 장동건을 몰랐다. 장동건이 피를 묻히고 다가오자 김명진의 경호원이 장동건을 막아 나섰다.“당신은 누구죠?”김명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 질문에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당황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동건은 김명진이 자기 형이라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라니?설마 돈 많은 장동건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장동건은 주변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굉장히 무안해했다.“김명진 씨, 전 장동건입니다. 전에 김명진 씨와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장동건이라는 이름을 듣자 김명진의 눈동자에 서늘한 빛이 감돌았다.“당신이 장동건이라고?”“네, 접니다. 기억나신 건가요?”장동건이 기쁘게 말했다.그러나 김명진의 이어진 다음 말에 장동건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먼저 다리 하나 부러뜨려.”“네!”경호원은 대답한 뒤 곧바로 장동건의 종아리를 찼다.뽀각!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동시에 사람들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다짜고짜 상대방의 다리를 부러뜨리다니, 참으로 무자비한 사람이
진서준이 정신을 잃은 뒤 허윤진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진서준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손가락으로 진서준의 뺨을 찔렀다.“진서준, 진서준!”두 번 불러도 진서준이 깨어나지 않자 허윤진은 그제야 손을 털었다.“흥, 감히 나랑 맞서려고 해? 넌 그럴 수준이 아니야! 아까 레스토랑에서 감히 나더러 부탁해 보라고 해? 내가 이참에 아주 단단히 혼쭐내주겠어!”허윤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진서준의 뺨과 팔을 힘껏 꼬집었다.그러나 그녀의 힘으로는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리고 김명진 그 사람도 그래. 감히 나와 진서준을 연인으로 보다니. 진서준 같은 사람이 나한테 어울리기나 해?”허윤진이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한바탕 화풀이를 한 뒤 허윤진은 손승호에게 연락했다.“다 됐어?”“네. 하지만 다른 레스토랑으로 왔으니까 얼른 이리로 와요.”“문제없어. 지금 당장 갈게!”몇 분 뒤 손승호가 룸에 도착했다.테이블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진서준을 본 손승호는 무척 흥분했다.“윤진아, 넌 가서 계산해. 난 진서준을 업고 내려갈게.”손승호는 진서준의 곁으로 걸어가서 허리를 숙인 뒤 진서준을 업으려고 했다.그런데 진서준을 업자마자 손승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이 자식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손승호는 키가 190cm 가까이 되고 몸무게는 80kg 정도였고, 진서준은 손승호보다 머리 반 개쯤 작았다.그러니 손승호가 진서준을 업는 것이 힘들 리가 없었다.허윤진은 손승호의 불평을 듣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승호 오빠, 이 자식 그렇게 무거워요?”“그래. 다 큰 돼지처럼 무거워!”손승호는 힘겹게 허리를 편 뒤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가 150kg쯤 되는 바위를 업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제가 도와줄 사람을 찾을까요?”“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손승호가 손을 저었다.“알겠어요. 그러면 전 일단 내려가서 계산할게요.”허윤진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손승호는 곁눈질로 진서준을 바라보
이 자식은 정말 밉상인데 의술 하나만은 정말 뛰어난 듯했다.황예은은 오늘 진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또 다른 평가를 내렸다.“미리 말해두지만 난 거기서 널 보호하는데 그렇게 많은 정력을 퍼부을 수 없어.”진서준이 미리 경고했다.진서준은 진서라을 치료할 약재를 손에 넣은 후, 간첩을 찾으러 가야 했다.그때가 되면 유람선 위에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보는 눈도 많을 것이다.누군가 황예은에게 해를 끼치려 하면 그건 큰 문제가 될 것이다.황예은은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서 날 보호할 사람을 구할 거야. 알았어, 그럼 너 먼저 밥 먹어. 나중에 약 바르러 올게.”진서준은 방을 나갔다.허윤진은 진서준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물었다.“진서준, 오늘 밤만 지나면 우리는 서울로 돌아갈 거지?”“왜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려 해?”진서준은 허윤진의 말에 의아해했다.황예은이라는 여우를 경계하기 위해서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허윤진이 차마 꺼낼 수 없었다.“너무 늦으면 엄마랑 진서라가 걱정할까 봐 그래.”허윤진이 비장 카드인 두 사람을 꺼냈다.어머니와 진서라를 생각하니 진서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약재만 받으면 내일 바로 돌아가자.”“이따가 또 저 여자 약 발라줘야 해?”허윤진이 질투와 원한이 섞인 눈빛을 보이자 진서준은 등골이 서늘했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서준이 허윤진을 속이고 불륜을 피운 거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응, 근데 이따가 바르는 건 마지막 약이야.”“그럼 다행이네.”허윤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황예은의 몸매는 너무 매력적이라 여성인 허윤진조차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진서준 같은 정상적인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불꽃이라도 튄다면 수습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약 바를 시간이야. 일단 들어가서 약 바르고 나올게.”진서준이 약을 들고 들어가자 황예은이 이미 죽을 다 먹은 걸 발견했다.“엎드려, 먼저 등부터 발라줄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이미 사라졌다.황예은은 낯선 방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죽었나?”그날 밤의 고문은 황예은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독한 기억이었다.살 속에 깊숙이 박힌 가시가 빠져나갈 때는 피부와 살까지 함께 묻어 나왔다.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깨어났구나.”익숙한 목소리가 황예은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진서준이 평범한 죽 한 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여기는 어디지?”진서준은 천천히 대답했다.“내 방이야.”이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황예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빤히 쏘아보았다.지금의 황예은은 병기운이 살짝 있었고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여왕의 분위기와는 완판 다른 다소 애교가 섞인 느낌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반응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맞긴 한데, 그 말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황예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누가 들으면 우리 둘이 이 방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든 줄 알겠어.”“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 본 건 나야.”진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자 황예은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정말 얼굴 두껍구나.”“난 여자친구가 있어. 내 여자친구가 내가 다른 여자를 내 방으로 데려온 걸 알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여자친구가 화나서 나랑 헤어지면 내가 손해 본 게 아니야?”진서준이 논리적으로 해명하자 황예은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 집어치워. 일단 밥이나 먹어. 다 먹었으면 약 바를 거야.”진서준은 그릇을 황예은에게 건넸다.황예은이 일어나자 몸에 덮인 이불이 떨어졌다.진서준의 눈앞에 황예은의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은 그 부위를 힐끗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내 잘못 아니야.”진서준이 한마디 보태자 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더 붉어졌다.
황씨 가문은 일시적으로 갈 수 없었다. 그곳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동호 별장에 돌아왔을 때, 올기는 여전히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용존님.”진서준이 돌아오자 올기는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갔다.진서준은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문을 잘 지켜.”‘또 그 여자야? 이 여자는 왜 자꾸 다치지? 혹시 액운이 깃든 운명인가?’올기는 호기심을 품고 생각했다.이때는 이미 깊은 밤인지라 허윤진과 서지은은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가볍게 발을 옮기면서 될수록 소리를 내지 않고 황예은을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황예은을 침대에 눕히고 진서준은 큰 물통에 물을 채운 후 가제와 은침을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볼품없게 된 옷을 벗겼다.이전의 완벽하고 무결했던 몸과는 달리 지금의 황예은은 차마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황예은의 몸은 온전한 곳 하나 없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채찍에 맞은 자국, 피부가 갈라진 자국, 심지어 가시가 박혀 있는 곳도 있었다.진서준은 그 상처들을 보며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르려 했다.허사연 일행이 이런 고문을 당했다면 진서준은 오늘 밤 이후, 박씨 가문이 다시는 명주시에 존재하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을 사랑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연약한 여성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무자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누구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진서준이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의 몸에 묻은 피를 닦을 때 의도치 않게 그녀의 상처에 손이 닿았다.가볍게 닿기만 해도 황예은은 몸을 바르르 떨며 움찔했다.진서준이 황예은의 온몸에 묻은 피를 닦는 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고 수건은 20개 이상 교체해야 했다.가제에 묻은 핏자국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진서준은 흉터를 없애는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가 부족해 늦은 시간임을 뻔히 알면서도 약왕 이용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구야?”밤늦게 전화를 받은 이용진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의 몸을 감쌌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맥이 자기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숨이 막혀 호흡이 어려웠다.본래 아무런 두려움도 없던 군인들도 이 순간, 총을 잡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은 박신준의 비명이 울려 퍼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손에 든 참선검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배 부분의 살과 피부가 모두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안에 하얀 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몇몇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구토하기 시작했다.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하문천도 이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몸을 돌렸다.“이건 시작에 불과해.”진서준의 말에 박신준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배가 파여 나갔으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니, 박신준의 몸과 정신은 이와 같은 무자비한 대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발을 들어 박신준에게 발차기를 날려 넘어뜨렸다.바닥에 쓰러진 박신준의 등은 진서준을 향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다시 참선검을 꺼내 이전의 행동을 반복했다.3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등 쪽에 있던 척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박신준의 팔과 다리에 피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 물건이 수십 년 된 유골일 것이라 오해했을 것이다.박신준의 드러난 뼈 위에 살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죽여줘... 날 얼른 죽여!”박신준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진서준, 그 녀석을 죽여.”하문천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박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몰살하겠어.”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공중에서 박신준의 등을 가격했다.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신준의 등에 있는 뼈는 한 조각씩 부서져 부스러기로 변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냉정하게 자기를 막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비켜! 비키지 않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을 거야.”살인귀의
“저기 있어...”진서준은 박신준을 바닥에 내던지고 빠르게 건물로 달려갔다.“경비 연대 좀 보내.”박신준은 숨을 두어 번 가까스로 몰아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박신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예은이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보셨죠? 저는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얌전하게 있는데 저 녀석은 제 체면 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바로 고자질하자 하문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만둬, 방금 일어난 일은 못 본 걸로 할게.”박신준은 하문천이 자기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말은 사실 진서준에게 하는 말이었다.지선도 죽일 수 있는 진서준이 굳이 박신준을 두려워할 리 없다.진서준은 속도를 내서 뛰어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진서준은 진한 피비린내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따라갔다.우르릉!갑자기 진서준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황예은은 도살장에 끌려간 죽은 돼지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황예은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피부가 찢겨나갔으며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피부가 보이지 않았다.피는 황예은의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쿵!진서준은 발로 감옥 문을 열어젖히고 참선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냈다.그러자 황예은이 이내 진서준의 품에 떨어졌다.“이 개자식!”진서준은 황예은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신준이 여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대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박신준의 아들 박진강은 황예은이 죽인 게 아니었다.참선검도 주인의 살기를 감지한 듯 미세한 빛을 발산했다.진서준은 황예은를 안고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참선검은 그의 뒤를 떠다녔다.작은 건물 밖에는 수백 명이 총을 장전하고 출구를 겨누고 있었다.진서준이 황예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군인들은 총알을
박신준은 흑석영에서 이미 수년을 지냈고 여기 있는 모든 군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그래서 박신준은 하문천에게 공개적으로 대들 수 있었던 것이다.박신준은 하문천이 고작 여자 하나를 위해 장군 계급인 자기와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내가 손을 대야 정신을 차릴 거야?”하문천이 평온하게 물었다.흑석영에는 군단 하나 정도의 전력이 있었고 설령 지선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을 위해서라면 하문천은 기꺼이 흑석영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왜냐하면 그들 호국부가 진서준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었다.보해 전투에서 진서준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진서훈과 그 일행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그 여자는 도대체 어르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여자라고?”하문천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네가 잡은 건 남자야, 여자야?”박신준도 의외의 질문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답했다.“어르신이 구하려는 사람은 황씨 가문 그 여자가 아니었습니까?”“당연히 아니야.”박신준은 비로소 자기가 하문천의 말을 오해한 사실을 깨달았다.하문천이 구하려는 사람은 진서준이지 황씨 가문의 여자가 아니었다.“너 도대체 몇 명 잡은 거야?”하문천이 냉랭하게 물었다.“두 명입니다. 그중 하나는 남자입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오해가 풀리자 박신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박신준이 만약 호국장군과 싸운다면 나중에 군부에서 그를 해임할 가능성이 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준과 하문천은 진서준이 갇혀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유리창 너머로 방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자 하문천은 박신준이 진서준에게 형벌을 가했음을 눈치챘다.다행히 진서준은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얼른 문 열어.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박신준이 언성을 높여 부하에게 소리쳤다.문이 열리자 뼈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박신준은 저도 몰래
말을 마친 박신준은 손에 든 긴 채찍을 휘둘러 황예은의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쳤다.팍!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황예은의 옷이 찢어져 나가고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복부에는 깊은 핏자국이 남았다.채찍이 박신준의 손에 돌아올 때 길고 날카로운 가시들에 피와 살이 묻어 있었다.극심한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와 황예은은 기절할 뻔했다.그 후, 채찍은 폭우가 쏟아지듯 미친 듯이 황예은에게 내리쳤다.팍팍!결국 황예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뼈저린 고통에 황예은의 몸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본래 완벽했던 황예은의 몸매는 이 가혹한 형벌을 겪은 후, 살점과 피가 튀어나오고 끔찍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채찍의 가시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자세히 보면 황예은의 뼈마저 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강철처럼 단련된 군인도 이 고문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옆에서 지켜보던 군인들도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해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장관님, 이 여자 기절했습니다.”“물을 부어 깨워.”박신준은 황예은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박진강은 박신준의 유일한 아들이었다.그런데 그 유일한 아들이 죽은 마당에 박신준은 절대 황예은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딸이라 해도 상관없었다.박신준의 아들을 죽인 자는 반드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내 군인이 커다란 통에 담긴 고추 물을 들고 왔다.이 고추 물을 피범벅이 된 몸에 부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었다.촤락!고추 물이 황예은의 몸을 타고 흐르면서 상처투성이인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극심한 고통에 기절해 있던 황예은은 다시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자극을 받고 눈을 떴다.지금 황예은의 머릿속은 온통 고통과 아픔으로 꽉 차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해, 얼른 날 죽여...”황예은의 목소리를 듣자 박신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죽고 싶어?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아?”팍팍
다른 심문실에서 황예은은 의자에 단단히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황예은의 맞은편에는 박신준이 앉아 있었다.박신준이 황예은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증오가 담겨 있었고 황예은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분명 처음 만난 사이인데 왜 상대방이 이렇게 자기를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국가를 배반한 반역죄를 저질렀다니, 황예은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황예은 씨, 박진강과 당신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습니까?”박신준이 다짜고짜 물었다.“네?”황예은은 그제야 왜 자기가 이곳에 끌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당신은 그 사람 삼촌인가요?”황예은의 질문에 박신준이 퉁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박진강 아버지입니다!”이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고 황예은은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박서명이 자기 친형제에게 오쟁이를 지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박신준을 쳐다보는 황예은의 의아한 눈빛을 본 박신준은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자강은 우리 형이 나한테서 직접 입양한 아들입니다.”황예은은 더 이상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박신준이라는 장군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였다.흑석영에서 박신준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황예은과 진서준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당신 아들은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때린 거예요.”황예은의 말에 박신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냥 때리기만 했습니까?”“그래요.”“근데 우리 아들이 죽었네요!”박신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죽었다고요?”황예은도 순간 당황했다.진서준이 그 당시에는 꽤 과격하게 행동했지만 박진강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분명 누군가가 박진강을 죽였을 것이다.“내가 한 일이 아니에요...”황예은은 본래 우리라고 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혼자서 모든 걸 떠안기로 결심했다.황예은은 진서준에게 진 빚이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