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이바흐 열쇠를 본 적 있어!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은수환의 말에 사람들은 시름을 놓았다.감옥을 다녀온 진서준이 마이바흐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뭐가 되겠는가!사실 은수환은 마이바흐의 열쇠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은수환은 집에 돈이 많아 견문이 넓었다. 사람들은 은수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환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진서준한테 속을 뻔했어!”“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까 적지 않은 사람을 속였나 본데?”사람들이 믿지 않자 진서준도 해명하지 않고 바로 차 열쇠를 거두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진서준을 보며 사람들은 저 차 열쇠가 가짜라고 단정 지었다.그들은 또다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단구준은 진서준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얘기했다.“나한테서 형님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다음생까지 기다려야겠다.”진서준은 단구준을 보면서 차갑게 비웃었다.“내 동생이 될 기회를 잃어서 아쉽겠어.”“하? 또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단구준이 화를 냈다.“구준아, 그만해. 뭐 저런 애랑 싸우려고 들어. 그러다가 진서준이 널 죽이면 어떡해.”육지현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단구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얘기했다.“날 찔러? 그 새끼가? 간덩이가 부어도 그러지 못할걸? 내가 봤을 때는 다단계나 하다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야? 진서준?”진서준이 다단계를 하다가 잡혀들어간 게 아니냐는 단구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진서준은 대학생 때 아주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진서준이 사람을 죽인다니. 그 말을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와 테이블을 채웠다.음식이 다 오른 후, 은수환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서준아, 우리 아빠 회사에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래? 한 달에 36만 원이야. 월급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만은 하잖아? 어때?”육지현은 그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았다.
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웨이터가 떠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밑에 있는 마이바흐가 정말 진서준의 차야?”“말도 안 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만약에 그가 마이바흐를 살 여유가 있다면 왜 이런 식당에 와서 밥 먹겠어?”이 말을 들은 은수환은 화가 났다.그는 매섭게 노려보다가 가볍게 기침했다.“저 웨이터는 분명 진서준이 돈 주고 찾아온 사람일 거야!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저 자식의 차 키는 가짜야!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우리가 떠날 때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되지.”은수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사람들은 또 그의 말을 믿었다.장혜윤만이 진서준이 방금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어찌 됐든 진서준은 허씨 집안에 빌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이바흐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비싼 롤스로이스라도 그는 살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도와서 나설 사람이 아니었다.반대로 그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다.진서준은 마이바흐를 주차장에 세우고 나올 때 경비원에게 말했다.“사장님이 오시면 직접 307호 룸으로 오라고 하세요. 은수환이라는 남자가 사장님의 손을 부러뜨린다고 했어요.”진서준의 말에 경비원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경비원은 진서준처럼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그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서준이 룸으로 돌아오자 은수환 등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방금 그 연기자는 하루에 얼마씩 받아? 아까 그분 연락처 좀 줘봐, 나도 혹시 후에 필요 있을 거 같아서!”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었다.이따 주이든이 오면 아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진서준이 말하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사실을 들켜서 할 말이 없는 줄 알고 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바로 이때 은수환은 갑자기 그의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수환아, 오후에 회사로 와, 우리 회사의 회장이 바뀌었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은수환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회
만약 웨이터가 진서준이 부른 연기자라면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은 연기자일 수가 없었다!그들은 온 힘을 다해 은수환을 때렸다!하지만 은수환은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그는 진서준이 뼈저리게 미웠다.“진서준, 이 새끼가 감히 나를 놀려!”호텔 사장 주이든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이마를 찡그렸다.“방금 당신이 말한 거 맞아? 은수환이 내 손을 부러뜨리겠다고 한 거.”진서준은 담담하게 주스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그래. 내가 말했어.”“진서준 이런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 이름으로 사람을 속이다니!”은수환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손에 유리잔을 들고 은수환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잔은 깨져서 바닥에 흩어져 떨어졌다.은수환의 머리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원래 분노에 찬 얼굴이었던 그가 순식간에 자기 머리를 감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주이든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그는 진서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그에게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잔뜩 화가 났다.“이보게, 나한테 할 말 없어?”그러자 진서준은 주이든을 힐끗 쳐다보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 돌아가. 이제 나와 이 사람 일만 남았어.”단구준은 원래 진서준을 조롱하려고 했으나 은수환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고 겁에 질렸다.두 남자가 은수환을 들고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황급히 도망갔다.룸 안에는 진서준과 주이든 등 사람들만 남았다. 진서준은 몸을 일으켜 차가운 눈빛으로 주이든을 바라보았다.“난 너와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주이든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없다고? 2년 전에 네가 40대 부인의 다리를 부러뜨린 거. 기억나?”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룸 안의 분위기도 차가워졌다.그의 말을 들은 주이든은 얼른 기억을 떠올렸다.그러자 그의 안색이 변했다.그날은 이지성이 그를 찾아와서 예쁜 유부녀를 그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바로 그날 밤, 그는
주이든은 진서준이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다.그가 방금 천조 조직의 사람을 안다고 말하니 진서준이 겁을 먹은 줄 알았다.“그래! 딱 기다려. 지금 바로 전화할게!”그는 화가 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왕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하자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주이든은 바로 아첨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목소리도 갑자기 공손해졌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할아버지께 전화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얼마 안 지나 통화를 마친 주이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이놈아! 이제 넌 끝장났어! 이따가 성재 형님이 사람을 데리고 오면 넌 목숨이 열 개라도 살아서 떠날 생각 하지 마!”주이든이 전화한 사람은 바로 왕성재였다. 그의 신분으로 도진수 같은 큰 인물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왕성재 하나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왕성재라는 이름을 듣자 차갑게 웃었다.며칠 전에도 그는 왕성재를 만났었다.그때에도 왕성재는 사람을 데리고 진서준을 에워쌌다.하지만 진서준의 한 통 전화에 그는 재빨리 사과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그래. 두고 보자. 네가 말한 성재 형님이 나를 어떻게 죽게 할지!”진서준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땅에서 고통스럽게 울고 있던 경비원이 성재 형님이라는 말을 듣자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놈 자식! 넌 오늘 죽었어! 무술 조금 배웠다고 해서 네가 천하무적인 줄 알아? 성재 형님은 도 회장님이 제일 아끼는 부하지. 그가 오면 넌 끝장이야!”경비원이 이렇게 말하자 주이든의 얼굴이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그래 맞아. 성재 형님의 수단은 어쩌면 도 회장님보다도 독할거야!”진서준은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왕성재가 오기를 기다렸다.곧 차 몇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이든 호텔 문 앞에 멈췄다.차가 멈추자 왕성재가 시가를 입에 물고 차에서 내렸다.그의 부하들도 험악한 표정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이든 호텔에 와서 밥을 먹으려던 손님들은 그들을 보자 자신이 다칠까 봐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갔다.왕성재가 앞장서
옆에서 지켜보던 왕성재 등 사람들도 놀라서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았다.그들은 마치 자기 뼈가 부러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왕성재는 다음번에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똑똑히 물어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만약에 이 진 선생님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목숨마저 잃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주이든이 마침내 비명을 멈추자 왕성재는 조심스럽게 진서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진 선생님, 이제 저희가 가도 될까요?”“이 돼지 새끼를 어디 가서 묻어버려.”그가 주이든을 가리키며 말했다.“네!”왕성재는 즉시 사람을 시켜 주이든을 처리하라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그를 들어 승합차에 실었다.왕성재가 떠난 후, 진서준도 차를 몰고 집에 왔다.이승재의 사부가 수련을 끝낼 날까지 아직 20일도 남지 않았다.사부를 만나기만 하면 진서준은 영골을 찾아서 어머니의 두 다리를 치료해 주고 싶었다!“서라야, 점심은 밖에서 먹을게.”그리고 진서준은 바로 옆의 별장에 가서 수련을 계속했다....은수환이 단구준 등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깨어났다.“수환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은수환이 눈을 뜨자 단구준 등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가 어디야?”그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실을 훑어보았다.“병원이야. 네 머리에서 계속 피가 흘러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우리가 널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수환아, 아직도 머리가 아파?”육지현이 말하자 은수환은 유리잔에 맞은 머리를 만졌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별로 아프지 않아.”은수환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머리는 안 아프지만 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진 셈이다!“진서준 그 새끼는 정말 나쁜 놈이야. 수환이가 밥까지 사줬는데 감히 수환이를 때리다니!”“내가 보기에 그 새끼는 수환을 질투해서 그렇게 비열하게 노는 것 같아!”“호텔 사장을 시켜서 그런 짓을 하다니, 손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려야 해!”주위에 있던 동창들이 말을 주고받았다.은수환은
아버지 곁에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가 항상 깔보던 진서준이었다!‘설마 오늘 우리 회사를 샀다던 사람이 진서준이야?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단지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일 뿐인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지!’은수환이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자 은철수는 조금 화가 났다.새로운 회장님께 인사를 드릴 좋은 기회인데 은수환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수환아! 아니 거기서 뭐해! 빨리 와서 새로운 회장님께 인사드려!”은철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회사 안에 직원들이 은철수의 말을 듣고 놀라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이 젊은이가 은 사장님의 친척인 줄 알았다.일부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긴 여직원들은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심지어 그의 앞에서 일부러 셔츠 단추를 풀고 옷깃을 아래로 잡아당겼다!그녀들은 돈이 많고, 얼굴이 잘생긴 진서준을 꼬시고 싶었다!그녀들 중에 누군가가 진서준과 사귀게 된다면, 신분이 즉시 올라갈 것이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판매 부서의 김가연이에요.”“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많은 여직원이 진서준과 은철수를 에워쌌다.이를 본 은철수는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그전에 그가 은수환을 데리고 회사에 왔을 때도 이 여직원들도 그에게 아첨했다.“지금 근무시간인데 여기서 뭐 해요? 다들 일 안 해요?”은철수는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그러자 여직원들은 입을 삐죽이며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갔다.바로 이때 은수환도 정신이 들어서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과 은철수에게 다가갔다.“진 회장님, 안녕하세요.”은수환은 겉으로는 공손한 태도였지만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널 보니 기분이 나쁘네.”진서준은 느끼는 그대로 말했다.그러자 은철수는 은수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네 이놈아. 네가 진 회장님 심기를 건드렸어?”은수환은 점심에 일어난 일을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에 은철수가 알았다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아버지, 제가 어찌 감히 진 회장님을 건드리
단구준이 진서준을 이렇게 조롱하자 은철수와 은수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원래 이번 일은 만회할 여지가 있었다.하지만 지금 단구준이 저렇게 말하니 은수환은 분명히 해고 될 것이다.은철수의 사장 자리도 지키기 어려웠다!단구준은 은철수와 은수환의 눈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진서준을 조롱했다.“진서준, 제 주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어? 화장실 청소하는 일은 스펙이 필요 없지만, 너 같은 감옥살이를 하던 사람은 이런 일도 할 자격이 없어! 아까 밥 먹을 때 수환이가 너 보고 화장실 청소하라 한 건 널 모욕하기 위해서였어! 그것도 몰랐던 거야?”회사의 직원들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감옥살이했다는 말에 모두 놀랐다.하지만 곧 아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돈만 많으면 되지, 감옥살이하든 말든 상관없었다.“그만해!”은수환이 소리쳤다.그러자 단구준은 입을 다물고 빙그레 웃으며 은수환을 바라보았다.“수환아, 네 아버지가 이 회사의 회장님이시잖아? 나한테 팀장 자리 같은 거 하나 안배해 줘. 어려운 일이 아니지?”그러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이런 아들이 없는데.”“뭐라고?”단구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내가 바로 이 회사의 회장이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하자 단구준은 코웃음을 쳤다.“웃기고 있네. 네가 이 회사 회장이면 난 구글의 회장님이야!”점심에 은수환은 분명히 자기 아버지가 이 회사의 회장이라고 말했었다.하지만 은철수도 그냥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장일 뿐이었다.은수환의 얼굴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진서준이 이 회사의 회장이야.”단구준은 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수환아, 농담하지 마! 걔가 어떻게 회장이야!”옆에 있던 은철수가 서둘러 진서준에게 사과했다.“회장님, 제가 제 아들을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 제가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이 자식이 감히 회장님의 심기를 건드렸어요! 해고 하실 거면 해고 하세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요!”은철수는 은수환이 해
산성 별장 판매 부서.유정은 진서준이 새 직장을 소개해 준다는 말을 듣고 기쁘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했다.그녀는 자신이 이 일을 잘하지 못해서 진서준의 얼굴에 먹칠할까 봐 두려웠다.“서준 씨. 제가 일을 잘못하면 어떡해요.”“괜찮아요. 천천히 해봐요. 못해도 누가 뭐라 안 해요.”“알겠어요. 제가 그러면 여기에 사직서를 제출할게요. 아참. 서준 씨! 새 직장은 무슨 일이에요?”유정이 물었다.“작은 회사 사장님 일을 하시면 돼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유정은 멍해졌다.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줄곧 가장 기초적인 일만 해왔고, 회사의 경영진에 들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은 그런 그녀를 보고 직접 한 회사의 사장님을 하라 했다.유정은 자신이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서준 씨, 전 사장을 못 할 것 같아요! 그냥 직원 시켜주세요.”유정이 다급한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이 거절했다.“그건 안 돼요. 지금 여기는 사장 자리만 부족한 상태예요! 일단 먼저 여기로 오세요. 자세한 건 제가 다시 말해줄게요.”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고한영을 보고 말했다.“서준 씨, 아니면 제가 고한영 언니랑 함께 갈게요. 한영 언니는 예전에 회장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어요.”진서준이 이 말을 듣자 바로 승낙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 고한영 씨가 당신 비서를 맡으면 되겠어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지금 회사의 위치를 보내줄게요!”전화를 끊은 후 유정은 바로 고한영을 찾으러 갔다.진서준이 했던 말을 고한영에게 들려주자,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두 사람은 사직서를 내고 진서준이 보내준 위치로 이동했다.지금 천화 태클놀로지 회사의 직원들은 낮은 소리로 새로 온 회장님이 누구를 사장님으로 임명할지에 대해 의논했다.각 부서의 부장들은 서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고 모두 진서준에게 잘 보이려 했다.A/S 부서의 노수연은 바로 그들 중 한 명이었다.노수연은 올해 32살이고 천화 테크놀로지에서 4년간 일을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