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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Author: 무가
진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손을 휙 내저었다.

“그럼 됐어, 다른 사람 알아봐. 난 겁이 많아서 협박당하면 떨려서 치료할 수 없거든.”

환자를 살려달라고 불러놓고 이 난리라니, 오영수 체면이 아니었으면 진서준은 애초에 떠났을 거고 애당초 회춘단도 남겨두지 않았을 거였다.

그런데도 오영준이 감히 협박까지 한다고?

“이 멍청한 놈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

오주화는 아들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여 꾸짖었고 이내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봐, 저 녀석 말은 그냥 흘려들어. 네가 우리 아버지를 살리든 못 살리든 우리가 널 해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오영수도 재빨리 오주화를 거들었다.

“진서준 씨, 저 녀석 개소리 신경 쓰지 마세요. 저 녀석은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머릿속은 텅 비었어요.”

“뭐? 네가 뭔데 내 머릿속이 비었다고 해?”

오영준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버지한테 욕먹는 건 그렇다고 쳐도 사촌인 오영수가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조금 전 회춘단은 오 대장 체면 봐서 그냥 준 거지만 이 마지막 한 알은 돈을 받아야겠네요.”

진서준이 무심하게 새 제안을 꺼냈다.

“좋아, 얼마면 돼?”

오주풍이 바로 물었다.

“너무 비싸지 않아요.”

진서준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2억이라고? 그깟 알약 하나에 2억을 내라고?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네.”

오영준의 얼굴이 새까매졌다.

이건 아무래도 오씨 가문에 대놓고 바가지 씌우는 거였다.

“정말 2억에 판다면 당신들은 살 기회조차 없을 건데요?”

진서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200억입니다.”

“뭐라고? 200억이라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물론 오씨 가문은 자산이 많았지만 200억을 들여 알약을 하나 사는 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딴 걸 200억에 판다고? 물건 파느라 하지 말고 차라리 강도질이나 해.”

오영준이 그 말에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

오영준은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도 연말에 이만한 돈을 배당받지 못했다.

“그래? 그럼 400억이야.”

진서준이 태연하게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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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4화

    이윽고 영기가 은침을 타고 오씨 가문 어르신의 체내로 스며들었다.“이건 엄청난 침술이네요.”주 신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주 신의도 의술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체내에 진기도 있었지만 진서준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루는 건 불가능했다.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무시무시한 의술을 갖추게 된 거지?주 신의는 이 청년의 배경이 슬슬 궁금해졌다.“이제 치료가 다 끝난 건가?”오주풍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은침은 두 시간 동안 그대로 둬야 합니다. 이따가 처방전을 써 줄 테니까 그 처방대로 약을 열흘 동안 드시면 완치될 겁니다.”진서준은 덤덤하게 대답하고 나서 손을 내밀었다.“이제 돈을 받아도 되겠죠?”사실 진서준은 처음에 돈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오씨 가문 사람들이 진서준을 전혀 믿지 않았기에 결국 그는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돈이야 문제없지. 하지만 일단 아버지가 정말 위험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해야겠어.”오주풍은 신중하게 말하며 주 신의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주 신의는 즉시 다가가 노인의 맥을 짚었다.“어라?”주 신의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왜 그러죠? 설마 할아버지 상태가 안 좋은 겁니까? 거봐, 저놈이 수상쩍다고 말했잖아.”오영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서준을 공격하려 했다.“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주 신의는 황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어르신은 방금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셨습니다. 게다가 손상된 경맥도 거의 회복되었네요. 방금까지 생사를 넘나들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회춘단과 진서준의 의술이 더해지니 노인은 이제 죽고 싶어도 못 죽을 지경이었다.주 신의는 진서준의 출신과 스승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렇게 비범한 청년을 배양해 낼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주 신의님, 다음부턴 말을 끊지 말고 단숨에 다 하세요.”오주풍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방금 심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은 정말 긴장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5화

    크게 상처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모욕감은 극에 달했다.오영준의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이 자식이 감히 여기서 깝쳐? 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해?”오영준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으로 오씨 가문의 정예 무인 열댓 명이 들이닥쳤다.이들은 전부 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무인들은 전부 혼자서 거뜬히 백 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괴물이었다.“네가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준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 집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무릎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오늘 네놈이 이 집을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오영준은 싸늘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하지만 진서준은 오영준을 무시한 채 오주화를 바라보았다.“자식이 개판인데 아버지는 상관하지 않나요? 설마 저 녀석이 당신 허락받고 나한테 이러는 건 아니겠죠?”“이봐, 어르신 말 들어. 너무 날뛰지 마. 40억도 적은 돈이 아니야.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돈이지. 그러니 이쯤에서 만족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오주화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쯤 되면 이 부자는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게 뻔했다.그야말로 교묘한 토사구팽이었다.“어이없네...”진서준이 싸늘하게 웃었다.“400억이라고 했으면 400억이야. 단 한 푼도 깎을 생각 하지 마.”“야, 네가 감히 어디서 개기는 거야? 네놈이 먼저 선을 넘은 거니까 날 원망하지 마. 다들 덮쳐서 이 자식 뼈를 부숴버려.”오영준이 손을 휘두르자 정예 무인들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다.진서준의 몸이 사람들 사이를 휙휙 가르며 움직였고 상대가 눈앞에 오자 손바닥이 날아갔다.퍽!괴력을 담은 일격에 무인들이 하나둘씩 튕겨 나갔다.순식간에 정예 무인들이 벽으로 내던져졌고 바닥에 쓰러졌으며 방 안에는 신음이 가득 찼다.“뭐, 뭐야? 네놈이 무공도 할 줄 안다고?”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오영준이 당황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얼씨구, 네놈이 좀 하는구나. 그럼 내가 직접 상대해 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6화

    “그러죠.”일행은 주 신의를 따라 앞마당으로 향했다.그곳에서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오지웅 노인이 악마가 몸에 붙은 것처럼 날뛰며 사람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죽여, 다 죽여버려!”“아버지, 대체 왜 이러십니까?”오주화가 다급하게 뛰어와 외쳤다.“모르겠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관 속에서 튀어나온 귀신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사람들을 마구 때려. 방금 하인 두 명이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맞았어.”오주풍이 인상을 잔뜩 쓰며 말했다.“이건 분명 저 자식 짓이야. 저놈이 일부러 할아버지를 해치려 한 거라고.”오영준이 재빨리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헛소리 집어치워. 진서준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오영수가 단호하게 진서준 편에 섰다.한편, 진서준은 오지웅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곧바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오지웅의 몸에 꽂혀 있던 은침이 하나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누가 어르신 몸의 은침을 건드렸죠? 하나가 빠졌잖아요?”진서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본래 은침 일곱 개가 노인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억제하고 있었고 그 사이 장청의 힘이 손상된 경맥을 치유하는 원리였다.그런데 은침 하나가 빠지면서 기운이 폭주해 사방으로 퍼졌고 결국 지금처럼 악마가 몸에 붙은 듯한 폭주 상태에 빠진 것이다.“정말 하나가 빠졌잖아.”오영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누군가 일부러 할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있는데 그게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그걸 논할 시간 없어. 지금은 아버지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야.”오주풍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진정시켜?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오주화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다들 어르신을 붙잡아 주세요. 제가 다시 은침을 꽂을 테니까요.”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농담이 지나치네. 우리 아버지가 집안에서 실력이 제일 강한데 누가 붙잡을 수 있겠어? 우리 다 덤벼도 상대가 안 된다고.”오주화가 냉랭하게 웃으며 반박했다.오지웅의 실력은 르벨에서도 손꼽힐 정도였기에 상대가 거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7화

    이 광경을 본 오씨 가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애초에 모두가 진서준이 반드시 죽을 거라고 확신했고 설령 운 좋게 살아남더라도 평생 반신불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진서준은 멀쩡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뿐하게 오지웅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다.진서준은 이 틈을 타 은침을 꺼내 오지웅의 몸에 찔렀다.“푹 쉬세요.”이어서 손바닥으로 오지웅의 목덜미를 가볍게 치자 다음 순간, 오지웅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뭐, 뭐야? 이 자식 실력이 이렇게 강했던 거야? 우리 할아버지 공격을 막아냈다고?”오영준은 진서준의 실력에 소름이 돋아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오영준은 할아버지도 당해 낼 수 없었는데 진서준에게 덤볐더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지 불 보듯 뻔했다.아까 진서준에게 달려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괜히 싸움을 걸었다간 아주 처참하게 당했을 터였다.“아냐, 지금 우리 아버지는 정신이 나간 상태라서 본래 실력의 반도 안 나왔어. 저놈이 막아낸 건 단순한 운이야.”오주화가 애써 부정했다.“아하, 그렇네요. 제가 보기에도 저 녀석 실력이 그 정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아요.”오영준도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의견에 동조했다.이 모습을 본 오영수는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이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 할아버지한테 쫓겨 다니던 거 벌써 까먹은 건가?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자존심을 지키려 하다니, 정말 꼴불견이었다.“다들 얼른 와서 어르신을 방으로 옮겨.”오주풍이 정신을 차리고 하인들에게 지시했다.곧 하인들이 우왕좌왕하며 오지웅을 부축해 방으로 모셔갔다.“진서준 씨 덕분에 살았네요. 진서준 씨가 없었다면 아무도 아버지를 막지 못했을 겁니다.”오주풍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그러나 오영준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큰아버지, 저 녀석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실력이 많이 내려간 겁니다.”“그래? 그럼 넌 왜 아까 도망쳤어? 왜 네가 직접 할아버지를 막지 않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8화

    “명심하겠습니다, 진서준 씨. 저희가 24시간 내내 아버지를 지킬 겁니다.”오주풍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오영수와 함께 400억 수표를 받으러 갔다.수표를 손에 넣자마자 진서준은 본론을 꺼냈다.“대장님 셋째 삼촌은 언제 돌아오죠?”“아마 3일 정도 걸릴 겁니다.”오영수가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진서준 씨, 그동안 우리 집에서 머무시는 게 어떨까요?”“그건 사양하겠습니다.”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아까 그 부자가 저한테 하는 꼴 봤잖아요. 제가 여기서 지내면 분명히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오주화와 오영준은 온갖 수를 써서 진서준을 괴롭히려 할 게 분명했다.그러다가 또다시 모함이라도 당하면 그땐 진서준이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없을 거였다.“죄송해요, 진서준 씨. 넷째 삼촌이 그런 사람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오영수가 자책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과 대장님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잖아요. 대장님이 그런 사람으로 변하지 않으면 되죠.”진서준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대신 대장님 할아버지 안전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겁니다.”진서준이 다시 귀띔했다.“은침을 누군가 일부러 뽑았습니다. 어르신을 죽이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이건 사실 진서준이 말하지 않아도 오영수가 잘 아는 사실이었다.오영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꼭 조심할게요. 사실 저는 이미 의심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그래요? 누구죠?”진서준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혹시 오주화를 의심하는 건 아니죠?”“아까 넷째 삼촌 행동을 보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죠.”오영수가 씁쓸하게 말했다.오영준은 진서준이 건넨 약을 일부러 밟아 부쉈고 이후에도 계속 시비를 걸었다.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떠났을 상황이었다.진서준은 오로지 오영수의 체면을 봐서 여기에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의심 대상 1순위이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둘에게 범행 시간이 있었을까요?”“그렇지만 두 사람이 다른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09화

    30분도 채 되지 않아 진서준은 도지아가 보낸 위치에 도착했다.오늘 입은 앵클 데님 팬츠가 도지아의 늘씬한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지나가는 남자마다 슬쩍슬쩍 도지아의 기다란 다리를 훔쳐보고 있었다.“나한테 볼일이 뭐야?”차에서 내린 진서준이 도지아에게 다가갔다.“내 다리 흉터 치료해 주기로 한 거, 잊은 거 아냐?”도지아가 되물었다.“당연히 안 잊었지. 근데 연고가 다 떨어졌고 아직 만들 여유가 없었어.”진서준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걱정 마, 르벨에서 며칠 머물 거니까 그동안 네 다리는 꼭 치료해 줄게.”“그럼 다행이야.”도지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 때문에 나 부른 거야?”진서준이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이 정도 일로 직접 오라고 한 거라면 진서준이 살짝 불쾌할 수도 있었다.“그것뿐만이 아니야. 하나 더 부탁할 게 있어.”도지아의 표정이 약간 난감해졌다.“뭗느 말해봐.”진서준은 애초에 간단한 일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내 동생 말이야. 지난번 우리 가족이 하씨 가문 놈들한테 잡혀갔었잖아?”도지아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다행히 풀려나긴 했지만 부모님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 근데 내 동생은 완전 달라졌어. 집에도 거의 안 들어오고 뭘 하냐고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해. 조금만 캐물어도 욕부터 해대.”도지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전에는 안 그랬던 애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난 의사긴 한데 정신과 의사는 아니거든?”진서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 동생 정신 상태가 좀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어.”“동생이 그런 상당을 받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요즘 우리 가족이랑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도지아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이었다.“다 나 때문이야. 내가 하경범을 잘못 건드린 대가로 우리 동생이 이렇게 변한 거야. 진서준, 나랑 같이 가서 한 번만 봐줄 수 있어?”도지아의 간절한 눈빛을 보자 진서준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알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0화

    “그만해!”도지아가 황급히 외치며 도민수의 앞을 막아섰다.“이봐요, 말로 해결합시다. 손찌검은 하지 말고요.”“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도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누나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어이쿠, 여기 또 미녀 한 분이 오셨네? 이런 풍경은 흔치 않은데?”정장 남자가 도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도지아는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말했다.“이봐요, 제 동생이 당신한테 어떤 짓을 했나요?”“이놈이 내 얼굴을 때렸거든. 이걸 어쩌면 좋을까?”양복남이 쌀쌀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내 친구 엉덩이를 만졌잖아. 한 대 맞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도민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반박했다.“내가 그년 엉덩이를 만진 건 영광인 줄 알아야지. 게다가 그년은 왜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는데? 남자 꼬시겠다는 거 아니야?”정장 남자가 억지 논리를 내세웠다.그 말을 듣자마자 도지아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이 인간이 도민수의 친구를 성추행했고 도민수가 그걸 못 참아 주먹을 날린 거였다.“이봐요, 당신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제 동생이 참지 못한 거죠.”도지아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웃기고 자빠졌네. 내가 뭘 잘못했는데?”양복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가씨, 이놈 누나 맞지? 그럼 내가 화해할 방법을 알려 줄게. 오늘 밤 아가씨가 나랑 즐겁게 놀아주면 아가씨 동생이 날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그 순간, 도민수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이 개자식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너 그 입 다시 놀려 봐? 진짜 네 머리 터지고 싶어?”정장 남자의 선을 넘는 말에 도지아의 얼굴도 차갑게 식었다.“지금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누가 옳고 그른지 경찰이 판단하게 하자.”“경찰?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알고 개소리하는 거야? 그놈들이 감히 날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아?”양복남은 코웃음을 치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내 일은 내가 해결해. 넌 빠져.”도민수가 도지아를 옆으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1화

    “승현 오빠, 시원하게 잘 팼어요. 저 개자식 확실하게 밟아버리세요.”“우리 승현 오빠 앞에서 감히 까불어?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흥, 승현 오빠는 우리 헬스팀 에이스야. 감히 이런 분을 건드려? 주제 파악이 안 돼?”도민수 일행은 정장 남자가 피범벅이 된 걸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이 분위기에 엄승현도 한껏 고무되었다.“지금 당장 꺼져. 안 그럼 넌 오늘 병원 중환자실 예약이야.”엄승현이 또 술병을 들어 정장 남자를 협박했다.“너 독한 건 인정하지.”정장 남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를 악물고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말 똑바로 해. 그리고 우리 친구들한테 제대로 사과해.”엄승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차기를 날렸고 정장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미안해.”정장 남자가 이를 갈며 억지로 사과했다.“성의가 없잖아, 다시 제대로 해.”엄승현이 또다시 발차기를 날렸다.“죄송합니다!”정장 남자가 억지로 분을 삭이며 다시 외쳤다.“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엄승현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이제 꺼져. 다음에 또 마주치면 알아서 자리를 피해. 또 쓸데없이 까불다간 진짜 뼈를 바스러뜨릴 줄 알아.”정장 남자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더니 떠나기 전 엄승현을 빤히 쏘아봤다.“승현 오빠 최고예요!”“승현 오빠는 저놈 사과를 받아낼 정도로 대단하네요.”“승현 오빠 아직 여자친구 없다면서요? 혹시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요?”몇몇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설레는 마음으로 엄승현을 바라봤다.팽팽한 분위기가 풀리자 도지아가 다가와 도민수를 설득했다.“민수야, 이제 누나랑 같이 집에 가자.”“나 안 가. 갈 거면 누나 혼자 가. 나 귀찮게 하지 마.”도민수가 짜증 섞인 말투로 도지아를 밀쳐냈다.“야, 너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엄승현이 곧바로 다가와 얼굴을 굳히며 도민수를 꾸짖었다.그러곤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도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누나, 괜찮아요?”“응, 난 괜찮아.”도지아가 예의 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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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2화

    도지아는 그 표정이 왠지 묘하게 신경 쓰였다.부모님이 나가자 집 안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우리 집에 손님이 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부모님이 좀 들뜨셨나 봐.”도지아가 무심하게 해명했다.“괜찮아, 이해해. 우리 집도 손님 올 때마다 우리 엄마 엄청 챙기시거든.”진서준이 웃으며 대응했다.“맞다, 아까 우리 동생 봤을 때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도지아가 본론을 꺼냈다.“이상한 점? 글쎄, 딱히 못 느꼈는데?”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애초에 네 동생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까.”“아까 네가 유흥업소에 갇혔을 때, 걔가 엄승현 찾아가서 인맥을 동원해 널 구해달라고 부탁했어.”도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우리 동생이 진짜 요즘 이상해. 말로는 독설을 퍼붓는데 속은 여전히 착해.”“혹시 일부러 너희를 멀리하는 거거나 너희를 보호하려는 거 아닐까?”진서준이 나름대로 추측했다.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뭔가 압박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수도 있었다.“설마 민수가 잡혀갔을 때 하경범 부하들이 협박이라도 한 걸까?”도지아도 진서준의 추측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날, 도지아의 부모와 도민수는 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도민수가 정확히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전화해서 집에 오라고 해야겠어.”도지아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몇 번을 걸어도 도민수가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아예 꺼버렸다.“이 자식이 정말...”도지아가 인상을 찌푸렸다.“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한테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일단 그냥 내버려둬. 말하고 싶으면 알아서 말하겠지.”진서준이 위로하듯 말했다.한편, 노래방의 한 방에서 도민수는 테이블에 엎드려 하얀 가루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시고 있었다.그러고는 완전히 취한 듯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때? 기분 좋아?”노란 머리 청년이 민수의 머리채를 잡고 비열하게 웃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1화

    다들 그 말을 듣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진서준이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깔끔한 상태로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지 않았다.엄승현은 눈을 굴리더니 이내 눈치 빠르게 잽싸게 뛰어가 아부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호랑이님, 아까 소란을 일으킨 그놈 찾으시는 거죠? 제가 어디 갔는지 압니다. 당장 안내해 드릴게요.”“뭐라고?”조호의 얼굴이 싹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찢어버릴 눈빛이 번뜩였다.엄승현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예상이 맞았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호랑이 씨, 그놈 진짜 제대로 혼내줘야 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지금 바로 길을 안내할게요.”“닥쳐, 이놈아.”철썩!조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엄승현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미친놈아, 죽고 싶으면 혼자 뒤져. 왜 애꿎은 사람까지 끌어들여? 꺼져!”힘들게 저 귀신 같은 무시무시한 녀석을 보내버렸는데 어디서 굴러온 개념 없는 놈이 다시 자기를 이끌고 저 녀석에게로 데려가겠다는 거지?조씨 가문 거물도 없는데 조호 본인이 감히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조호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며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엄승현은 싸늘한 밤공기 속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뭐, 뭐야? 호랑이가 지금 겁먹은 거야?”“이상하네, 저놈이 대단한 배경이라도 있나?”“말도 안 돼. 저놈 그냥 외지인이잖아. 배경은 개뿔.”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엄승현은 씩씩거리며 이를 갈았다.“틀림없이 호랑이가 직접 손보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야. 동부 구역은 호랑이 구역이잖아. 근데 내가 길을 안내하면 체면이 안 서잖아. 소문이 퍼지면 체면도 구겨질 거고.”“승현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다들 엄승현의 말에 공감하자 엄승현은 자신감을 되찾고 비웃었다.“두고 봐. 오늘 밤 도민수 그 녀석 가족이 다 뒤질 거야.”20분 후.진서준과 도지아는 차를 타고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건물에 들어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도지아 집 문 앞에 섰다.“엄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0화

    갑자기 누군가 봉쇄된 유흥업소에서 걸어 나오니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어라? 진짜 저 녀석이네? 근데 왜 멀쩡하지?”엄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상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조호가 직접 나서서 판을 깔았다면 피를 안 보고 끝날 리가 없었다.진서준이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만신창이가 됐어야 정상인데 지금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다.“어서 나랑 가서 진서준한테 감사하다고 하자.”도지아가 도민수를 잡아끌었다.“가고 싶으면 혼자 가. 난 안 가.”도민수의 말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뭐야, 너 왜 그래? 아까는 진서준을 누구보다 더 걱정했잖아?”동생의 앞뒤 다른 태도에 도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닥치고 신경 꺼.”도민수는 누나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동생의 거친 행동에 도지아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진서준을 찾아갔다.“이상하네, 저 녀석 진짜로 멀쩡하잖아?”엄승현 일행은 의아해하며 웅성거렸다.“승현 오빠,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나도 몰라.”엄승현은 고개를 저었다.“혹시 저 녀석이 호랑이한테 뭔가 큰 보상을 약속한 거 아닐까요? 호랑이가 저 녀석을 저렇게 고분고분 풀어 줄 이유가 없잖아요?”단발머리 여자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가능성 있어. 아니면 어떻게 호랑이의 구역에서 저렇게 멀쩡하게 나왔겠어?”“그래, 직접 물어보자.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떠나 진서준 쪽으로 걸어갔다.“진서준, 괜찮아?”도지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내가 다친 것처럼 보여?”진서준이 홀가분한 말투로 되물었다.“이깟 조무래기 건달도 못 이길 거면 내가 감히 하경범을 건드릴 수 있었겠어?”“그렇긴 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실력자인지는 도지아도 잘 몰랐다.황예은에게 슬쩍 떠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 황당했다.황예은의 입에서 나온 진서준은 거의 만능 인간이었다.세상에 정말 그런 남자가 존재할까?“야, 너 대체 어떻게 호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9화

    “뭐? 네 개가 되라고?”정장 남자는 이 말을 듣자마자 분노가 폭발했다.“네가 뭔데 우리 아버지를 개 취급해? 거울이나 보고 네 꼴부터 확인해.”조호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네가 종사인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 귀도파에도 종사가 없는 게 아니야. 종사라는 이유로 날 얕볼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우리 귀도파도 그냥 조직이 아니야.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진서준은 그 말에 흥미를 보였다.“그래? 그럼 너희 귀도파 주인은 누구야?”조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이 청년이 하는 말이 참 기분이 나빴다.진짜 주인이라니, 자기를 개 취급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기분 나쁘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조호가 이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는 건 귀도파 뒤에 거물이 있기 때문이었다.“르벨 하씨 가문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조호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익숙한 가문의 이름에 진서준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결국 하씨 가문에 빌붙은 거였군.”“빌붙다니? 우리 조씨 가문은 단순히 의지하는 게 아니야. 하씨 가문에서 우리 조씨 가문의 대단한 인물을 공양하고 있거든. 그분은 대종사야.”조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래? 대종사였어? 하씨 가문에서 그 대종사를 공양하고 있어?”진서준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짙은 흥미를 보였다.“그럼 나도 한 번 보고 싶네. 네가 말하는 그 대단한 인물 말이야.”“좋게 말하는데 너 선 넘지 마. 얼른 여기서 나가. 네가 종사라 오늘은 특별히 봐주겠어.”조호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근데 계속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우리 가문 거물을 보겠다고 떠들면 내가 장담하건대 넌 무조건 죽을 거야.”종사와 대종사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격차가 컸다.이 애송이가 조씨 가문의 거물을 이길 수 있다는 건 조호가 보기엔 한낱 망상일 뿐이었다.“상관없어. 마침 요즘 할 일도 없는데 잘 됐어.”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언제든 너희 집안 그 거물 불러내. 하씨 가문이 공양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 좀 해보자고.”“죽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8화

    “그럼 됐네요.”정장 남자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흥, 우리 아버지한테 개기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어.”하지만 정장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가 공중을 가르며 정장 남자의 옆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거칠게 처박혔다.“뭐지?”조호 부자가 급히 뒤를 돌아보자 방금 날아간 게 귀도파 정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금 그 정예는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뭐야, 이게?”조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조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연이어 비명이 울려 퍼졌다.조금 전까지 우쭐대며 다가가던 정예들이 전부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조호의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몇 초 만에 자기 정예 부하들이 전부 나가떨어졌다.진서준이 설마 이렇게 강력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네 부하들, 영 쓸모가 없는데?”진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네 차례인가?”조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이곳 르벨의 고수들은 죄다 알고 있는 조호였지만 이 청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설마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와 귀도파와 시비를 걸려는 놈인가?“대체 넌 누구야?”조호가 쌀쌀하게 물었다.“지금에서야 내 신분이 궁금해졌어? 늦어도 한참 늦었어.”진서준이 여유롭게 대답했다.“경고하지. 르벨 동부 구역은 내 구역이야. 설령 네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내 구역에서 깽판 치면 살아 나가지 못할 거야.”조호가 굳은 얼굴로 위협했다.“그래? 그럼 네가 어떻게 날 못 나가게 하는지 한번 보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조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알은 못 피하겠지?”옆에서 정장 남자도 한숨을 돌리며 비웃었다.“방금까지 그렇게 까불더니 총 앞에서도 한번 까불어 봐.”지금 시대에서 총을 손에 쥔 자가 곧 생사를 결정하는 법이다.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일반인은 총알 한 방이면 끝장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7화

    “문 닫아, 전원 퇴장시켜.”조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였다.순식간에 유흥업소에서 즐기던 사람들이 전부 나갔고 유흥업소 전체가 텅 비었다.감시 카메라는 전부 끊겼고 유흥업소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이유도 모른 채 쫓겨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웅성거렸다.“대체 누가 호랑이 구역에서 깽판 친 거야?”“호랑이가 모든 사람을 내쫓으면 그건 누군가 죽는다는 뜻인데?”“조용히 살면 안 돼? 왜 하필 호랑이를 잘못 건드려서...”사람들은 몇 마디 수군거리고 이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이봐 청년, 생각보다 꽤 침착해 보이네.”조호가 진서준을 보며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바지에 지렸을 텐데 이 녀석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꼼짝도 안 했다.“하지만 오늘이 네 제삿날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조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삿날이라고? 나한테 하는 소리 맞아?”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우리 아버지가 자기한테 하는 소리라도 된다는 거야?”정장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아까 그렇게 잘난 척했잖아. 지금도 그렇게 까불어 봐.”진서준은 정장 남자를 한번 쓱 보더니 진지하게 경고했다.“입단속 잘해. 안 그러면 조금 있다가 평생 말할 수 없게 될 거니까.”그 말에 조호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자식이 정말 건방지네. 좋아, 네 오만함을 봐서 특별히 기회를 주지. 스스로 팔 하나 자르고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럼 네 숨통을 끊어놓지 않을게.”조호가 칼을 꺼내 진서준 앞에 던졌다.그런데 진서준은 가볍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천기각 각주의 옥패를 꺼냈다.“이거 본 적 있어?”“그냥 싸구려 옥패 아니야? 뭐야,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야? 늦었다, 이 자식아.”정장 남자가 실소를 터뜨렸다.조호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자 진서준은 옥패를 집어넣었다.이 무리는 천기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그렇겠지. 애초에 그 노인네가 지하 세계를 누빈 것도 아닌데 이런 조폭들을 천기각에 끌어들이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6화

    “됐어, 다들 그만 좀 해.”이때 엄승현이 나서서 중재하기 시작했다.“다들 아까 일 때문에 민감해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자.”“엄승현, 너 인맥 넓잖아? 아까 그 사람 구해낼 수 있어?”도민수가 갑자기 물었다.“뭐? 무슨 소리야? 나보고 호랑이 손아귀에서 사람을 빼내라고?”엄승현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이 호랑이의 아들을 때려놓고 이제 와서 엄승현에게 사람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사실 방금 엄승현이 자기 목숨 건진 것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민수야, 그럴 필요 없어. 진서준은 괜찮을 거야.”도지아가 조용히 말했다.“헛소리 마. 상대는 호랑이라고. 동부 구역에서 호랑이는 그야말로 지하의 황제야.”도민수는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분한테 찍히면 대단한 사람이 나서지 않는 이상 무조건 죽는다고.”자기 동생이 아직도 착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아채자 도지아는 가슴이 뭉클했다.“내가 왜 나서야 하는데? 나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엄승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사실 도와주고 싶어도 도무지 도울 수 없었다.호랑이가 마음만 먹으면 엄씨 가문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적어도 저 사람은 우리를 구해줬어.”도민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팩트를 말했다.“내가 구해달라고 했어? 애초에 저놈이 괜히 주먹을 휘둘러서 일이 이렇게 커진 거잖아. 저놈이 흥분하지만 않았다면 우린 진작에 저기서 나왔어.”엄승현이 뻔뻔하게 말했다.“맞아, 자기가 영웅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제 곧 처맞을 텐데 아주 꼴좋네.”단발머리 여자가 대놓고 비웃었다.그들의 차가운 태도에 도민수는 분노가 치밀었다.“민수야, 넌 나를 못 믿는 거야? 내가 진서준이 무사할 거라고 분명히 말했잖아.”도지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누나를 믿으라고?”도민수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어떻게 누나를 믿어? 며칠 전 일은 벌써 잊었어?”도지아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잊지 않았어. 근데 결국 다들 무사히 돌아왔잖아.”“무사히 돌아왔다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5화

    진서준이 호랑이의 아들까지 후려치는 걸 보자 사람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너 미쳤어? 조 도련님은 호랑이 아들이라고. 이분을 때린 건 곧 호랑이의 얼굴에 뺨을 때린 거랑 다름없다고.”엄승현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조 도련님, 복수할 대상을 잘못 찾으면 안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건 저 사람들이지 우린 아무 상관 없습니다.”“맞아요, 조 도련님. 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정장 남자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이 쪽팔린 놈들아, 다 꺼져.”정장 남자가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이렇게까지 비굴한 놈들은 정장 남자도 처음 봤다.“어서 가자, 다들 서둘러.”사람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쁨에 찬 얼굴로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너희도 가. 여긴 나 혼자로도 충분해.”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그래도...”도지아는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여기 남아봐야 나한테 짐만 돼. 그냥 가.”진서준이 단호하게 다시 축객령을 내렸다.그 말에 은근히 기분이 상한 도지아는 진서준을 살짝 째려봤다.“알겠어. 조심해. 가자, 민수야. 여긴 진서준한테 맡기자.”도지아는 도민수의 팔을 끌며 방을 나섰다.같은 시각, 정장 남자도 전화를 마쳤다.정장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어디 한번 보자. 네가 얼마나 배짱 좋은 놈인지. 우리 아버지가 오시면 그때도 지금처럼 잘난 척할 수 있길 바랄게.”진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조호가 오기를 기다렸다.한편, 엄승현 일행은 유흥업소 건너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그들은 창문을 통해 건물 앞에 줄지어 선 승합차들을 확인했다.그 차에서 강철로 된 칼을 든 건장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어휴, 빨리 도망쳐서 다행이야. 조금만 늦었다면 우린 꼼짝없이 죽었어.”그 광경을 보며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아까 정장 남자가 엄승현 일행을 놔주지 않았다면 저 방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4화

    “야, 도민수. 그냥 네 누나한테 조 도련님이랑 한 달만 있으라고 해. 그럼 우린 다 여기서 나갈 수 있잖아.”“그래, 네 누나가 조 도련님이랑 잘 되면 넌 조 도련님 처남이 되는 거야. 그건 일반 신분이 아니야.”“맞아, 너희 집안이 이 기회를 잡고 르벨에서 우뚝 서는 거야.”다들 자기 안전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민수를 설득하려 했다.“너희들 인간 맞아? 우리 누나를 희생해서 너희 목숨을 구하겠다고?”도민수는 눈을 부릅뜨고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자기 친구들이 이 정도로 역겨운 사람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이 일 애초에 너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 네가 조 도련님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 꼴 났겠어?”정장 남자가 엉덩이를 만졌던 여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아까 저놈이 네 엉덩이 만졌을 때, 네가 먼저 성추행이라고 소리쳤잖아?”도민수는 어이가 없었다.아까 기껏 도와줬더니 지금 와서 오히려 자기를 원망하고 있었다.정말 배은망덕하긴 짝이 없었다.“그때 저 사람이 조 도련님인 줄 알았으면 난 절대 그런 말 안 했어.”여자가 당당하게 반박했다.“너희들 정말 대박이다.”도민수는 분통이 터져 미칠 것 같았다.“너희랑 같은 학교 다녔다는 게 진짜 내 인생 최대의 수치야.”“조 도련님, 우리 모두 도민수 누나가 조 도련님을 모시는 걸로 동의했어요. 그러니 제발 우리를 풀어주세요.”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도지아 역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이 사람들이 역겨워 토할 것만 같았다.“진서준, 부탁할게.”도지아는 진서준을 바라봤다.“알았어. 넌 먼저 동생을 데리고 나가 있어.”진서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도민수의 병을 봐주는 거였는데 주먹을 또 휘두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 여자는 못 건드려.”진서준은 무심한 말투로 정장 남자에게 경고했다.“넌 또 뭐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정장 남자는 진서준의 건방진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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