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행 무관.무관 안의 사람들은 강성준이 비참한 꼴로 돌아오자 모두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누군가에게 맞은 건 아니죠?”“1년 전 저는 강성준 씨가 주먹으로 벽에 5센티미터 깊이의 흔적을 낸 걸 직접 봤는데요!”“설마 서울에 강성준 씨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는 걸까요?”사람들은 놀랍다는 얼굴로 수군덕거렸다.“아버지, 아버지!”강성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옥산이 무관 휴게실에서 나왔다.“성준아, 어떻게 된 일이냐?”강성준의 꼴을 본 강옥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강성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무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그가 그보다 어린, 젊은 청년에게 맞았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앞으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두 부자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고 강옥산은 곧바로 방문을 굳게 닫았다.“아버지, 저 맞았습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제 오른손을 짓밟아 부러뜨렸어요!”강성준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뭐라고?”강옥산은 처음엔 놀라워하더니 이내 눈빛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오늘 그의 작은 아들은 팔이 부러졌고 이제는 큰아들까지 손이 부러졌다.누군가 일부러 그의 강씨 집안을 노리는 걸까?“널 이렇게 만든 그 빌어먹을 놈의 이름이 뭐냐?”강옥산이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강성준은 다소 무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몰라요.”당시 도영광은 그에게 사진 한 장만 건네줬을 뿐, 진서준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그놈이 널 어디서 때린 거냐?”강옥산이 또 물었다.“한 아파트에서요. 그 자식 아파트에서 살았어요.”강성준의 말에 강옥산은 어리둥절해졌다.“아파트는 왜 간 거야?”“아버지, 저는 제 후배를 위해 나선 거였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꽤 강한 놈이었어요.”강성준은 울화통이 치밀었다.그는 진서준뿐만 아니라 도영광에게도 복수를 할 셈이었다.“그래, 알겠다.”강옥산의 안색이 흐렸다.“오늘 저녁 그 진씨 성을 가진 놈을 해결한 뒤 내일 사람을 데리고 널 때린 그 자식
용행 무관 입구.진서준은 그곳에 도착한 뒤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허사연이 오기를 기다렸다.동시에 진서준은 오늘 밤 꽤 많은 사람이 연달아 용행 무관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코치도 있고 수강생도 있고, 용행 무관 광고에 끌려 들어가는 행인들도 있었다.용행 무관은 도관이 매우 컸다. 거의 축구장만큼 컸다.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판단해 보자면 도관 안에 500명 가까이 있는듯했다.몇 분간 기다리니 허사연의 차가 보였다.“사연 씨!”진서준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허사연에게 다가갔다.“이렇게 큰일을 왜 내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양소빈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계속 몰랐겠죠?”허사연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화난 듯 말했다.허사연은 걱정스럽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진서준이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내 실력이 어떤지 사연 씨는 알잖아요. 그 이승재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하는걸요.”“그건 다르죠. 이승재는 풍수술사고 강옥산은 무인이잖아요. 게다가 실력도 약하지 않고요.”허사연은 곧바로 설명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준 씨는 이기지 못할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거라고 누가 그래요? 겨우 작은 무관의 관장조차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연 씨와 결혼하겠어요?”그의 말에 허사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허사연은 고개를 살짝 수그리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당신이 다친다면 내 마음이 아플 거라고요. 그냥 안 들어가는 게 어때요? 내가 아빠더러 사람을 불러서 서준 씨 대신 나서게 할게요.”허사연이 방법을 생각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허사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사연 씨, 난 사연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아요. 오늘 밤 그 점을 증명해 보일게요. 전 술법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에요!”진서준의 확고한 태도에 허사연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그
저녁 8시, 용행 무관 안은 인산인해였다.모든 학생과 코치는 경멸의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진서준과 강옥산이 경기를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일부 행인들은 진서준과 강옥산의 체형 차이를 보고 이 청년은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죽음을 자초한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길어야 10초겠죠. 10초 후면 항복한다고 빌고 있을 겁니다.""용서를 빌 기회도 없이 우리 강 관장님에게 걷어차일 것 같습니다."일부는 낮은 목소리로 토론하고 일부는 심지어 진서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추측하는 베팅도 했다.그때, 링 위의 강옥산이 움직였다.그는 바람과 같이 빠른 속도와 건장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날개를 가진 호랑이와도 같아 보였다.강옥산이 진서준에게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 그가 갑자기 뛰어올랐다. 방금 그가 밟았던 돌바닥에 엄지손가락만 한 자국이 하나 남았다.이것은 시멘트로 만든 플랫폼이었다.큰 쇠망치로 세게 쳐도 작은 구덩이를 만들 수 없었다.하지만 이 장면을 링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옥산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거의 3미터 되는 높이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의 힘 덕분에 오른 다리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이었다.강성준과 달리 강옥산은 주로 오른발을 수련했다. 견고한 돌조차 그의 오른쪽 다리 앞에서 도저히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강옥산이 자가용 문을 발로 차서 움푹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다.사방에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일반인은 물론 일부 코치들도 강옥산의 이 수법에 놀랐을 정도였다. 링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허사연은 손을 꼭꼭 감싸고 빌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넘쳐흘렀다. 허사연은 속으로 결정했다.만약 진서준이 강옥산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녀는 가장 먼저 진서준에게 달려가 허씨 가문으로 강옥산을 협박할 것이었다.하늘 높이 떨어진 강옥산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표정은 어두웠다.두 사람이 마주치려고
용행 무관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십여 개 별관의 관장이 링 위로 올라가 진서준을 에워쌌다. 그 공포와 압박감에 모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링 아래의 허사연을 발견한 진서준은 서둘러 말했다."사연 씨, 제 걱정은 하지 말아요. 괜찮아요.""제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어요."허사연은 이미 링의 가장자리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옥산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강 관장님, 이미 졌는데도 용행 무관에서 생떼를 쓰시려는 겁니까?"강옥산은 허사연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진서준과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가씨, 우리가 억지를 부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너무 악랄하게 손을 쓴 겁니다."강옥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냥 겨루는 경기인데 내 단전을 망쳐 놓았소."말이 끝나자 강 씨는 아까 너무 크게 외친 바람에 너무 힘이 들어가 그대로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관장님!""쓸데없는 소리 작작해. 오늘 이놈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강성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은 함께 덤벼! 이 나쁜 놈을 없애!!""싫어요!"허사연이 소리쳤다.그녀는 달려들어 진서준을 끌고 가려고 했지만 몇몇 여학생들에게 붙잡혔다.링 위에서 진서준을 둘러싸고 있는 십여 명의 관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포위 공격에도 진서준은 봐주지 않았다.그의 모습은 마치 영혼처럼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어디에 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한 무관의 관장이 거꾸로 날아갔다. 공중에서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천둥이 치는듯한 소리가 무관의 상공에서 터지고 오랫동안 울렸다. 날아간 무관 관장은 포탄처럼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뒤에 있던 몇몇 학생들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땅에 쓰러졌다. 사람들이 놀라기도 전에 또 한 관장이 링 위에서 날아 내려갔다.처량한 울부짖는 소리가 무관에 울려 퍼졌다.불과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방금까지 진서준을 에워싸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때 모두 링 밖으
오늘 밤이 지나면 용행 무관은 서울시에서 제일가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관장이 어린놈에게 진 걸로도 모자라 열댓 명의 코치, 백 명 남짓의 제자들도 전부 제패당했으니!한순간에 명망을 잃었으니 이 일로 무관을 떠나는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진서준이 허사연을 잡은 손에 힘을 풀고 강씨 부자에게 향할 준비를 했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허사연이 진서준의 손을 잡아끌고 속삭였다."진서준 씨, 얼른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먼저 가 주세요. 전 저 늙은이한테 할 말이 좀 남아서.""아니요, 여기서 기다릴게요."허사연의 경호원들이 분위기를 읽고 재빨리 한 줄로 서 허사연을 보호했다.진서준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강옥산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한가득이었다."뭐, 뭐야?"강옥산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렸다.진서준이 차게 식은 눈으로 강옥산을 보며 말했다."아까 분명 내 사지를 찢어 주겠다 하지 않았나?""아... 아까는 농담이었지."강옥산이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지금 이 무관 안에 진서준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비위를 맞춰 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숙일 때는 숙이는 것, 이게 바로 사나이 아닌가!"나는 진담인 줄 알았는데."진서준의 목소리에 찬바람이 날렸다.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는 진서준에 강옥산이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사람이 농담 따먹기도 하고 살아야지. 다음에 만났을 때는 좀 유하게 해 주라고~""지금 팔 하나 끊어내면 보내 주지. 아, 물론 직접."'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강옥산이 진서준의 말에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다리 한쪽 산산조각 냈으면 됐지. 심지어 단전까지 망가졌는데.이 자식이 이젠 팔까지 망가트릴 작정이니...자기 아버지의 분노가 느껴진 것인지 강성준이 큰소리로 경고했다."진서준, 내 사부님께서는 무도 종사시다. 지금은 폐관하시어 대성 종사에 도달하시는 중이니 우리 강씨 집안과 끝까지 대적할 생각이라면 사부님께서 나오시는 날이 네
무관을 나선 후,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씨, 그 둘 왜 갑자기 그런 거예요?"강옥산 부자가 뻔뻔하긴 했지만, 그런 멍청한 방법으로 진서준을 모욕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진서준이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쓴 게 분명한데...진서준이 슬쩍 웃었다."비밀입니다.""나한테도 안 알려 줘요?"허사연이 입술을 쭉 내밀며 삐친 척을 했다.허사연은 다가가기 어려운 도도한 상사 스타일인데, 입술을 내밀다니. 진서준의 입장에서 귀여워 보이는 게 당연했다.진서준은 겨우 웃음을 참고 허사연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비밀을 알고 싶으면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을 들은 허사연의 완벽한 얼굴에 홍조가 은은히 올라왔다.진서준을 한 번 째려본 허사연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술을 진서준의 볼에 가볍게 찍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을 놀리려 한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해 줄 줄은 진심으로 몰랐다.진서준의 놀람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보니 허사연의 마음속에 민망함과 쾌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이제 말해 줄 거죠?"고개를 숙인 채 진서준과 눈을 맞추지 못한 채였다.허사연은 본인도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다.진서준이 이 모습을 봐 버린다면 분명 한동안 꾸준히 놀릴 것이다.정신을 차린 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말했다."제가 한의사였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전 침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어요. 아까 그 부자는 침이 위험 혈자리에 박혀서 팔다리를 잃은 거예요."진서준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이해가 갔다."조사할 때 나오는 건 아니겠죠?"허사연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물었다."절대요. 바늘 쓰기 전에 술법을 걸어 놨거든요. 혈자리에 박힌 후에 스스로 사라지도록."그제야 허사연이 한숨 돌렸다."그럼 다행이고요."얼굴의 온도가 내려간 것을 느낀 허사연이 진서준과 눈을 맞췄다."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대학로 맛집 또 데려가 줘요.""그 신분에 길거리 음식 좋아하는 분은 또 처음 보네.
감옥에서 나온 후, 진서준에게 목표는 딱 두 개밖에 없었다.첫 번째는 가족들을 지키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년 삼 월에 신농산에 가려는 것이었다.가족은 진서준의 버튼이었다. 가족을 건드리는 것, 그러니까 진서준의 버튼을 누른다면 진서준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진서준 씨, 왜 그래요?“옆에 있던 허사연이 어딘가 달라진 진서준을 알아채고 물었다."서라가 납치당했대요. 사연 씨, 혹시 이 번호 주인의 위치를 알아주실 수 있으세요?"진서준이 급하게 물었다.허사연도 사정을 듣고 긴박해진 건 마찬가지였다."진정하세요. 사람을 시켜서 알아볼 테니까."허사연이 즉시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 알아봐 달라 부탁했다.요즘 세상에 GPS 기능 없는 핸드폰은 없으니 사람 위치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오 분이 채 되지 않아 허사연의 지인이 위치를 보냈다."서교 폐공장이네요.""사연 씨, 전 서라를 데리러 가야 해서 그런데... 혹시 경호원과 함께 돌아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함께 갈게요."허사연이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수가 얼마인지 몰라요."진서준이 맞잡은 손을 이끌었다."괜찮아요. 아까 경호원에게 연락해 그쪽으로 출발하라고 시켰거든요.""고마워요."진서준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출발이나 해요."차에 탄 진서준이 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가는 길에 진서준은 강성철과 도진수에게도 전화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출발하라 일렀다.진서준의 동생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들은 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성철과 도진수는 바로 호스텔파와 천조파를 시켜 육백 명에 달하는 인원을 출동시켰다.고요하기 짝이 없던 서교는 금세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서교 폐공장 내부에 있는 도씨 형제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었다."형, 아직 시간도 이른데 쟤 데리고 좀 즐기면 안 돼?"도영광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진서라에게 탐욕적인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냈다.저번에 밥 먹으러 갔을 때도 도영
허사연은 도영한 형제의 일에 대해 잘 몰랐다.진서준의 설명을 듣고 난 허사연은 분해서 화가 났다.“어떻게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분명 두 사람의 문제면서!”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많아요. 자기가 틀렸어도 반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서 문제를 찾죠.”밥을 먹을 때, 도영광은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차를 살 때, 도영한은 사람을 무시했다.역시 그 말이 맞았다. 끼리끼리 붙는다더니.반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진서준은 15분 만에 도착했다.진서준은 도착한 후, 허사연에게 얘기했다.“사연 씨, 차 안에서 기다려요. 만약 보디가드가 오면 사람을 조금 보내서 나랑 함께 찾아보게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의 손을 꽉 잡고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니면 보디가드가 온 후에 같이 들어가도록 해요. 안에 다른 사람이 잠입해 있으면 어떡해요.”“안 돼요. 시간을 끌수록 서라가 더 위험해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내 실력 알잖아요. 잠입해 있다고 해도 내 상대는 아니에요.”“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요.”말을 마친 허사연은 진서준의 얼굴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폐기된 철 제조 공장은 매우 컸다. 커다란 컨테이너가 대여섯 개는 있었다.핸드폰으로 위치 추적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저 이 주변이라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공장에 들어선 진서준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진서라를 찾으러 들어갔을 때, 허씨 가문의 보디가드도 도착했다.“아가씨!”보디가드 팀장, 하진석이 허사연에게 달려왔다.“진석 씨,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납치당한 여자애를 구출해 주세요. 꼭 무사히 데려와야 해요.”허사연이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꼭 안전하게 사람을 데리고 오겠습니다.”하진석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있게 얘기했다.허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은 다 군인 출신이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납치범 손에서 인질을 구해내는 것쯤은 몇 번이고 연습했었다.
김혜민은 이렇게 쓰레기 같은 남자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할 땐 항상 조심해야 해.”진서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맞다, 진서준. 너 곧 강남을 떠난다고 했어?”김혜민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응, 르벨에 볼 일이 좀 있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데려가면 안 돼? 집에 갇혀 있으니까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김혜민이 갑자기 진서준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안 돼. 난 일 때문에 가는 거지 여행 가는 게 아니야. 놀고 싶으면 연아 상처가 회복한 후에 너희끼리 가.”진서준은 단칼에 거절했다.진서준이 르벨에 가는 이유는 용맥의 일족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여행하러 가는 게 아니었고 설사 여행이라도 김혜민과 단둘이 갈 이유는 없었다.“너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김혜민이 입을 삐쭉이며 화난 모습을 보였다.“응, 난 원래 매정한 사람이야.”진서준이 태연하게 대꾸했다.“너, 너 꼬박꼬박 말대꾸하지 마.”김혜민은 주먹으로 솜을 때리는 듯한 허탈감을 느꼈다.진서준이 집에 도착하자 김연아가 아직 자지 않을 걸 발견했다.“어때? 일 잘 해결했어?”김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응,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서광문 삼촌이 나타나서 상황을 제대로 수습해 줬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아야, 나 내일 오영수랑 함께 르벨에 좀 다녀와야 해.”“알고 있어. 며칠 전에도 말했잖아. 걱정 마, 난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아.”김연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래, 그럼 푹 쉬어.”진서준은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가지 마.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김연아의 얼굴이 붉어졌고 촉촉한 눈망울이 반짝였다.그러자 진서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근데 네 상처가 아직...”“괜찮아. 살살 하면 돼.”김연아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속삭였다.김연아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진서준이 굳이 거절할 리 없었다.“그럼 먼저 씻자.”진서준은 김연아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곧 욕실에서 여자
귀로 듣는 건 믿을 수 없고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만이 진짜인 법이다.조상규는 진서준에 관한 소문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언제나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했다.스무 살 갓 넘긴 애송이가 육급 대종사급 실력을 갖췄다는 게 정말 가능하다고?대한민국 전역을 통틀어도 그런 무도 천재는 있을 수 없었다.심지어 은거한 4대 정통 종문조차도 그런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진 제자는 없었다.그런데 지금 직접 확인하니 눈앞의 진서준은 정말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러니 조상규는 더욱 진서준의 실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곧 대대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듯한 순간,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경범아,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방에 들어온 사람은 서지은의 아버지이자 이 호텔의 주인인 서광문이었다.오늘 저녁, 서광문은 호텔에서 사업 파트너와 미팅하던 중, 매니저가 호텔에서 소란이 일어났다고 보고해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직접 나선 것이었다.“어라? 진서준? 너도 있었어?”서광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소란을 피우는 게 진서준과 하경범이란 말인가?“광문 삼촌, 이 녀석을 아세요?”하경범은 서광문을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진서준은 우리 딸의 절친이야.”서광문이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둘이 혈기 왕성해서 다소 충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체면 봐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나?”서광문이 팽팽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자 하경범은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광문 삼촌이 정 원하신다면 제가 삼촌 말씀 따를게요.”서씨 가문은 강남에서 서열 1위에 있는 가문이었다.굳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엄청난 가문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진서준, 넌 어때?”서광문이 진서준을 바라봤다.“도지아의 부모를 풀어줘. 그럼 나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도지아를 가리켰다.지금도 도지아의 부모는 하경범의 손에 있었다.서광문의은 그 말에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경범아,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야.
“계속해. 바지도 벗어.”도지아는 천천히 바지 벨트도 풀었다.슬림한 청바지가 내려가자 속바지도 있었지만 도지아의 긴 다리가 완전히 드러났다.“음... 저 흉터는 확실히 보기 안 좋네. 나중에 유명한 의사를 불러서 깨끗이 없애 줄게.”하경범은 음흉하게 웃으며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도지아에게 걸어가 짐승처럼 도지아를 덮쳤다.바닥에 쓰러진 도지아는 눈을 꼭 감았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바로 그때,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걷어차 열어젖혔다.“누구야?”하경범이 벌떡 일어나 살기를 띤 얼굴로 문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문 앞에 선 남자를 확인한 순간, 하경범은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또 너야?”진서준을 본 하경범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진서준!”도지아는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한 표정으로 진서준의 이름을 불렀다.진서준은 도지아가 아직 속옷을 입고 있는 걸 확인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만 늦었어도 황예은에게 뭐라고 해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날 레스토랑에서 내가 뭐라고 경고했는지 기억 안 나?”진서준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이봐, 그날은 내가 경호원을 안 데리고 가서 네가 좀 날뛸 수 있었던 거야.”하경범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근데 오늘은 다르지. 오늘 이년을 즐기겠다고 결심한 이상, 준비가 없을 리가 있겠어?”“비겁한 놈, 부끄러운 줄 알아. 여자나 괴롭힐 줄 아는 쓰레기 같은 놈.”김혜민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날렸다.“어라? 네 옆에 있는 애도 괜찮은데? 진서준, 네 덕에 오늘 밤 두 명을 즐길 수 있게 됐네.”김혜민의 얼굴을 확인한 하경범의 눈이 번쩍였다.김혜민은 그 말에 구역질이 날 뻔했다.“진서준, 저 개자식 입을 찢어버려. 듣기만 해도 역겨워.”“입만 찢는 게 아니라 그냥 없애버릴 거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날 없애겠다고? 일단 여기서 살아남고 허세를 부려.”하경범은 진서준을 비웃으며 손뼉을 쳤다.순간, 복도에서 방으로 달려
저녁을 먹던 진서준은 전화를 받고 눈썹이 꿈틀거렸다.“무슨 일이야?”“내 절친, 그 길쭉한 다리 자랑하는 애 있잖아. 하경범한테 속아서 호텔로 갔어. 당장 가서 구해줘. 난 지금 명주로 가는 중이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황예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서둘러 나왔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도지아가 사고를 친 것이다.“뭐? 어느 호텔인데?”“클라우드 호텔 308호 방이래. 근데 지금도 거기서 식사하는지는 모르겠어.”“알았어.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진서준은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연아를 바라봤다.“연아야, 난 사람 좀 구하러 가야 해. 이따가 피곤하면 먼저 자.”“알았어, 꼭 조심해.”김연아의 얼굴에 우려가 가득했다.진서준이 차고로 내려가자 막 차를 몰고 돌아온 김혜민과 마주쳤다.“진서준, 어디 가? 우리 언니 안 돌봐?”김혜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사람 구하러 가.”진서준은 짧게 대꾸하고 곧장 차에 올라탔다.“사람 구하러 가? 나도 갈래.”진서준이 말릴 틈도 없이 김혜민은 재빠르게 조수석에 올라탔다.“안전벨트 매. 바로 출발할 거야.”시간이 없었던 진서준은 굳이 김혜민을 말리지 않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그러자 차가 총알처럼 도로를 질주했다.한편, 308호 방.하경범은 느긋하게 와인잔을 흔들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하경범은 여자가 절망에 빠져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몸을 바쳐야 하는 이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여자의 존엄과 순결을 짓밟는 것만큼 짜릿한 게 없었다.“도지아, 결정했어? 네 순결을 지킬래? 아니면 네 가족 목숨을 지킬래?”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리자 도지아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다른 요구는 안 돼?”“안 돼. 나 같은 놈은 원래 여자를 밝히거든. 네 예쁘고 기다란 그 다리를 예전부터 내가 탐났던 거 알아?”하경범의 미소는 여전히 음흉했다.“물론 강요는 안 해. 네가 거절할 수도 있어. 근데 네가 날 거절하면 네 가족이 어떤 끔찍한 일을
신도시는 이미 새 아파트가 가득 지어진 지역이었다.또한 발전도 활발한 곳이라 갑자기 다시 철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너 혹시 우리 가족을 납치했어?”도지아는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철거는 핑계였고 가족을 납치한 게 진짜 목적이었다.하씨 가문은 르벨의 실세인지라 그들이 도지아의 가족을 납치하는 건 손바닥 뒤집기만큼 쉬운 일이었다.“아니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하경범은 태연하게 웃으며 천천히 주머니에서 장명쇄 하나를 꺼냈다.그것을 본 순간, 도지아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왜냐하면 도지아의 동생이 딱 저런 장명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이 장명쇄는 어디서 난 거야?”도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 내 부하가 며칠 전에 르벨에서 가져왔어. 철거하려는 집에 있던 청년한테서 얻었다고 하더라고.”하경범은 느긋하게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그거 내가 확인해 봐도 돼?”도지아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당연하지.”하경범은 장명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도지아 앞으로 밀었다.도지아는 서둘러 손을 뻗어 장명쇄를 집어 들었다.그 순간, 눈에 들어온 성씨를 확인하자 도지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건 틀림없이 도지아 동생의 장명쇄였다.이제야 도지아는 순식간에 지금 이 상황을 깨달았다.하경범은 처음부터 사과 따윈 생각도 없었다.하경범은 이미 도지아의 가족을 납치했고 그걸 빌미로 도지아를 협박하려는 것이었다.“하경범. 너 인간이 맞아? 내 가족을 감히 납치해?”도지아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응?”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모르쇠를 놓았다.“지아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이건 내 동생의 장명쇄야. 네놈이 내 가족을 납치했잖아?”도지아는 이를 갈며 하경범에게 따졌다.“어라? 벌써 알아차렸어?”하경범은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는 듯이 냉소를 지었다.“네 가족이 내 손에 있다는 걸 안다는 사람이 감히 그런 태도로 말하는 거야?
“도지아, 나 하경범이야.”해 질 무렵, 도지아는 하경범의 전화를 받았다.상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도지아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다.“잠깐만, 끊지 마. 오늘 전화한 건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사과하고 싶어서야.”하경범이 드물게도 저자세로 나왔다.“뭐? 사과라고? 나한테?”도지아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도지아가 아는 하경범은 절대 고개 숙일 사람이 아니었다.설령 본인이 잘못했어도 어떻게든 상대를 조종해서 오히려 죄를 뒤집어씌우는 인간이 바로 하경범이었다.“그래, 그땐 내가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아. 어떻게 너처럼 훌륭한 모델을 억지로 따먹으려 했는지 모르겠어. 네 다리 다친 것도 내가 시킨 게 맞아. 정말 미안해. 며칠 전 너와 다시 만난 뒤로 계속 반성했어. 내가 너무 지나쳤더라고. 너한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줄 수 있겠어?”하경범의 태도는 의외로 진지했다.도지아는 순간 지금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이 정말 하경범이 맞나 싶었다.“됐어, 앞으로 다신 날 귀찮게 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해.”“당연하지. 앞으로 널 귀찮게 할 일은 없어. 이번에 전화한 건 너와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싶어서야.”하경범이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어. 전화로 사과한 것만으로도 충분해.”도지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도지아도 경계를 완전히 내려놓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지아야, 네가 나랑 안 만나주면 솔직히 나도 불안해. 사실 이번에 내가 이렇게 나오는 건 황예은 때문이야.”하경범은 자세하게 자기주장을 해명했다.“황씨 가문의 세력이 어떤지 네가 더 잘 알 거야.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괜한 적을 만들고 싶진 않거든. 나도 황예은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하경범의 말을 듣자 도지아는 대충 상황을 이해했다.하경범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전적으로 황예은 때문이었다.황씨 가문은 대한민국에서 최고 재벌이라고 불리는 가문이었다.어떤 명문대가라고 해도 황씨 가문 앞에선 공손해질 수밖에 없었다.물론 하씨 가문이라고 예외
진서준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김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앞으로 네 말 잘 들을게.”“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게.”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아무거나 좋아. 네가 만든 거면 다 맛있으니까.”김연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걱정해 주는 이 따뜻한 느낌이 김연아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은 버섯 죽 한 그릇을 가져왔다.“그나저나 차이더리스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놈들이 가만있을 것 같진 않은데?”김연아가 죽을 먹으며 물었다.“군부에서 알아서 적절하게 처리했어.”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군부가 나섰다고?”김연아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랐다.“응. 놈들은 이제 절대 대한민국을 떠날 수 없어.”김연아는 순간 멈칫하다가 다시 진서준에게 확인했다.“설마... 다 죽은 거야?”“그래.”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주 월런도 죽었어.”“차이더리스 가문이 무조건 가만히 있지 않고 복수하려 할 거야...”김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어쨌든 차이더리스 가문은 초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가였다.그런데 그 가문의 가주가 대한민국에서 죽었으니 가문 전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걱정 마. 어제 일을 알고 있는 놈들은 전부 죽었어.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낼 수 없을 거야.”진서준은 태연하게 웃으며 김연아를 위로했다.사실 아버지를 찾는 일이 급하지 않았다면 김연아의 상처가 회복되는 순간, 진서준은 직접 초아국으로 쳐들어가 차이더리스 가문 자체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이다.진서준의 가족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이었다.용의 역린을 건드리면 대가는 파멸뿐이었다.“참, 며칠 후에 르벨에 좀 다녀올 거야.”진서준이 갑자기 다른 화제를 꺼냈다.“르벨에? 왜?”“오영수 대장한테서 내 출생에 관한 정보를 조금 들었어. 더 자세한 걸 알아보면 아버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그럼 조심해야 해. 르벨은 대다수 대한민국 도시와 틀려. 거기에서 거
이른 아침.반쯤 망가진 몸으로 돌아온 진서준을 본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서준, 난 다시는 널 못 보는 줄 알았어.”눈이 벌겋게 충혈된 서지은이 곧바로 달려와 진서준을 꼭 껴안았다.“난 괜찮아, 지은아. 우선 연아 치료부터 해야 해.”진서준은 서지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뭐라고? 연아가 다쳤다고? 그럼 어서 가.”서지은은 깜짝 놀라며 급히 진서준을 놓아주고 그를 재촉했다.김혜민이 앞장서서 진서준과 함께 김연아가 있는 곳으로 갔다.“하문천 어르신께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셔서 언니 상처는 간단히만 응급처치했어.”김혜민이 이를 악물었다.“그 개자식들이 어떻게 여자한테 이 정도로 잔인하게 굴 수가 있어?”김연아의 상처를 직접 확인한 순간, 김혜민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일단 나가 있어.”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고 이내 조용히 김연아 곁에 다가갔다.혼수상태에 빠진 김연아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진서준... 어서 도망쳐... 날 신경 쓰지 말고...”그 한마디가 진서준의 심장을 송곳처럼 찔렀다.이 지경까지 고문당했으면서도 김연아는 여전히 진서준을 걱정하고 있었다.“난 여기 남을 거야. 나도 도울게.”김혜민은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그럼 일단 따뜻한 물 한 대야랑 흰 수건 몇 장 가져와.”“알았어. 금방 가져올게.”김혜민이 다시 들어왔을 때, 진서준은 이미 김연아의 붕대를 모두 벗긴 상태였다.피는 이미 굳었지만 피멍과 자국으로 가득한 상처는 너무나도 끔찍했다.“이 상처를 치료한 후 언니 몸에 흉터가 남으면 어떡해?”김혜민이 흐느끼며 물었다.“걱정 마. 최고의 약으로 모든 상처를 깨끗이 지워줄 거야.”진서준은 직접 제조한 약 가루를 꺼냈다.본래는 도지아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김연아의 상태가 더 위중했다.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수건으로 김연아의 상처를 닦아냈다.소독, 약 바르기, 붕대 감기... 진서준은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 진행했다.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특
진서준은 무심하게 주머니에서 갈색 알약 하나를 꺼냈다.그 모습을 본 소르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알약은 입에 닿자마자 녹아들었고 엄청난 영기가 범람하는 홍수처럼 진서준의 단전에 쏟아져 들어갔다.“다음번 공격으로 널 지옥에 보내주마.”말을 마치자마자 막대한 영기가 참선검으로 흘러들었고 검신은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물들었다.소르는 참선검에서 모든 걸 파괴할 듯한 어마어마한 힘이 분출되고 있다는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소르의 머릿속에 꽉 찼다.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도망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소르는 재빨리 몸을 돌려 필사적으로 뛰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백 미터를 달려 나갔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이 발을 내디디는 순간, 이미 소르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이봐, 사람은 한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해. 그래야 나중에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소르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다.“넌 날 다시 볼 기회 따위 없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선검이 소르의 목을 스쳤다.가는 실처럼 섬세한 검광이 스쳐 소르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지더니 곧이어 피가 샘물처럼 솟구쳤다.휘둥그레 뜬 소르의 두 눈에는 극도의 원한과 후회만이 가득했다.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천의방 두 고수가 차례로 죽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도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들을 죽인 건 단 한 사람, 바로 진서준이었다.이 사실이 외부에 퍼진다면 아마 전 세계가 경악할 것이다.“쏴! 당장 쏴 죽이란 말이야!”월런이 격노하며 명령을 내렸다.그러자 주변의 총잡이들이 일제히 총구를 들어 진서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며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오늘 여기 있는 놈들은 모조리 쳐 죽일 거야.”선천의 힘조차 진서준을 상처 입히기 어려운데 하물며 이런 총알 따위가 위협이 될 수 없었다.진서준은 검을 휘두르며 총잡이 속으로 뛰어들었다.진서준이 지나가는 곳마다 아무런 저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