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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Author: 무가
진서준의 분부에 조성우는 그 어떤 불만도 없었다.

한지유는 진서준이 자기에게 침을 놓으려고 하자 한 마디 물었다.

“진서준 씨, 저 옷 벗을까요?”

“바지 벗으세요.”

진서준이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진서준은 어쩐지 무안해 보였다.

한지유는 비록 서른이 넘었지만 관리를 아주 잘했고 얼굴도 무척 예뻤다.

그녀에게 자기 앞에서 바지를 벗으라고 하니 진서준은 어쩐지 쑥스러웠다.

“진서준 씨,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

진서준의 표정을 본 한지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성우는 조금 전 한지유에게 바지를 벗으라는 진서준의 말을 듣고 조금 언짢아졌다.

그러나 쑥스러워하는 진서준의 표정을 본 그는 곧바로 언짢음이 싹 가셨다.

진서준의 표정은 그가 점잖은 사람이라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진서준 씨, 마음 푹 놓고 침놓으세요. 저희 부부는 진서준 씨의 인성을 믿습니다.”

한지유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는 진서준 씨를 믿어요. 연아의 안목도 믿고요.”

김연아는 한지유에게 진서준이 자기를 치료해 줄 때 거의 헐벗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진서준은 치료 과정 중에서 전혀 자신의 사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지유가 그렇게 말했으니 진서준도 더는 난감해하지 않았다.

“전 일단 돌아서 있을게요. 한지유 씨는 바지를 벗은 뒤에 겉옷도 벗어주세요.”

진서준이 말했다.

“네.”

바스락 소리와 함께 한지유는 아주 빠르게 진서준의 분부대로 바지와 겉옷을 벗었다.

조성우는 알코올을 들고 VIP룸으로 돌아왔다.

진서준은 알코올로 소독했고 조성우는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진서준 씨, 전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침놓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조성우가 자신을 믿어주자 진서준도 별말 하지 않았다.

“진서준 씨, 전 준비 됐어요. 언제든 침을 놓으셔도 좋아요.”

한지유는 널따란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진서준이 침을 놓아주길 기다렸다.

은침을 들고 돌아선 진서준은 한지유의 훌륭한 몸매를 보았다.

풍만한 가슴에 길고 흰 다리, 성숙한 여자에게서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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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식은 정말 밉상인데 의술 하나만은 정말 뛰어난 듯했다.황예은은 오늘 진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또 다른 평가를 내렸다.“미리 말해두지만 난 거기서 널 보호하는데 그렇게 많은 정력을 퍼부을 수 없어.”진서준이 미리 경고했다.진서준은 진서라을 치료할 약재를 손에 넣은 후, 간첩을 찾으러 가야 했다.그때가 되면 유람선 위에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보는 눈도 많을 것이다.누군가 황예은에게 해를 끼치려 하면 그건 큰 문제가 될 것이다.황예은은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서 날 보호할 사람을 구할 거야. 알았어, 그럼 너 먼저 밥 먹어. 나중에 약 바르러 올게.”진서준은 방을 나갔다.허윤진은 진서준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물었다.“진서준, 오늘 밤만 지나면 우리는 서울로 돌아갈 거지?”“왜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려 해?”진서준은 허윤진의 말에 의아해했다.황예은이라는 여우를 경계하기 위해서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허윤진이 차마 꺼낼 수 없었다.“너무 늦으면 엄마랑 진서라가 걱정할까 봐 그래.”허윤진이 비장 카드인 두 사람을 꺼냈다.어머니와 진서라를 생각하니 진서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약재만 받으면 내일 바로 돌아가자.”“이따가 또 저 여자 약 발라줘야 해?”허윤진이 질투와 원한이 섞인 눈빛을 보이자 진서준은 등골이 서늘했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서준이 허윤진을 속이고 불륜을 피운 거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응, 근데 이따가 바르는 건 마지막 약이야.”“그럼 다행이네.”허윤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황예은의 몸매는 너무 매력적이라 여성인 허윤진조차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진서준 같은 정상적인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불꽃이라도 튄다면 수습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약 바를 시간이야. 일단 들어가서 약 바르고 나올게.”진서준이 약을 들고 들어가자 황예은이 이미 죽을 다 먹은 걸 발견했다.“엎드려, 먼저 등부터 발라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9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이미 사라졌다.황예은은 낯선 방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죽었나?”그날 밤의 고문은 황예은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독한 기억이었다.살 속에 깊숙이 박힌 가시가 빠져나갈 때는 피부와 살까지 함께 묻어 나왔다.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깨어났구나.”익숙한 목소리가 황예은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진서준이 평범한 죽 한 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여기는 어디지?”진서준은 천천히 대답했다.“내 방이야.”이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황예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빤히 쏘아보았다.지금의 황예은은 병기운이 살짝 있었고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여왕의 분위기와는 완판 다른 다소 애교가 섞인 느낌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반응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맞긴 한데, 그 말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황예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누가 들으면 우리 둘이 이 방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든 줄 알겠어.”“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 본 건 나야.”진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자 황예은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정말 얼굴 두껍구나.”“난 여자친구가 있어. 내 여자친구가 내가 다른 여자를 내 방으로 데려온 걸 알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여자친구가 화나서 나랑 헤어지면 내가 손해 본 게 아니야?”진서준이 논리적으로 해명하자 황예은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 집어치워. 일단 밥이나 먹어. 다 먹었으면 약 바를 거야.”진서준은 그릇을 황예은에게 건넸다.황예은이 일어나자 몸에 덮인 이불이 떨어졌다.진서준의 눈앞에 황예은의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은 그 부위를 힐끗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내 잘못 아니야.”진서준이 한마디 보태자 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더 붉어졌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8화

    황씨 가문은 일시적으로 갈 수 없었다. 그곳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동호 별장에 돌아왔을 때, 올기는 여전히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용존님.”진서준이 돌아오자 올기는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갔다.진서준은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문을 잘 지켜.”‘또 그 여자야? 이 여자는 왜 자꾸 다치지? 혹시 액운이 깃든 운명인가?’올기는 호기심을 품고 생각했다.이때는 이미 깊은 밤인지라 허윤진과 서지은은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가볍게 발을 옮기면서 될수록 소리를 내지 않고 황예은을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황예은을 침대에 눕히고 진서준은 큰 물통에 물을 채운 후 가제와 은침을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볼품없게 된 옷을 벗겼다.이전의 완벽하고 무결했던 몸과는 달리 지금의 황예은은 차마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황예은의 몸은 온전한 곳 하나 없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채찍에 맞은 자국, 피부가 갈라진 자국, 심지어 가시가 박혀 있는 곳도 있었다.진서준은 그 상처들을 보며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르려 했다.허사연 일행이 이런 고문을 당했다면 진서준은 오늘 밤 이후, 박씨 가문이 다시는 명주시에 존재하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을 사랑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연약한 여성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무자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누구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진서준이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의 몸에 묻은 피를 닦을 때 의도치 않게 그녀의 상처에 손이 닿았다.가볍게 닿기만 해도 황예은은 몸을 바르르 떨며 움찔했다.진서준이 황예은의 온몸에 묻은 피를 닦는 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고 수건은 20개 이상 교체해야 했다.가제에 묻은 핏자국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진서준은 흉터를 없애는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가 부족해 늦은 시간임을 뻔히 알면서도 약왕 이용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구야?”밤늦게 전화를 받은 이용진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7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의 몸을 감쌌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맥이 자기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숨이 막혀 호흡이 어려웠다.본래 아무런 두려움도 없던 군인들도 이 순간, 총을 잡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은 박신준의 비명이 울려 퍼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손에 든 참선검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배 부분의 살과 피부가 모두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안에 하얀 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몇몇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구토하기 시작했다.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하문천도 이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몸을 돌렸다.“이건 시작에 불과해.”진서준의 말에 박신준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배가 파여 나갔으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니, 박신준의 몸과 정신은 이와 같은 무자비한 대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발을 들어 박신준에게 발차기를 날려 넘어뜨렸다.바닥에 쓰러진 박신준의 등은 진서준을 향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다시 참선검을 꺼내 이전의 행동을 반복했다.3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등 쪽에 있던 척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박신준의 팔과 다리에 피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 물건이 수십 년 된 유골일 것이라 오해했을 것이다.박신준의 드러난 뼈 위에 살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죽여줘... 날 얼른 죽여!”박신준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진서준, 그 녀석을 죽여.”하문천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박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몰살하겠어.”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공중에서 박신준의 등을 가격했다.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신준의 등에 있는 뼈는 한 조각씩 부서져 부스러기로 변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냉정하게 자기를 막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비켜! 비키지 않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을 거야.”살인귀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6화

    “저기 있어...”진서준은 박신준을 바닥에 내던지고 빠르게 건물로 달려갔다.“경비 연대 좀 보내.”박신준은 숨을 두어 번 가까스로 몰아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박신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예은이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보셨죠? 저는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얌전하게 있는데 저 녀석은 제 체면 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바로 고자질하자 하문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만둬, 방금 일어난 일은 못 본 걸로 할게.”박신준은 하문천이 자기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말은 사실 진서준에게 하는 말이었다.지선도 죽일 수 있는 진서준이 굳이 박신준을 두려워할 리 없다.진서준은 속도를 내서 뛰어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진서준은 진한 피비린내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따라갔다.우르릉!갑자기 진서준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황예은은 도살장에 끌려간 죽은 돼지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황예은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피부가 찢겨나갔으며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피부가 보이지 않았다.피는 황예은의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쿵!진서준은 발로 감옥 문을 열어젖히고 참선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냈다.그러자 황예은이 이내 진서준의 품에 떨어졌다.“이 개자식!”진서준은 황예은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신준이 여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대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박신준의 아들 박진강은 황예은이 죽인 게 아니었다.참선검도 주인의 살기를 감지한 듯 미세한 빛을 발산했다.진서준은 황예은를 안고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참선검은 그의 뒤를 떠다녔다.작은 건물 밖에는 수백 명이 총을 장전하고 출구를 겨누고 있었다.진서준이 황예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군인들은 총알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5화

    박신준은 흑석영에서 이미 수년을 지냈고 여기 있는 모든 군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그래서 박신준은 하문천에게 공개적으로 대들 수 있었던 것이다.박신준은 하문천이 고작 여자 하나를 위해 장군 계급인 자기와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내가 손을 대야 정신을 차릴 거야?”하문천이 평온하게 물었다.흑석영에는 군단 하나 정도의 전력이 있었고 설령 지선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을 위해서라면 하문천은 기꺼이 흑석영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왜냐하면 그들 호국부가 진서준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었다.보해 전투에서 진서준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진서훈과 그 일행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그 여자는 도대체 어르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여자라고?”하문천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네가 잡은 건 남자야, 여자야?”박신준도 의외의 질문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답했다.“어르신이 구하려는 사람은 황씨 가문 그 여자가 아니었습니까?”“당연히 아니야.”박신준은 비로소 자기가 하문천의 말을 오해한 사실을 깨달았다.하문천이 구하려는 사람은 진서준이지 황씨 가문의 여자가 아니었다.“너 도대체 몇 명 잡은 거야?”하문천이 냉랭하게 물었다.“두 명입니다. 그중 하나는 남자입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오해가 풀리자 박신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박신준이 만약 호국장군과 싸운다면 나중에 군부에서 그를 해임할 가능성이 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준과 하문천은 진서준이 갇혀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유리창 너머로 방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자 하문천은 박신준이 진서준에게 형벌을 가했음을 눈치챘다.다행히 진서준은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얼른 문 열어.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박신준이 언성을 높여 부하에게 소리쳤다.문이 열리자 뼈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박신준은 저도 몰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4화

    말을 마친 박신준은 손에 든 긴 채찍을 휘둘러 황예은의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쳤다.팍!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황예은의 옷이 찢어져 나가고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복부에는 깊은 핏자국이 남았다.채찍이 박신준의 손에 돌아올 때 길고 날카로운 가시들에 피와 살이 묻어 있었다.극심한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와 황예은은 기절할 뻔했다.그 후, 채찍은 폭우가 쏟아지듯 미친 듯이 황예은에게 내리쳤다.팍팍!결국 황예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뼈저린 고통에 황예은의 몸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본래 완벽했던 황예은의 몸매는 이 가혹한 형벌을 겪은 후, 살점과 피가 튀어나오고 끔찍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채찍의 가시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자세히 보면 황예은의 뼈마저 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강철처럼 단련된 군인도 이 고문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옆에서 지켜보던 군인들도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해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장관님, 이 여자 기절했습니다.”“물을 부어 깨워.”박신준은 황예은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박진강은 박신준의 유일한 아들이었다.그런데 그 유일한 아들이 죽은 마당에 박신준은 절대 황예은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딸이라 해도 상관없었다.박신준의 아들을 죽인 자는 반드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내 군인이 커다란 통에 담긴 고추 물을 들고 왔다.이 고추 물을 피범벅이 된 몸에 부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었다.촤락!고추 물이 황예은의 몸을 타고 흐르면서 상처투성이인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극심한 고통에 기절해 있던 황예은은 다시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자극을 받고 눈을 떴다.지금 황예은의 머릿속은 온통 고통과 아픔으로 꽉 차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해, 얼른 날 죽여...”황예은의 목소리를 듣자 박신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죽고 싶어?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아?”팍팍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3화

    다른 심문실에서 황예은은 의자에 단단히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황예은의 맞은편에는 박신준이 앉아 있었다.박신준이 황예은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증오가 담겨 있었고 황예은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분명 처음 만난 사이인데 왜 상대방이 이렇게 자기를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국가를 배반한 반역죄를 저질렀다니, 황예은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황예은 씨, 박진강과 당신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습니까?”박신준이 다짜고짜 물었다.“네?”황예은은 그제야 왜 자기가 이곳에 끌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당신은 그 사람 삼촌인가요?”황예은의 질문에 박신준이 퉁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박진강 아버지입니다!”이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고 황예은은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박서명이 자기 친형제에게 오쟁이를 지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박신준을 쳐다보는 황예은의 의아한 눈빛을 본 박신준은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자강은 우리 형이 나한테서 직접 입양한 아들입니다.”황예은은 더 이상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박신준이라는 장군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였다.흑석영에서 박신준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황예은과 진서준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당신 아들은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때린 거예요.”황예은의 말에 박신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냥 때리기만 했습니까?”“그래요.”“근데 우리 아들이 죽었네요!”박신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죽었다고요?”황예은도 순간 당황했다.진서준이 그 당시에는 꽤 과격하게 행동했지만 박진강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분명 누군가가 박진강을 죽였을 것이다.“내가 한 일이 아니에요...”황예은은 본래 우리라고 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혼자서 모든 걸 떠안기로 결심했다.황예은은 진서준에게 진 빚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2화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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