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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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추경은, 어르신께서 너에게 자중이 뭔지 가르쳐 주신 적 없어?”유남준이 얇은 입술로 입을 열었다. 그의 가벼운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날카로운 칼날과 같이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그리고 추경은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남준 오빠, 이건 오해예요. 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유남준이 그동안 그녀의 만행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추재훈의 체면을 생각해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이 여자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았다.“그런 뜻이 아니라면 더 조심했어야지.”다른 여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막상 자신이 좋아하던 유남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추경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자신이 성급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추경은이 다급하게 해명을 늘어놓았다.“미안해, 오빠, 그리고 새언니. 부모님이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나에게 이런 걸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어. 정말 미안해. 오늘 밤은 내가 밖에서 당신들을 위해 밤을 지새울게. 나 오늘 안 잘 거야.”그렇게 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마치 박민정이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박민정은 추경은의 뻔뻔한 태도에 감탄하며 마침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유남준이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물었다.“어디 가?”“잠깐 나가보려고요.”“밖에 비 와. 나가지 마. 별로 볼 것도 없어.”“비가 온다고요?”손을 뻗어보니 과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유남준은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청력은 일반인보다 더 좋아진 모양이다.하지만 유남준과 달리 박민정은 줄곧 보청기에 의지하고 있다. 손끝에 닿은 빗물을 느끼며 고개를 내밀자 김인우 앞에 서서 흐느끼며 무언가를 하소연하고 있는 추경은이 눈에 들어왔다.이미 자리에 누운 박윤우와 박예찬 두 형제는 방금 유남준이 추경은을 쫓아내는 것을 보며 두 사람 모두 그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더 상승했다.“정말 비가 오네요. 이만 자요.”박민정이 가장자리에 누웠다.그리고 두 아이는 두 사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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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이쯤 되니 김인우는 진심으로 추경은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진주산 정상은 도심에서 한 네댓 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데 인제 와서 사람을 불러오라니...김인우가 추경은을 떠나보내려고 하는 그때, 조하랑이 램프를 들고 텐트 밖에 나타났고 그녀의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어리둥절한 김인우가 물었다.“어르신께서 전화하셨어요.”“할아버지께서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를 합니까?”그러나 조하랑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추경은도 곁에 있는 것을 보아 말을 꺼내기 난감해져 김인우에게 눈짓했다.“무슨 일입니까, 그냥 말씀하세요.”그러자 조하랑도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어르신께서 인우 씨가 왜 제 텐트 안에서 저와 함께 자고 있지 않냐고 물으셨어요.”순간 난처해진 김인우가 추경은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먼저 나가주면 안 될까?”“알겠어.”추경은은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반강제로 자리를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그냥 말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난처해지니까 사람을 내보내?“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또 뭐라고 하셨어요?”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김인우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자는 다름 아닌 김훈이었다.“예찬이가 곁에 없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저희와 얘기 좀 나누재요. 그래서 저희더러 먼저 함께 누워있으라고 하셨고요...”“이 늙은 영감탱이가 진짜.”김인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러나 조하랑도 어쩔 수 없었다.어르신은 정말 진심으로 그녀에게 잘해 주셨고 그동안 어딜 가든 항상 맛있는 먹거리와 재밌는 물건을 선물해 주시곤 했다.게다가 그저께 경매에 나갔는데 조하랑이 예쁘다고 한 목걸이를 사기 위해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정말 친할아버지보다 더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서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또 이상한 생각 하시겠어요.”그 말에 김인우도 마지못해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것이냐?”핸드폰 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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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같은 시각, 바깥에 쫓겨난 추경은은 추위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라는 김인우의 답이 없자 초조해진 추경은이 참다못해 김인우의 텐트 앞으로 걸어갔지만 텐트의 지퍼가 모두 안에서 닫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램프까지 꺼진 것을 보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추경은이 발을 동동 굴렀다.하지만 조하랑이 이곳에서 자고 있다는 건 추경은에게도 남은 텐트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여 그녀는 재빨리 그 텐트를 찾아 안으로 쏙 들어갔다.침낭을 가져오지 않았더니 산이 엄청 추워요.추경은은 텐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몇 벌로 겨우 몸을 녹일 수 있었다.살면서 정말 오늘처럼 비참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하필이면 옆 텐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다름 아닌 서다희와 민수아였다.“젠장...”이에 추경은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졌다.한편, 박민정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 아이를 재우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바깥에는 매서운 바람이 윙윙 휘몰아쳤고 그 소리는 마치 사람이 울부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침낭 안에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어 이리저리 뒤척였다.“이리로 올래?”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건넸다.“네?”유남준 역시 박민정의 두려움을 눈치채고 먼저 제안을 건넸다.“와서 내 옆에서 자.”“싫어요.”그러나 박민정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단칼에 거절해버렸다.유남준도 별로 권하지는 않았다.그렇게 다시 눈을 감았다. 1분이 지나고, 2분, 1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박민정이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남준 씨, 자요?”“아직.”“남준 씨도 무서운 거예요?”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갔다.“무서워하지 마세요. 세상에 귀신은 없어요.”유남준은 그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를 위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박민정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원래는 무섭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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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확인해보니 조하랑이 묵고 있는 텐트에서 들려온 소리였다.아직 그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이 추경은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박민정이 있다는 것 즉시 그쪽으로 달려갔다.“하랑아, 왜 그래?”그러나 말이 끝나자마자 튀어나온 사람은 뜻밖에도 추경은이었다.추경은은 놀란 눈으로 텐트 안을 가리키며 황급히 말했다.“안에 뱀이 있어요.”그녀의 비명소리에 다른 텐트 안의 사람들도 잇달아 깨어났고 하나둘 텐트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입니까?”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정민기였다.이미 단정하게 차려입은 것을 보니 일찍 일어났을 텐데도 다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을 보고 텐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러자 추경은은 박민정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정민기를 향해 달려갔다.“민기 오빠, 텐트 안에 뱀이 있어요.”물론 박민정도 추경은의 이런 행동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녀는 어젯밤 조하랑이 선심을 써 추경은과 함께 묵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추경은이 뛰쳐나왔다면 조하랑은 아직 안에 있다는 말인데 만약 뱀에게 물리면 어떡한단 말인가?“하랑아.”박민정이 텐트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그러나 조하랑은 안에 없었고 지퍼를 열자마자 텐트 안의 맹독성 우산뱀만 한눈에 보일 뿐이다.그녀는 곧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서더니 재빨리 텐트 지퍼를 다시 잠가버리고 추경은을 돌아보며 물었다.“하랑이는요?”그러나 추경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조하랑이 얼굴을 붉히며 김인우와 함께 그의 텐트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민정아, 내가 설명할게. 우리 둘 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그러자 김인우가 눈살을 찌푸렸다.“설명할 게 뭐가 있어? 우린 엄연히 약혼 사이인데 같이 자는 건 정상이잖아.”그 순간, 조하랑이 김인우의 발을 콱 밟아버렸다.바깥 기척에 잠이 깬 서다희와 민수아도 텐트 안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무슨 일이에요?”민수아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조하랑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텐트 안을 가리켰다.“안에 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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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몸을 피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기에 박민정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섰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박민정의 몸은 커다란 품에 안겨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남준은 어느새 박민정 앞에 달려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껴안았다.유남준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단지 방금 박민정이 말한 반대 방향으로 그녀가 있는 위치를 판단했고 다행히도 그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그리고 뱀의 위치도 알 수 없었기에 박민정의 앞을 통째로 막아야 했다.그리고 유남준의 품에 안긴 박민정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뱀도 박민정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시각, 정민기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추경은을 발로 걷어차 뱀의 자리로 내던졌기 때문이다.추경은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하마터면 뱀의 몸에 부딪힐 뻔했다.그리고 뱀은 갑작스러운 큰 충격에 놀라 쏜살같이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추경은은 흙과 풀을 한입 가득 머금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순간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흑흑, 어떻게 감히 나를 걷어차요?”그러나 그녀의 투정에도 정민기의 눈동자는 그저 싸늘하기만 했고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저의 직책은 아가씨를 보호하는 것이지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추경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목이 메었다.방금 만약 조금이라도 틀어졌다면 그 뱀은 틀림없이 그녀를 물었을 것이다.이 경호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단 말인가?조하랑과 다른 이들도 조금 전의 위험한 상황에서 천천히 빠져나왔고 그들 역시 추경은에 대해 조금의 동정심도 품지 않았다.“추경은 씨가 민기 씨를 탓할 면목이 있습니까? 원래 가려던 뱀을 왜 굳이 소란을 피워서 다시 돌려놔요? 뱀이 정말 민정이를 물어뜯기라도 바랬습니까?”조하랑도 정말 합세하여 그녀를 몇 발 걷어차고 싶었다.이에 민수아도 동참했다.“너 마음이 너무 악랄하신 것 아니야? 크게 말하면 안 된다니까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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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그러나 박윤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답했다.“몰래 봤어.”“...”박예찬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박윤우는 유남준의 휴대폰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을 모두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사진으로 설정해놓았는데 기존의 간단한 배경화면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어차피 아빠는 보지도 못하는데 별말씀 안 하실 거야.”박윤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서 나와 낭패한 꼴을 하고 있는 추경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진심으로 나를 구하려고 했든, 아니면 나를 해치려고 했든 상관없어요. 그런데 만약 경은 씨가 내 아이를 다치게 했다면 전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지금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바로 그녀의 보물이다.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녀는 반드시 열 배로 갚아줄 것이다.한편, 박민정의 기세에 놀란 추경은은 즉시 고개를 떨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저는 정말 새언니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김인우도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방금 박민정이 정말 독사에게 물렸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추경은, 이번 일은 네 잘못이 확실해. 반성하도록 해.”그러자 추경은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알았어.”우산뱀이 일으킨 소란으로 더 이상 산에서 머물기가 어려워졌고 사람들은 아침을 먹고 해가 떠오른 후에 곧바로 산에서 내려갔다.추경은은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돌아가서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특히 더 말을 잘 들으며 고분고분 행동했다.“새언니, 조심하세요. 넘어지면 안 돼요.”그러자 조하랑이 다가와 그녀를 밀어냈다.“저리 비켜요. 나중에 또 우리 민정이 밀어버리지 말고.”화가 났지만 추경은은 상황을 보고 얌전히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박민정의 몸 상태로 산을 내려갈 땐 확실히 부축을 받아야 한다.하지만 다행히도 길은 평탄했고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래의 여관에 도착하게 되어 모두가 짐을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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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유남준이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또 무슨 일 있어?”“오늘 그렇게 위험했는데 왜 절 구해주셨어요?”박민정이 그를 꼿꼿이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유남준이 정말 최근 몇 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현재의 기억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그녀를 매우 혐오하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왜 몸을 바쳐 그녀를 구했단 말인가?박민정의 물음에 유남준은 잠시 침묵을 지켰고 솔직히 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니까 몸의 본능이 박민정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네가 내 아이를 배고 있으니 당연히 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지.”유남준이 냉담하게 대꾸했다.그러자 그의 팔을 잡고 있던 박민정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그렇군요, 그럼 돌아가세요.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쉬세요.”“응.”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고 서다희가 그의 곁으로 와 그를 차에 태웠다.박민정과 민수아도 각자 집안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이 부른 산부인과 의사들이 도착해 박민정의 건강을 체크해 주었는데 아이는 건강했고 그녀의 건강에도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의사들의 말을 몰래 듣고 있던 추경은은 그들이 떠나자마자 박민정의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새언니, 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잘할 테니 제발 저를 집에 보내지 말라고 오빠를 설득해주세요. 네?”추경은은 말을 이어가며 투명한 눈물을 뚝뚝 흘렸다.“새언니, 그거 알아요? 저희 부모님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전 추씨 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문의 어른들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가 계속 유씨 가문에 빌붙기를 원했죠. 그런데 만약 제가 사촌 오빠에게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추씨 가문에는 더 이상 제 자리가 없을 거예요.”“그뿐만 아니라 추씨 가문에 있으면 제 사촌 오빠와 언니들이 분명히 저를 가두고 온갖 방법으로 괴롭힐 거예요.”그녀는 계속하여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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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누군가 일부러 저를 깎아내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추경은이 박민정과 민수아에게 해명을 늘어놓았다.그러나 두 사람은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박민정도 곧바로 채널을 돌리고 민수아와 과일을 먹으면서 TV를 보았다.이 상황에 추경은 혼자 무릎을 꿇고 있으니 그들의 공간과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듯했고 그녀는 답답하고 달갑지 않았지만 꾹 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때, 그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추재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통화버튼을 누르니 전화 건너편에는 그녀를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추경은, 남준이 돌보라고 보냈더니만 넌 김씨 가문에 가서 뭐 하는 거냐? 그리고 너 때문에 우리 추씨 집안 명성이 바닥이 났어.”추경은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간 후에야 답했다.“할아버지, 이건 모두 오해예요. 누군가가 유언비어를 퍼뜨린 거예요.”“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결국, 네가 꼼꼼하지 못한 탓이지.”추재훈은 한없이 냉담했다.“죄송합니다, 할아버지.”“그렇다면 지금 남준이와 있는 건 어떠냐?”추재훈이 화제를 돌려 물었다.지금 추씨 집안과 유씨 집안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두 집안의 실력 차이도 워낙 큰지라 추경은이 유씨 가문에 들러붙지 않는다면 그들 추씨 집안의 길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추경은은 차마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이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돼요. 박민정이 아직 유씨 가문의 혈육을 품고 있잖아요.”추재훈도 자연히 이 도리를 알고 있다.“경은아, 할아버지가 너에게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가장 좋은 때란 말이다. 박민정이 임신하고 있어야 네가 유남준에게 접근할 수 있지.”유남우는 이미 윤소현과 약혼을 마쳤다.그러니 유남우는 당연히 건드릴 수 없고 유남준은 달랐다. 그는 이제 눈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유씨 가문의 리더도 아니다.그렇다면 추은경의 미모라면 유남준의 환심을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네, 알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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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보고서에는 박민정과 한수민 사이에는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쓰여 있었다.박민정은 한번, 또 한 번 그 결과를 읽어보았다. 이미 한수민을 통해 여러 번 들은 이야기지만 막상 정말 확정을 받고 나니 저도 모르게 아찔해졌다.역시 모든 것이 틀리지 않았다...한수민은 정말 그녀의 친엄마가 아니었다.어쩐지 한수민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하지 않더라니...하지만 그렇다면 그녀의 친엄마는?보고서를 들고 있는 박민정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박민정 씨, 괜찮으세요?”직원이 박민정의 표정을 살피며 살뜰히 물었다.그제야 박민정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네. 괜찮아요.”목이 멘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있었다.몸을 돌려 병원을 떠나려 하자 직원들이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민정 씨, 우리 병원에는 온라인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민정 씨의 자료를 등록해놓으면 민정 씨 친부모님께서 인터넷에서 당신을 찾을 수도 있어요.”직원들은 박민정이 가족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여겨 제안을 건넸다.그러자 박민정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아니에요. 괜찮습니다.”한수민은 전에 그녀가 보육원에서 입양되었다고 말해주었다.그렇다면 박민정의 친부모는 그녀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겠는가?박민정은 이 모든 것을 깨닫고 묵묵히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 원래도 무거웠던 마음이 더 울적해졌다.하필이면 이때, 밖에서 밥을 사 오던 간병인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박민정을 만난 간병인의 눈빛 속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민정 씨, 어머니 보러 오셨죠?”어머니?어머니라는 세글자는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렸다.“아니요. 아주머니께서 잘못 알고 계세요. 그분은 제 엄마가 아니에요.”물론 간병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박민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사모님께서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치고 계세요. 어젯밤엔 잠꼬대하면서 계속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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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간병인은 한수민에게 정성껏 음식을 차려주었다.“조금이라도 드세요.”한수민은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큰 죄를 짓지 않는 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한수민은 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포도당 수액을 맞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간병인은 오늘도 숟가락을 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한수민은 억지로 병상을 짚고 일어나 앉았다.그러자 간병인은 즉시 그녀를 부축하고 밥상을 그녀의 앞으로 옮겨주기도 했다.“TV를 좀 보고 싶네요.”“알겠습니다.”간병인은 한수민에게 텔레비전을 켜주고 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댄스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옮겨주었다.한수민은 음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TV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했다.“먼저 드시고 계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그래요.”한수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간병인이 떠난 뒤 한수민은 다시 TV에 시선을 돌려 나풀나풀 춤을 추는 젊은 무용수를 바라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하지만 지금은...그 사이, 한 곡이 끝났다.한수민은 곧바로 윤소현의 최신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영상 속 진행자는 윤소현의 춤 솜씨를 연신 칭찬하며 고의인지 무의식인지 모르게 한수민을 언급하게 되었다.“윤소현 씨, 새어머니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무용가였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오늘의 성취를 이룬 것도 어머니의 공이 있지 않을까요?”그러나 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안색이 좀 언짢아졌다.“제가 오늘날 이룬 모든 건 친어머니인 정수미 씨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줄곧 무슨 일을 하든 그 결과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도리를 가르쳐 주셨죠.”윤소현이 한수미의 도움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괴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사실 윤소현이야말로 그녀의 친딸이다.한수미의 마음은 더없이 답답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이 불효녀를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한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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