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한수민에게 정성껏 음식을 차려주었다.“조금이라도 드세요.”한수민은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큰 죄를 짓지 않는 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한수민은 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포도당 수액을 맞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간병인은 오늘도 숟가락을 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한수민은 억지로 병상을 짚고 일어나 앉았다.그러자 간병인은 즉시 그녀를 부축하고 밥상을 그녀의 앞으로 옮겨주기도 했다.“TV를 좀 보고 싶네요.”“알겠습니다.”간병인은 한수민에게 텔레비전을 켜주고 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댄스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옮겨주었다.한수민은 음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TV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했다.“먼저 드시고 계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그래요.”한수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간병인이 떠난 뒤 한수민은 다시 TV에 시선을 돌려 나풀나풀 춤을 추는 젊은 무용수를 바라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하지만 지금은...그 사이, 한 곡이 끝났다.한수민은 곧바로 윤소현의 최신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영상 속 진행자는 윤소현의 춤 솜씨를 연신 칭찬하며 고의인지 무의식인지 모르게 한수민을 언급하게 되었다.“윤소현 씨, 새어머니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무용가였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오늘의 성취를 이룬 것도 어머니의 공이 있지 않을까요?”그러나 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안색이 좀 언짢아졌다.“제가 오늘날 이룬 모든 건 친어머니인 정수미 씨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줄곧 무슨 일을 하든 그 결과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도리를 가르쳐 주셨죠.”윤소현이 한수미의 도움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괴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사실 윤소현이야말로 그녀의 친딸이다.한수미의 마음은 더없이 답답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이 불효녀를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한수미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은은하고 부드러운 노래가 실내에 울려 퍼지고 윤소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곡은 아직 가사도 없고 사람의 목소리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음악이다.그러나 단순한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깊숙이 빠져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곡 대부분을 듣고 나서야 윤소현은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이 곡이 박민정이 쓴 곡이라고? 말도 안 돼.”처음에는 박민정이 좋은 곡을 써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좋은 곡임을 부정할 수 없어지자 그녀는 또 박민정이 이 곡을 돈을 주고 샀다고 생각했다.“몰라요. 표절일 수도 있고 작곡가를 매수했을지도 모르죠.”매니저가 윤소현의 말에 동참했다.“당장 가서 알아보고 같은 장르를 찾으면 알려줘.”박민정이 쓴 곡이 히트 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었다.“예.”매니저가 떠난 후에도 윤소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또 돈을 주고 2위에 놓여 있는 곡에 모든 데이터를 쏟아부으라고 분부했다.박민정을 짓밟을 수만 있다면 얼마를 써도 아깝지 않았다....같은 시각, 박민정도 집에 돌아가 대회 실시간 상황을 눈여겨보았다. 현재 그녀의 곡이 다운로드 재생 수와 청중들의 평점이 가장 높다.하지만 처음에는 그녀와 2위의 격차가 매우 컸지만 지금은 뜻밖에도 격차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그러나 박민정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2위 곡을 들어봤지만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하여 박민정은 더 이상 인터넷 순위를 보지 않았고 그저 혼자 쉬면서 오늘에 있었던 일들을 소화했다.이제 그녀는 자신이 한수민의 딸도 아니고 박씨 가문 아가씨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박민정은 더욱 답답해졌다.밖에는 언제부터 내린 것인지 큰비가 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그때, 입구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 나가보니 문밖에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우산도 없이 걸어 나갔다.눈앞의 가정부는
통화가 연결되고 전화 건너편에서 유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추경은 씨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대요. 그래서 병원비를 내달라고 부탁하더군요.”박민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말해주었다.추씨 집안과 박민정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그리고 박민정과 추경은은 더더욱 아무런 혈연이 없으니 이 일은 자연히 유남준에게 맡기면 된다.“알았어. 사람을 보내서 처리하도록 할게.”“네.”박민정이 전화를 끊었다.병원 안.병상에 누워있는 추경은은 정말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 집에 남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번에는 하마터면 정말 저승사자와 만날 뻔했다.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추경은이 힘겹게 두 눈을 뜨고 쳐다보았지만 찾아온 사람은 뜻밖에도 서다희였다.“새언니는요?”추경은이 잔뜩 갈라진 입술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병원비를 지급하는 것 뿐인데 사모님이 직접 오실 필욘 없죠.”그녀를 대하는 서다희는 유난히 차가웠다.대표님을 대신해서 추경은이 정말 교통사고를 당한 건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것인지 확인해보러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교통사고는 진짜였던 모양이다.추경은은 오른쪽 다리에 깁스하고 있었는데 보름 내에는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듯했다.“아.”박민정이 오지 않았다는 말에 추경은은 눈에 띄게 실망한 눈치였다.“혹시 사촌 오빠도 알게 된 거예요? 그럼 사촌 오빠에게 전해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이곳에서 치료받다가 몸이 좋아지면 집에 돌아갈게요. 그리고 앞으로 절대 오빠를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만약 추경은의 정체를 몰랐다면 서다희도 아마 그녀의 불쌍한 모습을 정말 믿었을 것이다.서다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병실을 나와 병원비와 입원비 등을 모두 지급하고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확인되었습니다. 방금 치료기록을 훑어보았는데 가짜가 아닙니다.”“그럼 간병인을 불러서 그녀를 돌보게 하도록 해.”어쨌든 추씨 집
결국, 유남준의 최종 선택은 욕실로 가서 찬물샤워를 하는 것이다.요즘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남준 씨.”갑자기 귓가에 박민정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다급히 샤워기를 끄자 그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빌어먹을, 이제 환청도 들려?”짜증이 난 유남준이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요즘에는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서다희와 다른 사람들이 말해준 요 몇 년 동안의 기억은 대체 왜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유남준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켜고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지 말지 망설였다.그런데 그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음성 알림을 들어보니 발신자는 박윤우였다.“아빠.”전화를 받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박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유남준은 이제 박윤우의 호칭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엄마도 빨리 와서 아빠한테 인사해.”박윤우가 박민정의 곁으로 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을 걸었다.결국, 박민정은 박윤우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남준 씨, 좋은 밤이에요.”유남준 씨?박윤우도 비로소 이 호칭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엄마, 우리 반 친구들 엄마는 다 남편을 여보라고 부르는데 엄마는 왜 아직도 아빠를 이름으로 불러? 엄마도 빨리 여보라고 해.”그것도 모자라 박윤우가 몇 마디 거들었다.“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지. TV에서도 싸울 때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단 말이야.”박민정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대체 평소에 뭘 보고 다니기에 이런 걸 배운단 말인가.“윤우야, 나와 윤우 아빠는 이제 노부부니까...”박민정이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그녀와 유남준은 결혼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노부부는 남편에게 그렇게 오글거리는 호칭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알았다.”“응?”“이
대부분의 작곡가는 모두 자신만의 판단을 가지고 있다.박민정 역시 2위에 놓여 있는 그 곡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정말 그녀의 노래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게다가 2위에 있던 그 곡은 처음에 다운로드 수와 재생량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반나절도 되지 않아 갑자기 비약적으로 치고 올라온 거지?여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시간이 늦었으니 박민정은 내일 진서연에게 연락하여 조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이튿날 아침 일찍, 진서연을 찾기도 전에 진서연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보스,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야?”“오늘 아침 대회 실시간 랭킹을 살펴보니 2위에 있던 곡이 보스를 앞질렀습니다.”그리고 진서연은 마음속으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누군가 대회에서 수작을 부린 것 같습니다.”비록 대회 측에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다고 여러 번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참가자가 패배를 인정할 순 없다.“네가 가서 조사해봐. 증거를 찾아내야 해.”증거가 없다면 박민정은 다른 참가자들을 함부로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마어마한 노력이 깃들었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진서연이 전화를 끊고 박민정이 대회 실시간 랭킹을 다시 열어보니 과연 2위에 있던 참가자가 이미 그녀를 추월해 있었다.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이 나서 언변을 펼치기 시작했다. “장난해? 이 어디가 좋다는 거야? 어떻게 을 추월한 거지?”첫눈은 바로 2위에 있던 곡이다. 그리고 메인 타이틀은 사랑이다.그리고 박민정의 은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를 찬양하는 곡이다.같은 시각, 또 다른 네티즌이 나서 반박하기도 했다.“뭐래. 분명 이 더 듣기 좋거든.”“진짜 장난해? 도 괜찮지만 과는 비교할 수 없어.”“맞아. 우리도 모두 듣는 귀가 있다고.”대부분의 네티즌은 그래도 의 편에 서주는 모양이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상황이 바뀌더니 수많은 네티즌이 우르르 달려와 너도나도
글쎄 청각장애인인 박민정이 무슨 수로 그토록 훌륭한 곡을 써낼 수 있겠어.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모두 민 선생님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었군.이를 포착한 윤소현은 곧바로 박민정이 앞으로 음악계의 비난을 받고 다시는 곡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한편, 박민정의 곡 댓글 창에서는 호평 일색에서 슬슬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이 노래도 들어보니 그저 그런데.”“뭔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그래, 나도 느꼈어. 박민정이라는 작곡가 말이야, 설마 인터넷 인플루언서들처럼 여기저기에서 베껴오는 건 아니겠지?”“윗댓 말이 맞아. 애초에 더 물어볼 게 있나? 이건 분명 베껴온 작품이야. 그렇지 않으면 신인이 무슨 수로 이렇게 훌륭한 노래를 써내겠어.”“나도 들어봤는데 이 곡 분명 민 선생님 작품을 베낀 거야.”“설마 외국에서 유명한 대가에게 빌붙으려고 이름을 다 바꾸고 같은 민자를 따서 민정이라고 지은 건 아니겠지?”“...”각종 혹평이 호평을 모두 잠식시켜버렸고 정상인이라면 이 변화가 마냥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러나 박민정은 댓글들을 읽지 않았고 오히려 진서연이야말로 가끔 박민정이 표절했다는 말을 듣고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이 사람들 지금 뭐라는 거야? 애초에 민 선생님과 대표님은 동일인물인데 말이지.”애초에 대회의 공정성을 위해, 다른 선수들이 대회에 무슨 내막이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박민정은 자신이 민 선생이라는 것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오히려 지금 일부 네티즌들에게 이 사실을 들킬 줄 생각지도 못했다.“그런데 이런 혹평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진서연이 기술 부서 사람을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이 혹평들의 IP 주소가 거의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러고 보니까 이게 전부 댓글 알바라는 거네.앞서 2위 의 재생횟수와 다운로드 데이터를 올려준 것도 박민정에게 악플을 단 이들과 같은 IP 주소였다.진서연은 기술 부서
한 시간 뒤.박민호가 출근하고 있는 호산 그룹 지사에 이른 박민정.다가오고 있는 그녀를 직접 마중하고자 박민호가 회사 앞으로 나왔다.“누나, 사무실 구경시켜 줄 테니 얼른 올라가자.”정장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박민호는 그렇게 박민정을 이끌고 사무실로 향했다.걸어가고 있는 내내 직원들은 박민호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박 대표님.”180도 달라진 박민호의 현재 모습에 박민정은 그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사무실로 들어온 두 사람, 박민정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고 박민호는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자, 물이라도 한잔해.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커피는 삼가는 게 좋잖아.”“고마워.”섬세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동생이 마냥 기특한 순간이었다.“나한테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돼. 누나, 우리 어릴 적에도 자주 같이 놀았었잖아.”말하면서 앉는 박민호에게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네 모습 아주 보기 좋아.”‘아빠,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민호 지금 아주 잘살고 있어.’후회라는 것을 하고 있는 듯한 박민호의 모습이다.“이렇게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대표님 덕분이야. 정말 좋은 분이시고 평생 고마워하면서 지내야 하는 분이셔.”박민호가 말하고 있는 대표님은 바로 유남우이다.박민정 역시 유남우가 좋은 사람임을 잘 알고 있으나 둘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그래. 알고 있어.”“참, 누나, 볼일 있어서 나 찾아온 거 아니야?”박민호가 물었다.박민정은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윤석후를 상대로 네가 소송을 제기했으면 좋겠어. 돈 좀 갚으라고.”잠시 멈칫거리다가 박민정은 결국 두 사람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그 사실을 박민호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말이다.“윤씨 가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누나 이미 하지 않았어? 나까지 나서면 좀 그렇지 않겠어?”박민정이 어떠한 속셈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박민호이다.자기한테 박씨 가문 재산을 절
홍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어쩔 수 없이 홍주영은 사무실에서 나왔고 앞으로 기나긴 시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유남우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홍주영은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소현 씨, 도련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저녁에 중요한 손님과 만나야 하므로 오늘은 시간이 좀 힘들다고 하십니다. 안타깝지만 연출은 함께 보러 가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웨딩드레스를 보고 있던 윤소현은 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바로 발끈하고 말았다.“정말로 시간 없는 거 맞아요? 알리지도 않고 지금 이렇게 전화하는 건 아이고요?”유남우 곁에 있는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윤소현은 늘 지금처럼 이렇게 날이 서 있다.홍주영은 거듭 사과하면서 똑같은 말을 전했다.“죄송합니다만 부탁하신 대로 도련님께 전달하고 연락드리는 바입니다.”말하면서 홍주영은 대표이사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유남우를 바라보았는데, 대신 거짓말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도련님께서 사죄의 의미로 선물을 준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유남우가 자기한테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윤소현은 화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앞으로 오늘처럼 이렇게 거절하지 말라고 전해줘요.”“네.”기나긴 시간을 끝으로 홍주영은 고객에게 드릴 선물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윤소현에게 가져다주라고 분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우가 사무실에서 나왔다.“주영아.”그의 부름에 홍주영은 바로 다가갔다.“도련님.”“잠깐 일 보러 나갈 건데 혹시나 회사에 일 있으면 전화해.”“네.”“참, 윤소현 씨 화 좀 풀어드리려고 도련님 명의로 선물을 보냈습니다. 고객에게 드리려고 준비했던 선물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보냈습니다.”유남우의 수석 비서로 홍주영에게는 그럴만한 권력이 있다.하지만 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눈빛이 차가워졌다.“앞으로 네가 그 사람에 관해서 어떻게 해결하든 묻지 않을 건데 내 이름 걸고 그 무엇도 하지 마.”순간 홍주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네.”...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