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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Author: 윤지
홍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쩔 수 없이 홍주영은 사무실에서 나왔고 앞으로 기나긴 시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유남우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홍주영은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소현 씨, 도련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저녁에 중요한 손님과 만나야 하므로 오늘은 시간이 좀 힘들다고 하십니다. 안타깝지만 연출은 함께 보러 가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웨딩드레스를 보고 있던 윤소현은 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바로 발끈하고 말았다.

“정말로 시간 없는 거 맞아요? 알리지도 않고 지금 이렇게 전화하는 건 아이고요?”

유남우 곁에 있는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윤소현은 늘 지금처럼 이렇게 날이 서 있다.

홍주영은 거듭 사과하면서 똑같은 말을 전했다.

“죄송합니다만 부탁하신 대로 도련님께 전달하고 연락드리는 바입니다.”

말하면서 홍주영은 대표이사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유남우를 바라보았는데, 대신 거짓말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께서 사죄의 의미로 선물을 준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유남우가 자기한테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윤소현은 화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오늘처럼 이렇게 거절하지 말라고 전해줘요.”

“네.”

기나긴 시간을 끝으로 홍주영은 고객에게 드릴 선물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윤소현에게 가져다주라고 분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우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주영아.”

그의 부름에 홍주영은 바로 다가갔다.

“도련님.”

“잠깐 일 보러 나갈 건데 혹시나 회사에 일 있으면 전화해.”

“네.”

“참, 윤소현 씨 화 좀 풀어드리려고 도련님 명의로 선물을 보냈습니다. 고객에게 드리려고 준비했던 선물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보냈습니다.”

유남우의 수석 비서로 홍주영에게는 그럴만한 권력이 있다.

하지만 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눈빛이 차가워졌다.

“앞으로 네가 그 사람에 관해서 어떻게 해결하든 묻지 않을 건데 내 이름 걸고 그 무엇도 하지 마.”

순간 홍주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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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78화

    여자아이를 지켜주고자 앞으로 나서는 박민정을 보고서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아했다.“누구시죠? 이 꼬마 우리 정 대표님께서 데리고 가셔도 된다고 보호자인 할아버지께서 이미 동의하셨다고요.”“그쪽이 지금 이 아이를 유괴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증명할 수 있어요?”박민정이 되물었다.여자는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내가 누구 비서인지 알기나 해요? 우리 정 대표님께서 유괴한다고요? 그럴 필요가 있는 분이신 것 같아요?”“그쪽이 누구든 그쪽 대표님이 누구든 제가 알 바 아니에요. 대낮에 거리에서 싫다는 아이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는데 그럼 보고만 있을까요?”박민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윽고 여자아이를 품에 꼭 안고서 핸드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했다.“괜찮아. 경찰에 신고하면 돼.”박민정이 신고하려고 하자 여자는 바로 나서서 그녀를 말렸다.“잠시만요.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억한 심정으로 그런 건 아니에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여자아이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아줌마한테 말해주면 안 될까?”여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랑 길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었는데 저 아줌마들이 저를 입양하겠다고 다가왔었어요.”“예쁜 언니, 저 할아버지랑 영원히 같이 살고 싶어요. 저 아줌마랑 가고 싶지 않아요.”여자는 그 말을 듣고서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참으로 어리석은 아이구나. 네 할아버지 얼마나 가난한지 몰라서 그래? 그렇게 계속 네 할아버지랑 같이 살게 되면 너만 힘들어질 거야. 나중에 어른이 돼서 후회할지도 모른다고.”경제가 상부구조를 결정하고 있다 보니 돈이 ‘왕’일 때도 많다.여자아이는 바로 여자의 말에 반박했다.“저 어리석지 않아요. 할아버지만 있으면 되고 돈은 필요 없어요.”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여자아이가 터득하지 못하고 있자,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숨만 내쉬었다.두 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79화

    정수미의 손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여자아이는 정수미의 손 대신 박민정의 손을 꼭 붙잡았다.“예쁜 언니, 저 좀 바래다 주시면 안 돼요? 저 무서워요... 할아버지한테 가고 싶어요.”지금으로서는 박민정이 그녀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한 심정으로 자신의 손을 잡은 여자아이를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그래.”박민정은 여자아이의 손을 꼭 잡고서 정수미에게 말했다.“정 대표님, 정말로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아이의 생각부터 확인하고 존중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정수미는 얼어붙었던 손을 서서히 내렸다.“같이 가자. 나도 같이 바래다줄게.”앞장선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서 좁고 좁은 골목길을 여러 개나 지나서야 아주 평범한 저택 앞에 이르게 되었다.이곳은 도시 중심이라 이치대로라면 여자아이의 생활환경도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아야 한다.여자아이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여자아이는 갑자기 박민정의 손을 뿌리치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곁으로 달려갔다.“할아버지.”“사랑아.”“할아버지, 저 다른 사람 딸로 살고 싶지 않아요. 평생 할아버지 곁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니 할아버지도 저 버리지 말아 주세요. 네?”어르신은 단번에 손녀인 사랑이를 꼭 껴안고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죄송합니다만 저 사랑이 보내지 못할 것 같아요.:이윽고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주면서 덧붙였다.“돈은 다시 돌려드릴게요.”사랑이를 정수미에게 입양 보낸다고 마음을 먹고 은행 카드까지 받았었으나 텅텅 비어 버린 집을 보게 된 순간 후회하고 말았다.아내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잃은 어르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곤 사랑이 하나뿐이다.사랑이 역시 할아버지가 세상 전부였다.앞으로 사랑이 곁에 얼마 있어 주지 못할 것 같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낫은 집안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입양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의 ‘이별’을 겪고서 그 마음이 달라졌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0화

    우연인지 아닌지 얼마 걷지 않아 차 한 대가 박민정 곁에 서서히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오자 유남우의 또렷한 이목구비가 시야로 들어왔다.“민정아.”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서 그를 바라보았다.“여기서 다 보네요.”지난번 유남우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지금의 박민호가 있게끔 그가 도와준 바도 있으므로 박민정은 어느새 그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져 있었다.“여기서 뭐 해? 내가 바래다줄까?”유남우의 물음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이따가 택시 타고 가면 돼요.”유남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더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의 거절에 유남우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고 하였다.이윽고 그가 차에서 내려왔다.“그럼, 같이 좀 걷자.”더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박민정은 묵인해 버렸다.선남선녀가 따로 없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몸은 좀 괜찮아졌어?”유남우가 적극적으로 화제를 찾아 나섰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한수민에 관해서 자기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더는 묻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묵묵히 함께 걸었다.그렇게 한참을 걷고서 박민정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만 가 봐야겠어요.”“그래.”이윽고 박민정은 택시 한 대를 잡았다.그녀가 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유남우는 홀로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았다.이미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남우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시간이 모든 걸 해결하고 변화한다는 말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전에 그 박민정이 자기와 점점 멀어지고 어색해지고 있으니 말이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가정부와 함께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그때 박윤우가 달려왔다.“엄마, 서연 이모한테서 전화 왔어.”박민정은 바로 손을 닦고서 전화를 받았다.“서연아, 무슨 일이야?”“보스님, 누가 댓글알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1화

    “알겠습니다.”진서연 역시 박민정의 뜻을 잘 알고 있다.“이번 기회에 아주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말 것입니다.”온라인으로 여론은 계속 부풀어지고 있었다.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많은 이들이 박민정의 노래에 악플을 달았다.박민정은 심한 말을 뒤로 한 채 일이 점점 더 커지기를 바라고 있었다.불과 하루만이면 모두가 알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박민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저녁 먹으러 갔다.민수아 역시 때마침 돌아왔고 그들은 식탁을 둘러앉아 저녁을 즐기기 시작했다.늦은 밤.잠에 들기 전에 박윤우는 라이브를 시작했고 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다들 박민정이 민 선생을 표절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엄마가 자기를 표절했다고? 그게 말이 돼?”박윤우는 자기 엄마를 상대로 심한 말을 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싫었다.이윽고 바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형, 지금 기사 난 거 좀 봐봐.”“이미 봤어.”박예찬이 대답했다.“우리 엄마한테 심한 말 한 사람들 혼내줘!”박윤우의 뜻은 박예찬이 해킹으로 복수해 줬으면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박예찬은 그 말을 듣고서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서두를 것 없어.”“그게 무슨 말이야?”“서연 이모도 가만히 계시잖아. 엄마 비서로서 가장 먼저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시지 않았겠어?”박예찬의 말을 듣고서 박윤우는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그 말은 엄마가 지금 가만히 보고만 있다는 거야?”“그래.”박예찬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덧붙였다.“그러니 너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나설 때 나 역시 나설 거야.”“알았어.”박윤우는 그제야 안심하고 라이브를 하기 시작했다.한편, 조하랑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자본가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열심히 판매할 상품을 준비하면서 말이다.그동안 박윤우와 합작하면서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어온 건 사실이다.하지만 일이 하도 많아서 핸드폰을 볼 시간조차 없는 조하랑은 박민정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2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윤소현은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비록 유씨 가문에서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임신했다는 핑계로 유남우는 그녀와 함께 지내지 않고 있다.“돈 따위 생각하지 말고 오늘 어떻게든 이슈로 만들어. 박민정 이름 석 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도배되었으면 좋겠어.”일단 유남우가 손을 쓰기 시작하면 기사 열기가 내려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소현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오늘 밤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밤새 댓글알바를 구하고 언론에 돈을 뿌리면서 열기를 올렸다.밤새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여러 플랫폼에서 박민정 표절에 관한 내용을 의논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해외에 있는 에리마저 볼 정도로 말이다.민 선생의 곡을 표절하고서 대회에 참가한 박민정이 후안무치하다는 소리가 일쑤였다.시차로 아직 낮인 에리는 그러한 기사를 보고서 어안이 벙벙해졌다.“장난하는 거야 뭐야? 민정이가 자기 곡을 표절했다고?”매니저 역시 기사를 보게 되었다.“민 선생이 너랑 새로 계약한 노래 아니야? ‘네버엔딩’말이야.”“맞아.”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그 곡으로 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다고 민정이가 그랬거든.”“그랬구나.”그때 매니저는 문뜩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누구한테 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나도 여러 번 들어온 곡인데, 예전 작곡 스타일과 별반 다른 게 없었어. 자기 곡을 표절한다는 건 좀...”에리 역시 똑같은 생각이었다.박민정을 도와주고자 고민하고 있던 그때 에리는 그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좋아요’를 누르고 말았다.“제길! 잘못 눌렀어.”에리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취소’를 누르려고 했지만 매니저의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이미 늦었어. 네가 ‘좋아요’를 누른 바람에 점점 더 이슈가 되고 있어.”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헤드 라인이 시야로 들어왔다.[유명 가수 에리마저 ‘좋아요’를 누른 박민정 표절 기사. 민 선생을 위해 소리를 내고 있는 에리.]그러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3화

    “사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어머, 혹시 밤새 주무시지 않은 거예요? 밤새 핸드폰만 보신 거예요?”간병인이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간병인을 보고서 한수민이 입을 열었다.“민정이한테 일이 좀 생긴 것 같아.”“무슨 일인데요?”간병인이 다가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는데,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저 역시 아침에 보기는 했는데, 민정 씨 맞아요?”한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을 거야.”“민정 씨가 표절을 하다니 말도 안 돼요.”간병인은 믿어지지 않았다.갖은 풍파를 겪고 난 한수민은 진정으로 자기를 위하는 사람이 누군지 인제 똑똑히 보였다.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얼마 되지 않은 시간만큼이라도 한수민은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뉘우치고 싶었다.저승으로 가서 박형식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있게끔 말이다.“이름을 떨치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몰라.”밤새 박민정 표절에 관한 기사만 들여본 한수민은 어느새 기사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믿게 되었다.민 선생을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있기도 하고 상대가 얼마나 실력 있는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때 한수민은 민 선생이 자신의 곡을 윤소현에게 줬으면 하는 마음에 라이브를 통해 춤까지 췄었다.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후회막심한 한수민이다.그러나 자기한테 민 선생의 연락처가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들게 되었다.“민 선생한테 직접 전화라도 해 봐야겠어. 현재 상황을 돌이킬 방법이라도 있는지 물어봐야겠어.”한수민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저장해 놓았던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 전화번호의 주인이 박민정의 비서 진서연이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전화는 연결되었고 진서연은 발신자 번호를 보고서 의문이 들기만 했다.자기한테 전화를 건 한수민의 용건에 대해서.윤소현과 합작해달라고 또다시 쩔쩔매는 귀찮은 전화는 아닌지.진서연은 한수민이 자기가 모시고 있는 보스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상대가 박민정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4화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에 진서연은 한수민이 거절할 줄 알았다.“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모아볼게요.”“사모님 역시 공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으시잖아요. 이쪽 바닥이 어떠한지 여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박민정 씨가 표절한 일을 대중들이 잊을지도 모르고요.”말을 마치고 진서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끊겨버린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한수민은 속으로 1조를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하고 있었다.9년 전이라고 한다면, 박형식이 세상을 떠난 그때라고 한다면, 1조는 한수민에게 있어서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 아니었다.박형식이 살아있을 때 한수민은 윤석후에게 조금씩 돈을 이체해 주었는데, 적어도 몇조는 된다.다만 개인 능력인 바닥인 윤석후는 회사 운영도 제대로 할 줄 몰랐고 돈만 말아먹었었다.그보다도 윤석후는 한수민에게서 돈을 조금씩 옮기는 방법을 터득하여 그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윤석후에게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더 이상 지체하면 박민정에게 영향만 끼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한수민은 망설임 없이 바로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지금 어디야?”같은 시각 윤석후는 해외에서 자기 비서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내가 어디에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소송 제기하고 싶으면 마음껏 제기해! 네가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다만.”“너 죽자마자 바로 사망 신고해 버릴 거야.”자신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심한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윤석후다.어차피 한수민에게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말이다.그의 말에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지만 미처 슬퍼할 틈도 없는 상황이다.‘너 같은 놈을 사랑한 내가 미친년이야.’“민정이가 네 돈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게 아니야? 나한테 1조만 줘. 그럼, 너랑 깔끔하게 이혼해 줄게.”한수민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1조라는 말에 윤석후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뭐? 1조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5화

    그 소리에 한수민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너한테는 없는 돈이겠지만 정씨 가문에는 있을 거야. 정수미한테 찾아가서 부탁해 봐.”“오늘 오전 12시까지 내 계좌에 1조라고 뜨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유명한 무용가가 자신의 친엄마를 나무라 하는 내용으로 올리게 되면 꽤 이슈가 되지 않겠어?”“그리고 법률적으로도 모녀 관계 단절 계약서 따위는 인증되지 않아.”윤소현은 자신의 말이라면 그게 뭐든 끔뻑 죽었던 한숨만이 이토록 돌변하게 될 줄은 몰랐다.“엄마, 아무리 그대로 제가 엄마 친딸이잖아요.”“나한테는 지금 돈이 왕이야. 친딸이니 친아들이니 그딴 거 필요 없어. 돈이 제일이야.”한수민이 말했다.“하지만...”“그만하고 12시까지 돈 준비해.”모든 말을 마치고 한수민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윽고 그녀는 유난히 지친 모습으로 침상에 누웠다.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간병인이 입을 열었다.“마침내 제대로 보셨네요.”한수민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죽음이 다가오니 인제야 보이네.”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이 얼마나 컸는지, 결코 뉘우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이제는 알것 같았다.박형식은 이미 죽었고 박민정에게는 오로지 한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까지 말이다.그리고 박민호는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키운 바람에 이미 어긋나 버렸다는 것도.한수민은 요즘 밤만 되면 이러한 생각을 하곤 한다.만약 박형식과 제대로 살았더라면, 윤석후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박형식은 차 사고로 죽을 리도 없고 박민정에게는 한이 남을 일도 없고 박민호는 올바르게 살았을 것이라고.그리고 귀여운 손자들은 자신을 따를 것이라면서...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한다고 한들 모든 게 사치 그 자체였다.한수민은 잠시 쉬고 나서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여러 유명 매체와 연락을 닿았다.“안녕하세요. 저한테 유명 무용가 윤소현에 대한 폭로 기사가 있어요. 오전 12시가 지나고 나면 바로 폭로할 생각이에요.”윤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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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3화

    박민정이 회사로 복귀한 후 긴장감이 감도는 사람은 윤소현뿐만이 아니었다. 이지원 역시 초조해하고 있었다.어렵사리 다시 연예계에 복귀한 그녀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이 박민정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드러날까 두려웠다.이지원은 종종 몰래 박민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하곤 했다.그날도 촬영을 마친 뒤 그녀의 차는 PMJ 회사 앞에 멈춰 있었다.이지원은 차 안에 앉아 박민정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드디어 박민정이 회사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자 이지원은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녀는 도드라진 모습으로 걸음을 옮겼다.박민정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누군지 알아보기 전에 이지원은 그녀 앞까지 다가와 길을 막아섰다.“민정 씨, 드디어 돌아왔네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박민정의 마음 한구석에 본능적인 반감이 피어올랐다.비록 그녀는 이지원이 저질렀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불쾌감을 느꼈다.이때 진서연이 재빠르게 박민정 앞을 막아섰다.“당신 누구에요?”이지원은 그제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는데 필러로 채워진 얼굴이 드러났다. 시간의 흔적과 연예계의 생존 경쟁 속에서 그녀는 온갖 방법으로 외모를 유지하려 애썼다.진서연은 그녀를 알아보자 얼굴을 찌푸렸다.“이지원 씨, 여기 왜 온 거예요? 또 우리 보스한테 해코지하려는 거 아니에요?”이지원의 눈에 차가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천한 년!'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상태가 어떤지 보러 온 거예요.”박민정은 냉랭하게 대꾸했다.“그렇다면 고맙네요.”그녀의 말투는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졌다.이지원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박민정이 아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혹시라도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요. 부담 갖지 말고.”이지원은 친절한 척 덧붙였다.“우리 보스가 당신 같은 사람을 찾을 일은 없으니 그만 꺼져요!”진서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2화

    “민정아, 엄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말아줄래? 날 욕해도, 화를 내도 괜찮으니 제발 그렇게 차갑게만 하지 말아줘, 응?”정수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지만 박민정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저는 화낼 이유가 없어요.”박민정은 솔직하게 말했다.지금의 그녀는 예전과 달랐다. 과거에는 기억이 있었기에 정수미가 친모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도 냉대를 받을 때마다 깊이 상처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었다.그녀는 눈앞의 정수미를 낯선 사람처럼 느꼈고 그래서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않았다.정수미는 목이 칼로 베인 듯한 고통을 느꼈다.“모두 내 잘못이야... 전부 내 잘못이야...”어떻게 해야 박민정에게 사죄하고 보상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정수미는 눈을 떨구고 등을 살짝 구부린 채 방을 떠났다.그녀가 떠난 뒤, 진서연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물었다.“보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이를 다치게 했다니, 무슨 소리죠?”박민정은 어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진서연에게 설명했고 진서연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분노를 터뜨렸다.“윤소현이 어떻게 그런 모함을 할 수 있죠? 제 생각엔 일부러 자기 아이를 다치게 한 게 틀림없어요.”그녀는 단 한마디로 진실을 꿰뚫었지만 박민정은 쉽게 믿을 수 없었다.“설마. 그래도 자기 친딸인데.”“그 여자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진서연은 단호히 말한 뒤 박민정을 위로했다.“보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지켜드릴게요.”박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하지만 진서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여러 차례 그녀에게 당부를 했다.박민정은 기억을 잃은 후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억을 되찾으려 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었다.그녀는 오늘도 진서연과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점심시간, 박민정은 모두가 쉬고 있을 때 잠깐 밖에 나가겠다며 자리를 떴다.그녀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1화

    가정부가 나가고 나자 정수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어떻게 이렇게까지 악랄할 수 있지?”정수미는 깊은 후회에 사로잡혔다. 왜 하필 윤소현을 입양했을까?비서도 믿기 힘든 듯 고개를 저었다.“큰아가씨의 복수심이 너무 강해요. 자신의 딸마저 이용하다니요.”비서는 윤소현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정수미가 박민정, 그녀의 친딸을 미워하게 만들려 한 것이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정수미는 스스로 중얼거리며 비서에게 묻는 듯 자신에게 묻는 듯한 말을 했다.비서는 사적인 가정사에 대해 조언할 수 없었기에 침묵을 지켰다.오랜 고민 끝에 정수미는 윤소현의 방으로 향했다.윤소현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이의 몸에 상처가 가득하고 고열까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편안히 잠들 수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소현아!”정수미가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녀를 깨우자 윤소현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눈을 떴다.“엄마, 이 시간에 무슨 일이길래 제 방에 오신 거예요? 쉬셔야 할 시간 아니에요?”정수미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얘기할 게 있어서 왔다.”윤소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무슨 얘긴데 내일 하면 안 돼요?”“다혜와 민정이에 대한 얘기야.”정수미의 목소리는 냉랭했다.그 말을 듣자 윤소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엄마, 박민정한테 경고할 거죠?”흥분한 그녀의 말투에 정수미는 더욱 화가 났다.“아니, 너한테 경고하려고 왔어.”정수미의 단호한 말에 윤소현은 멍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정수미는 가정부가 털어놓은 모든 진실을 이야기했고 윤소현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멍해졌다.“엄마, 그 여자의 헛소리를 믿지 마세요! 다혜의 친엄마인 제가 어떻게 제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처음엔 나도 네 말을 믿었다. 네가 민정이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네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민정이를 경찰에 넘긴 거였어. 그런데 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나. 정말 실망이야.”정수미는 깊이 한숨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0화

    비서는 정수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제 생각에 둘째 아가씨는 아이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사람 같지 않아요.”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래. 하지만 소현이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 내가 그때 민정이를 도왔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거야. 어떤 난리를 칠지 몰랐겠지.”정수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혜 일은 빨리 조사해 봐.”“알겠습니다.” 비서가 대답했다.정수미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외손녀를 바라보며 다짐했다.“다혜야, 걱정하지 마. 외할머니가 꼭 널 다치게 한 사람을 찾아낼게.”그녀는 윤소현을 편드는 것도, 박민정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지금은 윤소현을 달래며 조용히 진실을 파악하려 했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기 위해.밤이 깊었을 때, 정수미는 아이를 돌보던 가정부를 불렀다.“자, 말해 봐. 오늘 왜 거짓말을 했는지. 누가 너한테 뭔가를 줬니?”가정부는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대표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저는 거짓말 안 했습니다. 정말로 사모님께서 그랬어요.”정수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아직도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거야? 병원에서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민정이가 다혜를 안은 뒤로 다혜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했지.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 어떻게 그게 민정이가 했다는 걸로 바뀐 거지? 네가 직접 민정이가 아이를 해치는 걸 봤어?”가정부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얼버무렸다.“민정 아가씨가 다혜를 때리는 걸 희미하게 본 것 같아요...”정수미는 더욱 화가 났다.“희미하게 봤다고? 그럼 왜 그 자리에서 막지 않았지?”가정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 그게 제가 혹시 잘못 본 걸까 봐...”그녀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정수미는 확신했다. 이건 명백히 거짓말이었다.“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하면 용서해 줄 테지만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정수미의 위협에 가정부는 몸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9화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곳을 떠날 생각하지 마.”윤소현은 박민정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며 소리쳤고 박민정은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예요?”“무릎 꿇고 사과해!”윤소현은 단호하게 네 글자를 뱉었다.그녀는 박민정이 기억을 잃은 틈을 타 그녀를 망신시키고 고통받게 하고 싶었다.‘무릎을 꿇으라고?’박민정은 아이를 해친 적이 없기에 당연히 그럴 수 없었다.“그건 못 해요.”윤소현은 다시 정수미와 고영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보셨죠? 증거가 다 있는데도 저렇게 나오잖아요. 사과조차 하지 않겠다고요.”그녀는 이어 말했다.“이제 경찰서에 보내는 수밖에 없겠네요.”윤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걸었다.고영란과 정수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정말 박민정이 그렇게 어린아이를 해쳤다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맞을 터였다.그러나 박민정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결국 경찰에 연행되었다.아이의 상처는 모두 목격자의 증언에 근거하고 있었고 박민정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그녀는 간단히 사건 경위를 설명한 뒤, 임시로 구금되었다.혼자 차가운 공간에 남겨진 박민정은 종종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마치 예전에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유남준이 그녀를 보석으로 풀어주었다.“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유남준이 물었다.그는 본가로 돌아갔다가 박민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하인들에게 물어본 끝에 그녀가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이후 고영란과 연락을 취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도 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내가 그 아이를 해쳤다고 믿어요?”유남준은 거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누가 뭐래도 네가 했을 리 없어. 넌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박민정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8화

    박민정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좋아요, 신고해요. 경찰이 와서 모든 걸 조사하게 해요. 제가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은 겁니다!”그녀는 나쁜 짓을 하기 않았기에 당당했다.윤소현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려 했지만 고영란이 그녀를 막아섰다.“소현아, 분명 이건 오해가 있을 거야. 민정이가 그렇게 어린 아이를 해칠 리가 없잖니.”정수미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우리 모두 한 가족인데 경찰까지 부르는 건 너무하지 않니?”그러나 윤소현은 눈가가 붉어진 채 항의했다.“엄마, 지금 제 딸이 이런 상태인데도 엄마는 저를 외면하시겠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 편을 들어주실 생각은 없으세요?”박민정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그만해요. 차라리 신고해요.”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뿐이었다.윤소현은 사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의 일은 박민정과 무관했으며 그녀 스스로 꾸며낸 일이었기 때문이다.“민정아, 흥분하지 마. 우리 가족 일이니 우리끼리 해결해.”정수미가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윤소현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비꼬듯 말했다.“좋아요. 우리끼리 해결하죠.”“그럼 말해봐, 박민정. 내 딸이 이렇게 됐는데 넌 어떻게 책임질 거야?”“제가 한 일이 아닌데 왜 제가 책임져야 하죠?”박민정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되묻자 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지금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야? 우리 다혜는 늘 멀쩡했어. 그런데 네가 안은 뒤로 이렇게 됐다고!”박민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말했잖아요. 전 그런 적 없어요!”그녀는 어린 다혜가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런데도 윤소현은 여전히 공격적이었다.“엄마, 보셨어요? 얘는 끝까지 오리발만 내밀잖아요!”정수미는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다혜는 너무 어리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고영란이 오늘 아이를 돌본 보모를 불러왔고 보모는 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7화

    박민정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일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남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박민정은 고영란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해 윤소현이 말한 병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윤소현이 병실에서 달려나오더니 곧장 박민정에게 달려들었다.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 주위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박민정 역시 피할 겨를이 없었고 결국 윤소현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에 세게 내려앉았다.뜨겁게 달아오르는 통증이 얼굴을 타고 번졌다. 그러나 윤소현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 박민정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박민정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고 그렇게 둘은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고영란은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도저히 가로막을 수 없었다.“박민정, 네가 어떻게 다혜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다혜는 이제 겨우 몇 달밖에 안 됐는데!”‘뭐?’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뭔가 오해를 한 것 같아요. 전 당신 딸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우리 다혜 몸에 이렇게나 많은 상처가 났는데도 끝까지 모른 척하겠다고? 너 정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윤소현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분노를 퍼부었고 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방어에만 집중했다.고영란이 아무리 소리쳐도 윤소현은 멈추지 않았다.“소현아!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둬!”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고 윤소현은 그제야 멈췄다.박민정도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정수미가 황급히 달려와 박민정의 얼굴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을 보고 안타까워했다.“민정아, 괜찮아?”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하지만 윤소현은 불만을 터트렸다.“엄마, 똑같이 엄마 딸인데 우리가 싸웠으면 두 사람 다 챙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박민정만 신경 쓰는 거예요?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정수미는 한숨을 내쉬며 윤소현을 돌아보았다.“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봐. 왜 둘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6화

    박민정은 그 아기가 윤소현의 딸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다가갔다.“무슨 일이죠?”보모는 그녀를 보고도 별다른 경계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울기만 하고 어떻게 달래도 소용이 없네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따라온 보모에게 두 아들을 잘 돌보라고 지시한 뒤, 직접 아이를 안아 들어 달래기 시작했다.그러나 유다혜는 그녀의 품에서도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엄마가 된 경험 덕분인지 박민정은 아기를 돌보는 법을 잊었더라도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먼저 보모에게 아이가 충분히 먹었는지 물었고 이어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하며 배탈이 났는지 살펴보았다.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아기가 계속 울자 박민정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아기를 병원에 데려가 보세요. 이렇게 계속 우는 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보모도 동의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보모가 아기를 다시 받으려던 찰나, 멀리서 윤소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내 딸을 저 여자한테 맡기라고 했어?”윤소현은 높은 굽의 힐을 신은 채 빠르게 걸어와 박민정의 품에서 아이를 거칠게 빼앗아 갔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보모를 질책했다.“내 딸을 당신한테 맡겼더니 이렇게밖에 돌보지 못해? 내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 책임인 줄 알아!”그녀는 이어 박민정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너도 아이가 있잖아. 내 아이를 왜 안고 있었던 거야?”박민정은 그 아이가 윤소현의 딸임을 알았더라면 절대 안았을 리 없었다.보모는 난처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작은 사모님, 다혜가 계속 울어서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모님께서 잠깐 도와주셨던 것뿐이에요. 아무런 악의도 없었습니다.”“악의가 없었다고?”윤소현은 여전히 울고 있는 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그 말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야.”그러다 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작은 사모님, 아이를 병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5화

    윤소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선두에 있던 여하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어 한 하인을 거칠게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섰다.들어가자마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박민정과 유남준 가족이 함께 웃으며 화목하게 있는 모습이었다.그 광경에 윤소현의 눈빛이 질투로 뒤덮였다. 그녀는 곧바로 고영란을 향해 차갑게 비아냥댔다.“어머니, 저랑 남우 씨가 비록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 건 아니지만 저도 유씨 가문에서 떳떳하게 맞아들인 며느리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저를 모른 척하시겠다는 거예요?”고영란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윤소현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유남우 역시 큰 잘못을 저질렀고 이 모든 상황이 그녀에겐 큰 실수로 느껴졌다.“소현아, 내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야. 어서 남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렴. 여긴... 당분간 환영받지 못할 것 같구나.”윤소현은 이 말을 듣고도 뻔뻔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왜요? 제가 여기 있으면 어쩌시려고요? 혹시 당신 아들 유남우가 저지른 일들을 제가 다 까발릴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고영란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윤소현이 마지막 퇴로조차 거부하자 냉소를 띠며 대꾸했다.“우리 아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한번 말해 보렴.”윤소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뭘 말하냐고요? 당신 아들이 자기 형의 여자를 탐냈다는 거. 이게 바로 당신들이 자랑하는 유씨 집안의 가풍인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에 있던 하인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옆에서 두 아이를 달래며 이 상황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러나 유남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다들 뭘 보고 있어? 당장 저 여자를 끌어내!”윤소현은 유남준이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더 큰 소리로 외쳤다.“유남준 씨, 이 말을 듣기 싫은 거죠? 뭐, 당연하죠. 형의 여자를 뺏어갔다니, 저라도 그런 꼴은 못 참겠어요!”만약 그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유남준은 벌써 그녀에게 직접 손을 댔을 것이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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