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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에 진서연은 한수민이 거절할 줄 알았다.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모아볼게요.”

“사모님 역시 공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으시잖아요. 이쪽 바닥이 어떠한지 여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박민정 씨가 표절한 일을 대중들이 잊을지도 모르고요.”

말을 마치고 진서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끊겨버린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한수민은 속으로 1조를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9년 전이라고 한다면, 박형식이 세상을 떠난 그때라고 한다면, 1조는 한수민에게 있어서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 아니었다.

박형식이 살아있을 때 한수민은 윤석후에게 조금씩 돈을 이체해 주었는데, 적어도 몇조는 된다.

다만 개인 능력인 바닥인 윤석후는 회사 운영도 제대로 할 줄 몰랐고 돈만 말아먹었었다.

그보다도 윤석후는 한수민에게서 돈을 조금씩 옮기는 방법을 터득하여 그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윤석후에게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더 이상 지체하면 박민정에게 영향만 끼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한수민은 망설임 없이 바로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어디야?”

같은 시각 윤석후는 해외에서 자기 비서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소송 제기하고 싶으면 마음껏 제기해! 네가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너 죽자마자 바로 사망 신고해 버릴 거야.”

자신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심한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윤석후다.

어차피 한수민에게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말이다.

그의 말에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지만 미처 슬퍼할 틈도 없는 상황이다.

‘너 같은 놈을 사랑한 내가 미친년이야.’

“민정이가 네 돈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게 아니야? 나한테 1조만 줘. 그럼, 너랑 깔끔하게 이혼해 줄게.”

한수민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

1조라는 말에 윤석후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뭐? 1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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