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아무리 읽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윤소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버둥 치고 싶었다.“박민정이 꾸민 짓일 거야! 내가 민 선생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박민정 그년이 아니었어!”“얼른 공지 올려! 박민정이 민 선생 아니라고! 그년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라고! 얼른!”비서는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숙였다.“박민정 씨와 민 선생 동일 인물이 맞습니다. 민 선생 국내 계정에서 공지 글이 올라온 것이고 민 선생과 자주 합작한 스타도 글을 올리면서 박민정 씨의 신분을 인정해 주었습니다.”그렇다. 에리는 광고 촬영을 마치고 나서 또다시 글을 올렸다.[박민정 씨가 민 선생을 표절했다고요? 자기 자신의 곡을 표절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윤소현은 서서히 호흡마저 가빠지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윤소현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믿지 않는다고 한들 그건 사실이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합니까?”지금 윤소현이 일하고 있는 곳은 정수미가 차려준 무용 회사이다.뒤범벅이 된 상황을 돌이켜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윤소현은 다리의 힘까지 풀려왔다.“어떻게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애꿎은 비서에게 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왔는데, 다른 이가 아니라 고영란이었다.어제저녁 식탁 위에서 고영란은 유남우에게 박민정의 일을 좀 해결해 주라고 말한 바가 있는데, 고영란 역시 이 모든 일을 윤소현이 꾸민 것으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윤소현은 가능한 한 덤덤한 모습으로 전화를 받았다.“어머님.”“네가 한 짓이야?”과연 고영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고영란은 오늘 다른 가문 사모님들과 티타임을 가질 때 그 기사를 보게 되었다.박민정과 윤소현의 시어머니로서 두 며느리의 이름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하자 체면이 말도 아니었다.“어머님, 오해하셨어요.”“오해라니? 네 입으로 민정이가 표절했다고 말한 거 아니니? 어떻게 오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니?”윤소현은 두 손을
“엄마, 지금 저 욕하고 저격하는 사람들 엄청 많아요. 핸드폰 보고 싶어도 무서울 정도예요.”윤소현은 자기 뒤에 정씨 가문이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따라서 그 누구의 공격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두려움에 떨고 있는 윤소현이 마냥 안쓰러워 정수미는 그녀를 토닥거려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두려워할 것 없어.”“그깟 여론 따위 엄마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 나중에 네 이모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돼. 이모가 나서서 모두 무마해 줄 거야.”정수미의 동생, 즉 윤소현의 이모라고 하는 사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존재이다.“네.”윤소현은 눈물을 닦으면서 얌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나약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정수미는 약간 걱정되기 시작했다.“소현아, 앞으로 너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법을 익히도록 해야 할 거야. 엄마는 언젠간 네 곁을 떠나게 될 것인데, 평생 널 지켜줄 수는 없잖아.”그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가슴이 철렁했다.‘뭐지?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인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온라인상의 여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윤소현은 내내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엄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엄마는 평생 제 곁에 있을 것이고 절대 늙지도 죽지도 않을 거예요.”“그래. 우리 보배딸.”말하면서 정수미는 윤소현을 가볍게 끌어안았다.“이번 일은 엄마가 한 번 제대로 알아볼게.”‘뭘 알아본다는 말이지?’‘알아보게 되면 내가 먼저 시비를 건 게 밝혀지는 거잖아.’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윤소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이쯤에서 그만둘래요. 박민정은 이미 유씨 가문으로 시집을 갔고 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잖아요. 더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역시 우리 딸 기특해.”이에 대해 말이 나오자 정수미는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너랑 남우 약혼한 지도 한참 됐고 임신까지 했는데 서둘러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 이번 일 해결되고 나
충고를 마치고 진서연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다짜고짜 그러한 말을 듣게 된 한수민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슨 말이지? 보스님은 또 누구지?’그때 간병인이 웃으면서 병실로 들어왔다.“어머, 사모님 너무 좋으시겠어요.”“우리 사모님 복이 아주 터지겠어요. 민정 씨가 바로 그 유명한 작곡가라고 이미 해명 글도 올라와 있어요.”간병인은 온라인으로 떠들썩한 기사도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자기 딸한테 물어보고 나서야 박민정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뭐라고?”한수민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불과 몇 시간 만에 여론은 360도 달라져 있었다.민 선생의 공식 계정에서 올린 글을 한수민도 보게 되었다.‘민 선생... 민정이...’‘동일 인물이었어!’한수민은 문뜩 얼마 전에 윤소현이 자기 돈을 가져가려고 온갖 아첨을 떨면서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박민정과 조하랑을 마주치게 되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그때까지만 해도 한수민은 온갖 폄하하는 말과 행동으로 박민정을 저격했었다.조하랑은 그때 박민정이 유명한 작곡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때 당시에는 그 말을 믿지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던 한수민이었다.한수민은 핸드폰을 손에 꼭 움켜쥔 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난청 환자인 박민정과 음악 사이의 거리는 멀 것으로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런 그녀가 명성이 자자한 작곡가가 되었다니...심지어 라이브 방송까지 해가면서 애원했었던 민 선생이라니...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순간인 것만 같았다.“그런 거였구나...”한수민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내내 중얼거렸다.“사모님 좋으시겠어요. 친딸도 수양딸도 어쩜 이렇게 우수할 수 있어요.”간병인은 한수민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자기를 부러워하는 간병인의 말과 태도에 한수민은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다.애꿎은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어릴 적부터 우수한 아이였다.다만 한수
“민정 씨, 이번 일은 제가 알아봤는데 소현이 잘못 맞아. 인터넷에서 함부로 글을 올리는 건 옳지 않잖아.”정수미는 먼저 사과한 후 덧붙여 말했다.“소현이도 잘못을 깨달았어. 어차피 둘은 나중에 시누이 사이로 지내야 하고 또 친자매이기도 하잖아. 소현이는 내게 다시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번 한 번만 봐줘.”정수미는 한수민이 박민정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녀가 박민정에게 연락한 이유는 그녀의 여동생이 이번 일 뒤에 박민정을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해줬기 때문이다.그래서 가능하면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박민정도 정수미가 먼저 와서 사과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래서 정 대표님의 뜻은...”“더 이상 이 일을 문제 삼지 말아 달라는 말이야. 민정 씨가 입은 손해는 내가 보상할게.”정수미가 말했다.박민정도 이 정도 여론만으로는 윤소현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정씨 가문이 그녀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더구나 사태가 커지면 유씨 가문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박민정은 이미 유남우에게 신세를 졌기 때문에 그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윤소현과의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그럼 정 대표님께서 윤소현 씨더러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럼 잘못을 뉘우친 걸로 알고 있을게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이렇게 현실적일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동의했다.하지만 윤소현은 반대했다.“엄마, 제가 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해요? 오해라고 제가 말했잖아요.”“오해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그거 알아? 이 일 때문에 이모 회사 소속 연예인 두 명, 나락 갈 뻔했어. 여론 때문에.”정수미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윤소현은 그녀의 말투를 듣고 결국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사과한 후.박민정도 용서한다는 글을 올렸다.온라인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여론은 그렇게 잠잠해졌다.박민정은 이번 신곡 대회에서 당연히 1등을 차지하게 되었고 예상보다 더 큰
“그럼 IM 그룹에서 왜 저희를 도와줬죠?”진서연이 의아해했다.박민정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지난번에 에리가 나한테 자기가 지금 IM 그룹 소속이라고 했던 것 같아.”진서연은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는데 에리는 역시 IM 그룹 소속이었다.“에리 씨가 도와준 거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요.”“그래야지. 알겠어.”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저녁 식사 후 휴식 시간에 박민정은 에리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인사했다.에리는 자기가 인터넷에서 그녀를 위해 나선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그녀의 감사를 받아들였다.“다음에 내가 돌아가면 잊지 말고 밥 사줘.”“그럼, 당연하지.”박민정은 흔쾌히 대답했다.박윤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가끔 박민정을 쳐다봤다.‘엄마와 에리 삼촌이 전화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네. 예전에는 전화하는 사람이 나와 형밖에 없었는데.’박윤우는 좀 걱정이 되었다.아빠가 계속 기억을 잃고 엄마와 따로 살면 결국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면 그와 박예찬은 가족을 잃게 될 것이다.박윤우는 이 생각에 마음을 굳히고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미간을 찡그렸다.“배가 너무 아파요!”옆에 앉아 있던 민수아는 깜짝 놀랐다.“윤우야, 왜 그래?”“배가 아파요. 온몸이 다 아파요.”박윤우가 말했다.민수아는 바로 박민정을 불렀다.“민정아, 윤우가 온몸이 아프대.”박민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윤우의 상태가 더 나빠진 줄 알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갈게.”박윤우는 박민정의 옷을 꽉 움켜잡으며 말했다.“엄마, 나 병원 가기 전에... 아빠를 보고 싶어.”“그럼 엄마가 먼저 병원에 데려가고 아빠도 부를게. 그럼 되지?”박민정의 눈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박윤우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응, 좋아.”병원으로 가는 길에 박민정은 차 안에서 박윤우를 안은 채 유
유남준은 어색하게 손을 들고는 그녀를 안아 주었다.“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고마워요.”박민정은 조금 진정된 후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품이 갑자기 비어버리자 유남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우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의사는 두 사람에게 아이의 병이 악화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곧이어 박윤우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박민정은 바로 병실로 들어가서 물었다.“윤우야, 많이 아파?”박윤우는 약간 미안한 듯 고개를 저었다.“이제 안 아파.”그는 이어 멀리 서 있는 유남준을 바라봤다.“아빠.”“응.”유남준이 대답했다.박윤우는 계속해서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아빠, 엄마랑 같이 살면 안 돼요?”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어갔다.“유치원 친구들이 그러는데 엄마, 아빠가 따로 사는 건 이혼하려고 하는 거라던데. 정말 저랑 형을 버리려는 거예요? 형은 김 회장님과 인우 아저씨, 하랑 이모가 있는데 저는 엄마랑 아빠밖에 없잖아요.”그는 찡얼거리며 말했다.밖에서 듣고 있던 서다희는 아이가 너무 안타까웠다.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나중에 민수아와 아이를 가지게 되면 절대 다투지 않고, 또 절대 민수아와 따로 살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박민정은 윤우가 그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기에 더욱 미안해졌다.“윤우야, 엄마는 아빠랑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야.”박민정이 그를 달랬다.박윤우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안 믿어.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려는 게 아니면 왜 따로 살고 있어? 왜 아빠가 이사하면 엄마도 이사해야 해?”박민정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아이가 감정이 격해져 상태가 나빠질까 봐 바로 대답했다.“우리 오늘 바로 이사해서 아빠랑 같이 살자. 어때?”박윤우는 두 눈을 반짝였다.“정말이야?”그는 유남준에게 다시 물었다.“아빠, 아빠도 올 거죠? 설마 나와 엄마를 버릴 건 아니죠?”유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곧바로 대답했다.“그래.”...박민정과 함께 지내기로 한 후
박민정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알겠어요.”요즘 그녀는 몸이 날이 갈수록 무거워져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윤우가 잠들기를 기다렸다.‘아이들은 잠이 빨리 드니 대충 10분 정도면 깊이 잠들겠지?’박민정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1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봤다.남자는 눈을 감고 잠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옆모습은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왜 그래?”유남준은 뭔가를 느낀 듯 물었다.그녀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안 추워요? 이불 덮을까요?”“안 추워.”유남준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추우면 덮어.”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몸을 일으켜 이불을 두 사람 몸 위로 덮었다.유남준은 그녀가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몸매와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박민정.”“네?”“소리 내지 마. 머리가 아프니까.”유남준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분명 요 며칠 동안 의사가 검진했을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말이다.하지만 지금 박민정과 같이 있으니 머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그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긴장하면서 물었다.“설마 또 기억을 일부 잃는 건 아니겠죠?”유남준도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몰라.”그는 지금 박민정과 계속 대화하면서 방 안이 점점 더 더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윤우가 잠들었을 거야. 나는 다른 방에서 잘게.”“그래요.”박민정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보며 혹시나 뭔가에 부딪힐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두원 별장의 도우미들은 준비를 잘했다.유남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의자나 탁자 같은 건 아무렇게나 두지 않았다.유남준은 무사히 문 앞에 도착했다.손을 문손잡이에 올리고 아래로 내렸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그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왜 그래요?”박민정은 그가 문을 열지 못하고
“나예요, 박민정.”박민정이 대답했다.박민정의 목소리와 대답을 듣고 유남준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렸다.그는 다시 박민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박민정은 그가 지금 왜 이러는지 몰라 피하려고 했다.“무슨 일이에요?”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무슨 일 있겠어? 당신이야말로 연지석과 단둘이 있으니까 기분이 좋았어?”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지금이 몇 년도라고 생각해요?”유남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손을 뻗었다.이번에 박민정은 피하기 전에 그의 품에 꼭 안겼다.“이거 놔요.”박민정이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놓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더 꼭 껴안았다.“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거야? 당신과 연지석 때문에 내가 거의 죽을 뻔했던 거 알아?”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물었다.“다 생각났어요?”유남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냥 에스토니아에 갔다가 박민정의 이름으로 연지석 사람들에게 속아 거의 죽을 뻔했던 것을 기억할 뿐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지금 왜 다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는지 알 수 없었다.‘혹시 죄책감을 느낀 건가?’유남준은 그녀가 죄책감을 느끼든 아니든 상관없이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고는 바로 키스를 퍼부었다.박민정은 몸이 굳어졌다. 눈을 크게 뜨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문밖에서.잠에서 깨어난 박윤우는 문이 아직 잠겨 있는 것을 보고는 기뻐했다.‘어젯밤에 아빠와 엄마가 내 말을 잘 들었군.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머리를 쓴 보람이 있어.’그는 열쇠를 꺼내 잠겨 있는 문을 열었다.그리고 곧바로 유남준이 박민정에게 키스를 퍼붓는 모습을 포착했다.박윤우는 손에 든 열쇠를 떨어뜨리더니 다른 한 손으로 다급하게 눈을 가렸다.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유남준과 박민정이 키스하는 모습이 여전히 보였다.“죄송해요. 일부러 들어온 건 아니에요.”밖에서 아이의 소리가 들리자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은 급히 떨어졌다.박민정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