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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박민정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요즘 그녀는 몸이 날이 갈수록 무거워져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윤우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은 잠이 빨리 드니 대충 10분 정도면 깊이 잠들겠지?’

박민정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1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봤다.

남자는 눈을 감고 잠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옆모습은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

“왜 그래?”

유남준은 뭔가를 느낀 듯 물었다.

그녀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 추워요? 이불 덮을까요?”

“안 추워.”

유남준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추우면 덮어.”

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몸을 일으켜 이불을 두 사람 몸 위로 덮었다.

유남준은 그녀가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몸매와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박민정.”

“네?”

“소리 내지 마. 머리가 아프니까.”

유남준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요 며칠 동안 의사가 검진했을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박민정과 같이 있으니 머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긴장하면서 물었다.

“설마 또 기억을 일부 잃는 건 아니겠죠?”

유남준도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몰라.”

그는 지금 박민정과 계속 대화하면서 방 안이 점점 더 더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윤우가 잠들었을 거야. 나는 다른 방에서 잘게.”

“그래요.”

박민정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보며 혹시나 뭔가에 부딪힐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두원 별장의 도우미들은 준비를 잘했다.

유남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의자나 탁자 같은 건 아무렇게나 두지 않았다.

유남준은 무사히 문 앞에 도착했다.

손을 문손잡이에 올리고 아래로 내렸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왜 그래요?”

박민정은 그가 문을 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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