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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형이 예전에 기억을 잃은 적이 있는데 병이 완전히 나은 게 아닐지도 몰라.”

유남우는 제호 클럽의 옥상에 서 있으면서 추경은에게 말했다.

“기억을 잃은 적이 있다고?”

추경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누군지 오늘 기억하지 못했던 거구나?”

“너 형과 결혼하고 싶지?”

유남우는 갑자기 화제를 바꿔 물었다.

추경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난 어려서부터 남준 오빠를 좋아했잖아.”

유남준은 유씨 가문에서든 외부에서든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다만 지금은 운이 나빠서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마침 그 일 때문에 추경은은 자신이 유남준과 결혼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그럼 네가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네. 자칫하면 다시 기억을 잃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

유남우는 뒷말을 삼켰다.

추경은은 그의 말을 이해했지만 고민이 되었다.

“진주에 남기 위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야.”

“그럼 마음을 아직 덜 독하게 먹었네.”

유남우가 중얼거렸다.

추경은이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전화가 끊어졌다.

권씨 가문의 도련님 권해신이 다가오며 말했다.

“왜? 윤소현이 너 뭐 하는지 물어봐?”

유남우는 그저 미소 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권해신의 음흉한 얼굴에 부러움이 살짝 묻어났다.

“윤소현을 건드리면 안 되긴 하지. 정수미가 대단한 인물이잖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도 정수미 눈치를 봤었어.”

권해신은 유남우가 돌아와서도 계속 호산 그룹의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정수미라는 미래의 장모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했다.

유남우는 웨이터가 들고 있던 술을 받아 들고는 한 모금 살짝 마셨다.

“IM 그룹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냈어?”

권해신은 들고 있던 술을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 외국인인 것 같아.”

그리고 그는 또 물었다.

“참, 네 형은 지금 뭐 하고 있어?”

“눈먼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

유남우는 이제 유남준을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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