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이지원이 탈출한 이후 권진하는 몰래 그녀를 숨겨주고 있었다.“좋아. 이 일은 반드시 잘 처리해야 해.”권해신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병원에서.유남우에게서 아직 독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추경은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그녀는 절뚝거리며 병원을 나서더니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고는 유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오후.박민정과 유남준이 두원 별장에 돌아왔을 때 추경은도 도착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서 있었고, 그 옆 소파에는 유명훈이 앉아 있었다.“돌아왔어?”유명훈이 말했다.“할아버지.”박민정은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건넸다.“그래.”유명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남준아, 민정아. 경은이는 내 오랜 친구의 딸이자 너희의 사촌 동생이기도 해. 이번에도 너희들이 경은이를 떠나게 하려다가 경은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그 말인즉 박민정과 유남준이 추경은을 쫓아내려고 하지 않았다면 추경은은 돌아가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유명훈이 이어서 말했다.“그래서 내가 너희 대신 결정을 내려 경은이를 여기에 머물게 했어. 몸이 회복된 후에는 너희들을 도와 아이들을 봐줄 수도 있고 민정이와 같이 회사에 출근할 수도 있잖아.”한 사람을 더 받아들이는 건 유씨 가문에 있어서 전혀 문제 될 게 아니었다.유명훈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박민정은 더 반박할 수도 없었다.하지만 옆에 있던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집에 아이를 돌볼 가정부가 있어요. 경은이는 그래도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이잖아요. 할아버지께서 경은이가 우리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따로 쉴 곳을 마련하겠습니다.”추경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거절했다.“남준 오빠, 나 따로 쉴 필요 없어. 두원 별장에 방도 많으니 그냥 아무 방이나 하나 쓰면 돼.”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사촌 오빠 부부와 함께 살지 않으려고 할 텐데. 너는
추경은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박민정은 그녀가 정말 독하다는 걸 깨달았다.자기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니 결코 보이는 것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추경은은 박민정이 자신을 여기 머물게 해준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새언니, 오빠, 몸이 회복되면 꼭 옆에서 잘 도울게요.”“우리를 도울 필요는 없어요. 할아버님 말씀대로 경은 씨는 우리 친척이고, 이 집의 손님이에요.”박민정이 차분하게 말했다.추경은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말했다.“새언니, 정말 친절하시네요. 예전에는 이지원 씨가 제 새언니 되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추경은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유명훈은 일이 정리된 것을 보고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윤우가 돌아온 후 그를 한 번 보고는 본가로 돌아갔다.박윤우는 유명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어쩌면 유명훈이 형을 돌보고 있는 김훈 할아버지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추경은을 보자마자 유명훈이 무슨 이유로 왔는지 깨달았다.“경은 이모, 또 우리 집에 오셨어요?”그는 큰 눈을 뜨고 추경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추경은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래, 윤우야. 앞으로 이모가 매일 옆에 있어 줄게, 어때?”“좋아요.”박윤우는 흔쾌히 대답하고는 덧붙였다.“내일 이모가 저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다 이모를 보고 싶어 해요.”추경은은 마침 윤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두 아이의 마음을 얻어야 유씨 가문에 더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깊은 밤.유남준은 당연한 듯이 박민정을 따라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이번에는 윤우가 강요할 필요도 없었다.“왜 나 따라와요?”박민정이 물었다.유남준이 기억을 잃었던 동안엔 늘 혼자 잤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당연히 자려고 들어왔지.”“자기 방이 있지 않아요?”박민정이 물었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오해했다.그는 더듬더듬
박민정은 유남준이 사실 아직도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먼저 기억 상실증이나 잘 치료해요. 갑자기 또 이런 일 생기게 하지 말고요.”박민정은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다.어쨌든 예전의 유남준은 정말로 사람을 싫증 나게 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응.”유남준은 짧게 대답했다.며칠 후면 연휴가 다가오는데 박민정은 유씨 가문 본가로 돌아갈 생각만 하면 조금 골치가 아팠다.“자요. 나 너무 피곤해요.”하지만 유남준은 자고 싶지 않았다.그는 박민정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자. 난 안 졸리니까.”그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거칠었다.유남준이 박민정의 이마와 입술에 입을 맞추자 박민정은 눈을 크게 떴다.그러자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그러지 마요.”그녀는 고개를 돌리고는 손으로 유남준을 막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말 들어.”박민정은 늦은 밤의 유혹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다음 날.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전 11시였다.유남준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박민정은 이제 임신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가끔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적응은 되지 않았다.그녀는 일어나 샤워를 하고 꼼꼼히 세수와 양치를 한 후 방에서 나왔다.추경은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박민정이 마침내 방에서 나오자 추경은은 내심 불편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새언니,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추경은은 아직도 목발을 짚고 있었다. 그녀를 도와주기는커녕 피해만 주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았다.“괜찮아요.”“그렇다면 알겠어요, 조심하세요.”추경은은 말을 마친 후 테이블 위의 과일을 집어 들고는 여유롭게 먹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추경은은 자신의 악보를 뒤적이고 있었다.“그거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박민정은 손을 뻗어 악보를 빼앗았다.이 악보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들이 많았다.하지만 추경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뉴스에서 새언니
한 시간 뒤.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하고 있는 박민정과 추경은.그렇다, 두 사람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납치당했다.누군가가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풀어주고 나서야 박민정은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지금 형편없이 낡은 공사장에 납치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어느 한 기둥에 꽁꽁 묶여 있는 추경은은 겁에 잔뜩 질린 모습으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새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한 시간 전, 두 사람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었다.차에서 장정 몇 명이 우르르 내려더니 다짜고짜 두 사람을 강제로 차에 오르게끔 했다.추경은은 여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채로 벌벌 떨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그런 그녀에게 박민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입 다물어요!”어떻게 된 일인지 그 누가 봐도 한눈에 보이는 장면인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박민정은 또다시 본능적으로 상대가 윤소현의 말에 따라 움직인 정수미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곧 그 진실이 드러나라고 말았다.공사장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또각또각 안으로 들어왔다.여자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박민정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이지원?”박민정을 향해 한걸음 씩 천천히 다가간 이지원은 허리를 서서히 숙이며 입을 열었다.“박민정, 어때?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이지원의 말대로 박민정은 이러한 날이 오게 될 줄이라고 생각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자기와 추경은을 납치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추경은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지원 언니, 저예요! 저 추경은이라고요! 저 잊으신 거 아니죠?”이지원은 그제야 납치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추경은?”잠시 생각하더니 이지원은 그제야 추경은이 좀 생각났다.“네, 전에 만난 적 있잖아요. 우리 유씨 가문에서 본 적 있어요.”추경은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듯이 흥분하며 말했다.“추경은?”이지원은 천천히 기억
“아! 아파... 아파... 내 다리...”극심한 고통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추경은.이지원에게 아무리 간절하게 애원해 보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자, 추경은은 박민정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새언니, 신고라도 좀 해봐요... 어떻게든 저 좀 살려주세요.”이지원은 그제야 다리를 내리면서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보게 되었다.“내가 하마터면 널 잊을 뻔했어.”세상 도움이 되지 않은 추경은을 한번 흘겨보고 난 뒤 박민정은 이지원에게 말했다.“난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했었던 그 말을 기억하고 있어.”“무슨 말인데?”이지원은 마냥 의혹이 들었다.“우리 사이에 유남준만 얽힌 게 아니었다면 그 어떠한 모순도 없을 거라는 그 말을.”“우리 꽤 친한 친구 사이었고 나중에는 유남준으로인해 라이벌 사이가 된 거야. 아니야?”박민정이 말했다.이지원은 자기가 했었던 그 말이 마침내 떠오르게 되었다.하지만 눈동자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래! 너랑 나의 첫 시작은 좋았었어. 그 어떠한 원한도 없이 말이야.”“근데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거잖아. 평범하게 살지도 못하고 명예고 지위고 모두 바닥나 버리고 심지어 숨어서 지내고 있잖아!”“내가 지금 바라는 건 네가 죽는 것, 그거 하나뿐이야.”박민정은 시종일관 덤덤한 모습을 유지했다.가능한 한 시간을 끄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정민기 일행이 달려와서 자기를 구조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나 때문에 그 지경이 된 거 확실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너한테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라도 있어?”박민정은 덤덤하게 되물었다.“내가 너한테 시켰어? 나 사칭하면서 인우 씨랑 어머님 살리라고 내가 시켰어? 임수호 꼬셔서 그 사람 집안 파탄 내라고 내가 시켰어? 기어이 다른 남자 빼앗아 와서 또다시 버리라고 내가 시켰어?”연달아 날아 오는 폭격 질문에 이지원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단숨에 박민
권해신은 박민정과 배 속의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혼자 오라고 유남준에게 분명히 말했다.공갈장을 들여다보면서 서다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간사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 그지없는 놈이네요! 대표님께서 앞이 보이시지도 않는데, 혼자서 오라는 게 말이나 돼요?”유남준은 두 손을 꼭 움켜쥔 채로 권해신의 또 다른 메시지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해신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역시나 ‘전용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 몰래 ‘전용차’를 따라와서는 안 된다고 미리 경고까지 했다.“아래까지 데려다줘.”덤덤한 얼굴로 유남준이 말했다.“대표님, 권해신 그자의 함정이 분명합니다. 만약 이대로 가시게 되면 절대 대표님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제가 몰래 사람들 데리고 사모님 찾아내겠습니다. 무사히 사모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는 유남준이다.그렇다, 박민정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약점이다.“민정이 목숨으로 감히 모함할 수 없어. 얼른 가자.”유남준이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되면 그 누구도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점을 서다희는 잘 알고 있다.따라서 하는 수 없이 유남준의 말대로 일단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전용차’에 오르기 전에 서다희에게 덤덤하게 부탁했다.“나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나 대신 우리 아이들 좀 챙겨줘.”서다희가 두 아이에게 잘 해주리라 믿으며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그와 반대로 유남준의 입에서 이러한 말을 처음 듣게 된 서다희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대표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절대 그 어떠한 일도 없을 겁니다.”유남준은 마치 그의 위안 따위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 다른 부탁을 이어갔다.“앞으로 회사도 네가 책임져. 우리 아이들은 그냥 성인이 될 때까지만 챙기면 돼.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지, 어떠한 미래를 선택할지 그건 걔들 인생이야.”자기 아이들이 절대 자기한테 의지하면서 숨 쉴
“그래?”또다시 부하에게 그만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권해신이다.“인질로서 쓸모가 있는 여자야? 추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되었잖아.”“아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거든.”“유남준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촌 동생이 바로 추경은이야. 이따가 유남준이 와서 나를 살리려고 하지 않더라도 추경은은 살리려고 할 거야. 그러한 의미에서 큰 쓸모가 있는 여자라는 말이야.”박민정이 말했다.권해신은 유남준에게 이러한 정이 있고 아끼는 동생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윽고 부하에게 그만두라고 사인을 주었다.“눈이 멀면서 마음마저 멀었나 봐? 천하의 유남준이 여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예전과 같았더라면 여자고 뭐고 아주 흘겨보지도 않았었는데.”유남준이 차에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고서 권해신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박민정 역시 그가 자기를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홀로 D국으로 갔을 때, 위험에서 벗어나자마자 박민정을 탓했던 유남준이기때문에 더더욱 놀라운 것이다.모두가 유남준이 오기를 기다렸고 추경은은 지금 그 구덩이 안에 외롭게 누워있다.오늘 박민정 따라서 산책을 나온 것에 대해 무척이나 후회하면서 말이다.만약 따라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일도 없었을 텐데 억울하기도 했다.“아파요.”그리고 박민정은 바로 옆에 있는 구덩이로 이미 던져졌다.“살고 싶으면 아파도 참아요.”추경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실은 살리고 싶어서 나선 것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옆에 있으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 그러한 것이다.만약 추경은이 바로 자기 앞에서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면 그 즉시 침착을 잃을 것만 같았다.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듣자마자 추경은의 두눈이 번적거렸다.바로 밖을 향해 내다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맞아요?”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권해신 부하들과 함께 유남준이 들어왔다.“둘째 도련님, 데리고 왔습니다.”권해신은 기고만장
권해신 부하들은 곧바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흙은 어느새 구덩이 절반을 가득 채워져 갔다.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추경은은 살고 싶어서 애원했다.“남준 오빠, 나랑 새언니 좀 살려줘. 허리까지 묻혔단 말이야.”그와 반대로 박민정은 손으로 배를 꼭 감싸안기만 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권해신은 절대 유남준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하여 자기와 추경은을 봐줄 리가 없음을 박민정은 잘 알고 있다.유남준에게 더욱더 과분한 일을, 존엄이 바닥나는 일을 시킬지도 모르고 말이다.“남준 오빠, 나는 그렇다 쳐도 되는데, 새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생각해야 할 거 아니야!”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박민정은 조금 전 그녀를 그냥 죽게끔 방치해 두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경은 씨, 제발 입 좀 다물어요!”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권해신이 얼마나 독하고 음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천천히 배를 거두었다.권해신은 그제야 박민정의 배에 시선을 쏠리게 되었다.“쯧쯧쯧, 또 임신했어? 깜빡했지 뭐야.”“유 대표 사모님 어서 일으켜드려.”권해신 부하들은 바로 박민정에게 다가갔고 내내 덤덤했던 박민정은 마침내 당황하고 말았다.장정 몇 명이 강제로 일으키는 바람에 어찌할 사이도 없었다.유남준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나지막이 소리 냈다.“그손놔!”손을 놓기는커녕 권해신은 다른 이들에게 비아냥거리면서 묻기까지 했다.“너희들 유 대표 사모님처럼 임신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름다우신 여성을 본 적이 있어?”그들은 음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그럼, 오늘 아주 제대로 맛보게 해줄까?”순간 박민정은 머리가 윙윙거렸다.별의별 생각을 속으로 다 해보았으나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오지 마!”“그만해! 민정이한테 손대지 마! 무릎... 꿇을게.”그리 크지 않은 소리임에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그 말을 듣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