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79화

Author: 윤지
정수미의 손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여자아이는 정수미의 손 대신 박민정의 손을 꼭 붙잡았다.

“예쁜 언니, 저 좀 바래다 주시면 안 돼요? 저 무서워요... 할아버지한테 가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박민정이 그녀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한 심정으로 자신의 손을 잡은 여자아이를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박민정은 여자아이의 손을 꼭 잡고서 정수미에게 말했다.

“정 대표님, 정말로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아이의 생각부터 확인하고 존중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수미는 얼어붙었던 손을 서서히 내렸다.

“같이 가자. 나도 같이 바래다줄게.”

앞장선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서 좁고 좁은 골목길을 여러 개나 지나서야 아주 평범한 저택 앞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은 도시 중심이라 이치대로라면 여자아이의 생활환경도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아야 한다.

여자아이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여자아이는 갑자기 박민정의 손을 뿌리치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곁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

“사랑아.”

“할아버지, 저 다른 사람 딸로 살고 싶지 않아요. 평생 할아버지 곁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니 할아버지도 저 버리지 말아 주세요. 네?”

어르신은 단번에 손녀인 사랑이를 꼭 껴안고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

“정 대표님, 죄송합니다만 저 사랑이 보내지 못할 것 같아요.:

이윽고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주면서 덧붙였다.

“돈은 다시 돌려드릴게요.”

사랑이를 정수미에게 입양 보낸다고 마음을 먹고 은행 카드까지 받았었으나 텅텅 비어 버린 집을 보게 된 순간 후회하고 말았다.

아내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잃은 어르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곤 사랑이 하나뿐이다.

사랑이 역시 할아버지가 세상 전부였다.

앞으로 사랑이 곁에 얼마 있어 주지 못할 것 같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낫은 집안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입양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의 ‘이별’을 겪고서 그 마음이 달라졌다.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0화

    우연인지 아닌지 얼마 걷지 않아 차 한 대가 박민정 곁에 서서히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오자 유남우의 또렷한 이목구비가 시야로 들어왔다.“민정아.”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서 그를 바라보았다.“여기서 다 보네요.”지난번 유남우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지금의 박민호가 있게끔 그가 도와준 바도 있으므로 박민정은 어느새 그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져 있었다.“여기서 뭐 해? 내가 바래다줄까?”유남우의 물음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이따가 택시 타고 가면 돼요.”유남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더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의 거절에 유남우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고 하였다.이윽고 그가 차에서 내려왔다.“그럼, 같이 좀 걷자.”더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박민정은 묵인해 버렸다.선남선녀가 따로 없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몸은 좀 괜찮아졌어?”유남우가 적극적으로 화제를 찾아 나섰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한수민에 관해서 자기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더는 묻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묵묵히 함께 걸었다.그렇게 한참을 걷고서 박민정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만 가 봐야겠어요.”“그래.”이윽고 박민정은 택시 한 대를 잡았다.그녀가 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유남우는 홀로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았다.이미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남우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시간이 모든 걸 해결하고 변화한다는 말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전에 그 박민정이 자기와 점점 멀어지고 어색해지고 있으니 말이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가정부와 함께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그때 박윤우가 달려왔다.“엄마, 서연 이모한테서 전화 왔어.”박민정은 바로 손을 닦고서 전화를 받았다.“서연아, 무슨 일이야?”“보스님, 누가 댓글알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1화

    “알겠습니다.”진서연 역시 박민정의 뜻을 잘 알고 있다.“이번 기회에 아주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말 것입니다.”온라인으로 여론은 계속 부풀어지고 있었다.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많은 이들이 박민정의 노래에 악플을 달았다.박민정은 심한 말을 뒤로 한 채 일이 점점 더 커지기를 바라고 있었다.불과 하루만이면 모두가 알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박민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저녁 먹으러 갔다.민수아 역시 때마침 돌아왔고 그들은 식탁을 둘러앉아 저녁을 즐기기 시작했다.늦은 밤.잠에 들기 전에 박윤우는 라이브를 시작했고 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다들 박민정이 민 선생을 표절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엄마가 자기를 표절했다고? 그게 말이 돼?”박윤우는 자기 엄마를 상대로 심한 말을 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싫었다.이윽고 바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형, 지금 기사 난 거 좀 봐봐.”“이미 봤어.”박예찬이 대답했다.“우리 엄마한테 심한 말 한 사람들 혼내줘!”박윤우의 뜻은 박예찬이 해킹으로 복수해 줬으면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박예찬은 그 말을 듣고서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서두를 것 없어.”“그게 무슨 말이야?”“서연 이모도 가만히 계시잖아. 엄마 비서로서 가장 먼저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시지 않았겠어?”박예찬의 말을 듣고서 박윤우는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그 말은 엄마가 지금 가만히 보고만 있다는 거야?”“그래.”박예찬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덧붙였다.“그러니 너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나설 때 나 역시 나설 거야.”“알았어.”박윤우는 그제야 안심하고 라이브를 하기 시작했다.한편, 조하랑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자본가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열심히 판매할 상품을 준비하면서 말이다.그동안 박윤우와 합작하면서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어온 건 사실이다.하지만 일이 하도 많아서 핸드폰을 볼 시간조차 없는 조하랑은 박민정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2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윤소현은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비록 유씨 가문에서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임신했다는 핑계로 유남우는 그녀와 함께 지내지 않고 있다.“돈 따위 생각하지 말고 오늘 어떻게든 이슈로 만들어. 박민정 이름 석 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도배되었으면 좋겠어.”일단 유남우가 손을 쓰기 시작하면 기사 열기가 내려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소현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오늘 밤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밤새 댓글알바를 구하고 언론에 돈을 뿌리면서 열기를 올렸다.밤새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여러 플랫폼에서 박민정 표절에 관한 내용을 의논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해외에 있는 에리마저 볼 정도로 말이다.민 선생의 곡을 표절하고서 대회에 참가한 박민정이 후안무치하다는 소리가 일쑤였다.시차로 아직 낮인 에리는 그러한 기사를 보고서 어안이 벙벙해졌다.“장난하는 거야 뭐야? 민정이가 자기 곡을 표절했다고?”매니저 역시 기사를 보게 되었다.“민 선생이 너랑 새로 계약한 노래 아니야? ‘네버엔딩’말이야.”“맞아.”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그 곡으로 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다고 민정이가 그랬거든.”“그랬구나.”그때 매니저는 문뜩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누구한테 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나도 여러 번 들어온 곡인데, 예전 작곡 스타일과 별반 다른 게 없었어. 자기 곡을 표절한다는 건 좀...”에리 역시 똑같은 생각이었다.박민정을 도와주고자 고민하고 있던 그때 에리는 그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좋아요’를 누르고 말았다.“제길! 잘못 눌렀어.”에리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취소’를 누르려고 했지만 매니저의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이미 늦었어. 네가 ‘좋아요’를 누른 바람에 점점 더 이슈가 되고 있어.”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헤드 라인이 시야로 들어왔다.[유명 가수 에리마저 ‘좋아요’를 누른 박민정 표절 기사. 민 선생을 위해 소리를 내고 있는 에리.]그러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3화

    “사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어머, 혹시 밤새 주무시지 않은 거예요? 밤새 핸드폰만 보신 거예요?”간병인이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간병인을 보고서 한수민이 입을 열었다.“민정이한테 일이 좀 생긴 것 같아.”“무슨 일인데요?”간병인이 다가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는데,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저 역시 아침에 보기는 했는데, 민정 씨 맞아요?”한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을 거야.”“민정 씨가 표절을 하다니 말도 안 돼요.”간병인은 믿어지지 않았다.갖은 풍파를 겪고 난 한수민은 진정으로 자기를 위하는 사람이 누군지 인제 똑똑히 보였다.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얼마 되지 않은 시간만큼이라도 한수민은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뉘우치고 싶었다.저승으로 가서 박형식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있게끔 말이다.“이름을 떨치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몰라.”밤새 박민정 표절에 관한 기사만 들여본 한수민은 어느새 기사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믿게 되었다.민 선생을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있기도 하고 상대가 얼마나 실력 있는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때 한수민은 민 선생이 자신의 곡을 윤소현에게 줬으면 하는 마음에 라이브를 통해 춤까지 췄었다.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후회막심한 한수민이다.그러나 자기한테 민 선생의 연락처가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들게 되었다.“민 선생한테 직접 전화라도 해 봐야겠어. 현재 상황을 돌이킬 방법이라도 있는지 물어봐야겠어.”한수민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저장해 놓았던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 전화번호의 주인이 박민정의 비서 진서연이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전화는 연결되었고 진서연은 발신자 번호를 보고서 의문이 들기만 했다.자기한테 전화를 건 한수민의 용건에 대해서.윤소현과 합작해달라고 또다시 쩔쩔매는 귀찮은 전화는 아닌지.진서연은 한수민이 자기가 모시고 있는 보스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상대가 박민정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4화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에 진서연은 한수민이 거절할 줄 알았다.“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모아볼게요.”“사모님 역시 공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으시잖아요. 이쪽 바닥이 어떠한지 여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박민정 씨가 표절한 일을 대중들이 잊을지도 모르고요.”말을 마치고 진서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끊겨버린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한수민은 속으로 1조를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하고 있었다.9년 전이라고 한다면, 박형식이 세상을 떠난 그때라고 한다면, 1조는 한수민에게 있어서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 아니었다.박형식이 살아있을 때 한수민은 윤석후에게 조금씩 돈을 이체해 주었는데, 적어도 몇조는 된다.다만 개인 능력인 바닥인 윤석후는 회사 운영도 제대로 할 줄 몰랐고 돈만 말아먹었었다.그보다도 윤석후는 한수민에게서 돈을 조금씩 옮기는 방법을 터득하여 그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윤석후에게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더 이상 지체하면 박민정에게 영향만 끼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한수민은 망설임 없이 바로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지금 어디야?”같은 시각 윤석후는 해외에서 자기 비서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내가 어디에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소송 제기하고 싶으면 마음껏 제기해! 네가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다만.”“너 죽자마자 바로 사망 신고해 버릴 거야.”자신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심한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윤석후다.어차피 한수민에게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말이다.그의 말에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지만 미처 슬퍼할 틈도 없는 상황이다.‘너 같은 놈을 사랑한 내가 미친년이야.’“민정이가 네 돈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게 아니야? 나한테 1조만 줘. 그럼, 너랑 깔끔하게 이혼해 줄게.”한수민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1조라는 말에 윤석후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뭐? 1조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5화

    그 소리에 한수민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너한테는 없는 돈이겠지만 정씨 가문에는 있을 거야. 정수미한테 찾아가서 부탁해 봐.”“오늘 오전 12시까지 내 계좌에 1조라고 뜨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유명한 무용가가 자신의 친엄마를 나무라 하는 내용으로 올리게 되면 꽤 이슈가 되지 않겠어?”“그리고 법률적으로도 모녀 관계 단절 계약서 따위는 인증되지 않아.”윤소현은 자신의 말이라면 그게 뭐든 끔뻑 죽었던 한숨만이 이토록 돌변하게 될 줄은 몰랐다.“엄마, 아무리 그대로 제가 엄마 친딸이잖아요.”“나한테는 지금 돈이 왕이야. 친딸이니 친아들이니 그딴 거 필요 없어. 돈이 제일이야.”한수민이 말했다.“하지만...”“그만하고 12시까지 돈 준비해.”모든 말을 마치고 한수민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윽고 그녀는 유난히 지친 모습으로 침상에 누웠다.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간병인이 입을 열었다.“마침내 제대로 보셨네요.”한수민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죽음이 다가오니 인제야 보이네.”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이 얼마나 컸는지, 결코 뉘우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이제는 알것 같았다.박형식은 이미 죽었고 박민정에게는 오로지 한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까지 말이다.그리고 박민호는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키운 바람에 이미 어긋나 버렸다는 것도.한수민은 요즘 밤만 되면 이러한 생각을 하곤 한다.만약 박형식과 제대로 살았더라면, 윤석후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박형식은 차 사고로 죽을 리도 없고 박민정에게는 한이 남을 일도 없고 박민호는 올바르게 살았을 것이라고.그리고 귀여운 손자들은 자신을 따를 것이라면서...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한다고 한들 모든 게 사치 그 자체였다.한수민은 잠시 쉬고 나서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여러 유명 매체와 연락을 닿았다.“안녕하세요. 저한테 유명 무용가 윤소현에 대한 폭로 기사가 있어요. 오전 12시가 지나고 나면 바로 폭로할 생각이에요.”윤소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6화

    한수민은 오전 내내 윤소현의 전화를 기다렸다.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 되도록 윤소현은 한 푼도 보내지 않았다.전화 대신 윤소현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한 여사님, 인제 그만 협박하세요. 요구하신 대로 드릴 돈도 인제 없거든요.]메시지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 한수민은 화가 치밀어오른 바람에 아랫배가 아파졌다.이윽고 한수민은 바로 모든 매체에게 연락을 했다.한편, 박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줄어드는 기사와 이슈를 확인하고서 이상하기만 했다.‘날 돕고 있는 사람이 누구지?’박민정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어 진서연에게 지시를 내렸다.“서연아, 인제 그만 공지해.”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진서연이다.박민정은 작곡가 민 선생의 이름으로 국내 SNS에서 따로 계정을 열었었다.이 일이 있기 전까지 몇백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일이 커지면서 어느새 팬은 천명을 훨씬 넘고 있었다.진서연은 계정에 오르고 나서 박민정의 요구대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일단 이번 일로 저에게 관심을 가져다주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박민정 씨의 표절 의혹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바로 박민정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민 선생의 이름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건 단지 이름만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불공평한 상황이 펼쳐지게 될까 봐 하는 우려도 있었고 국내에서 제 음악을 인정해 줄 것인지 아닌지 확인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즉, 제 명성과 달리 제 음악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제 일이 이슈가 된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와서 이렇게 공지를 올리게 된 이유는 바로 누군가가 댓글알바를 구하고 기사를 함부로 올리는 것과 같은 부정당한 수단으로 대회 전체를 흐르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진서연은 글을 작성하고 나서 회사에서 수집한 증거 자료까지 첨부했다.일부 심사위원이 뇌물을 받은 증거까지 모조리 올렸다.그 공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87화

    IM 그룹.유남준은 서다희를 사무실로 불렀다.“민정이 일은 어떻게 됐어? 다 해결했어?”일부 기억을 잃고 있는 유남준일지라도 마음속 깊이 박민정을 신경 쓰고 있는 유남준이라는 것을 서다희는 잘 알고 있다.“일단 불리한 언론은 우리 측에서 모두 내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 선생 SNS 계정으로 공지글이 올라왔습니다. 사모님이 바로 민 선생이라는 것을 네티즌들이 알게 되었고 표절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자기가 너무 서둘러 나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지금의 박민정은 결코 약한 인물이 아니니 말이다.박민정은 이미 대체 방안을 생각해 놓고 있었고 여론이 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기자들한테 전화해서 다시 폭로 글 올리라고 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온통 민정으로 도배되었으면 좋겠어. 남에게 모함을 당한 내용으로.”“네, 알겠습니다.”서다희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플랫폼에서 반전 기사를 볼 수 있었고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온통 이 일에 관한 내용이었다.전에 윤소현이 큰돈을 들여도 이러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었다.박예찬은 어느 정도 시기가 적절해진 것을 보고 휴식 시간을 틈타 박민정을 모함했던 계정을 해킹해서 들어갔다.이윽고 상대가 어떻게 돈을 받고 일을 했는지 그 모든 기록을 퍼뜨렸다.순간, 모든 이들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모든 게 가짜였구나... 윤소현 역시 자기 형님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당연하지! 내가 한 번 알아보았는데, 박민정은 어릴 적부터 난청을 앓고 있었다고 했어. 난청 환자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토록 대단한 곡을 써낼 수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을 거야.][난청 환자? 사실임? 사실이라면 나 오늘부터 박민정 팬 할래! 롤모델로 삼을 거야!][사실 맞아. 나 역시 민 선생 팬이잖아.]순간 민 선생 국내 SNS 팔로우 수는 5천만을 뚫어버렸고 모두 찐팬들이었다.그리고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재1682화

    그렇더라도 이상하게 이번이랑 지난번이랑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지난번에는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아무 미련없이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자꾸만 머릿속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이게 한 사람에게 감정이 있는 거랑 없는 것 차이일 것이다.오후가 되어서야 박민정은 진서연과 에리가 가짜 연인 연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그녀의 물음에 진서연이 답했다.“에리 씨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크게 실망하실까 봐요.”“이러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오히려 더 불쾌해하실 거야. 그때 가서 했던 말들을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었고.”“에리 씨가 요 며칠 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빨리 여자 친구를 찾겠대요. 그러면 저는 슬쩍 빠지면 되거든요.”“그래.”박민정은 더 이상 말하기도 뭐했다.저녁 퇴근길에 그녀는 정민기의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는데 하마터면 앞에 차를 들이받을 뻔했다.정민기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그녀에게 연신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여태껏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실수를 범했는데 한눈에 봐도 정민기는 지금 온통 진서연과의 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민기 씨, 혹시 서연이랑 무슨 오해가 생긴 건가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었다.“아니요.”그가 부정하는 모습에 박민정은 원래 진서연과 에리 사이의 일을 솔직하게 말해주려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정수미 비서인 길연서였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시죠?”“둘째 아가씨,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병원에 한 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정 대표님께서 지금 응급실에 실려 왔거든요.”울먹이면서 말하는 비서의 목소리에 박민정도 순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정민기는 그길로 박민정을 병원까지 데려다줬다.도착해보니 응급실 복도에서 윤소현이 안정부절못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어제 정수미와 이모 정주보가 통화하는 걸 우연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1화

    에리는 그런 그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하늘 아래에 널린 게 남잔데 왜 하필 정민기 씨에요?”그도 정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보고는 분명 평범한 보디가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에리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 저 같은 여자가 그런 남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는 사실을요.”진서연은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정민기는 마치 드라마 속의 여느 멋진 남주처럼 느껴지면서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에리는 반지를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이건 제가 드리는 위로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요.”에리는 항상 씀씀이가 컸고 더구나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그로서는 반지를 다시 돌려받는다고 해도 줄 사람이 없었다.진서연은 원래 기뻐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상하게 기쁘지 않았다.“싫어요. 이런 반지는 나중에 진짜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한테서 받을래요.”에리는 난생처음으로 여자에게 준 선물을 거절당했는데 순간 자신이 저따위 보디가드보다 매력이 없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차피 지금 헤어진 마당에 그냥 제 가짜 여자 친구가 되는 건 어때요? 당연히 이에 따르는 보상도 있고요.”에리는 잠깐 뭔가를 고민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직 그 사람이 신경 쓰이잖아요. 그러면 정민기 씨도 서연 씨가 신경 쓰이게 저를 이용해서 한번 자극해 보는 건 어때요?”“정민기 씨는 자기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저 같은 대스타랑 연애한다고 생각하면 분명 배 아파할 겁니다.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잖아요? 많은 여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한테 자신이 매우 인기가 있다는 걸 느끼게 만들잖아요.”진서연은 어느새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 그에게 물었다.“그래도 될까요?”“어차피 헤어졌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그렇게 두 바보는 이상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민수아가 지나가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어 박민정의 사무실로 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0화

    박민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그러자 진서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어제 집에 돌아간 뒤, 진서연이 막 자려고 누웠는데 정민기가 갑자기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하여 진서연은 두 사람 사이에 드디어 진전이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민기의 이별 선고였다.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멍한 상태였다.낮에는 별말이 없었다가 왜 저녁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이유가 뭔지 물어봤어?”“우리 두 사람은 안 어울린대요.”진서연은 어느새 눈가가 빨개져서는 겨우 말을 이었다.“그러면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말했어야지 왜 이제 와서 안 어울린다고 할까요? 설마 밖에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니겠죠?”“설마.”박민정은 정민기가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면 왜 그럴까요? 갑자기 저한테 흥미가 떨어졌을까요?”진서연은 박민정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다시 중얼거렸다.“내가 못 생겨서 질렸나?”진서연은 진심으로 정민기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니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면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분명 무슨 오해가 있다고 생각해. 일단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기회를 봐서 민기 씨한테 물어볼게.”“네.”진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걱정스레 말했다.“혹시 물어보실 때 절대 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가볍게 원인만 물어봐 주시면 돼요. 네?”비록 헤어졌지만 자존감은 지키고 싶었고 정민기한테 집착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래, 알겠어.”박민정은 먼저 진서연을 회사로 보낸 뒤 곧바로 씻으러 갔다.“민정아, 왜 날 피해?”유남준이 언제부터 화장실 문 어구에 서 있었는지 박민정은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양치하던 물을 삼킬 뻔했다.“설마요. 제가 왜 남준 씨를 피하겠어요?”유남준은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진짜 일부러 피한 게 아니라고?”그가 들어오면서 순간 화장실이 좁아졌는데 박민정은 숨을 한번 깊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9화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진서연은 볼록해진 배와 트림까지 하더니 대뜸 감탄하기 시작했다.“에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랐을 텐데 너무 행복했겠어요.”“서연 씨는 식성이 좋아서 뭐든 다 맛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대로 에리는 어렸을 때부터 산해진미를 먹고 자라서 오늘 요리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그게 복인 줄도 모르고.”진서연은 투덜거리다가 아까 받았던 돈봉투를 에리에게 돌려줬다.“자, 이건 돌려줄게요.”어차피 가짜 여자 친구인데 밥 한 끼 정도는 먹어줄 수 있어도 이 돈은 받을 수 없었다.그러자 에리가 덤덤하게 답했다.“하루 일당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요.”“맛있는 밥도 얻어먹었는데 돈은 당연히 돌려줘야죠.”“제가 그 돈이 아쉬운 사람처럼 보여요?”에리의 물음에 진서연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사람한테는 이깟 돈이 아무것도 아니다.“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을게요. 고마워요.”비록 봉투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께를 만져보니 적지 않은 돈인 것 같은데 문득 출근하는 것보다 수입이 짭짤하다고 생각되었다.“별말씀을요. 저희는 친구잖아요.”에리는 그길로 진서연을 박씨 가문 옛 저택까지 데려다줬다.도착해보니 저택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져 있었다.진서연은 차에서 내린 뒤 에리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그러나 누군가가 어두운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진서연은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봉투를 열어보았는데 역시나 5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었다.이때 갑자기 봉투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는데 줍고 나서야 그게 커다란 다이아몬드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대박, 너무 예뻐!”진서연은 그들이 여기에 다이아몬드까지 넣어줄 줄은 몰랐다.이렇게 큰 사이즈면 분명 몇천만 원도 넘을 것이다.첫 만남에 5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런 다이아몬드는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하여 진서연은 내일 아침 일찍 회사에 가자마자 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8화

    결국 진서연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말을 들어줬다.그리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정민기에게 오늘은 안 될 것 같으니 내일 같이 밥 먹자고 문자를 보냈다.이 시각, 정민기는 문자를 보자마자 혹시나 진서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원래 많이 물어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는 비록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참고 메시지에 답장했다.“네.”저녁때쯤, 에리는 진서연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정민기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따라오던 그의 부하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보스, 오늘 형수님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요?”“일 있대.”“헐, 저거 엄청 비싼 차인데!”그의 말에 정민기가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은 값비싼 슈퍼 카를 타고 자리를 떴다.부하들은 원래 정민기를 무서워했지만 같이 지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많이 편해진 것 같았다.“보스, 형수님은 왜 갑자기 저런 차를 타고 갈까요?”정민기는 원래 몇십억짜리 자동차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했지만 부하가 대놓고 물어보니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나도 몰라.”그리고 퉁명스럽게 대답한 뒤 다시 자기 차에 올라탔다.지금 그가 타고 다는 차는 고작 몇천만짜리였고 길거리에 몰고 나가도 눈길 한 번을 안 줄 그런 차였다.그저 박민정의 보디가드로서 너무 좋은 차를 끌고 다녀 굳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민기가 말없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본 부하들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형수님이랑 다툰 건가?” “아까 그 차는 한눈에 봐도 엄청 비싼 차일 것 같은데 설마 형수님께서 마음을 바꾼 건 아니겠지? 우리 보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어떻게...”“대단하면 뭐 해? 지금 시대는 돈이 제일 쓸모가 있단 걸 몰라?”“하긴 요즘 사람들은 너무 현실적이야.”부하들의 말을 정민기는 차 안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었다.그러나 지금은 퇴근한 박민정을 박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7화

    하정철의 황당한 물음에 에리는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빠,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제가 어떻게 연 사장님을 좋아해요?”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얼굴인데 좋아한다고 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만약 이런 사람이랑 매일 같이 살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에리의 말에 연지석은 그제야 마음 놓고 여유롭게 물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어르신, 들으셨죠? 정말 오해라니까요.”하정철은 그제야 묵은 체가 내려가는 것 같았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직 궁금증이 해결이 안 된 게 있어 다시 에리에게 다가갔다.“그러면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누구야? 애초에 없는 거 아냐? 만약 없으면 저번에 외삼촌이 소개한 그 여자를 한 번 만나보던지.”여기까지 와서 결혼을 재촉하는 아버지를 보고 에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마침 진서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문 앞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에리가 대뜸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바로 저 사람이에요.”순간, 문 어구에 서 있던 진서연은 어안이벙벙해졌다.“네?”‘에리 씨가 날 좋아한다고?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자신은 정민기와 사귀는 사이인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에리도 외모가 아주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딴마음을 가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저기, 어르신...”진서연이 막 해명하려는데 에리가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와 슬쩍 눈빛을 보냈다.이건 분명 도와달라는 구조신호였다.하여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예의상 하정철에게 말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정철은 진서연을 다시 아래위로 훑어보니 얼굴도 귀엽고 예의 바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여자’라는 면에서 크게 안심이 되었다.“아가씨, 이름이 뭐예요?”“진서연이라고 합니다.”하정철 세대의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얼굴상이 바로 진서연처럼 귀엽고 순진한 여자일 것이다.“그래요. 오늘 퇴근하면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요. 제가 제 아내한테 말할 테니까 혹시 특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6화

    하정철은 최대한 그가 알아듣기 쉽게 말했으나 연지석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저기 어르신, 혹시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랑 에리가 왜 거짓말하겠어요?”에리랑은 친구 사이라고도 말 못 하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과 함께 말을 맞춰 그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하정철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더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면 제가 더 알아듣게 말할까요?”순간 직원들의 시선이 전부 두 사람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그의 으름장에도 연지석은 덤덤하게 답했다.“네. 전 괜히 오해를 사기 싫습니다.”그러나 연지석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후회했다.“당신이랑 우리 에리가 지금 사귀는 중인가요?”하정철의 말에 주변은 삽시에 조용해졌고 연지석은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그에게 되물었다.“뭐라고요?”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말아요. 저랑 에리 엄마도 이미 다 눈치챘으니까. 만약 두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거라면 일찍이 말해주지, 굳이 이렇게까지 늙은이들을 마음고생시킬 필요는 없잖아요!”하정철의 호소에도 연지석은 여전히 이게 무슨 말인지 상황판단이 안 섰다.유부녀를 좋아한다는 소문까지는 견딜 수 있어도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리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가 어떻게 게이란 말인가? 그것도 한때의 라이벌인 사람과?“오해입니다. 저랑 에리는 그저 동료일 뿐, 생각하시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연지석은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게 되었다.사람 중에서 구경하던 진서연은 갑작스러운 일의 전개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파일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대박, 설마 진짜야?’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연지석은 어쩔 수 없이 하정철의 팔을 이끌며 말했다.“일단 제 사무실로 가시죠.”“인정하는 건가요? 그래서 창피해서 이러는 거죠?”하정철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계속 캐물었지만 연지석은 대답할 가치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5화

    “내일 회사에 가서 그 여자가 누구인지 한번 봐야겠어.”에리의 아버지 하정철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하자 조미연도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우리 아들이 나쁜 길로 빠지게 할 수는 없잖아요.”사실 그녀도 에리가 진짜로 남자를 좋아할까 봐 걱정되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오히려 돌싱에 아이도 있는 여자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되었다.이튿날 아침.박민정이 회사로 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고 설인하의 모습도 보였다.“인하 씨, 무슨 일이에요?”“에리 씨 아버님께서 오셨는데 에리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네?”박민정은 화들짝 놀라더니 어제 에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혹시 인하 씨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설인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야 당연히 모르죠. 회사에 이렇게 많은 인플루언서며 예쁜 여배우들이 있는데 에리는 다 싫대요. 눈이 아주 높은가 봐요.”“그럼 에리랑 아주 친한 사람이겠네요?”아마 그의 아버지도 어쩔 수 없이 혼기가 찬 에리가 걱정되어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또한 신경외과 전문의의인데도 이렇게 회사까지 직접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면 분명 에리의 아버지도 큰 용기를 냈을 것이다.설인하는 에리가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사람들을 다 제외한다면...그녀의 얼굴이 순간 돌변하더니 박민정에게 물었다.“에리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설마 연 사장님은 아니겠죠?”싸우면서 정이 든다는 말처럼 아마 에리는 연지석을 좋아해서 그와 자주 트러블이 생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네?”박민정은 순간 깜짝 놀랐다.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연지석과 두 사람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보통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괜히 그 사람한테 장난치고 싶고 투정 부리고 싶어진다.“설마 진짜일까요?”박민정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뭐가?”이때 연지석이 언제 왔는지 문 앞에서 두 사람을 가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4화

    유남우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윤소현을 밀어내지도 않고 오히려 위로해 줬는데 이런 모습을 일부러 박민정에게 보여주려는 건지 아니면 홍주영에게 보여주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홍주영과 박민정 두 사람은 그저 한쪽에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의사가 수술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그들에게 말했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거부 반응은 없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나간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박민정과 조하랑도 그곳에 한참 동안 머물다가 병원을 빠져나왔다.돌아오는 길에 조하랑은 이상하게 마음이 착잡했다.그녀는 원래 뱃속의 아이를 지우려 했지만 오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유다혜를 본 뒤로는 이상하게 망설여지기 시작했다.모든 아이한테 이 세상에 태어날 기회가 주어지는데 괜히 그 기회를 마음대로 저버리는 게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김인우 씨가 혹시나 아이를 원치 않으면 어떡하지?’“민정아, 내가 임신한 사실은 일단 비밀로 해줘. 특히 인우 씨한테.”박민정은 왜 그래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 갔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먼저 조하랑을 데려다준 뒤 박민정은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에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민정아, 아까 급하게 나가더니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별일 아니야. 그저 하랑이 만나고 왔어.”“그럼 됐어.”그렇게 사람들이 다 떠나갔지만 에리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민정아, 저번에 그 뉴스 기사 봤어?”‘기사?’순간 저번에 최현아가 에리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에리가 다급하게 해명하기 시작했다.“민정아, 난 극히 정상적인 남자야. 절대 게이가 아니니까 믿어줘.”그의 말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래. 믿을게.”박민정이 웃자 에리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