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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정수미의 손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여자아이는 정수미의 손 대신 박민정의 손을 꼭 붙잡았다.

“예쁜 언니, 저 좀 바래다 주시면 안 돼요? 저 무서워요... 할아버지한테 가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박민정이 그녀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한 심정으로 자신의 손을 잡은 여자아이를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박민정은 여자아이의 손을 꼭 잡고서 정수미에게 말했다.

“정 대표님, 정말로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아이의 생각부터 확인하고 존중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수미는 얼어붙었던 손을 서서히 내렸다.

“같이 가자. 나도 같이 바래다줄게.”

앞장선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서 좁고 좁은 골목길을 여러 개나 지나서야 아주 평범한 저택 앞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은 도시 중심이라 이치대로라면 여자아이의 생활환경도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아야 한다.

여자아이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여자아이는 갑자기 박민정의 손을 뿌리치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곁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

“사랑아.”

“할아버지, 저 다른 사람 딸로 살고 싶지 않아요. 평생 할아버지 곁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니 할아버지도 저 버리지 말아 주세요. 네?”

어르신은 단번에 손녀인 사랑이를 꼭 껴안고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

“정 대표님, 죄송합니다만 저 사랑이 보내지 못할 것 같아요.:

이윽고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주면서 덧붙였다.

“돈은 다시 돌려드릴게요.”

사랑이를 정수미에게 입양 보낸다고 마음을 먹고 은행 카드까지 받았었으나 텅텅 비어 버린 집을 보게 된 순간 후회하고 말았다.

아내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잃은 어르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곤 사랑이 하나뿐이다.

사랑이 역시 할아버지가 세상 전부였다.

앞으로 사랑이 곁에 얼마 있어 주지 못할 것 같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낫은 집안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입양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의 ‘이별’을 겪고서 그 마음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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