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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간병인은 한수민에게 정성껏 음식을 차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드세요.”

한수민은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큰 죄를 짓지 않는 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한수민은 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포도당 수액을 맞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

간병인은 오늘도 숟가락을 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한수민은 억지로 병상을 짚고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간병인은 즉시 그녀를 부축하고 밥상을 그녀의 앞으로 옮겨주기도 했다.

“TV를 좀 보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간병인은 한수민에게 텔레비전을 켜주고 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댄스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옮겨주었다.

한수민은 음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TV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했다.

“먼저 드시고 계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그래요.”

한수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간병인이 떠난 뒤 한수민은 다시 TV에 시선을 돌려 나풀나풀 춤을 추는 젊은 무용수를 바라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 사이, 한 곡이 끝났다.

한수민은 곧바로 윤소현의 최신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 속 진행자는 윤소현의 춤 솜씨를 연신 칭찬하며 고의인지 무의식인지 모르게 한수민을 언급하게 되었다.

“윤소현 씨, 새어머니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무용가였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오늘의 성취를 이룬 것도 어머니의 공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안색이 좀 언짢아졌다.

“제가 오늘날 이룬 모든 건 친어머니인 정수미 씨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줄곧 무슨 일을 하든 그 결과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도리를 가르쳐 주셨죠.”

윤소현이 한수미의 도움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괴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윤소현이야말로 그녀의 친딸이다.

한수미의 마음은 더없이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이 불효녀를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

한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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