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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결국, 유남준의 최종 선택은 욕실로 가서 찬물샤워를 하는 것이다.

요즘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남준 씨.”

갑자기 귓가에 박민정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샤워기를 끄자 그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제 환청도 들려?”

짜증이 난 유남준이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요즘에는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서다희와 다른 사람들이 말해준 요 몇 년 동안의 기억은 대체 왜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유남준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켜고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지 말지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음성 알림을 들어보니 발신자는 박윤우였다.

“아빠.”

전화를 받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박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유남준은 이제 박윤우의 호칭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엄마도 빨리 와서 아빠한테 인사해.”

박윤우가 박민정의 곁으로 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을 걸었다.

결국, 박민정은 박윤우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남준 씨, 좋은 밤이에요.”

유남준 씨?

박윤우도 비로소 이 호칭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엄마, 우리 반 친구들 엄마는 다 남편을 여보라고 부르는데 엄마는 왜 아직도 아빠를 이름으로 불러? 엄마도 빨리 여보라고 해.”

그것도 모자라 박윤우가 몇 마디 거들었다.

“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지. TV에서도 싸울 때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단 말이야.”

박민정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대체 평소에 뭘 보고 다니기에 이런 걸 배운단 말인가.

“윤우야, 나와 윤우 아빠는 이제 노부부니까...”

박민정이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그녀와 유남준은 결혼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노부부는 남편에게 그렇게 오글거리는 호칭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알았다.”

“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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