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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추경은, 어르신께서 너에게 자중이 뭔지 가르쳐 주신 적 없어?”

유남준이 얇은 입술로 입을 열었다. 그의 가벼운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날카로운 칼날과 같이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

그리고 추경은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남준 오빠, 이건 오해예요. 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유남준이 그동안 그녀의 만행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추재훈의 체면을 생각해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여자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뜻이 아니라면 더 조심했어야지.”

다른 여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막상 자신이 좋아하던 유남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추경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성급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추경은이 다급하게 해명을 늘어놓았다.

“미안해, 오빠, 그리고 새언니. 부모님이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나에게 이런 걸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어. 정말 미안해. 오늘 밤은 내가 밖에서 당신들을 위해 밤을 지새울게. 나 오늘 안 잘 거야.”

그렇게 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마치 박민정이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박민정은 추경은의 뻔뻔한 태도에 감탄하며 마침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유남준이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물었다.

“어디 가?”

“잠깐 나가보려고요.”

“밖에 비 와. 나가지 마. 별로 볼 것도 없어.”

“비가 온다고요?”

손을 뻗어보니 과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남준은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청력은 일반인보다 더 좋아진 모양이다.

하지만 유남준과 달리 박민정은 줄곧 보청기에 의지하고 있다. 손끝에 닿은 빗물을 느끼며 고개를 내밀자 김인우 앞에 서서 흐느끼며 무언가를 하소연하고 있는 추경은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자리에 누운 박윤우와 박예찬 두 형제는 방금 유남준이 추경은을 쫓아내는 것을 보며 두 사람 모두 그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더 상승했다.

“정말 비가 오네요. 이만 자요.”

박민정이 가장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두 아이는 두 사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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