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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1272 챕터

제1181화

온하랑은 모든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때의 온하랑에게 부승민은 어두운 삶을 비춰주는 빛처럼 그녀를 따뜻하게 보살펴줬기에 단지 부승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최동철에게 흔들릴 리가 없다.최동철의 도움을 받았다 한들 고마움을 넘어선 다른 감정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를 사랑하게 될 일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그들 사이에 정말 아이가 생겼다면 왜 최동철은 재회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아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까?하지만 최동철이 아니라면 누구일까?벨라의 말에 따르면 현재로선 최동철이 가장 유력하다.마음이 뒤숭숭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온하랑은 심란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껐다.그해의 일을 회상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접한 소식은 충격이지 않을 수가 없다.불과 하루 만에 온하랑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필라시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의 아버지는 부승민의 이복형제인 최동철일 가능성이 크다.신의 장난이 아니고선 정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심지어 누군가 서우현의 핸드폰을 훔쳐 일부러 그 사진들은 온하랑에게 전송했다. 도대체 왜?왜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사진을 보내준 걸까?온하랑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당사자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부승민이 알게 된다면...마냥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부승민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이 사진들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만약 부승민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헤어짐을 택해야만 한다....부승민은 서정훈을 만나러 서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서정훈은 웃으며 물었다.“단순히 안부만 주고받으려고 찾아오진 않았을 테고... 무슨 일 때문에 온 거니?”부승민은 증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하랑이 지금 임신 중입니다. 만에 하나 이런 사진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시죠? 어린아이를 상대로 따지고 싶지 않네요. 제 아내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 이번 한 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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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겉모습과 달리 사랑에 진심인 부승민을 보며 서정훈은 웃음이 나왔다.“정말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알겠다. 내가 잘 처리하마.”“의원님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얼마 지나지 않아 서상원이 서천우와 함께 찾아왔다.서천우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고 테이블에 놓인 사진을 본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아이는 할아버지의 심문에 못 이겨 모든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았고 부승민의 짐작한 바와 같이 서천우는 이엘리아의 사주를 받았다.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낯선 사람에게 허세를 부리며 협박한 아들의 모습에 서상원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손찌검하며 혼쭐을 냈다.이후 서상원은 부승민 앞에서 이엘리아에게 전화를 걸어 버럭 화를 냈다.전화를 끊은 후에는 부승민에게 사과했고, 서천우를 데리고 온하랑을 찾아가 직접 사죄하겠다고 말했다.부승민은 괜찮다고 말하며 제안을 거절했다.너그러워 보일지 몰라도 실은 온하랑이 이 사진들을 보게 될까봐 걱정되었던 것이다.이엘리아에 대해서 부승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사람들이 이엘리아를 감쌀수록 윌슨의 조카인 노아의 존재감도 점점 더 커졌다. 손을 잡은 두 사람은 마치 친남매처럼 가깝게 지냈으나 윌슨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을 방치했다.그리고 윌슨이 높이 평가했던 후계자 연도진은 현재 김씨 가문의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참 이상한 구조다.순간 미심쩍은 낌새를 눈치챈 부승민은 알지 못한 배후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조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엘리아와 노아는 현재의 상황을 즐기며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높이 올라갈수록 더 심하게 다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누군가가 자처해 그를 도와 이엘리아를 처리하고 있으니 굳이 나서서 이 좋은 계획을 망칠 필요가 없다....한동안 안정을 취한 온하랑은 그제야 기운을 되찾았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사진들이 계속 떠올랐다.차라리 최동철에게 연락해 솔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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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온하랑은 귓가에서 핸드폰을 떼내 재빨리 카톡 설정의 ‘친구 관리’로 들어갔다.두 눈으로 모든 걸 확인한 순간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아니나 다를까 친구 추가 관련한 모든 옵션이 꺼진 상태였다. 그말인즉 번호를 검색하든, 단톡방에서 추가하든, QR 코드를 스캔하든 모든 경우의 수가 무용지물이었고 기존 연락처를 제외한 그 어떤 사람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온하랑은 곧이어 핸드폰 설정으로 들어갔고 역시나 ‘알 수 없는 번호 차단’ 등의 옵션이 켜져 있었다.문자 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이러한 옵션은 그녀가 설정한 게 아니니 누군가 핸드폰을 건드렸다는 확신이 들었다.핸드폰 너머의 남자는 온하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확인이 끝났나?”온하랑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첫 번째 질문도 답해야지. 사진은 어디서 구했어?”“내가 직접 찍은 거야.”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하게 답하는 남자의 모습에 온하랑은 흠칫 놀랐다.“그 아이... 지금 어디에 있어?”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하...”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온하랑을 덮쳤다.“왜 웃어?”“그냥...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듣기로는 산부인과에 검사받으러 갈 때도 부승민이 앞뒤로 경호원을 배치한다며? 국내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산부인과 의사를 모셨더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한테 이렇게 지극정성을 쏟아부으니 참 대단하네... 너도 고아로 자랐지만 부씨 가문에 입양된 후로 돈 걱정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며 살았잖아? 양반이네.”“아참, 부승민이 다른 여자랑 낳은 딸도 유명한 시립 유치원을 다닌다며? 네가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예뻐한다는 건 들었어. 참 생각도 없다, 누가 보면 진짜 가족인 줄 알겠어. 네가 몇 개월간 품고 낳은 그 아이는 지금 어떤 삶은 살고 있는지 알긴 하나?”온하랑은 말문이 막혔다.그러자 남자는 이때다 싶어 비꼬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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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남자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왜 말이 없어? 듣고 있지? 그 아이도 필라시에 있어. 아참, 너 여름에 필라시에 있었지? 그때 길거리에서 쓰레기 줍는 남자아이 못 봤어? 어쩌면 그게 네 아들일지도 몰라. 하하하... 네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그 아이는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어.”“그만해...”온하랑은 눈을 감은 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그 아이 지금 어디에 있어?”“빌튼 마을이라고 알지? 장기적인 영양실조로 빈혈도 심하고 발달장애로 있어서 더 늦으면 아마... 아참,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사람이 누군인지 궁금하지 않아?”“그게 누군데?”“부선월.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여자가 낳은 자식인데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넌 누구야?”“나? 부선월 밑에서 일하던 사람. 부선월 지금 실종돼서 부승민이 계속 찾고 있어. 나도 이젠 내 살길을 알아봐야지.”“부선월이 실종됐다고?”“설마 몰랐어? 부승민이 정신병원에 집어넣었잖아. 그때 도망친 거야.”남자는 피식 웃었다.“난 알고 있는 건 전부 다 얘기했다? 나중에 내가 부승민한테 잡히면 사정 좀 해줘. 그래도 내 덕분에 진실을 알게 됐잖아.”말을 마친 남자는 핸드폰은 서우현에게 건네줬다.“하랑 씨?”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은 서우현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으나 온하랑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서우현이 통화가 끊기지 않을 걸 확인하고선 다시 한번 물었다.“하랑 씨?”여전히 그 어떤 목소리로 들려오지 않았다.서우현은 방금 알게 된 사실을 생각하다가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온하랑은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고 착잡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쓰라린 이 느낌을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다.눈을 감으니 두통이 더욱 심해졌고 머리 전체가 윙윙 울리는 것도 모자라 심장까지 쿵쾅거렸다.‘승민이가 부선월을 정신병원에 넣었다니? 언제 있었던 일이지?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해준 거야?’부선원은 최동철 모녀를 극도로 싫어했다. 어쩌면 온하랑이 최동철의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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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설마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나한테 숨기려고...’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동시에 온하랑은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호흡이 가빠졌다.온하랑은 아이와 친자확인 검사를 하기 전까지 이 일에 대해 시종일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고의로 꾸며낸 거짓말이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부승민이 끼어들었다는 건 이 모든 게 진실이라는 또 다른 증명이기도 했다. 즉 온하랑은 유학 시절 필라시에서 아이를 낳았다.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은 비로소 산산조각 났다.부승민이 퇴근하고 돌아오자 도우미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 한 컵을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검사받고 돌아온 후로 방에서 나오질 않네요. 식사도 잘 못하고요...”그 말에 부승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알겠습니다.”어젯밤 온하랑의 행동과 오늘 오전 기어코 홀로 초음파검사를 받겠다는 반응에 부승민은 대충 눈치를 챘다.‘설마...’부승민은 노트북을 내려놓고 재빨리 안방으로 달려가 노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침대 등받이에 기댄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온하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온하랑은 부승민의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왔어?”“응.”부승민은 자연스레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주머니한테서 들었는데 점심을 별로 못 먹었다며? 무슨 일 있어?”온하랑은 한참 동안 말없이 부승민의 눈을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내 노트북은 아직도 수리 중이야?”부승민은 차분하게 답했다.“급하게 쓸 일 생겼어? 내가 다시 한번 연락해 볼게.”“방금 메일 접속하려고 했는데 비밀번호 잘못되었다고 뜨더라.”온하랑은 말하면서 부승민의 표정을 관찰했다.그러자 부승민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내가 비밀번호 바꿨어. 메일함에 보통 업무 관련한 기밀 문서들이 있잖아. 괜히 수리 맡겼다가 유출될까 봐 내가 일부러 변경했어.”참 그럴듯한 변명이다.“카톡은 친구 추가가 아예 안 되고 통화랑 메시지도 전부 차단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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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두 사람을 갈라놓지 못해 안달 난 게 부선월이니 어떻게 해서든 그 사진들을 부승민에게 보여줬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부승민은 부선월의 예상과 달리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부승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언제 알았어?”“하랑아, 그 인간들이 왜 지금에서야 이 사진을 너한테 보여주는지 알아? 네가 임신했으니까. 충격받아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라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아무 생각하지 말고 우리 일단 아이부터 낳자. 그다음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줄게.”“그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온하랑은 입술을 깨물었다.“그 아이가 지금 살아있을 수도 있잖아.”“나도 지금 찾고 있어.”“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필라시 교외의 빌트 마을에 있대. 양부모한테 시달려서 이 날씨에 밖에서 쓰레기 줍는다는데 내가 어떻게...”부승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도대체 누가 알려준 거지?’‘부선월 성격상 이런 걸 알려줄 사람이 아닌데...’마음속에는 의심이 가득했지만 온하랑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해해. 안 그래도 알아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살아있다면 무조건 데려올 거야.”그 말에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봤다.“안 그래도 너한테 직접 말하려고 했는데 알고 있을 줄은 몰랐어. 부승민, 정말 괜찮은 거 맞아?”가만 보면 두 사람은 참 인연이 깊다. 부승민에게 부시아가 있다면 온하랑에게도 그녀만의 ‘부시아’가 있는 셈이니..부승민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쓰다듬었다.“사실대로 말해줄까?”“응.”“처음 알게 되었을 때 당연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나한테는 두 가지의 선택밖에 없었거든. 하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고, 다른 하나는 너랑 헤어지는 거였어. 생각해 봤는데 너랑 헤어지는 게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모든 걸 감싸안기로 했지.”“언제 알았어?”온하랑의 질문에 부승민은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우리의 첫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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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온하랑도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직도 이 일이 걱정스러운지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동철 씨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알려줘야 하나?’깊은 생각에 빠져있을 때, 온하랑은 깜짝 놀라면서 부승민의 어깨를 잡았다.“깜짝 놀랐잖아요.”부승민이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만 생각하고 밥이나 먹자고.”“먼저 저 좀 내려줘요.”부승민은 못 들은 것처럼 여전히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아줌마가 밖에 계신다고요!”온하랑은 부승민의 팔을 꼬집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 누가 볼까 봐?”“좀... 그렇잖아요.”“우린 부부라서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온하랑이 또 나지막하게 물었다.“저 안 무거워요?”임신해서 거의 10킬로나 찐 그녀였다.“아니. 안 무거워.”부승민은 자세를 다시 고쳐잡더니 웃으면서 말했다.“10킬로 더 찐다고 해도 얼마든지 들 수 있어.”온하랑은 그의 팔근육을 만져보더니 이 말을 믿어도 되겠다 싶었다.“문 열어줘.”온하랑은 한 손으로 부승민의 목을 잡고 한 손으로 문을 열었다.부승민은 그렇게 온하랑을 안고 식탁으로 향했다.덜컥.바로 이때, 문이 열리면서 이제 막 유치원에서 돌아온 부시아와 안문희가 들어왔다.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하랑은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부승민을 콕 찔렀다.“이제 내려줘요.”부승민은 부시아를 힐끔 볼 뿐 여전히 그녀를 내려줄 생각 없이 식탁으로 향했다.부시아는 책가방을 소파에 던져놓고 짧은 다리로 달려오더니 부승민을 도와 의자를 빼주었다.“숙모, 여기 앉아요.”“고마워. 시아야, 오늘 유치원 생활 어땠어?”부승민은 편하게 앉으라고 등 받침대를 온하랑 등뒤에 넣어주었다.부사아 나이대면 공유하기 좋아했기 때문에 온하랑의 질문에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늘여놓기 시작했다.어른한테는 유치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온하랑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가끔 리액션도 해주었다.“걔는 키도 크고 덩치가 있어서 드림이가 꼼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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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나도 들어볼래.”부승민은 청진기를 귀에 꽂고 1분 동안 심박수가 얼마인지 진지하게 세어보기 시작했다.온하랑은 그의 진지한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었다.식사 도중에 부시아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키 작고 힘 약한 아이가 키 크고 덩치 큰 아이한테 괴롭힘을 당해 슬프게 우는 모습말이다.그러다 오후에 어떤 남자가 전화 와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5살짜리 아이가 영양실조가 와서 체격이 3살짜리 아이랑 비슷해요. 매일 밖에서 쓰레기 주워야 했고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서 밥 먹을 수 있었어요...”‘걔도 똑같이 괴롭힘을 당해도 가만히 울고만 있지 않을까?’“하랑아.”청진기를 벗었을 때 온하랑이 멍을 때리고 있길래 이름을 불렀다.“하랑아.”“응? 아까 뭐라고 했어요?”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승민을 쳐다보았다.“1분 동안 112번 뛰었어.”부승민은 청진기를 내려놓고 말했다.“겨우 정상범위이긴 해. 이따 내가 또 확인해 볼게.”“그래요.”“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온하랑은 멈칫하더니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정말 알고 싶어요?”“당연하지. 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해. 속에 꾹 참고 있지 말고.”부승민의 자상한 모습에 온하랑이 피식 웃었다.“왜 이렇게 자상해요? 제가 걱정되는 거예요. 아니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걱정되는 거예요?”“당연히 하랑이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지.”“오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어떤 남자가...”온하랑은 그 남자가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고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 사람 말을 듣고 나서 엄청 속상하더라고요.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이런 상황에 온하랑은 가슴이 아프기만 했다.부승민은 온하랑을 품에 안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하랑아, 자책하지 마.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나중에 데려와서 잘해주면 되지.”하지만 부승민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그 남자 목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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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떨어지는 꿈을 꿈 것이다.꿈에서 깨어났을 때,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깜깜한 밤, 커튼 사이로 달빛이 비쳐 들어왔다.‘꿈이었네...’온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과 등이 끈적끈적한 것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머리마저 땀에 흥건히 젖어있었고, 땀이 증발하면서 으스스 추운 느낌이 들었다.온하랑은 열을 식히려고 이마에 있던 땀을 닦아내고, 머리를 위로 들어 올려 팔을 이불 밖으로 내놓았다.그러다 고개돌려 옆을 바라보게 되었다.달빛이 은은하게 부승민의 완벽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푹 잠에 빠져들어 있는 모습이었다.온하랑은 몸을 돌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보려고 했다.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면서 안정을 취하지 못하겠는 것이다.아무리 자보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자 문득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온하랑은 태동을 느껴보려고 복부에 손을 올려놓았다.잠도 안 오겠다. 온하랑은 차라리 일어나 청진기를 가져와 심박수를 확인해 보려고 했다.온하랑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냉큼 청진기를 내려놓고 부승민을 깨웠다.“오빠, 오빠, 일어나 봐요. 얼른 병원으로 데려다줘요.”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부승민의 목소리는 아직 잠겨있었다.“응. 왜 그래?”“방금 심박수를 확인해 보았는데 80회밖에 안 돼요...”부승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이불째로 온하랑을 안고 밖으로 향했다.“당황하지 말고 일단 옷부터 입어요.”며칠 안 지나면 곧 겨울이었기 때문에 밖이 추웠다. 아무리 잠옷이 두껍다고 해도 차가운 밤공기를 이겨낼 수 없었다.“괜찮아.”부승민은 차 키를 들고 바로 밖으로 향하려고 했다.온하랑이 그를 안정시켰다.“일단 저 좀 내려줘요. 걸을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을 테니 신발도 갈아신고 옷부터 챙겨입어요.”“괜찮아?”“괜찮아요.”부승민은 온하랑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온하랑은 이불을 두른 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을 때, 마침 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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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의사 선생님은 부승민과 서로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가 인큐베이터 비용은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뭔데요?”“온하랑 씨 체질상 자궁내막이 얇고, 저번 유산 때문에 몸이 많이 허약해져서 이번에 제왕절개를 하시면 나중에 아이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부승민이 온하랑을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수술 진행하시죠.”이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할 수 있게 잘 부탁드립니다.”부승민이 온하랑의 손을 잡자, 온하랑도 그의 손을 꽉 잡았다.“오전에 정기검진했기 때문에 또 검사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식사는 언제였을까요?”“저녁 6시쯤일 거예요.”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6시간 전이었다.“수술 진행해도 되겠네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부승민이 온하랑이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까지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아이가 태어나는 건가?’비록 어제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아예 기억이라곤 없었다.느낌상 이번이 첫 출산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술에 멍하고 긴장되기 시작했다.“오빠, 나 무서워.”부승민이 온하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두려울 거 없어. 하랑아, 오빠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별일 없을 거야.”“오빠, 만약에 내가...”‘만약에 내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떡하지?’부승민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온하랑의 입을 막았다.“재수 없는 말 하지 마. 괜찮을 거야.”온하랑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간호사분이 수술실로 밀고 들어가면서 부승민한테 당부했다.“기저귀, 옷, 젖병 같은 건 준비하셨어요?”부승민은 멈칫하고 말았다.급히 나오는 바람에 챙길 겨를도 없었는데 말이다.그러자 간호사분이 말했다.“얼른 준비하세요. 안 되면 다른 분한테 빌리고요. 아, 그리고 입원 수속이랑 수술비도 미리 계산하고요.”“아... 네.”부승민이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수술실 문이 닫히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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