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부승민은 추서윤을 본가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아무리 멀리 떨어졌다고 해도 매일 본가에서 학교를 다녔다. 물론 이유는 단지 가끔 찾아오는 부승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날 비록 그녀의 바람대로 마주쳤지만, 추서윤이 여자 친구라며 가족에게 소개하는 부승민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심지어 정원에서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두 사람을 발견하지 않았는가?그녀는 앞으로 평생 멀리서만 부승민을 지켜봐야만 하나 싶었다.부승민과 결혼하는 날까지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물론 꿈이라면 언젠간 깨어나기 마련이다.추서윤이 바로 그녀의 단잠을 깨운 장본인이었다.온하랑은 심장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이에요. 서윤 씨는 더 예뻐졌네요.”이제 와서 ‘둘째 새언니’라는 호칭은 죽어도 부르지 못할 것이다.추서윤이 생긋 웃었다.“고마워, 너도 예뻐졌네. 참, L.X 친필 사인 음반은 마음에 들어? 네가 예전에 L.X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마침 해외 활동하다가 알게 된 친구거든. 이번에 귀국하기 전에 사인받으면서 특별히 네 이름까지 적어달라고 부탁했어.”온하랑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침착하고 여유 넘치기로 소문난 그녀인데 순간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마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음거리 신세로 전락한 광대처럼 느껴졌다.이내 멍하니 부승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애원하듯 바라보았다.부승민이 추서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이 챙긴 선물이라고, 그가 특별히 부탁한 것이라고 말해주길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부승민은 무심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했다.“왜? 서윤이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온하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고 무덤덤하게 말했다.“회포는 나중에 풀고 다들 오전부터 기다렸는데 얼른 앉아서 본론부터 얘기
Last Updated : 2024-01-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