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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네, 한 장만 보내주시면 돼요. 첫날에 찍은 거로요.]곧이어 주현은 온하랑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사진작가와 현장에서 유출된 사진 각도는 유난히 달랐는데 포토샵의 보정까지 더해져 오히려 다른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온하랑은 사진을 비서에게 보낸 뒤 말했다.“MQ 공식 계정으로 사진 일부분을 캡처해서 올려요. 원본으로 올리진 말고요.”비서는 곧바로 온하랑이 시킨 대로 공식 계정으로 피드를 올렸다.[현장 직찍~ 서윤 언니 너무 예뻐요~]사진과 함께 칭찬하는 글도 같이 말이다.댓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팬들도 서로 추서윤을 칭찬하기 바빴다.이 일은 이렇게 지나간 듯하다. 다행히도 큰일이 아니라 온하랑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온하랑은 발목이 거의 다 나아 수요일부터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이 화장실에서 나온 뒤 엘리베이터를 지날 때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부승민 뒤로 비서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연민우는 온하랑을 본 후 바로 인사를 건넸다.“전무님, 안녕하세요.”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하고는 또 부승민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방금 돌아오신 거예요?”부승민이 온하랑을 보고는 ‘응’하고 대답했다.“나 그럼 먼저 가서 일 볼게.”점심이 되기 전에 온하랑은 부승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전화벨 소리를 듣다가 거의 끝날 즈음에야 온하랑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대표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점심에 밥 먹을 때 내 사무실로 와.”“나 사내 식당으로 갈 건데요?”“네 것까지 시켰어.”“알겠어요.”점심 12시가 되자마자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들이 벌떡 일어서고는 다함께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밖에 사람이 거의 다 흩어지고서야 온하랑은 사무실에서 나와 곧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그녀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표 사무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점심 식사가 가득 놓여 있었다.포장만 봐도 분명 향만루에서 주문한 음식들이었다. 겉모양이 예쁜 데다 향기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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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퇴사는 안 돼.”“퇴사 아니에요.”“그럼 한 번 말해봐.”“내가 원하는 건 앞으로 MQ 브랜드의 대응에 관한 일들은 예전처럼 내가 맡았으면 하는데. 어때요?”부승민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보고는 침묵을 지켰다.온하랑이 씩 웃고는 다시 느긋하게 식사하기 시작했다.“얘기 안 꺼냈던 거로 할게요.”‘이럴 줄 알았어. 나 견제하려고 그 일을 오미연에게 맡긴 거잖아. 나를 전혀 믿지 않는 거네. 그리고 내가 추서윤을 해코지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다른 요구는 들어줄 수 있어.”“필요 없어요.”부승민은 그녀가 원하는 걸 모두 만족시킬 수 없었다.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부승민이 말했다.“저녁에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본가에 밥 먹으러 오래.”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아무래도 부승민과 추서윤이 실검에 오른 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부승민이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본가에 부른 듯하다.식사를 마친 후 온하랑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덕분에 잘 먹었어요.”부승민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아직 출근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내 휴게실에 가서 좀 잘래?”온하랑이 고민하고는 대답했다.“그래요.”다친 발목 때문에 앉는 것보다는 눕는 게 훨씬 편했다.온하랑이 휴게실로 들어갔다.이곳은 안방 못지않게 크고, 없는 물건이 없었다.온하랑은 신발을 벗은 후 침대에 오르고는 이불을 꼭 덮었다.잠깐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깜빡 깊은 잠이 들었다.잠에서 깨어난 온하랑은 베개 옆에 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화면을 눌렀는데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고는 신발을 신고 휴게실을 나섰다.“왜 나 깨우지 않았어...”온하랑은 그제야 연민우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부승민의 휴게실에서 나오는 온하랑을 보더니 연민우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회사에서 그녀와 부승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자고로 회사 대표들은 모두 내연녀 하나씩은 데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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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도우미가 다른 반찬을 내왔다.김정숙은 기쁜 마음으로 온하랑과 부승민에게 직접 국을 퍼주며 말했다.“하랑아, 승민아. 많이들 먹어. 이건 할머니가 너희들을 위해 특별히 끓인 거야. 빨리 먹어 봐.”“할머니, 할머니도 빨리 앉아서 드세요.”온하랑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을 때 국에서 느끼한 냄새가 갑자기 훅 올라왔다. 무방비하게 냄새를 들이킨 그녀는 순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빠르게 달려가더니 헛구역질했다.“하랑아, 왜 그래? 괜찮아?”할머니는 온하랑의 반응을 보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나! 설마 하랑이 임신한 거야?”하지만 부승민이 침착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최근 위가 좋지 않아서 음식을 가리면서 약을 먹고 있어서 그래요.”“그래? 정말이야? 병원에는 가봤고?”김정숙은 그래도 혹시나 해 다시 물었다.“하랑이가 가봤어요.”부승민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김정숙은 그제야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약간 한심해하는 눈빛으로 부승민을 흘기며 말했다.“너희는 어쩌면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도 없니. 그렇게 부실해서 어떡해.”“…”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온하랑이 입을 헹구고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앞에 놓여 있던 국을 멀찍이 밀어 놓았다.“할머니, 정말 죄송해요. 요즘 속이 좋지 않아서 이 냄새만 맡으면 헛구역질이 올라와요. 기껏 해주셨는데 못 먹어서 죄송해요.”그러자 김정숙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몸이 제일 중요하지.”말을 마친 김정숙이 온하랑의 몫이었던 국을 부승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승민아, 하랑이가 못 마시겠다고 하니 이것까지 네가 다 마시렴.”부승민이 두 그릇 가득 담긴 국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할머니, 이렇게 많은 양은 다 못 먹을 것 같아요.”“이게 뭐가 많다고 그러니. 왜 못 먹어 남자가 돼서. 그렇게 적게 먹어서 어째. 그러니까 부실하지.”“…”저녁을 다 먹자 시간이 거의 열 시가 되어가고 있었기에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자고 갈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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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그러자 온하랑이 방금 자신이 나온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나 다 썼어. 오빠 들어가서 씻어.”부승민은 잠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훅 풍겨오는 바디 워시 향을 맡았다.그 향기는 방금 온하랑의 몸에서도 나던 향이었다.향기는 발이라도 달린 듯 부승민의 코끝에 머물다가 그의 신경을 따라 결국 뇌까지 도달했다.부승민의 몸은 이미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고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예전에 온하랑과 보냈던 좋은 시간들이 떠올랐다.한편 온하랑은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다가 잠들려고 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부승민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물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의아한 마음이 들었던 온하랑은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안에서부터 간간이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 부승민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온하랑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재빨리 침대로 다시 뛰어들었다.시간이 조금 지난 후 욕실에서는 그제야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멈추더니 부승민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온하랑은 침대가 한쪽으로 꺼지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잠에 빠졌다.늦은밤, 그녀는 갑자기 잠에서 깼고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차차 정신이 돌아옴에 따라 온하랑은 숨소리가 꿈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옆에 누워있는 부승민에게서 들려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온하랑은 달빛에 비친 부승민의 얼굴을 보며 그에게 물었다.“오빠, 자고 있어?”“아니.”부승민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온하랑이 손을 내밀어 부승민의 이마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그의 이마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뜨거웠고, 그에 온하랑은 깜짝 놀라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오빠, 열나?”부승민이 느끼기에 그녀의 손은 가뭄의 단비처럼 차가웠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채 얼굴에 가져다 대며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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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온하랑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방안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그러나 온하랑은 아까의 잠기운이 모두 달아나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부승민이 잠드는 걸 방해할까 봐 꼼짝달싹 못한 채 불편한 자세로 있었다.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시간이 꽤 지나자, 몸이 약간 뻣뻣해진 그녀는 자세를 바꿔 누웠다.그리고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부승민이 낮은 목소리로 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녀를 조심스레 불렀다.하지만 온하랑이 아무런 대답도 없자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신 부승민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가더니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물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샤워가운을 걸친 부승민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온하랑이 다시 한번 자세를 바꾸자 부승민이 물었다.“나 때문에 깼어?”그가 침대 곁에 앉으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온하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잠이 안 와?”“응.”“그럼 내가 독일어책 읽어 줄까?”“응, 고마워.”부승민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 네 가지 언어를 할 줄 알았다.예전에 그녀가 잠들지 못할 때면 그는 종종 독일어책을 읽어 주고는 했다.그녀는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가 책을 읽어 주는 부드러운 억양을 들으면 항상 마음이 진정되곤 했다.방 안에는 부승민의 낮고 듣기 좋은 저음이 가득 찼고 온하랑은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내며 그 목소리에만 집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인 호흡 소리가 들려오자 부승민은 책을 읽는 것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하랑아?”대답은 없었고, 그녀는 잠이 들었다.부승민은 그녀의 이불을 꼼꼼히 여며주고는 눈을 감으며 잠에 들었다.밤중, 핸드폰이울리자 온하랑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눈을 감은 채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뚝-’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건 사람은 한마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온하랑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보았고, 그녀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이 부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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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서윤아, 약속했었잖아, 너랑 같이 있겠다고. 걱정하지 마. 내가 약속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근데 넌 이미 결혼도 했고 아내도 있잖아. 넌 더 이상 내 사람이 아니야. 넌 날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만약 네가 이미 결혼한 걸 알았다면 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을 거고 절대 너랑 같이 있지 않았을 거야. 나더러 하랑이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거야.”추서윤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했다.“내가 걔한테 몹쓸 짓을 한 거지 너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리고 이미 그녀와 합의 이혼하기로 했어. 곧 이혼 수속 밟을 거야.”“그러니까 서윤아, 나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돼? 나 정말 약속 지킬게.”“진짜야?”추서윤이 머뭇거리며 물었다.“진짜야.”부승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하게 대답하자 추서윤은 부승민의 품 안에 뛰어들며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승민아, 나 정말 너 없이 살 수 없어. 내가 널 어떻게 떠나. 너 없이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나아.”부승민은 추서윤을 마주 안고는 그녀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이며 위로했다.“부 대표님,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안수빈이 말했다.“뭐죠?”“서윤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대표님이 이혼한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서윤이는 부부를 갈라놓은 내연녀로 몰려서 앞으로 연예계 생활을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서윤이의 안전을 보장해 주실 게 아니라면 가까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서윤이한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거니까.”부승민이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약속했다.“알겠어요, 그러면 안심이 되네요. 예전에 외국에서 서윤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는데, 부 대표님은 아마 모르시겠죠…”그때 추서윤은 우연히 부승민의 목 부근에서 키스 마크 같아 보이는 붉은색 흔적을 발견했다. 순간 그녀의 몸이 굳고 눈빛에는 어두운 기운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추서윤은 갑자기 부승민을 힘껏 밀치더니 그 자리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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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니? 아침도 안 먹고 급하게 나가길래 회사에 가는 줄 알았더니 추서윤을 찾으러 가? 할아버지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지? 3년 내내 하랑이가 너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니.”“끝까지 책임질 생각이 아니라면 애초에 결혼도 하지 말았어야지. 할아버지가 너한테 그 애를 맡긴 건 네가 그 애를 행복하게 해줄 줄 알아서 그랬던 거야. 이제 와서 이러면 내가 무슨 면목으로 하랑이를 보니.”부승민은 잠깐 침묵하는 듯하더니 말했다.“할아버지,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도록 할게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도 다음부터는 저랑 먼저 상의하셨으면 해요.”…늦은 아침, 온하랑이 잠에서 깼고, 저택의 도우미들은 온하랑을 위해 아침밥을 다시 한번 차렸다.그녀가 밥을 다 먹자 시간은 이미 열 시가 넘었고, 지금 출근해봤자 지각할 게 뻔했기에 온하랑은 아예 저택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점심밥까지 먹었다.온하랑이 떠나려고 할 때 할머니가 초대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이건 오로라 자산 파티의 초대장이야. 내 앞으로 오긴 했지만 나이 든 늙은이가 거기 가서 뭐 하겠니. 그러니 너랑 승민이가 대신 참석해 줘. 승민이한테는 내가 말해 둘게.”온하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그녀와 부승민을 연결시켜 주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다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면, 부승민과 온하랑은 이미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했다는 것이었다.“할머니, 근데 저는 이런 파티에 참석해 본 적이 없어서, 혹시라도…”“괜찮아, 승민이가 너랑 같이 갈 거야.”“아무 문제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하랑아. 힘내.”할머니가 온하랑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부드럽게 다독였다.그 덕분에 온하랑은 용기가 조금이나마 샘솟는 걸 느꼈다.저택을 떠난 온하랑은 바로 회사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복도에서 대표실의 비서를 마주쳤다.비서가 온하랑을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전무님, 대표님께서 잠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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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저녁 6시, 퇴근한 온하랑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부승민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승민이 내려왔고 운전기사가 두 사람을 개인 편집숍으로 모셨다.메이크업과 세팅을 끝내고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온하랑이 치마를 살짝 든 채 커튼을 열고 걸어 나왔다.이미 세팅을 끝낸 채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부승민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대로 잠깐 굳어 버리고 말았다.화장을 마친 온하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녀의 눈길이 닫는 곳마다 간질거리는 듯했다.아이 메이크업과 같은 계열 색깔의 립스틱을 바른 그녀는 매혹적이고도 우아했다.그녀는 머리에 크게 힘을 주지 않고 평소처럼 풀어 내렸는데 간단한 웨이브를 넣어 얼굴형을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했다.그녀는 일자형 어깨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옷 밖으로 드러난 둥근 어깨가 빛을 받아 희고 깨끗하게 빛났다.온하랑이 부승민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그에게 물었다.“어때?”부승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의 신발을 보며 물었다.“발목 나은 지 얼마 안 됐는데 하이힐 신는 거 불편하지 않아?”“괜찮아.”“그래도 힐 없는 걸로 바꾸자.”온하랑은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 그럼.”온하랑이 직원을 시켜 드레스와 어울리는 플랫슈즈를 가져오게 했다.그녀가 소파에 앉아 허리를 굽히고 신발을 벗으려고 할 때, 부승민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말했다.“내가 도와줄게.”그의 큰 손이 온하랑이 발목에 닿더니 그녀의 발에 신겨 있던 하이힐을 하나씩 벗겼다. 그러고는 플랫슈즈를 가져와 조심조심 그녀에게 신겨주었다.온하랑은 그런 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그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신발을 신겨 주었다. 진지한 표정과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매끄러운 턱선이 그녀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신발을 모두 신겨 준 부승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나 이번이 처음 가는 거라서, 혹시 알아 둬야 할 규칙 같은 게 있으면 지금 알려 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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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여자는 그의 발목을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말도 없이 곁에 앉아서 팔꿈치로 온하랑을 툭툭 치며 물었다.“전 소유진이라고 해요. 그쪽은요?”“온하랑이에요.”소유진은 온하랑 쪽으로 가깝게 몸을 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까 보니까 부승민이랑 같이 들어오던데, 어떻게 꼬신 거예요?”온하랑이 고개를 돌려 소유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소유진은 부티 나게 입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이미 시즌이 지난 옷이었고, 들고 있는 가방도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시즌이 지난 가방이었다.온하랑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소유진이 이어서 말했다.“입고 있는 걸 보니까 부승민이 그쪽한테 돈을 꽤 쓰나 봐요. 부승민같은 부자들은 아무래도 꼬시기 좀 힘들겠죠?”“저는 잘 몰라요.”“에이, 그러지 말고 좀 알려 줘 봐요. 그거 알아요? 제 애인은 너무 쪼잔해서 제가 오랫동안 매달려서야 겨우 저를 오늘 파티에 동행시켜 줬다니까요. 안 그래도 조만간 바꿀 생각이었어요.”“다시 말하지만 저는 몰라요. 꼬신 적 없어요.”온하랑이 술잔과 디저트를 들고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다른 자리를 찾아 다시 앉았다.소유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흥하고 비웃었다.‘어차피 같은 꽃뱀인데, 혼자 고고한 척하는 거야 뭐야.’파티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고 고개를 든 온하랑은 우연히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추서윤, 그녀도 자선 파티에 온 것이었다.“뭐 보고 있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싶더니 이주혁이 온하랑의 곁에 앉았다.정신을 차린 온하랑이 이주혁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매니저가 오라고 했어. 근데 너도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 발 다친 건 어때?”“거의 다 나았어.”“그럼 다행이고. 혼자 온 거야?”“대표님이랑 같이 왔어.”이준혁이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나 아까 추서윤 봤는데, 그래서 그 여자랑 부성민이 같이 온 줄 알았어. 봐봐, 저기 있네.”온하랑은 이주혁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파티장에는 사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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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온하랑은 부승민을 따라서 앞쪽으로 걸어갔다.그때, 제일 앞줄에 앉아 있던 추서윤이 몸을 돌리더니 부승민에게 손을 흔들었다.“승민아, 여기.”그러자 부승민이 온하랑을 보며 말했다.“가자.”온하랑은 순간 몸이 굳었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부승민과 그녀, 단둘이 같이 앉는 건 줄 알았다.그래서 드디어 추서윤을 한번 이겨 보았다며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번에도 부승민이 그녀를 가엽게 여겨 챙겨주는 것이었다.“거기서 뭐 해?”앞으로 걸어 나가던 부승민은 온하랑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자 뒤돌아서 보며 물었다.온하랑은 눈을 내리깔고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더니 앞으로 걸어가서 부승민의 옆자리에 앉았다.“추서윤씨도 계셨네요.”추서윤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말했다.“미안해, 하랑아. 매니저가 참석하라고 해서 온 거야. 나도 너희들이 여기 올 줄은 몰랐어. 불편하면 내가 뒤에 가서 앉을게.”말을 마친 추서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몸을 뒤로 돌렸다.그러나 부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여기 앉아.”추서윤이 온하랑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하지만…”“괜찮아, 얜 신경 안 써.”온하랑은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숨을 쉬기 힘들었다.부승민, 내가 신경 쓰는지 안 쓰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부승민, 나는 심장이 없는 줄 알아?그녀는 눈을 감은 채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부승민이 부드럽게 추서윤을 달래고 있는 걸 바로 옆에 앉아서 듣고 있자니 그녀는 마음속에서부터 질투가 끓어 올라 당장이라도 미칠 것만 같았다.온하랑은 옆에 있던 책자를 꺼내 들어 오늘 저녁에 경매에 나올 물건의 이름, 사진, 재료, 소개 등을 찬찬히 보았다.그녀는 지금 당장 주의를 돌릴 물건이 필요했다. 안 그랬다가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온하랑은 손으로 책자를 한 장씩 넘기고 있었지만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이게 마음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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