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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270 챕터

제51화

그러자 소유진이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차피 이 일 시작 했으면서 뭘 그렇게 고고하게 굴어요? 부승민 옆에 추서윤이 있는 거 못 봤어요? 거기가 진짜 여자 친구인 거고, 우리처럼 남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애인들은 알아서 눈치 보면서 자기 게 아닌 건 탐내지 말아야죠.”“조용히 좀 해 줄래요?”온하랑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그녀는 자기가 충분히 의사 전달을 했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지금 소유진과 말 한마디도 섞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어머, 제 말이 다 맞는 것 같으니까 지금 화내는 거죠? 부승민 옆에 붙어 있다고 당신은 남들이랑 뭐 다른 줄 알아요? 어차피 다 같은 몸 파는 처진데 누구는 고상하고 누구는 더러워요?”“닥쳐요 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좀 가 줄래요?”“전 안 갈 건데요? 여기가 당신 집이라도 돼요?”“그럼 제가 가죠.”온하랑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소유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분노를 삭였다.‘왜 온하랑은 젊고, 잘 생기고, 돈까지 많은 부승민 옆에 붙어 있는데 나는 배 나온 뚱뚱한 아저씨 곁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지?’‘같은 내연녀 주제에 저 여자는 뭐가 그렇게 잘 났길래 사람을 깔보는데?’생각할수록 점점 화가 난 소유진은 충동적으로 온하랑을 밀어버렸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몸에 힘을 주고 있지 않았던 온하랑은 수영장에 풍덩 빠져 버렸다.소유진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서는 현장을 빨리 벗어났다.“우우웁… 꼬르륵…”차디찬 수영장 물이 그녀의 몸을 감쌌고, 온하랑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다가 물을 몇 모금 연거푸 들이마셨다.당장이라도 질식할 듯한 느낌이 들더니 익숙한 공포감이 그녀에게 드리웠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다가 손발에 약간씩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숨도 쉬지 못하고 의식도 점점 옅어지고 있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잊고 있던 기억 조각이 떠올랐다.사람들은 그녀를 부모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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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병원에 도착한 온하랑은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근데 의사 선생님, 저 임신 중인데 혹시 문제가 생겼을까요?”의사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신중하게 말했다.“그러면 산부인과 검사도 함께 진행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알겠습니다.”온하랑은 의사가 준 처방을 가지고 진료실에서 나왔다.그녀가 나오는 걸 확인한 이주혁이 재빨리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때? 의사가 뭐래?”“아무 문제 없대. 근데 검사를 조금 더 받아봐야 할 것 같아. 이제부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넌 먼저 돌아가.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내가 꼭 한턱 크게 낼게.”“괜찮아,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있어 줄게. 가자, 무슨 검사 해야 하는데?”“병원은 사람도 많고 검사 결과 나오자면 시간도 한참 걸려. 너는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알아봐서 혹시 사진이라도 찍히면 많이 곤란하잖아.”온하랑이 한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이주혁은 오늘 마스크를 하지 않고 나왔다. 다행히도 오늘 밤 응급실은 사람이 적은 축에 속했고 다급하게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 가족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하지만 그가 온하랑과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가면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주혁을 알아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는 하는 수 없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난 먼저 갈게. 몸조심해. 검사 결과 나오면 나한테 알려 주고.”“응, 알겠어.”이주혁을 보낸 온하랑은 혼자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검사 결과가 나온 후 의사 선생님은 그녀에게 하루만 입원하며 상태를 지켜볼 것을 권유했기에 그녀는 병원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요즘 병원에 오는 일이 부쩍 잦았다.온하랑은 집에 있는 도우미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깨끗한 옷을 한 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전화를 끊고 나서도 온하랑은 몇 번이나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이미 한 시간이 넘게 지났는데 부승민에게서는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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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온하랑은 BX그룹 법무팀의 변호사에게 전화해 부탁했다.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조차 부승민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할 수 없이 실망을 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부승민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그녀는 오래전부터 부승민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병원에서 나온 온하랑은 바로 회사로 갔다.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비서는 온하랑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빠르게 말했다.“전무님, 대표님께서 잠깐 들르시랍니다.”온하랑이 쓰게 웃으며 부승민의 사무실로 걸어갔다.지난번에는 할아버지에게 추서윤의 일을 일러바친 게 온하랑이 아닌지 묻더니,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부른 걸까.사무실에 들어선 온하랑은 책상 앞에 서서 말했다.“부대표님, 부르셨어요.”그러자 부승민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어제랑 다른 옷차림을 한 것을 확인하고는 손에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깊이 몸을 기댔다.“왔어?”“응.”“도우미 아줌마가 말하던데, 어제저녁에 안 들어갔다며?”부승민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응, 일이 좀 있었어.”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백하게 대답했다.“무슨 일? 혹시 내 도움 필요해?”어젯밤 그녀가 가장 연약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했을 때, 그녀는 부승민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그리고 그녀를 위로해 주기를 간절하게 바랐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그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았다.“아니, 별일 아냐.”온하랑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부승민은 굳은 눈빛을 한 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의자의 팔걸이에 놓인 손가락이 규칙적으로 의자를 두드리고 있었다.“다른 일 없지? 그럼 난 먼저 가볼게.”온하랑이 몸을 돌려 문으로 다가갔을 때, 부승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이주혁이랑 계속 같이 있었어?”어젯밤, 부승민은 자신이 추서윤과 함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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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 말을 들은 부승민이 안색을 굳히더니 입술을 깨물었다.그는 기분이 약간 불쾌해졌다.온하랑이 자신의 원칙을 깨부술 정도로 이주혁을 좋아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다른 일 없지?”온하랑이 물었다.“너희들, 어젯밤에 뭐했어?”“오빠한테 해명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예전에 부승민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 주었다.부승민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마를 만지며 강한 어투로 말했다.“온하랑, 네 멋대로 행동 하지 마!”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더니, 온하랑은 지금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부승민는 온하랑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주혁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내가 뭘 맘대로 했는데?”“난 널 걱정해서 하는 소리야. 이주혁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흘려듣지 말고 내 말 좀 잘 생각해 봐, 돌이킬 수 없는 일은 하지 말고!”“돌이킬 수 없는 일? 뭘 말하는 거야? 바람피우는 거 말하는 거야?”온하랑이 눈썹을 슬쩍 올리며 물었고, 부승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우리가 정식으로 이혼하기 전에 내가 바람피울 일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근데 오빠는… 아주 당당하게 피우더라. 전 세계 사람들이 오빠한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데?”온하랑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온하랑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순박한 농민이었고, 아버지는 정의로운 기자였다. 그녀가 16살에 부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을 때였다.평범하고 수수한 가치관을 가진 온하랑이 바람을 피우는 일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도덕은 평범한 사람들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지 부자들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바람피우는 건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었다.당장 부승민부터가 혼외자 출신이었다.닫힌 문을 바라보던 부승민은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온하랑이 그에게 하는 말에는 온통 가시가 돋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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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네,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제31조항 여기를 보시면…”20분 후, 방 변호사가 서류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부 대표님,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네.”방 변호사가 나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부승민이 말했다.“온하랑 씨 쪽은 안 가셔도 됩니다. 제가 말할게요.“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방 변호사가 문을 닫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서류에 집중하고 있던 온하랑은 누군지 확인 하지 않고 대답했다.“들어와.”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그러나 상대방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온하랑이 고개를 들었고, 책상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 보고 있는 부승민을 발견했다.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부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부승민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방 변호사 대신 말 전해주러 왔어. 경찰서에서 진술서 작성하러 오래.”“아, 네. 알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가도록 하죠. 다른 지시 사항 있습니까?”“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온하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별로 큰일도 아니라서 딱히 말할 필요도 없었어.”“온하랑!”“왜?”부승민이 미간을 찌푸렸다.“난 네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잖아, 왜 이렇게 삐딱하게 굴어?”“어젯밤, 추서윤이랑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고 나서 내 생각 한 번이라도 한 적 있어? 어젯밤 내내 전화도 안 하고 문자도 안 하고 걱정도 안 했잖아. 그런데 일이 다 해결되고 나니까 이제 와서 걱정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부승민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애완동물 같은 존재였다. 본인이 지루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생각이 나는.온하랑은 문득 소유진이 그녀에게 부승민이 돈을 많이 주지 않냐고 물었던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지금에 와서야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은 듯싶었다.3년 동안 곁에 있는 조건으로 40억에 별장 두 개,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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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차가 병원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섰다. 부승민은 주차 자리에 차를 세우고 익숙한 듯 심리 상담의사의 진료실로 노크하고 들어섰다. “오셨어요? 서윤 씨의 오늘 진료는 끝났습니다.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어 조금 전에 진정제를 투입하고 잠들었습니다.”부승민은 그 말을 듣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알겠습니다.”“부승민 씨, 제가 바라건대 꼭 이 일에 대해서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서윤 씨 상황이 많이 호전되었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급격히 악화되어 무척 안 좋은 상태입니다.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되면 진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네.”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추서윤은 부승민의 결혼 소식에 쇼크를 받아 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부승민은 추서윤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무척 미안한 감이 들었다. 그렇게 온화하고 활달하던 아이가 그로 인하여 심리 질병을 앓게 되었고 성격은 백팔십도로 변하더니 몇 번이나 자살시도를 하였으니 부승민은 절대로 그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부승민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얼마 지나서 추서윤은 어렴풋이 눈을 뜨더니, “승민 씨? 승민 씨 맞아? 꿈 아니지? 당신이 여기에 왜 있어?”“서윤아, 나 맞아, 너 보러 왔어.” 부승민은 그녀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추서윤은 얼굴을 들어 밝은 모습으로 말했다.“승민 씨 내일 쉬니깐 나랑 같이 쇼핑 가주면 안 돼?”“그래.”경찰서에서 돌아온 온하랑은 곧장 회사로 들어갔다.줄곧 바깥만 보고 있던 오미연은 온하랑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점심쯤,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랑이 어땠냐? 어젯밤 자선모임은 참석했었냐? 기분이 어떠냐?”할머니의 말투를 봐서는 할머니는 추서윤도 자선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온하랑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좋았어요. 디저트도 엄청 맛있고요.”할머니는 허허 웃으시면서 말했다.“디저트만 먹고 왔더냐? 승민이 보고 액세사리라도 사달라고 하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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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부승민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거절하면 되잖아?”“이혼을 제기한 사람이 내가 아닌데 왜 내가 그 ‘나쁜 사람’을 자처해야 해?”“너도 이혼하고 싶은 것 아니었어? 뭐가 다른데?”“...”온하랑은 더는 변명을 하지 않고 다른 화제로 넘겼다. “내일 나 약속 있으니깐 시간 맞춰서 대극장으로 와.”“맘대로 해.”부승민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서 더는 말이 없다.차는 별장으로 들어가서 멈췄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사장님, 사모님, 들어오셨어요?”아주머니는 놀란 얼굴로 반긴다. 이 부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아주머니도 눈치챘고 둘이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본 지 오래됐다. “아주머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 온하랑이 물었다.“오늘 시장에서 닭 한 마리 샀는데 아주 신선하고 좋아요. 닭죽하고 장조림하고 찐 만두예요. 금방 돼요.”“네.”부승민은 위로 올라갔고 온하랑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켰다.티브이 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거실에 티브이를 켜두면 그래도 사람 냄새가 풍기는 듯하다. 좀 있으니 부승민이 계단에서 내려왔다.온하랑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부승민은 편한 옷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살짝 헝클어진 앞머리는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깔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에는 소년미가 아직 남아있다. 1인 소파로 향하던 부승민은 주먹으로 어깨를 두드리는 하랑을 보더니 발걸음을 돌려 그녀의 등 뒤로 가서 물었다. “요즘 많이 피곤해?”“어.” 하랑은 고개를 끄덕인다.부승민의 큰 손이 하랑의 어깨에 닿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말했다. “양성우가 요즘 교외에 별장 재개발을 하는데 바쁜 시간이 지나면 가서 며칠 쉬다 올래?”“그때 가서 봐.”그때 되면 이미 이혼한 뒤일 것이다. 부승민은 말없이 하랑의 어깨를 좀 더 주무르다 묻는다. “좀 괜찮아졌어?”“어.”부승민의 안마 기술은 끝내준다.아마도 이 3년 동안 연마해 온 결과일 것이다.아주머니는 금방 저녁상을 차렸다. 의자에 앉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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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부승민이 방문을 갑자기 열어젖히는 바람에 온하랑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부승민은 천천히 걸어들어오면서 문을 닫고 묻는다. “왜 이 방에 있는 거야?”“다른 침대로 바꿔보려고, 후에 다시 옮길 거야.”온하랑이 물었다. “왜 찾았는데?”온하랑의 말투를 들은 부승민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블랙카드를 꺼내 침대 머리에 놓인 탁자에 놓더니 온하랑의 앞으로 밀었다. “좋아하는 것 있으면 사.”온하랑이 카드를 힐끗 보더니 말한다. “괜찮아, 도로 갖고 가, 내가 손해 본 것도 없잖아.”“내가 약속을 못 지켰으니 내가 마땅히 보상을 해줘야지.”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더니 묻는다., “괜찮다니깐.”“사양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날 의식적으로 멀리한다는 것 나도 알아. 안 그래도 돼. 이혼해도 넌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예뻐하는 손녀일테니 우리가 영원히 안 볼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편하게 받아들이자.”편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부승민이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부승민은 온하랑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남자랑 추서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온하랑은 그렇지 못하다.온하랑은 고개를 돌리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거기에 두면 돼.”“잘 자.”“잘 자.”부승민은 몸을 돌려 방에서 나왔다. 토요일 아침, 부승민은 아침 일찍 조깅하러 나가려고 일 층으로 내려왔다. 아주머니는 거실에서 청소하다 부승민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부른다. “사장님.”문가로 걸어가던 부승민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물었다. “사모님이 언제 침실을 옮겼는지 알고 계셨어요?”“제가 깜빡하고 말씀을 못 드렸는데 화요일에 누가 택배를 보내왔는데 그 택배를 받아보고 사모님이 엄청 놀라셨어요. 안에는 악취가 풍기는 물건이 들어있었는데 침구랑 바닥을 더럽혀서 사모님이 그 방에서 나오셔서 다른 방으로 옮기셨어요.”부승민은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사장님께서 그때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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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김시연은 한 커피숍 창가에 앉아 온하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온하랑이 들어서자, 김시연은 커피 한 잔을 하랑의 앞으로 내밀었다.“방금 하랑씨 몫으로 시킨 거예요. 아직 따뜻해요.”“고마워요.” 온하랑은 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받아 홀짝거리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좀 있다 3층으로 갈까요? 아니면 4층?”3층과 4층 모두 패션코너이다.“3층.” 하랑은 컵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 “주현이는 왜 안 불렀어요?”김시연은 하하 웃더니 “말도 마요, 걔가 요즘 잔업으로 엄청 바빠요. 주현이가 우리 이 프로젝트만 책임진 것 아니잖아요. 걔가 나한테 추서연 팀이 너무 불평불만이 많다고 구시렁 대더라고요. 가슴이 너무 작아도 안 되고 가슴이 너무 커도 안 되고 귓볼마저 보정해야 한다는 게 말이 돼요? 귓볼을 동그랗게 복스럽게 보정해야 된다나. 요즘 바빠서 죽으려고 하거든요.”하랑이가 피식하고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웃지 마요, 진짜에요. 주현이가 가엽지. 그런데 추서윤의 가슴은 정말 작단 말이야.”말하면서 김시연은 눈길을 하랑의 몸으로 돌리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하랑씨는 틀리지. 이제 애 낳으면 그 아이는 참 복 받은 아이예요.”변태같은 자식.하랑이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쓸데 없는 소리 그만.”“왜 쓸데 없는 소리에요. 하랑 씨. 나한테 비법을 전수 해 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풍만할 수 있을까요?”“안 알려줌.” 하랑이는 컵을 내려놓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결혼 전에는 확실히 이렇게까지 풍만하지 않았는데 결혼 뒤 차츰 풍만해졌다. 두 사람은 커피를 다 마시고 팔짱을 끼고 커피숍에서 나와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점원은 두 사람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더니 웃음꽃을 피우면서 열성스럽게 신상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온하랑과 김시연은 각 두 벌씩 골라서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역시 우리 하랑 씨는 보는 눈이 있단 말이야. 너무 예쁘잖아요.” 김시연은 오버하면서 말했다. 점원도 곁에서 끝없이 부추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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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부승민과 함께 있는 추서윤을 보는 순간 온하랑은 숨이 턱 막히더니 급히 눈을 돌려 김시윤을 잡아당겼다.김시윤도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두 남녀를 보더니 웃음기를 싹 빼고 비웃음으로 장착했다. 두 사람은 부승민 앞으로 다가가면서 인사를 건넸다. “부사장님.”부승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온하랑이 오늘 만난다는 사람은 그녀의 애인이 아니라 김시연이었다.“하랑이 하고, 여긴 김시연 씨.” 추서연은 두 사람을 보더니 놀란 얼굴로 급히 하랑을 향해 말했다. “하랑 씨도 여기 있었네. 미안해, 승민 씨랑은...”부승민은 어쩔 바를 몰라하는 추서윤을 보고 금방 귀국했을 때의 밝은 모습의 정상인과 다름없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추서윤의 모든 변화는 추서윤이 부승민의 결혼 소식을 알고나서부터였다.추서윤은 부승민과 헤어지기 싫지만 부승민이 이미 결혼 한 몸이라 자신은 엄연히 내연녀인 셈이다. 이러한 고통으로 인하여 그녀의 병세는 악화한 것이다. “괜찮아요. 다 알고 있어요. 볼일 보세요. 저희는 이만.”온하랑은 김시연의 손을 잡아끌면서 이곳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김시연은 돌부처처럼 끄떡하지 않고 웃으면서 묻는다. “서윤 씨, 오늘 화장은 누가 해준 거예요? 화장이 너무 잘됐네요.”추서윤은 의아한 얼굴로 “제가 한 건데요.”“서윤 씨 대단하다. 직접 화장도 하고. 그 세리 씨가 한 것보다 더 예쁘잖아요. 서윤 씨 안 그래요?”추서윤은 얼어붙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서윤 씨 미적 감각이 모자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듣고 그래요. 근거 없는 자신감만 믿지 말고요. 그러다 잘못되면 죄 없는 사람만 욕먹게 된다고요.”추서윤의 얼굴은 하얗게 질러버리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랑 씨, 우리 가요..” 김시연은 하랑이를 끌고 가버렸다. 추서윤은 몸을 돌려 부승민의 가슴에 얼굴을 묻더니 울면서 말한다. “승민 씨,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이런 일이 생길 줄 정말 몰랐어. 그날은 오미연이 컨설팅을 담당했고 나도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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