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은 밥을 한다는 그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왜냐하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부승민과 밥을 하는 그의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랑아, 너 승민이 요리 솜씨 엄청 좋은 거 모르지? 대학교 다닐 때 승민이 혼자 자취하면서 나한테 자주 밥해 주고 그랬어. ”온하랑은 추서윤이 일부러 그런 말로 자신을 자극한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그녀의 마음은 칼로 찌르는 듯 아팠다.한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직접 밥을 한다는 건 분명히 엄청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들의 3년 결혼생활에서 부승민은 단 한 번도 밥을 한 적이 없거니와, 심지어 그녀는 부승민이 요리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요리하면서 부부간의 금실도 좋아진다고 들었지만, 일단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어 온하랑 또한 가끔 요리하곤 했다. 하지만 부승민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이게 바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의 차이이다.이윽고 온하랑은 아픈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오빠 바꿔줘요. 제가 물어볼 게 있어서요.”“뭔 일인데? 내가 대신 전달할게.”이건 그 누가 봐도 크나큰 도발이다. 현재 부승민과 온하랑은 아직 부부 사이인데, 둘 사이의 일을 추서윤 통해서 이야기해야 하다니, 이 또한 얼마나 웃긴 일인가?비록 지금 부성민과 이혼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절대 추서윤이 저러는 꼴은 봐줄 수 없었다.“오빠한테 핸드폰 줘요! 직접 오빠한테 물어볼 거 있으니까요!”추서윤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온하랑이 바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지금 자동 녹음되고 있어요. 만약 이 녹음이 오빠 귀에까지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지금 당장 핸드폰 오빠 줘요.”추서윤은 부승민이 이런 작은 일로 자신과 헤어지지 않을 거라 믿고는 있지만, 그래도 부승민의 앞에서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어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주방에 있는 부승민에게 바꿔주었다.그렇게 아무 말 없이 십몇 초간 시간이 흘러갔고,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추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
최신 업데이트 : 2024-03-0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