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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Penulis: 고운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이미 사람 시켜서 언론 막으라 했으니, 서윤이에게 피해 가지 않을 거예요.”

“진짜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대표님 혹시 전에 스타 엔터테인먼트 관련된 일 기억하세요? 대표님이 해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명할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승민은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들었다.

“제가 처리할게요.”

그가 온하랑과 결혼한 사실은 극소수만 알고 있고, 온하랑을 도와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밖에 없었다.

“그러면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서윤이 보러 안 오실래요? 지금 서윤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뒤 부승민은 또다시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더러 이 일에 대해 끝까지 신경은 쓰되, 절대 해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일이 잠잠해진 뒤 직접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설명할 예정이었다.

이윽고 부승민은 온하랑의 핸드폰을 다시 그녀의 방에 가져다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 앞까지 걸어간 순간 뭐가 생각난 듯 그녀의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는 거실에 내려간 뒤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뉴스 관련된 사실은 사모님께 알려주지 말아요.”

인터넷은 허황한 곳이고, 네티즌들도 욕을 하다 며칠 뒤면 그 사실을 다 잊어버릴 것이다.

그 말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혹시 사모님이 직접 뉴스를 보기라도 했으면…”

“그건 걱정하지 마요. 아주머니만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돼요.”

도우미 아주머니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게 모든 당부를 마친 뒤에야 부승민은 추서윤을 보러 갔다.

한편 잠에서 깬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베개 쪽을 더듬거렸고, 더듬거리다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켠 뒤 베개 쪽에서 핸드폰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여 이마를 받치고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어제 부승민을 데리러 갈 때 핸드폰을 가지고 갔고, 돌아온 뒤 바로 다른 방에 와서 잠을 잤으니, 내 원래 방에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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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2화

    온하랑은 밥을 한다는 그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왜냐하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부승민과 밥을 하는 그의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랑아, 너 승민이 요리 솜씨 엄청 좋은 거 모르지? 대학교 다닐 때 승민이 혼자 자취하면서 나한테 자주 밥해 주고 그랬어. ”온하랑은 추서윤이 일부러 그런 말로 자신을 자극한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그녀의 마음은 칼로 찌르는 듯 아팠다.한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직접 밥을 한다는 건 분명히 엄청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들의 3년 결혼생활에서 부승민은 단 한 번도 밥을 한 적이 없거니와, 심지어 그녀는 부승민이 요리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요리하면서 부부간의 금실도 좋아진다고 들었지만, 일단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어 온하랑 또한 가끔 요리하곤 했다. 하지만 부승민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이게 바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의 차이이다.이윽고 온하랑은 아픈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오빠 바꿔줘요. 제가 물어볼 게 있어서요.”“뭔 일인데? 내가 대신 전달할게.”이건 그 누가 봐도 크나큰 도발이다. 현재 부승민과 온하랑은 아직 부부 사이인데, 둘 사이의 일을 추서윤 통해서 이야기해야 하다니, 이 또한 얼마나 웃긴 일인가?비록 지금 부성민과 이혼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절대 추서윤이 저러는 꼴은 봐줄 수 없었다.“오빠한테 핸드폰 줘요! 직접 오빠한테 물어볼 거 있으니까요!”추서윤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온하랑이 바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지금 자동 녹음되고 있어요. 만약 이 녹음이 오빠 귀에까지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지금 당장 핸드폰 오빠 줘요.”추서윤은 부승민이 이런 작은 일로 자신과 헤어지지 않을 거라 믿고는 있지만, 그래도 부승민의 앞에서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어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주방에 있는 부승민에게 바꿔주었다.그렇게 아무 말 없이 십몇 초간 시간이 흘러갔고,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추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

  • 위태로운 제안   제73화

    이때 부승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하랑이가 그 기사 보고 해명이라도 하겠다고 할까 봐 그러는 거야. 그러면 너한테도 영향이 갈 거잖아. 시간을 끌면 끌수록 좋은 거니까, 이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그래야 모두한테도 영향을 끼치지 않지.”그 말을 들은 추서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괜히 미안한 척 그에게 말했다.“근데 그러면 하랑이한테는 안 좋은 거잖아. 아니면 그냥 우리 하랑이 대신 해명하자. 나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어.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더라도 나 당당히 너랑 함께하고 싶단 말이야.”그러자 부승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근데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야. 여론 쪽도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넌 연예인이라 네가 만약 해명한다면 네 커리어에도 영향이 갈 거라고.”그 말에 추서윤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대체 진짜로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난 그냥…”“서윤아, 이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이 일은 내가 너를 해명하지 못하게 한 거라, 하랑이도 탓한다면 나를 탓해야 해.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넌 그냥 네 일만 신경 써.”추서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부승민의 등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승민아. 너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됐어. 나가서 기다려봐. 밥 준비 거의 다 됐으니까.”“그래.”추서윤은 대답과 동시에 주방을 나갔다.부승민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이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그는 거짓말을 했다.온하랑이 기사를 보고 해명할까 봐 겁나서가 아니라, 온하랑이 인터넷 언론 때문에 상처받을까 봐 걱정돼서였다.하지만 추서윤이 그에게 물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가게 된 것이다.“사모님, 나가게요?”“네, 오늘 제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제사 지내러 가려고요. ”온하랑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웃어 보인 뒤 거실을 나왔다.시골 출신인 온하

  • 위태로운 제안   제74화

    “아빠, 이번에 할아버지 제사 지내러 온 것 외에 알려드릴 거 있어서 왔어요. 나 그 사람이랑 이혼해요.”“이 소식 듣고 엄청나게 놀라셨다는 거 알아요. 제가 전에 추석 때까지만 해도 그 사람이 저한테 엄청나게 잘해준다고 했죠? 근데 갈라서려고요. 엄청 당황스럽고 웃기죠? 솔직히 말해 저도 웃겨요. 그 사람이 저한테 이혼하자고 한 뒤로부터 계속 어딘지 모르게 혼란스러운 상태예요. 어쩌다가 이혼 지경까지 이르렀는지…”“만약 그때 추석에 누군가가 저한테 몇 달 뒤 부승민과 이혼할 거라고 알려준다면, 저는 아마 믿지도 않았을 거예요…”“내가 그 사람 그렇게나 사랑하는데 이혼이라뇨? 근데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지 뭐예요…”“말하자면 긴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지금 임신 상태에요. 아빠 외손주 보게 생겼다고요. 만약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면 제 배 속 아이 끝까지 지켜주세요… 솔직히 말해 저 아직도 그 사람 좋아해요. 10년이나 그 사람 좋아하고, 3년 동안 부부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겠어요? 저 지금 너무 괴로워요. 우리는 진짜 인연이 아닌가 봐요…”“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 전 여자 친구예요. 저 3년이 지나도 그 사람 마음 움직이지 못했다고요. 이렇게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를 한거고요. 저 실패한 삶일까요? 만약 아빠가 계셨다면 저더러 놓아주라고 저를 설득했겠죠? 저는 아마 끝까지 놓기 힘들어할 거고요.”온하랑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저 그 사람 10년 동안 좋아하고 결국에는 그 사람 와이프까지 돼서 3년 동안 행복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이혼이라니…”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온하랑은 아버지의 묘비 앞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더니, 그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리고 현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된 상황이다.이왕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면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않겠는가.게다가 그녀에게는 아이까지 있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성도 자신의 성을

  • 위태로운 제안   제75화

    그 차는 온하랑이 속도를 늦춘 걸 보고 본인도 더욱 늦게 운전하기 시작했다.이렇게 가다간 온하랑이 차를 멈춰야만 끝날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차를 멈출 수 없는지라 온하랑은 다시 노선을 변경했다. 그러자 그 차도 똑같이 노선을 변경하며 그녀의 차 앞에서 얼쩡거렸다.온하랑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본인이 노선을 변경해 그 차를 초월했다 하더라도 검은 차가 속도를 내지 않는 한 그 차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운전 기술이 좋다 하더라도 본인의 목숨과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위험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온하랑은 안전한 곳을 찾아 신호등이 깜빡일 때 길옆에 차를 멈추고 경찰서에 신고하려 했다.이때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백이 터졌다.온하랑은 머리가 아파 나면서 어지러워 났고,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뒤에 흰색 차도 계속 자신의 뒤를 밟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렇게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전체가 폭발했다. 그러고는 큰불이 나기 시작했고, 자동차 뼈대 하나만 남게 되었다.익숙한 장면이 한번 또 한 번 반복되면서 머릿속에서 재생되었고, 눈을 뜨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났다.익숙한 소독약 냄새가 풍겼고, 그녀 또한 여기가 병원인 걸 알고 있었다.눈을 떠보니 눈앞은 흐릿했고, 손으로 눈을 비벼보아도 여전히 흐릿한 상태였다. 그녀는 너무 오래 잔 탓에 이렇게 흐릿한 줄 알고, 몇 초간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떴지만, 여전히 흐릿했다.온하랑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고 왠지 모를 공포감에 휩싸였다.“깨어났어요?”이때 귓가에는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그 여성의 대략적인 윤곽과 옷의 색상은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그 여성의 얼굴과 옷의 구체적인 스타일은 어떠한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옆에는 또 다른 키가 큰 남성이 있었고, 다들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게다가 침대의 양옆에는 다른

  • 위태로운 제안   제76화

    온하랑은 그때의 상황에 대해 다시 자세하게 설명했고, CCTV 속의 상황하고도 거의 일치했다.이윽고 남자 형사가 온하랑의 말을 기록하며 물었다.“온하랑 씨 추측으로는 그 검은색 차와 흰색 차가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러면 진짜로 그 검은색 승용차 차주하고는 모르는 사이인가요?”“네.”“그러면 흰색 차 기사님의 얼굴은 혹시 보셨나요?”“아니요. 제 뒤에서 거리를 꽤 두고 있었어요. 노선 변경을 할 때 백미러로 두 번 보긴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운전하고 있는 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요.”“네, 알겠습니다.”이윽고 여자 형사가 온하랑은 안심시키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요. 지금 이미 용의자 신분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으니까요.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그렇다, 지금 어딜 가나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멀리 도망가지는 못할 것이다.“고맙습니다.”온하랑이 답했다.“이제 가족들한테 연락드려도 돼요.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핸드폰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저 집에서 나오면서 핸드폰은 갖고 나오지 않았어요. 형사님, 혹시 형사님 핸드폰으로 전화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그럼요. 번호 불러주세요.”그 순간 온하랑은 하마터면 부승민의 번호를 부를 뻔했다.그는 지금쯤 아마 추서윤과 같이 있을 것이다.온하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결국은 도우미 아주머니의 번호를 불렀다.전화가 걸린 뒤 형사는 온하랑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의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아주머니 저예요.”“사모님!”전화기 너머로 도우미 아주머니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가실 때 핸드폰도 가지고 나가지 않으시더니, 지금까지 어디 계시는 거예요?”“저 교통사고 났어요. 혹시 현대병원으로 와주실 수 있어요? 오실 때 갈아입을 옷이랑 제 지갑도 부탁드려요.”그 말에 도우미 아주머니는 조금 전보다 더욱 놀란 상태였다.“사모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웬 교통사고에요? 저 지

  • 위태로운 제안   제77화

    이때, 문 앞에 누군가가 서있는 느낌이었다.온하랑은 희미한 눈으로 문 쪽을 빤히 쳐다보았고, 한참을 본 뒤에야 검은색 옷차림을 한 사람이 문 앞에 서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여기 환자분들 가족인가? 아니면 조금 전 그 며느리가 말했던 남편일 수도 있겠네. 근데 왜 문 앞에서 들어오지 않는 거지? ’온하랑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이때 그 검은 그림자가 걸어들어오더니 가장 밖에 있는 침대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하여 온하랑은 다른 환자의 가족일 거라고생각했다.하지만 그 검은색 그림자는 온하랑의 침대 옆에 멈춰 섰고, 그녀의 침대에 다가와 앉는 것이었다.깜짝 놀란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지만, 아무리 가늘게 뜬다고 해도 눈앞은 여전히 흐릿했다. 그녀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누구…승민 오빠?”“나야, 하랑아. 눈이 안 보여?”부승민은 걱정스레 물으며 큰 손으로 온하랑의 얼굴을 만졌다. 그러고는 그녀의 붕대 감은 이마를 빤히 바라보았다.조금 전 한참 동안 말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익숙한 소리를 들은 뒤에야 온하랑은 그게 부승민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뇌에 피가 고여 시신경을 눌렀대. 그래서 시력이 흐릿해져 안 보이는 거야.”그러자 부승민은 손을 뻗어 그녀의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이거 보여?”그러자 온하랑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내가 지금 장님이 된 건 아니잖아. 어렴풋하게는 보인다고.”“근데 왜 갑자기 교통사고가 난 거야?”“오늘 할아버지 제사라 묘원에 제사 지내러 갔거든. 돌아오는 길에 어떤 차가 나를 따라왔어.”온하랑은 간략하게 답한 뒤 그제야 부승민에게 물었다.“근데 여긴 어떻게 왔어?”“집에 있는데 아주머니가 너 교통사고 났다고 해서 왔지.”그는 오후에 집에 돌아가 그녀가 묘원에 갔다는 걸 듣고 원래는 그대로 저녁을 먹으려 했었다. 하지만 계속 기다려도 온하랑이 오지 않자,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 위태로운 제안   제78화

    부승민이 물었다. "뭘 먹고 싶어?""뭘 할 줄 아는데?""뭐든 할 수 있어.""그럼 달걀 볶음밥 먹을게. 옥수수랑 햄 좀 넣고 양상추도 좀 넣어줘.""좋아. 재료 사러 갔다 올게." 부승민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꺼내 놓으며 말했다."내 휴대폰은 여기 있으니까 아줌마가 이따가 전화 오면 병실 번호를 말해줘.""응."부승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온하랑의 두 눈은 휑해 있었다.온하랑은 부승민이 뜻밖에도 동의할 줄 몰랐다.부승민의 마음속에 온하랑도 있는 걸까?이런 생각이 막 떠오른 온하랑은 곧 그것을 내팽개쳤다.‘온하랑, 더는 자만하지마. 부승민은 아예 너를 좋아하지 않아.'내일은 이혼하는 날이다.온하랑은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꺼낼 용기가 없을가봐 두려웠다.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온하랑은 휴대폰을 들었는데 화면의 발신자 표시가 잘 보이지 않았고 희미한 녹색 덩어리만 보였다. 연결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 속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민아, 너 밥 먹었어?""저에요." 온하랑이 답했다."온하랑?" 추서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승민은?""장 보러 갔어요.""얘가 장 보러 간다고? 너희 집에 아줌마가 있지 않아?"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악랄한 기분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 "아줌마가 없어서 승민 오빠가 채소를 사러 갔어요. 저한테 밥해준대요.""하랑… 너…." 추서윤은 화가 나 냉소하며 비아냥거렸다."승민이가 밥해준다고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너희들은 여전히 이혼하게 될 테니까.""왜요? 추서윤 씨께서 질투하시나봐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지금 녹음 중이거든요." 온하랑은 차분하게 말했다.온하랑은 결코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부승민은 일이 바빠서 자주 전화를 받기에 업무상 어떤 누락이나 증거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자동녹음을 켜놓고 있는다."너, 너 우쭐거리지 마!" 추서윤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온하랑은 웃으며 휴대폰을 책상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그렇다.

  • 위태로운 제안   제79화

    "네가 좋아하면 됐어.""도련님께서 요리에 재능이 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처음 요리하는 거 치고 너무 잘했는데요. 열심히 연습하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겠네요." 아줌마가 말했다.온하랑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승민도 침묵했다.…온하랑이 밥을 먹은 후 아줌마는 설거지했다.지금 이미 9시가 넘었는데 온하랑은 아파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힘들어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도련님, 이젠 집에 가세요. 사모님은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내일 다시 사모님을 보러 오십시오."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서 외투를 집어 들고 떠났다."그래요, 그럼 내일 다시 오죠.""잠깐 기다려 봐."온하랑은 벌떡 일어났다.부승민도 걸음을 멈추고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또 무슨 일이 있어?""내일 올 때 이혼 서류 챙기는 거 잊지 말고 내 것도 같이 가지고 와."부승민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온하랑, 이혼은 급하지 않아. 우선 상처를 치료하는 게 좋겠어. 넌 글씨도 잘 볼 수 없어 표를 작성할 방법이 없잖아."온하랑은 입술을 오므렸다."잘 안 보이면 그냥 읽어주면 되잖아."흐릿하게 보일 뿐이지, 눈이 먼 것은 아니다."이혼 합의서에 다 사인 했어. 눈이 회복되면 며칠 늦게 이혼 증을 받으러 가면 되잖아. 이혼이 뭐가 그렇게 급해?"온하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는 오빠가 아니야."부승민은 얼굴이 굳어졌다.아줌마도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부승민은 다른 남자와 마찬가지로 알고 보니 겉으로는 아내와 충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로는 밖에서 다른 이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온하랑은 그와 이미 이혼하기로 합의했다.아줌마는 줄곧 이 젊은 부부를 보면서 함께 있었는데 그들이 이렇게 빨리 이혼할 지경에 이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온하랑은 어제저녁에 부승민을 병원으로 불렀고 부승민도 온하랑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즉시 집에서 병원으로 도착해서 아내를 위해 요리를 했다.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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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57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무관심이 좋기만 했는데 클수록 오재원은 그게 다 기대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형을 비교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집안의 무게는 형이 다 짊어지니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오기도 했다.모두가 내놓은 자식이라 해서 정말 그렇게 사니 부모님은 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타박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오직 임연지만이 오재원을 인정해주었다.오재원의 우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건 오승은과 오형일이 부모 노릇을 잘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오재원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엇나간 거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노력만 하면 절대 형한테 뒤지지 않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오재원의 가슴을 울렸고 오재원은 그때부터 임연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오재원도 자신이 형보다 못 한 게 아니라 형이 받았던 교육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재원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는 거야. 넌 아주머니, 아저씨 자식이니까 너를 탓하진 않겠지만 나한테 그 화살이 올 거야. 그러면 날 더 싫어하시겠지.”“나도... 떳떳하게 너랑 결혼하고 싶은데...”임연지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자 오재원은 그녀를 향해 무턱대고 약속부터 했다.“걱정 마 연지야. 내가 부모님 설득해볼게. 네가 내 아이까지 임신했으니까 부모님도 어쩌진 못하실 거야.”“고마워 재원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다.”오재원은 눈물을 글썽이는 임연지를 꼭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한 일인데 뭐. 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만은 꼭 지킬 거야.”“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귀국한 거 모르셔. 내일 집에 가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집 가서 의논할 거니까 너도 고모랑 고모부한테 미리 말해놔.”“응. 아주머니, 아저씨랑 싸우지 마.”“알겠어.”...리우그룹 대표 사무실.“나가 봐.”보고도 끝난 마당에 최동철

  • 위태로운 제안   제1356화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임연지는 이튿날 아침 바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청초함이 돋보일 수 있게 화장도 연하게 한 뒤 오재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재원아,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우리 자주 보던 카페에서 볼까?]역시나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오재원이 답장을 보내왔다.[알겠어, 바로 갈게.]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임연지는 그의 답장에 입꼬리를 올렸다.30분 뒤, 카페에 도착한 오재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에 앉아있는 임연지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에 오재원은 걱정스레 물었다.“연지야,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오재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임연지는 빨개진 눈시울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재원아, 나... 나 임신 한 것 같아.”“진짜? 연지야, 이거 진짜야?”잠시 당황하던 오재원이 펄쩍 뛰며 좋아하자 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생리가 5일이나 밀려서 아침에 테스트기 해봤는데... 두 줄이더라.”두 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오재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임연지의 손을 맞잡았다.“너무 잘됐다! 우리한테 드디어 아이가 생긴 거잖아!”그에 똑같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던 임연지는 이내 울상을 지었다.너무 기쁜 마음에 임연지의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하며 희열을 만끽하던 오재원도 그제야 그녀의 굳은 표정을 발견하고 물었다.“연지야, 표정이 왜 그래?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 건데 너는 안 기뻐?”“기쁘지.”임연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감금 피하려고 임신한 애를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는 게...”“너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잖아. 네 탓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만 하면 미혼모 가정도 아니잖아. 나랑 결혼하자 연지야.”“싫어.”임연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재원을 외면했다.“왜 싫은데?”임연지가 침묵만 유지하자 조급해 난 오재원은 자리까지 옮기며 물었다.“연지야,

  • 위태로운 제안   제1355화

    한진이 답장을 하지 않아도 임연지는 혼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설윤과 최씨 집안의 원한 관계를 짤막하게 설명해준 임연지는 설윤에게 파렴치하고 가증스럽다는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나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꼴 못 보겠어. 무슨 방법 없을까?]계속 답장이 없는 한진에 임연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그녀가 머리까지 다 말리고 나니 한진이 그제야 답장을 보내왔다.[네 고모가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아무래도 집안에서 발언권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사촌 동생도 많이 어리니까 더 그렇지.][그럼 어떻게 해야 발언권이 좀 생길까?][옛날 역사를 보면 말이야 그때도 과거제도가 있었거든. 뭐 정시, 별시, 식년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때도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꿰찼었어. 왕조가 망해도 권세가들은 그 부귀영화를 계속 이어갔지. 그런 집안들이 좀 되는데 나열하자면 많아.][...][그런 권세가들이 세력이 전부 다 조상들 덕분만은 아니거든. 중요한 건 혼인이야. 지금으로 말하면 정략결혼을 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늘려나간 거지.][결혼을 시키라고? 그러기엔 동림이가 너무 어리잖아. 그리고 걔 결혼문제는 고모부가 나설 텐데 고모가 어떻게 끼어들어.][너 바보냐? 너 말하는 거잖아 너!][나?][그래.][그런데... 내 상황을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랑 결혼을 하고 싶어 하겠어?][오재원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놈.][!]생각해보니 오재원이라는 좋은 신랑감이 있긴 했다.한진의 말대로 오재원을 휘어잡다 보니 그는 이미 임연지 말에 따라 움직이는 개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은 있기 마련이었다.[그런데 그 집에서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재원이 너 아니면 죽는다는데.][네가 오씨 집안 사람이 돼서 고모 도와주면 고모부도 이런 일로 이혼하자고 하지는 못할걸.][그리고 정말 백만 번 양보해서 이혼한다고 해도 넌 오씨 집안 사람이니까 당당하게 네 동생 만나러 갈 수 있는 거잖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4화

    “...”최동철이 생각보다 쉽게 동의하자 최국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경계했다.“나중에 말 바꾸지 마.”“당연하죠. 설윤 씨 배속에... 제 동생이 있는 건데.”“다른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먼저 나가볼게요.”웃으며 방을 나선 최동철은 문을 닫자마자 미소를 싹 지웠다.이어서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넓은 복도에 울려 퍼졌다.임가희도 없는 거실을 지나 최동철은 밖으로 나갔다.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차에 탄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윤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어두운 상사의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던 기사가 조심스레 물어왔다.“저택으로 모실까요 대표님?”“네.”...최씨 집안 방.임연지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임가희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고모, 진짜 그년 집에 들일 거예요?”“응.”“하지만!”이미 모든 걸 받아들인 임가희는 체념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임연지는 그 더러운 내연녀의 얼굴을 집안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파렴치하게 최씨 집안에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고모가 상간녀가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더 이상 방법이 없어 연지야.”“일을 좀 더 철저하게 못 한 내 잘못이지. 내가 설윤 그 년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야.”임연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는 고모를 보며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 여자가 집으로 들어오면 너도 괜히 시비 걸지 마.”짜증 난다는 듯 대충 대답하던 임연지는 갑자기 무슨 수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고모, 일단 집에 들이고 그다음에 다시 처리...”“아니, 난 이제 아무 짓도 안 할 거야.”임가희는 임연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럼 진짜 그 년이 아이를 낳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애 낳아봤자 재산 조금 받는 것뿐이야. 그런데 난 이혼하면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잖아.”아직 어린 동림이를 두고 이혼한다면 최씨 집

  • 위태로운 제안   제1353화

    최동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무릎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였다.“네. 얼마 전에 경주 떴다고 알고 있습니다.”‘어디 보기만 했을까, 잠도 잤는데.’“가희가 연지 데리고 사과하러 갔는데 설윤이 거절하고 가희를 다치게 했대.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까 봐 도망갔다던데 그때는 가희 몸에 상처도 나 있어서 그 말을 믿었거든.”여기까지는 최동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래서...”“그런데 오늘 설윤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알아보니까 설윤이 임신 사실을 가희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내쫓은 거더라고.”최국환의 말을 듣다 보니 혼란스러워진 최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윤... 설윤 씨가 혼자 경주로 돌아왔다고요?”임가희한테 쫓겨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것 못지않게 다움시에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놀라웠다.하지만 최국환은 설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동철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응... 회사 주위를 맴돌다가 직원한테 발견된 거야. 울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려주는데 얼마나 짠하던지. 애도 유산될뻔했대.”그 말에 최동철은 입꼬리를 올렸다.돌아오기 전에 최동철이 같이 가겠냐고 물었을 때도 거절하던 설윤이었다.다움시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인터넷쇼핑까지 하던 사람이 힘들게 살았다니.최동철도 떠나기 전 설윤에게 몇억을 주고 왔었는데 수중에 돈이 남으면 남았지 모자랄 리는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노인네에게 달라붙은 것도, 아이를 잃을뻔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두 우스워서 최동철은 냉소를 흘렸다.매일 밤 잠자리를 가질 때는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갑자기 아쉬워진 건가.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낯부끄러웠던 최국환은 그만 말을 멈추었다.“가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설윤이 다시 데려오겠대. 아이 낳을 때까지 잘 보살펴주겠다고 해서 나도 동의했고.”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재벌가에서 첩을 들이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어떤 본처는 첩을 데리고 쇼핑도 하면서 아이

  • 위태로운 제안   제1352화

    최동철은 사색에 잠긴 듯 한동안 임가희를 바라보았다.빨갛게 부어오른 눈과 눈물이 말라붙은 볼 때문에 사람이 유독 초췌해 보였다.설윤을 쫓아낸 일이 들통난 건지 임가희는 최국환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넌 서재로 가 있어.”“... 제가 들으면 안 될 얘기라도 하시게요?”최동철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자 최국환의 눈치를 보던 임가희는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불안한 마음을 감추려는 듯 옷자락을 꼭 쥐는 임가희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국환을 번갈아 보던 최동철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서재에 가 있을게요.”최동철이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온 거실을 가득 채웠다.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며 집안의 장식들을 더욱 화려하게 빛냈지만 그럼에도 어두운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았다.최동철을 올려보낸 최국환은 금세 표정을 굳히더니 임가희를 보며 말했다.“당신 입으로 뱉은 말 지켜. 당장 다시 데려와서 치료부터 음식까지 당신이 다 책임져. 가희야, 넌 똑똑하니까 알 거야. 설윤이랑 걔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임가희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설윤 씨 아이 낳을 때까지 내가 잘 보살필게요.”설윤이 도망가버린 뒤로 임가희는 겉으로는 평온한 척했지만 사실 매일 밤을 불안 속에서 지새우고 있었다.사람을 시켜 알아보던 설윤의 행적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됐을 때는 그 불안이 가시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찌르고 할퀴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경계심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하필 이때 최국환이 모든 걸 알게 된 것이다.모든 거리의 CCTV, 간하림을 포함한 직원들의 증언 그리고 설윤의 임신 검사결과보고서까지 수많은 증거를 들이미니 임가희도 차마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최국환 앞에서는 설윤의 존재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본처 연기를 하며 임연지 더러 사과까지 하게 하고 선물도 전해줬었는데 뒤에서 이런 모진 짓을 했다는 게 들켜버리는 고개를 들기도 힘들었다.임신 사실을 뻔히 알

  • 위태로운 제안   제1351화

    “알겠어요.” 부시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연도진은 부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병원 병실.연도진이 부시아를 데리고 도착했을 때 이엘리아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오빠.” 이엘리아는 연도진 뒤에 서 있는 부시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시아 왔구나. 엄마한테 와 봐.”부시아는 다가가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삼촌이 말한 대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요?”“천천히 회복 중이야.”“그렇군요.” 부시아는 고개를 돌려 연도진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삼촌, 저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타고 있었더니 너무 피곤해요. 이제 집에 가요.”이엘리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연도진은 이엘리아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그럼 시아 데리고 먼저 갈게.”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엘리아의 눈빛 속에는 어딘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경주. 밤이 깊어가며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거리에는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네온사인 불빛이 창문에 비쳐 그 빛과 그림자가 뒤엉켰다.최동철은 하루의 바쁜 일정을 마친 뒤 차 뒷좌석에 앉아 피곤에 지쳐 좌석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고 있었다.기사는 익숙하게 차를 시동 걸고 천천히 차들 사이로 움직였다.최동철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비비고 무심코 창밖을 훑어보다가 갑자기 익숙한 인물을 보았다그 인물은 바로 한 여인이었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놓은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최동철은 본능적으로 몸을 바로 세운 뒤 그 방향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그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까?’‘설윤 씨가 여기 있을 리 없잖아.’그는 다시 좌석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머릿속엔 설윤의 얼굴과 민박집에서 일어난 일들이 떠올랐다.다움시에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더

  • 위태로운 제안   제1350화

    필라시 국제공항.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방송에서는 항공편 정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연도진은 도착 대기 구역에서 사람들 속을 살피며 부승민과 부시아를 찾고 있었다.그는 잘 맞춘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차분한 표정으로 가끔씩 시계를 확인하며 여유 있게 서 있었다.잠시 후, 부승민이 짐 수레를 밀고 통로를 지나 나오고 부시아는 짐 수레 위에 앉아 손에 봉제 인형을 안고 신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어린 소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두 개의 작은 땋은 머리를 한 채로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삼촌!” 부시아는 멀리서 연도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짐 수레에서 뛰어내리며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왔다.연도진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맞아 안았다.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시아야, 돌아온 거 환영해.”부시아는 연도진의 품에 안겨 목을 감싸며 맑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정말 보고 싶었어요.”부승민은 부시아를 보고 잠시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네.’부시아는 혀를 내밀고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도진은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도 너 정말 보고 싶었어. 이번에 삼촌이랑 많이 놀자.”부승민은 짐 수레를 밀고 다가오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연도진 씨, 오랜만입니다.” 연도진은 일어난 후 부승민과 악수를 나누며 차분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시아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연도진은 눈길을 부시아에게 돌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시아야, 피곤하지 않아?” 부시아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안 피곤해요. 비행기에서 만화도 보고 잠도 자고 왔어요.” 연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부승민에게 말했다. “이엘리아가 며칠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직 병원에 있어요. 시아를 데리고 이엘리아를 보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실래요? 그

  • 위태로운 제안   제1349화

    이엘리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엘리샤, 우리 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엘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벌써 6년이 되었어요. 아가씨.” “6년이라...”이엘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감탄했다. “시간 참 빠르네. 처음 왔을 때는 수줍음 많던 소녀였는데 이제는 제법 어른스러워졌구나.” 엘리샤는 감사의 마음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아가씨.”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넌 요 며칠 동안 날 성심껏 돌봐줬잖아. 그 보답으로 네게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하려고 해.” 엘리샤는 순간 귀를 의심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아치 거리 쪽에 있는 곳이야. 내가 아직 병원에 있어서 당장 처리하긴 어렵지만 퇴원하면 함께 소유권 이전을 하러 가자.” 이엘리아는 엘리샤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지만 그 속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너는 우리 집을 위해 정말 많은 걸 해줬어. 이건 당연히 네가 받을 자격이 있는 보상이야.” 엘리샤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목소리가 떨리며 말했다. “아가씨... 너무 과분한 선물이에요. 어떻게 받아야 할지...”이엘리아는 부드럽게 손을 흔들며 안심시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담 갖지 마. 내겐 그저 작은 선물일 뿐이지만 네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잖아. 난 늘 너한테 감사하고 있었어.” 엘리샤는 두 손을 꼭 모으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했다. “아가씨,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서 아가씨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이엘리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똑똑한 아이야. 난 항상 널 높이 평가해왔어. 앞으로도 내 곁에서 충성심을 잃지 않는다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엘리샤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평생 윌슨 가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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