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1009 챕터

제441화

“이 새끼가 어디서 꼼수를 부려!” 모두 일제히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약속을 지킨다고는 안 했잖아?”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당신들이 억지를 부리는데 나라고 약속을 지켜야 해? 세 살짜리 애들도 아니고.” 순간 엄진우의 몸에서 성난 파도 같은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망가세요! 이 자식은 우릴 한꺼번에 죽이려는 속셈이에요!” 지하 황제들은 깜짝 놀라 금세 기세를 잃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공포의 기운은 순식간에 그들을 삼켜버렸다. 쿵! 정대용을 포함한 모든 지하 황제는 그대로 피와 살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초도 안 되는 시간에 발생한 일이다. 십만 명의 부하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존 게임과 음모, 그리고 반전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피바다 속에서 엄진우는 고개를 쳐들고 혼자 중얼거렸다. “장 회장, 내가 장 회장의 복수를 했어.” 그는 정대용을 비롯한 모든 사람을 죽여 장강수와 그의 형제들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했었다. 엄진우는 진심으로 장강수와 그의 형제들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내 엄진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보긴 뭘 봐? 사람 죽이는 거 처음 봤어? 늬들 회장님들이 전부 뒤졌으니 너희들도 나한테 복수할 생각이야?”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부하들은 다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제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저희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회장님의 행동에 저희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엄진우는 지하 타수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덤덤한 표정으로 피 못에 쓰러진 시체들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하 황제인 독고진을 바라봤다. 독고진은 이미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열 명의 지하 황제들의 그가 보는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늘은 독고진 평생의 최대 악몽이 될 것이다. “당신 꽤 총명하네? 모두가 앞으로 달려올 때 혼자만 뒤로 내빼던데.”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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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좋아, 그렇다면 남은 십만 명의 타수들은 너에게 주겠다. 단 요구가 하나 있다. 질서 있게 창해시를 떠나! 소동을 부린다면 반드시 너한테 죄를 묻는다.” 엄진우는 그들을 살려두기로 했다. 설령 돼지 10만 마리라도 며칠씩 잡아야 하는데 하물며 상대들은 지하 타수들이다. 만약 이 사람들이 질서를 잃고 날뛴다면 그 위협은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꼭두각시를 세워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 독고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독고진은 십여 년 동안 남산 지하 황제로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습니다. 이십만 명의 타수들은 제가 반드시 시민들에게 그 어떤 위협도 조성하지 않고 경찰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상대의 말이 끝난 후 엄진우도 더는 묻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는 예우림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림아, 괜찮으니까 우리 집에 가자.” 하지만 예우림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이 굳어져 있었다. “우림아?” 엄진우는 문뜩 이상을 느꼈다. 이내 예우림은 두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의 맥을 짚더니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경련이군. 하긴 이런 큰일을 당했으니 쓰러지는 것도 정상이야.”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몸조리는 아주 간단하다. 며칠만 있으면 그녀는 말끔히 나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손상은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또다시 그녀의 기억을 지운다면 그녀는 기억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일단 집에 데려다주고 푹 쉬게 해야겠어.” 엄진우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독고진이 십만 명의 타수를 데리고 떠난 후, 그는 청용에게 연락해 장강수의 후사를 처리하려고 했다. 엄진우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에 장강수의 장례는 반드시 장렬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엄진우 님? 죄송하지만 청용 전신님은 부상을 당해서 당분간 전화를 받기 힘듭니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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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너 혼자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갔다가 그들이 너와 함께 죽으려고 자폭한 거잖아!”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 그래서 엄진우는 혹시라도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그날 청용에게 단약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용은 그의 말을 거역하고 보고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행동을 취했다. 청용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했다. “명왕님, 죄송합니다. 공을 세울 생각에 이성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부대도 큰 데미지를 입게 되었습니다. 80%의 전사율에 대해 저는 전적으로 책임질 생각입니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토록 강한 남자가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비록 군인들은 죽음과 이별에 익숙하지만, 수많은 전우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엄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북강에서 내가 그랬지? 넌 너무 젊은 나이에 전신이 되었어. 반드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해. 아니면 꼭 후회하는 일이 생길 거야.” “네!” 청용은 자책에 가득 찬 표정을 짓더니 뭔가 떠오른 듯 말머리를 돌렸다. “아, 명왕님. 명왕님의 생각이 거의 다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청용은 깜짝 놀랄만한 말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자폭하여 저와 함께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붙은 것입니다. 뷔젠트 조직 내부의 진정한 실력자는 저보다 더 강합니다.” 엄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널 이겼다고?” 이게 말이 되나? “전신을 이길 수 있는 강자는 용국에서도 찾기 힘들 텐데!” 게다가 상대는 고작 강남성 책임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뷔젠트의 우두머리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다. 심지어 엄진우 조차도 반드시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네, 솔직히 말하면 상대가 다급히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면, 명왕님이 주신 단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전 그날 반드시 죽었을 겁니다. 상대가 손을 쓰자 군인들은 순식간에 전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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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명왕님, 하지만 약신 대회를 취소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청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대회는 용국의 수백 년 된 전통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원로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여 저 청용의 이름으로는 어쩌면...” “그렇다면 내 명왕이라는 명의로 해.” 엄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청용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명왕이라는 타이틀은 비록 천하무쌍이지만 용국 의학계는 용국의 독보적인 존재로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서류 하나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뷔젠트의 정보는 나라 안보 기밀에 관한 거라 또 밝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엄진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래서 약신 대회를 막을 수 없다는 거야?” “네!” 청용이 대답했다. 분명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데 그것을 피하지 못한다니. 청용이 계속 말했다. “명왕님, 부상이 나으면 바로 성안과 제경으로 가서 강남 및 국회 각 거물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그분들을 설득하면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됐어.” 엄진우는 손사래를 쳤다. 명왕의 타이들도 소용없다면 청용이 가도 소용없는 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름 뒤, 난 직접 성안으로 갈 거야.” 청용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직접 그 대회에 참석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내가 위험한 곳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야.” 그는 일찍이 뷔젠트의 최고 강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강남성과 외성의 의학 대가들을 만나 그들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용아, 잘 들어. 네가 해야 할 몇 가지 일이 있어. 강남성의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해 줘. 각 세력의 구분과 풍토 인심, 그리고 뷔젠트의 은신처 등등 말이야.” 청용은 엄진우의 말을 머리에 새긴 후 손을 올려 군례를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반드시 임무를 완성하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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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천인오쇠 때문에 엄진우는 예씨 가문을 굴복시키고 심지어 예흥찬이 그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체면을 모두 잃어버렸다. 하여 그 순간부터 예흥찬은 거금을 들여가며, 심지어 재산을 탕진해서라도 천인오쇠를 치료할 수 있는 명의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북강에서 온 두 명의 명의를 찾았는데 그들은 모두 묘충 의존의 문하로 현시대 최고의 충의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충요법으로 천인오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예흥찬의 말에 예정국과 예정명은 다급히 축하의 말을 올렸다. 전에 예흥찬은 그들에게 자기가 죽으면 유산은 한 푼도 두 아들에게 주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제 예흥찬이 다시 목숨을 건졌으니 두 아들은 충분히 그의 비위를 맞춰 유언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예정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버지, 이제 우리에겐 약점이 없어요. 그러니 예우림과 엄진우를 제재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빌어먹을 것들이 의기투합하여 회사와 가문의 돈을 전부 끌어갔어요.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해요.” 예씨 가문 사람들은 분개하며 말했다. 그들은 비록 예우림의 권력 쟁탈에 개입할 수 없지만 예우림이 예씨 가문 대부분의 자금을 지성그룹으로 끌어들인 건 그들의 치즈를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건 절대 참을 수 없다. 그러자 예흥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엄진우와 예우림은 갈라져 있으면 괜찮아. 하지만 둘이 일단 손만 잡으면 우리 예씨 가문은 항상 그들에게 패배했어. 그러니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할 방법을 찾는 게 좋겠어.” 이때 예정명이 갑자기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설마 잊으셨어요? 저한테 사생아가 하나 있잖아요. 예정아 말이에요! 올해 스물두 살인데 외모는 정말 끝내줘요. 키 175센티미터에 피부도 희고 다리도 엄청 길어요.” 그러자 예흥찬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승무원과 하룻밤을 즐기고 낳았다던 그 물건 말이야?” 예정명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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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내 말 좀 들어봐. 비담 컴퍼니는 요새 대대적으로 직원을 모집하고 있어. 비서만 해도 7, 8명이 된다니까? 사람이 많으니 여자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닿기도 하는...” 엄진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고 예우림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근데 이 향수, 지안이가 요즘 잘 뿌리고 다니는 향수야. 설마 다른 여자도 이 향수를 쓴다는 말은 하지 마.” 이 향수는 부분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한정판 향수인데 각 고객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즉 이 향수는 오직 소지안만 가지고 있는 향수라는 뜻이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방면에서 엄진우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대답 안 하네?” 예우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열흘 동안 화장실 청소해!” 엄진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작 열흘이야?” 이치대로라면 예우림은 화를 냈었어야 한다. 근데 왜 이렇게 관대한 거지? “오해하지 마. 지안이가 당신한테 접근하는 걸 난 이미 묵인한 상태야. 당신 같은 바람둥이는 절대 나 한 사람만 보지 않을걸?” 예우림은 턱을 치켜올리고 도도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기보다는 차라리 내 친구와 공유하는 게 나아.” 엄진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역시 유학파 박사라 그런가? 마인드가 아주 와일드하게 오픈되었다. “하지만 오직 지안이만 가능해.” 예우림이 갑자기 말했다. “난 워낙 성격이 차가워서 가끔 당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할 때도 있어. 그리고 지안이는 마침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아이야. 그래서 난 두 사람 사이를 묵인하는 거야.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예우림은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만약 또 다른 여자와 관계가 있다는 걸 나한테 들키기만 한다면, 아주 자그마한 관계라도 난 당신과 헤어질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 말을 끝낸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매서운 한기는 엄진우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엄진우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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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정 이렇게 나온다면 나에게도 방법이 있지.” 예정아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내 손짓 하나에도 제 정신을 잃는 저질스러운 것들.” 그녀는 바로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어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언니! 드디어 만났네!” 5분 뒤, 예우림은 직접 문을 열고 예정아를 들여보냈는데 예정아의 눈시울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언니,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래. 가문에서는 날 사생아라고 문턱조차 들여보내지 않아! 내 아버지란 사람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한테 아빠 노릇을 한 적 없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지낸 줄 알아? 죽기보다 힘들게 살았어.” 예우림은 다리를 포개고 앉아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는데 보아하니 왠지 그녀를 동정하는 눈빛이다. “일단 진정하고 그만 울어.” 앞에 있는 혈육을 보니 왠지 자기와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 모두 예씨 가문에서 대접도 못 받고 밖에서만 떠돌았다. 단지 예우림은 운이 좋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그녀를 위해 모든 길을 닦아두었지만 예정아는 운이 나빠 비참하게 살아왔다. 하여 예우림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그러자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근데 왜 이제야 찾아온 건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옷차림으로 봤을 때 힘들게 살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차림으로 보았을 때, 엄진우는 바로 업소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엄진우의 예리한 질문에 예정아는 금세 안색이 변하더니 울음소리를 키워 어색함을 감추려고 했다. “언니! 나도 어쩔 수 없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간 거야. 그렇다고 나 쫓아내지 마. 예씨 가문으로 갔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작자는 날 마치 역신처럼 생각하며 언니한테 보내버리더라고. 심지어 돈 한 푼도 주지 않았어! 언니까지 날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 진짜 굶어 죽을 수도 있어.” 그녀의 ‘빈틈없는’ 연기에도 엄진우는 문제점을 한가득 보아냈다. 하지만 상대의 눈물에 예우림은 동정심이 들끓어 머릿속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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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예정아, 어떤 목적으로 여길 왔든 난 반드시 널 막을 거야.”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예우림의 사촌 동생이라 바로 죽여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두 사람이 아무리 한 침대를 쓴다고 해도 불길한 낌새가 보이면 난 제일 먼저 예정아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깊은 밤. 갑자기 옆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자?” 고개를 돌려보니 예정아였다. 그녀는 얇은 시스루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남자들이 이런 요염하고 섹시한 몸매를 보게 되면 아마 입이 바싹 마를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물었다. “뭐라고요?” “형부? 아닌가? 언니 남편이니 당연히 형부라고 불러야지.” 여자는 팔짱을 낀 채 가슴을 모이고 천천히 엄진우에게 다가와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 언니는 운도 좋아. 어떻게 이런 잘생긴 남자를...”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내 말은... 형부라는 호칭은 그쪽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우리 친해요? 왜 반말이죠?” 엄진우는 딱딱한 존댓말로 선을 그었고 예정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내 방엔 왜 들어왔죠? 나가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언니가 주스 좀 가져다주라고 해서...” 예정아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다른 남자에겐 통할 지 모르겠지만 엄진우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다. 명왕에게 여자의 눈물은 가치가 없다. 엄진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 “주스 내려놓고 나가주시죠. 앞으론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발 들이지 마세요. 그러다 내가 실수로 그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 엄진우의 말투에는 매서운 위협이 섞여 있었다. 그의 뜻은 분명하다. 만약 또 이런 무례한 짓을 한다면 그녀는 절대 살아서 여기를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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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그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예우림은 더 화가 솟구쳤다. “엄진우, 들었어? 정아 지금 심지어 네 편을 들어주고 있어. 그런데도 아니라고 발뺌해? 남자답게 굴면 안 돼?” “내가 분명 말했지? 내 친구는 되지만 다른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엄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예 대표, 나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그러자 예정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언니, 사실 내가 실수로 넘어졌는데 마침 형부 품에 넘어진 것뿐이야. 정말 나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엄진우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기엔 엄진우 대신 해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점점 더 불을 지르고 있었다. 맙소사. 이 여자 이거 연기 대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 말에 예우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내가 장님도 아니고 그게 지금 말이 돼? 넘어져? 넘어졌는데 옷이 이렇게 됐어? 엄진우, 진짜 실망이다! 꺼져! 내 집에서 당장 꺼지라고! 더는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 당신 얼굴 보기도 싫어!” “예 대표...” “꺼져!” 완전히 뚜껑이 열린 예우림 앞에서 엄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에 잠시 판단력을 잃은 그녀에게 설명해 봤자 예정아에게 더 기회를 주는 행동일 수도 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예정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예우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어.” 그러더니 바로 집을 떠나갔다. 멀어져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에 예우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파졌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언니랑 형부 싸우게 됐어.” 예정아는 눈물을 닦으며 예우림을 위로하는 척했다. 예우림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없었더라면 난 저 남자의 본모습을 몰랐을 거야. 이젠 됐다. 나 완전히 마음이 식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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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어떻게...” 그는 바로 주사기를 빼버렸다. 엄진우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지며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주삿바늘에 찍힌 후 그는 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내공이 봉쇄된 셈으로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명왕으로서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 명왕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슥슥슥-- 검은 그림자가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검은 옷과 삿갓으로 무장한 살수들이었다. “너희들 뭐야?” 엄진우는 즉시 그들과 거리를 넓히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엄진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엄진우의 시선에는 상대들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V라는 문신이 들어왔다. “설마... 뷔젠트?” 엄진우는 순식간에 큰 적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뷔젠트에게 찍히게 된 거지? 청용의 병문안을 가서? 아니면 유청아를 죽여서? 하지만 그들은 엄진우에게 답을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무력으로 이치를 따지는 수밖에 없다. 엄진우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지더니 금세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들의 움직임은 마치 번개처럼 빨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의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단도를 들어 급소를 노렸다. “빨라!” 엄진우는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여태 만난 적수 중에서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지존종사급 이상이었다. 젠장! 설마 이 수십 명이 전부 지존종사라는 거야? 장난이지? 강남성 전체를 털어도 지존종사는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들은 모두 같은 부류고, 일반 무도종사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살인이 바로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쿵! 이미 두 명의 검은 옷의 살수가 엄진우에게 살기등등하게 다가왔다. “내 내공을 가둔다고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엄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명왕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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