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아, 어떤 목적으로 여길 왔든 난 반드시 널 막을 거야.”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예우림의 사촌 동생이라 바로 죽여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두 사람이 아무리 한 침대를 쓴다고 해도 불길한 낌새가 보이면 난 제일 먼저 예정아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깊은 밤. 갑자기 옆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자?” 고개를 돌려보니 예정아였다. 그녀는 얇은 시스루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남자들이 이런 요염하고 섹시한 몸매를 보게 되면 아마 입이 바싹 마를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물었다. “뭐라고요?” “형부? 아닌가? 언니 남편이니 당연히 형부라고 불러야지.” 여자는 팔짱을 낀 채 가슴을 모이고 천천히 엄진우에게 다가와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 언니는 운도 좋아. 어떻게 이런 잘생긴 남자를...”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내 말은... 형부라는 호칭은 그쪽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우리 친해요? 왜 반말이죠?” 엄진우는 딱딱한 존댓말로 선을 그었고 예정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내 방엔 왜 들어왔죠? 나가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언니가 주스 좀 가져다주라고 해서...” 예정아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다른 남자에겐 통할 지 모르겠지만 엄진우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다. 명왕에게 여자의 눈물은 가치가 없다. 엄진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 “주스 내려놓고 나가주시죠. 앞으론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발 들이지 마세요. 그러다 내가 실수로 그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 엄진우의 말투에는 매서운 위협이 섞여 있었다. 그의 뜻은 분명하다. 만약 또 이런 무례한 짓을 한다면 그녀는 절대 살아서 여기를 떠날 수 없다
그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예우림은 더 화가 솟구쳤다. “엄진우, 들었어? 정아 지금 심지어 네 편을 들어주고 있어. 그런데도 아니라고 발뺌해? 남자답게 굴면 안 돼?” “내가 분명 말했지? 내 친구는 되지만 다른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엄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예 대표, 나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그러자 예정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언니, 사실 내가 실수로 넘어졌는데 마침 형부 품에 넘어진 것뿐이야. 정말 나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엄진우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기엔 엄진우 대신 해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점점 더 불을 지르고 있었다. 맙소사. 이 여자 이거 연기 대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 말에 예우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내가 장님도 아니고 그게 지금 말이 돼? 넘어져? 넘어졌는데 옷이 이렇게 됐어? 엄진우, 진짜 실망이다! 꺼져! 내 집에서 당장 꺼지라고! 더는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 당신 얼굴 보기도 싫어!” “예 대표...” “꺼져!” 완전히 뚜껑이 열린 예우림 앞에서 엄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에 잠시 판단력을 잃은 그녀에게 설명해 봤자 예정아에게 더 기회를 주는 행동일 수도 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예정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예우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어.” 그러더니 바로 집을 떠나갔다. 멀어져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에 예우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파졌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언니랑 형부 싸우게 됐어.” 예정아는 눈물을 닦으며 예우림을 위로하는 척했다. 예우림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없었더라면 난 저 남자의 본모습을 몰랐을 거야. 이젠 됐다. 나 완전히 마음이 식었
“어떻게...” 그는 바로 주사기를 빼버렸다. 엄진우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지며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주삿바늘에 찍힌 후 그는 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내공이 봉쇄된 셈으로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명왕으로서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 명왕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슥슥슥-- 검은 그림자가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검은 옷과 삿갓으로 무장한 살수들이었다. “너희들 뭐야?” 엄진우는 즉시 그들과 거리를 넓히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엄진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엄진우의 시선에는 상대들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V라는 문신이 들어왔다. “설마... 뷔젠트?” 엄진우는 순식간에 큰 적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뷔젠트에게 찍히게 된 거지? 청용의 병문안을 가서? 아니면 유청아를 죽여서? 하지만 그들은 엄진우에게 답을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무력으로 이치를 따지는 수밖에 없다. 엄진우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지더니 금세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들의 움직임은 마치 번개처럼 빨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의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단도를 들어 급소를 노렸다. “빨라!” 엄진우는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여태 만난 적수 중에서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지존종사급 이상이었다. 젠장! 설마 이 수십 명이 전부 지존종사라는 거야? 장난이지? 강남성 전체를 털어도 지존종사는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들은 모두 같은 부류고, 일반 무도종사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살인이 바로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쿵! 이미 두 명의 검은 옷의 살수가 엄진우에게 살기등등하게 다가왔다. “내 내공을 가둔다고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엄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명왕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쿵
순간, 마치 화산이 폭발할 듯한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내공은 잠시 봉쇄되었지만 몸속에는 여전히 거대한 힘이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엄청난 에너지를 막기는 힘들었다. 일단 그 에너지가 폭발하면 그 파장은 마치 열 개의 수소폭탄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타수들은 위험한 기운을 감지하고 바로 방향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지금 도망가려고? 늦었어. 다들 죽어. 내가 죽어서 너희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익이야!” 위기일발의 순간, 갑자기 검은 방탄 군용 포르쉐 한 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수십 대의 대형 화물차가 사면팔방에서 고속으로 달려오더니 당장에 타수들을 들이받았으며 타수들은 순간 피와 살이 흩어져버렸다. 방탄 포르쉐는 엄진우의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문을 열었다. “엄진우 님, 빨리 타세요.” “누구세요?” 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눈앞의 상황에 일시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누가 이런 큰 판을 짰단 말인가? “오윤하 아가씨께서 보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타세요.” 기사는 아주 다급해 보였다. “오윤하?”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나한테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걸 오윤하가 어떻게 알았지? 설마 여태 나 감시한 건가? 하지만 엄진우는 많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순간, 타수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맨손으로 대형 화물차를 날려버리고 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포르쉐는 군용으로 개조돼 각종 성능이 최고조에 달했고 타수들의 원격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5분도 안 돼 그들은 자동차 불빛조차 볼 수 없었다. 차 안의 엄진우는 이미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오윤하... 대체 뭘 하려고?” 기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착하면 아실 겁니다.” 엄진우는 문뜩 소름이 돋았다. “설마 오윤하 날 납치라도 하는 거야?” 늑대 굴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호랑이 굴
“그리고 전 남자 꼬시는 일만 해봤지 칼은 들어도 못 봤다고요. 근데 그런 짓을 어떻게 해요...” 예정아는 불쾌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예흥찬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뒷길은 가문에서 다 준비했어. 우리 예씨 가문이 창해시에서 꽤 잘나가는 가문인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니 너한텐 절대 문제없을 거야. 네 아버지도 몸이 썩 좋지 않은데 내가 죽으면 예씨 가문의 미래는 어차피 너희 젊은 세대에 달렸어.” 그 말에 예정아는 기분이 잔뜩 좋아졌다. 그 말은 그녀에게도 예씨 가문의 상속권을 준다는 말인가? 밖에 버려졌던 아이라 그녀는 금전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병적인 지경까지 발전한 상태이다. “그래요, 할아버지. 이 예정아 할아버지 손녀로서 예씨 가문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 죽어도 가치 있게 죽을게요.” 그녀는 가슴을 치며 다짐했고 예흥찬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떽, 할아버지가 아끼는 손녀가 죽으면 안 되지. 아무튼 연락 계속하다가 내가 시기를 알려줄 테니 때가 되면 처리해.” “네!” 예씨 가문. 전화를 끊은 예흥찬은 점점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예씨 형제는 잠시 서로 눈치를 보더니 예정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설마 정말 그 물건을 집에 들이실 건 아니죠? 그러다 나중에 유산까지 상속해 주시려고요?” “그럴 리가!” 예흥찬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고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더러운 물건은 우리 예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 없어!” 그제야 두 아들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림의 떡을 주신 거군요.” 그들은 혹시라도 예정아에게 재산이라도 나누어주게 될까 봐 속이 꿈틀했었다. 예흥찬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물건이 예우림을 죽이면 엄진우는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땐 우리는 이 일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잡아떼기만 하면 돼. 그 물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서 처리하면 모든 일은 깔끔하게 해결되지.” 가문에 복귀시켜 준다는 말은 오직 예정아를 속이기 위
상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윤하 대체 무슨 생각인 거죠? 여기가 어디죠?” 엄진우는 속사포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비록 머리가 어지럽지만 오윤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오윤하는 어떻게 엄진우에게 위험이 생겼다는 걸 알았으며 그를 구해준 이유는 무엇이며 왜 그를 여기로 데려왔을까? “여기는 크루즈 위이고 오늘은 아가씨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십니다. 지금 크루즈에서 한창 파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사는 자연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엄진우 님이 있는 이 방은 완전히 방음이 되어있으니 시끄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을 겁니다. 사람을 보내 음식을 보낼 테니 여기서 며칠 푹 쉬세요. 파티가 끝나면 아가씨가 직접 와서 설명해 드릴 겁니다.” 말을 끝낸 상대는 엄진우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떠나버렸다. 엄진우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문 앞에 경호원이 열 명 있네. 날 지켜주는 척하지만 이건 감금이나 다름없어. 오윤하 이 여자, 전에는 날 죽이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나한테 잘해준다고? 이건 함정일 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 없다. 10초 뒤. 입구에 있는 열 명의 경호원은 소리 없이 쓰러졌다. 엄진우는 특별히 경호 복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오윤하의 크루즈는 무려 3층까지 있는데 층마다 적어도 축구장 세 개의 크기였다. 이 규모는 타이태닉호에 뒤지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분위기가 왠지 결혼식 분위기다. 그는 다급히 한 웨이터에게 물었다. “저기, 오늘 아가씨 생일 파티 아닌가요? 왜 결혼식 분위기지?” 그러자 상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새로 온 알바야? 오늘 겹경사라는 거 몰랐어? 아가씨의 생일파티이자 약혼식이잖아!” 엄진우는 깜짝 놀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 약혼식? 누구랑요?” 이 소식은 정보량이 너무
“하지만 뭐? 단추 좀 푼 것 가지고 그릇을 깨뜨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상대는 콧대를 하늘까지 쳐들고 여자에게 듣기 싫은 말을 퍼부어댔다. “나 호스트한테 이르면 넌 바로 끝장이야. 하루 종일 헛수고만 하게 되는 거라고. 알아들어?” 그러자 여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한 채 사과하기 시작했다.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제발요. 제가 사과드릴게요.” 크루즈에서의 일당은 꽤 짭짤했다. 특히 오늘 같은 날, 한 사람이 적어도 200만 원은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녀는 새벽 5시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고 반드시 일당을 받아야 한다. 특히 요 며칠간의 알바 비용까지 전부 합치면 적어도 천만 원은 훨씬 넘는데 지금 여기서 내쫓기면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계약 위반으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기한성, 너 또 여기서 여자 괴롭히고 있었어? 하하하!” 상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재벌들이 다가와 깔깔 웃어댔다. “울지마! 울어도 소용없어. 우리 기한성 도련님이 널 괜찮게 생각해서 떡 좀 치자는 거잖아. 눈치가 아주 꽝이네. 지금 순순히 따라가서 즐겁게 모셔드리면 새 옷도 사줄 거야.” 그 말에 기한성은 상대에게 가볍게 주먹을 날리며 말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어떡해? 좀 데리고 놀라고 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재미가 없어지잖아.” 다른 사람들도 깔깔 웃으며 재밌는 구경거리를 지켜보았다. 여종업원은 벌벌 떨며 말했다. “도련님, 저... 전 단지 알바생이라 이런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전 그런건... 잘 모릅니다!” 그러자 기한성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들어줄 수 없어? 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잘 모르는 건 괜찮아. 내가 천천히 세심하게 가르쳐주도록 하지.” 그러더니 늑대처럼 여자에게 달려들어 여자의 옷을 사정없이 벗기기 시작했다. “꺄아악! 이러지 마세요! 도와주세요!” 여자는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종업원들도 머
“사람이 죽는다! 사람이 죽는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지금의 기한성은 머리는 피범벅이 되어 얼핏 보면 그냥 고깃덩어리와 같아 보는 사람을 구역질 나게 했다. 기한성의 친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저 새끼 대체 누구야?” “차림새로 보았을 때 이 크루즈의 경호원 같은데?” “젠장, 경호원 따귀가 감히 기한성을 저렇게 만들었다고? 기씨 가문이 남산 최고의 명문가라는 걸 몰라서 저러는 거야?” “심지어 남산시 지하 황제 독고준도 기씨 가문에 깍듯하게 대해야 해!” 여종업원 역시 그 모습에 너무 놀라 다급히 엄진우를 잡고 말했다. “은인님, 빨리 가세요. 이러다 기씨 가문 사람들이 몰려오면 은인님은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될 겁니다.” “이 새끼가 먼저 더러운 짓을 했으니 난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생각이에요.” 엄진우는 더없이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소용없어요. 오늘 이 크루즈에 있는 모든 하객은 전부 오윤하 아가씨의 강남성 친구들로 하나같이 명문가 자제들이에요.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 절대 은인님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여자는 잔뜩 겁에 질려 말했다. “그들에겐 공정은 없어요. 오윤하 아가씨의 친구를 저 꼴로 만들었으니 오윤하 아가씨도 굳이 경호원인 은인님 때문에 기씨 가문을 외면하지 않을 거예요.” 엄진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내 방식대로 정의를 지킬 거예요.”“도련님!” 이때 한 무리의 덩치가 큰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안정된 걸음걸이와 무거운 호흡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적어도 무도종사 출신이고 머릿수로 따지자면 대략 5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기씨 가문의 힘이다. 기한성의 비참한 꼴에 그들은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어떤 새끼가 감히 우리 도련님을 이렇게 만들었어?”“저기 저놈이야! 저 비천한 경호원이 기한성을 저렇게 만들었어.” 지원군이 도착하자 기한성의 친구들은 금세 그 오만방자했던 태도를 회복하고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