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님, 하지만 약신 대회를 취소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청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대회는 용국의 수백 년 된 전통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원로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여 저 청용의 이름으로는 어쩌면...” “그렇다면 내 명왕이라는 명의로 해.” 엄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청용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명왕이라는 타이틀은 비록 천하무쌍이지만 용국 의학계는 용국의 독보적인 존재로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서류 하나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뷔젠트의 정보는 나라 안보 기밀에 관한 거라 또 밝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엄진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래서 약신 대회를 막을 수 없다는 거야?” “네!” 청용이 대답했다. 분명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데 그것을 피하지 못한다니. 청용이 계속 말했다. “명왕님, 부상이 나으면 바로 성안과 제경으로 가서 강남 및 국회 각 거물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그분들을 설득하면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됐어.” 엄진우는 손사래를 쳤다. 명왕의 타이들도 소용없다면 청용이 가도 소용없는 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름 뒤, 난 직접 성안으로 갈 거야.” 청용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직접 그 대회에 참석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내가 위험한 곳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야.” 그는 일찍이 뷔젠트의 최고 강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강남성과 외성의 의학 대가들을 만나 그들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용아, 잘 들어. 네가 해야 할 몇 가지 일이 있어. 강남성의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해 줘. 각 세력의 구분과 풍토 인심, 그리고 뷔젠트의 은신처 등등 말이야.” 청용은 엄진우의 말을 머리에 새긴 후 손을 올려 군례를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반드시 임무를 완성하겠습니
천인오쇠 때문에 엄진우는 예씨 가문을 굴복시키고 심지어 예흥찬이 그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체면을 모두 잃어버렸다. 하여 그 순간부터 예흥찬은 거금을 들여가며, 심지어 재산을 탕진해서라도 천인오쇠를 치료할 수 있는 명의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북강에서 온 두 명의 명의를 찾았는데 그들은 모두 묘충 의존의 문하로 현시대 최고의 충의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충요법으로 천인오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예흥찬의 말에 예정국과 예정명은 다급히 축하의 말을 올렸다. 전에 예흥찬은 그들에게 자기가 죽으면 유산은 한 푼도 두 아들에게 주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제 예흥찬이 다시 목숨을 건졌으니 두 아들은 충분히 그의 비위를 맞춰 유언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예정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버지, 이제 우리에겐 약점이 없어요. 그러니 예우림과 엄진우를 제재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빌어먹을 것들이 의기투합하여 회사와 가문의 돈을 전부 끌어갔어요.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해요.” 예씨 가문 사람들은 분개하며 말했다. 그들은 비록 예우림의 권력 쟁탈에 개입할 수 없지만 예우림이 예씨 가문 대부분의 자금을 지성그룹으로 끌어들인 건 그들의 치즈를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건 절대 참을 수 없다. 그러자 예흥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엄진우와 예우림은 갈라져 있으면 괜찮아. 하지만 둘이 일단 손만 잡으면 우리 예씨 가문은 항상 그들에게 패배했어. 그러니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할 방법을 찾는 게 좋겠어.” 이때 예정명이 갑자기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설마 잊으셨어요? 저한테 사생아가 하나 있잖아요. 예정아 말이에요! 올해 스물두 살인데 외모는 정말 끝내줘요. 키 175센티미터에 피부도 희고 다리도 엄청 길어요.” 그러자 예흥찬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승무원과 하룻밤을 즐기고 낳았다던 그 물건 말이야?” 예정명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 비담 컴퍼니는 요새 대대적으로 직원을 모집하고 있어. 비서만 해도 7, 8명이 된다니까? 사람이 많으니 여자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닿기도 하는...” 엄진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고 예우림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근데 이 향수, 지안이가 요즘 잘 뿌리고 다니는 향수야. 설마 다른 여자도 이 향수를 쓴다는 말은 하지 마.” 이 향수는 부분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한정판 향수인데 각 고객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즉 이 향수는 오직 소지안만 가지고 있는 향수라는 뜻이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방면에서 엄진우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대답 안 하네?” 예우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열흘 동안 화장실 청소해!” 엄진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작 열흘이야?” 이치대로라면 예우림은 화를 냈었어야 한다. 근데 왜 이렇게 관대한 거지? “오해하지 마. 지안이가 당신한테 접근하는 걸 난 이미 묵인한 상태야. 당신 같은 바람둥이는 절대 나 한 사람만 보지 않을걸?” 예우림은 턱을 치켜올리고 도도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기보다는 차라리 내 친구와 공유하는 게 나아.” 엄진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역시 유학파 박사라 그런가? 마인드가 아주 와일드하게 오픈되었다. “하지만 오직 지안이만 가능해.” 예우림이 갑자기 말했다. “난 워낙 성격이 차가워서 가끔 당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할 때도 있어. 그리고 지안이는 마침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아이야. 그래서 난 두 사람 사이를 묵인하는 거야.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예우림은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만약 또 다른 여자와 관계가 있다는 걸 나한테 들키기만 한다면, 아주 자그마한 관계라도 난 당신과 헤어질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 말을 끝낸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매서운 한기는 엄진우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엄진우는 잠시
“정 이렇게 나온다면 나에게도 방법이 있지.” 예정아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내 손짓 하나에도 제 정신을 잃는 저질스러운 것들.” 그녀는 바로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어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언니! 드디어 만났네!” 5분 뒤, 예우림은 직접 문을 열고 예정아를 들여보냈는데 예정아의 눈시울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언니,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래. 가문에서는 날 사생아라고 문턱조차 들여보내지 않아! 내 아버지란 사람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한테 아빠 노릇을 한 적 없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지낸 줄 알아? 죽기보다 힘들게 살았어.” 예우림은 다리를 포개고 앉아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는데 보아하니 왠지 그녀를 동정하는 눈빛이다. “일단 진정하고 그만 울어.” 앞에 있는 혈육을 보니 왠지 자기와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 모두 예씨 가문에서 대접도 못 받고 밖에서만 떠돌았다. 단지 예우림은 운이 좋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그녀를 위해 모든 길을 닦아두었지만 예정아는 운이 나빠 비참하게 살아왔다. 하여 예우림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그러자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근데 왜 이제야 찾아온 건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옷차림으로 봤을 때 힘들게 살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차림으로 보았을 때, 엄진우는 바로 업소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엄진우의 예리한 질문에 예정아는 금세 안색이 변하더니 울음소리를 키워 어색함을 감추려고 했다. “언니! 나도 어쩔 수 없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간 거야. 그렇다고 나 쫓아내지 마. 예씨 가문으로 갔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작자는 날 마치 역신처럼 생각하며 언니한테 보내버리더라고. 심지어 돈 한 푼도 주지 않았어! 언니까지 날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 진짜 굶어 죽을 수도 있어.” 그녀의 ‘빈틈없는’ 연기에도 엄진우는 문제점을 한가득 보아냈다. 하지만 상대의 눈물에 예우림은 동정심이 들끓어 머릿속이 잔뜩
“예정아, 어떤 목적으로 여길 왔든 난 반드시 널 막을 거야.”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예우림의 사촌 동생이라 바로 죽여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두 사람이 아무리 한 침대를 쓴다고 해도 불길한 낌새가 보이면 난 제일 먼저 예정아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깊은 밤. 갑자기 옆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자?” 고개를 돌려보니 예정아였다. 그녀는 얇은 시스루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남자들이 이런 요염하고 섹시한 몸매를 보게 되면 아마 입이 바싹 마를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물었다. “뭐라고요?” “형부? 아닌가? 언니 남편이니 당연히 형부라고 불러야지.” 여자는 팔짱을 낀 채 가슴을 모이고 천천히 엄진우에게 다가와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 언니는 운도 좋아. 어떻게 이런 잘생긴 남자를...”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내 말은... 형부라는 호칭은 그쪽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우리 친해요? 왜 반말이죠?” 엄진우는 딱딱한 존댓말로 선을 그었고 예정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내 방엔 왜 들어왔죠? 나가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언니가 주스 좀 가져다주라고 해서...” 예정아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다른 남자에겐 통할 지 모르겠지만 엄진우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다. 명왕에게 여자의 눈물은 가치가 없다. 엄진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 “주스 내려놓고 나가주시죠. 앞으론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발 들이지 마세요. 그러다 내가 실수로 그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 엄진우의 말투에는 매서운 위협이 섞여 있었다. 그의 뜻은 분명하다. 만약 또 이런 무례한 짓을 한다면 그녀는 절대 살아서 여기를 떠날 수 없다
그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예우림은 더 화가 솟구쳤다. “엄진우, 들었어? 정아 지금 심지어 네 편을 들어주고 있어. 그런데도 아니라고 발뺌해? 남자답게 굴면 안 돼?” “내가 분명 말했지? 내 친구는 되지만 다른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엄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예 대표, 나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그러자 예정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언니, 사실 내가 실수로 넘어졌는데 마침 형부 품에 넘어진 것뿐이야. 정말 나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엄진우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기엔 엄진우 대신 해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점점 더 불을 지르고 있었다. 맙소사. 이 여자 이거 연기 대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 말에 예우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내가 장님도 아니고 그게 지금 말이 돼? 넘어져? 넘어졌는데 옷이 이렇게 됐어? 엄진우, 진짜 실망이다! 꺼져! 내 집에서 당장 꺼지라고! 더는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 당신 얼굴 보기도 싫어!” “예 대표...” “꺼져!” 완전히 뚜껑이 열린 예우림 앞에서 엄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에 잠시 판단력을 잃은 그녀에게 설명해 봤자 예정아에게 더 기회를 주는 행동일 수도 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예정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예우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어.” 그러더니 바로 집을 떠나갔다. 멀어져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에 예우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파졌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언니랑 형부 싸우게 됐어.” 예정아는 눈물을 닦으며 예우림을 위로하는 척했다. 예우림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없었더라면 난 저 남자의 본모습을 몰랐을 거야. 이젠 됐다. 나 완전히 마음이 식었
“어떻게...” 그는 바로 주사기를 빼버렸다. 엄진우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지며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주삿바늘에 찍힌 후 그는 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내공이 봉쇄된 셈으로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명왕으로서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 명왕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슥슥슥-- 검은 그림자가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검은 옷과 삿갓으로 무장한 살수들이었다. “너희들 뭐야?” 엄진우는 즉시 그들과 거리를 넓히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엄진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엄진우의 시선에는 상대들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V라는 문신이 들어왔다. “설마... 뷔젠트?” 엄진우는 순식간에 큰 적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뷔젠트에게 찍히게 된 거지? 청용의 병문안을 가서? 아니면 유청아를 죽여서? 하지만 그들은 엄진우에게 답을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무력으로 이치를 따지는 수밖에 없다. 엄진우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지더니 금세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들의 움직임은 마치 번개처럼 빨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의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단도를 들어 급소를 노렸다. “빨라!” 엄진우는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여태 만난 적수 중에서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지존종사급 이상이었다. 젠장! 설마 이 수십 명이 전부 지존종사라는 거야? 장난이지? 강남성 전체를 털어도 지존종사는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들은 모두 같은 부류고, 일반 무도종사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살인이 바로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쿵! 이미 두 명의 검은 옷의 살수가 엄진우에게 살기등등하게 다가왔다. “내 내공을 가둔다고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엄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명왕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쿵
순간, 마치 화산이 폭발할 듯한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내공은 잠시 봉쇄되었지만 몸속에는 여전히 거대한 힘이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엄청난 에너지를 막기는 힘들었다. 일단 그 에너지가 폭발하면 그 파장은 마치 열 개의 수소폭탄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타수들은 위험한 기운을 감지하고 바로 방향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지금 도망가려고? 늦었어. 다들 죽어. 내가 죽어서 너희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익이야!” 위기일발의 순간, 갑자기 검은 방탄 군용 포르쉐 한 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수십 대의 대형 화물차가 사면팔방에서 고속으로 달려오더니 당장에 타수들을 들이받았으며 타수들은 순간 피와 살이 흩어져버렸다. 방탄 포르쉐는 엄진우의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문을 열었다. “엄진우 님, 빨리 타세요.” “누구세요?” 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눈앞의 상황에 일시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누가 이런 큰 판을 짰단 말인가? “오윤하 아가씨께서 보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타세요.” 기사는 아주 다급해 보였다. “오윤하?”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나한테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걸 오윤하가 어떻게 알았지? 설마 여태 나 감시한 건가? 하지만 엄진우는 많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순간, 타수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맨손으로 대형 화물차를 날려버리고 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포르쉐는 군용으로 개조돼 각종 성능이 최고조에 달했고 타수들의 원격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5분도 안 돼 그들은 자동차 불빛조차 볼 수 없었다. 차 안의 엄진우는 이미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오윤하... 대체 뭘 하려고?” 기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착하면 아실 겁니다.” 엄진우는 문뜩 소름이 돋았다. “설마 오윤하 날 납치라도 하는 거야?” 늑대 굴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호랑이 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