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오쇠 때문에 엄진우는 예씨 가문을 굴복시키고 심지어 예흥찬이 그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체면을 모두 잃어버렸다. 하여 그 순간부터 예흥찬은 거금을 들여가며, 심지어 재산을 탕진해서라도 천인오쇠를 치료할 수 있는 명의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북강에서 온 두 명의 명의를 찾았는데 그들은 모두 묘충 의존의 문하로 현시대 최고의 충의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충요법으로 천인오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예흥찬의 말에 예정국과 예정명은 다급히 축하의 말을 올렸다. 전에 예흥찬은 그들에게 자기가 죽으면 유산은 한 푼도 두 아들에게 주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제 예흥찬이 다시 목숨을 건졌으니 두 아들은 충분히 그의 비위를 맞춰 유언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예정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버지, 이제 우리에겐 약점이 없어요. 그러니 예우림과 엄진우를 제재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빌어먹을 것들이 의기투합하여 회사와 가문의 돈을 전부 끌어갔어요.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해요.” 예씨 가문 사람들은 분개하며 말했다. 그들은 비록 예우림의 권력 쟁탈에 개입할 수 없지만 예우림이 예씨 가문 대부분의 자금을 지성그룹으로 끌어들인 건 그들의 치즈를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건 절대 참을 수 없다. 그러자 예흥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엄진우와 예우림은 갈라져 있으면 괜찮아. 하지만 둘이 일단 손만 잡으면 우리 예씨 가문은 항상 그들에게 패배했어. 그러니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할 방법을 찾는 게 좋겠어.” 이때 예정명이 갑자기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설마 잊으셨어요? 저한테 사생아가 하나 있잖아요. 예정아 말이에요! 올해 스물두 살인데 외모는 정말 끝내줘요. 키 175센티미터에 피부도 희고 다리도 엄청 길어요.” 그러자 예흥찬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승무원과 하룻밤을 즐기고 낳았다던 그 물건 말이야?” 예정명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 비담 컴퍼니는 요새 대대적으로 직원을 모집하고 있어. 비서만 해도 7, 8명이 된다니까? 사람이 많으니 여자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닿기도 하는...” 엄진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고 예우림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근데 이 향수, 지안이가 요즘 잘 뿌리고 다니는 향수야. 설마 다른 여자도 이 향수를 쓴다는 말은 하지 마.” 이 향수는 부분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한정판 향수인데 각 고객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즉 이 향수는 오직 소지안만 가지고 있는 향수라는 뜻이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방면에서 엄진우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대답 안 하네?” 예우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열흘 동안 화장실 청소해!” 엄진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작 열흘이야?” 이치대로라면 예우림은 화를 냈었어야 한다. 근데 왜 이렇게 관대한 거지? “오해하지 마. 지안이가 당신한테 접근하는 걸 난 이미 묵인한 상태야. 당신 같은 바람둥이는 절대 나 한 사람만 보지 않을걸?” 예우림은 턱을 치켜올리고 도도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기보다는 차라리 내 친구와 공유하는 게 나아.” 엄진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역시 유학파 박사라 그런가? 마인드가 아주 와일드하게 오픈되었다. “하지만 오직 지안이만 가능해.” 예우림이 갑자기 말했다. “난 워낙 성격이 차가워서 가끔 당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할 때도 있어. 그리고 지안이는 마침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아이야. 그래서 난 두 사람 사이를 묵인하는 거야.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예우림은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만약 또 다른 여자와 관계가 있다는 걸 나한테 들키기만 한다면, 아주 자그마한 관계라도 난 당신과 헤어질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 말을 끝낸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매서운 한기는 엄진우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엄진우는 잠시
“정 이렇게 나온다면 나에게도 방법이 있지.” 예정아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내 손짓 하나에도 제 정신을 잃는 저질스러운 것들.” 그녀는 바로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어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언니! 드디어 만났네!” 5분 뒤, 예우림은 직접 문을 열고 예정아를 들여보냈는데 예정아의 눈시울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언니,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래. 가문에서는 날 사생아라고 문턱조차 들여보내지 않아! 내 아버지란 사람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한테 아빠 노릇을 한 적 없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지낸 줄 알아? 죽기보다 힘들게 살았어.” 예우림은 다리를 포개고 앉아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는데 보아하니 왠지 그녀를 동정하는 눈빛이다. “일단 진정하고 그만 울어.” 앞에 있는 혈육을 보니 왠지 자기와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 모두 예씨 가문에서 대접도 못 받고 밖에서만 떠돌았다. 단지 예우림은 운이 좋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그녀를 위해 모든 길을 닦아두었지만 예정아는 운이 나빠 비참하게 살아왔다. 하여 예우림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그러자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근데 왜 이제야 찾아온 건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옷차림으로 봤을 때 힘들게 살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차림으로 보았을 때, 엄진우는 바로 업소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엄진우의 예리한 질문에 예정아는 금세 안색이 변하더니 울음소리를 키워 어색함을 감추려고 했다. “언니! 나도 어쩔 수 없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간 거야. 그렇다고 나 쫓아내지 마. 예씨 가문으로 갔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작자는 날 마치 역신처럼 생각하며 언니한테 보내버리더라고. 심지어 돈 한 푼도 주지 않았어! 언니까지 날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 진짜 굶어 죽을 수도 있어.” 그녀의 ‘빈틈없는’ 연기에도 엄진우는 문제점을 한가득 보아냈다. 하지만 상대의 눈물에 예우림은 동정심이 들끓어 머릿속이 잔뜩
“예정아, 어떤 목적으로 여길 왔든 난 반드시 널 막을 거야.”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예우림의 사촌 동생이라 바로 죽여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두 사람이 아무리 한 침대를 쓴다고 해도 불길한 낌새가 보이면 난 제일 먼저 예정아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깊은 밤. 갑자기 옆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자?” 고개를 돌려보니 예정아였다. 그녀는 얇은 시스루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남자들이 이런 요염하고 섹시한 몸매를 보게 되면 아마 입이 바싹 마를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물었다. “뭐라고요?” “형부? 아닌가? 언니 남편이니 당연히 형부라고 불러야지.” 여자는 팔짱을 낀 채 가슴을 모이고 천천히 엄진우에게 다가와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 언니는 운도 좋아. 어떻게 이런 잘생긴 남자를...”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내 말은... 형부라는 호칭은 그쪽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우리 친해요? 왜 반말이죠?” 엄진우는 딱딱한 존댓말로 선을 그었고 예정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내 방엔 왜 들어왔죠? 나가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언니가 주스 좀 가져다주라고 해서...” 예정아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다른 남자에겐 통할 지 모르겠지만 엄진우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다. 명왕에게 여자의 눈물은 가치가 없다. 엄진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 “주스 내려놓고 나가주시죠. 앞으론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발 들이지 마세요. 그러다 내가 실수로 그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 엄진우의 말투에는 매서운 위협이 섞여 있었다. 그의 뜻은 분명하다. 만약 또 이런 무례한 짓을 한다면 그녀는 절대 살아서 여기를 떠날 수 없다
그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예우림은 더 화가 솟구쳤다. “엄진우, 들었어? 정아 지금 심지어 네 편을 들어주고 있어. 그런데도 아니라고 발뺌해? 남자답게 굴면 안 돼?” “내가 분명 말했지? 내 친구는 되지만 다른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엄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예 대표, 나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그러자 예정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언니, 사실 내가 실수로 넘어졌는데 마침 형부 품에 넘어진 것뿐이야. 정말 나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엄진우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기엔 엄진우 대신 해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점점 더 불을 지르고 있었다. 맙소사. 이 여자 이거 연기 대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 말에 예우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내가 장님도 아니고 그게 지금 말이 돼? 넘어져? 넘어졌는데 옷이 이렇게 됐어? 엄진우, 진짜 실망이다! 꺼져! 내 집에서 당장 꺼지라고! 더는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 당신 얼굴 보기도 싫어!” “예 대표...” “꺼져!” 완전히 뚜껑이 열린 예우림 앞에서 엄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에 잠시 판단력을 잃은 그녀에게 설명해 봤자 예정아에게 더 기회를 주는 행동일 수도 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예정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예우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어.” 그러더니 바로 집을 떠나갔다. 멀어져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에 예우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파졌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언니랑 형부 싸우게 됐어.” 예정아는 눈물을 닦으며 예우림을 위로하는 척했다. 예우림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없었더라면 난 저 남자의 본모습을 몰랐을 거야. 이젠 됐다. 나 완전히 마음이 식었
“어떻게...” 그는 바로 주사기를 빼버렸다. 엄진우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지며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주삿바늘에 찍힌 후 그는 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내공이 봉쇄된 셈으로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명왕으로서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 명왕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슥슥슥-- 검은 그림자가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검은 옷과 삿갓으로 무장한 살수들이었다. “너희들 뭐야?” 엄진우는 즉시 그들과 거리를 넓히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엄진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엄진우의 시선에는 상대들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V라는 문신이 들어왔다. “설마... 뷔젠트?” 엄진우는 순식간에 큰 적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뷔젠트에게 찍히게 된 거지? 청용의 병문안을 가서? 아니면 유청아를 죽여서? 하지만 그들은 엄진우에게 답을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무력으로 이치를 따지는 수밖에 없다. 엄진우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지더니 금세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들의 움직임은 마치 번개처럼 빨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의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단도를 들어 급소를 노렸다. “빨라!” 엄진우는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여태 만난 적수 중에서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지존종사급 이상이었다. 젠장! 설마 이 수십 명이 전부 지존종사라는 거야? 장난이지? 강남성 전체를 털어도 지존종사는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들은 모두 같은 부류고, 일반 무도종사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살인이 바로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쿵! 이미 두 명의 검은 옷의 살수가 엄진우에게 살기등등하게 다가왔다. “내 내공을 가둔다고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엄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명왕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쿵
순간, 마치 화산이 폭발할 듯한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내공은 잠시 봉쇄되었지만 몸속에는 여전히 거대한 힘이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엄청난 에너지를 막기는 힘들었다. 일단 그 에너지가 폭발하면 그 파장은 마치 열 개의 수소폭탄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타수들은 위험한 기운을 감지하고 바로 방향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지금 도망가려고? 늦었어. 다들 죽어. 내가 죽어서 너희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익이야!” 위기일발의 순간, 갑자기 검은 방탄 군용 포르쉐 한 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수십 대의 대형 화물차가 사면팔방에서 고속으로 달려오더니 당장에 타수들을 들이받았으며 타수들은 순간 피와 살이 흩어져버렸다. 방탄 포르쉐는 엄진우의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문을 열었다. “엄진우 님, 빨리 타세요.” “누구세요?” 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눈앞의 상황에 일시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누가 이런 큰 판을 짰단 말인가? “오윤하 아가씨께서 보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타세요.” 기사는 아주 다급해 보였다. “오윤하?”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나한테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걸 오윤하가 어떻게 알았지? 설마 여태 나 감시한 건가? 하지만 엄진우는 많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순간, 타수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맨손으로 대형 화물차를 날려버리고 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포르쉐는 군용으로 개조돼 각종 성능이 최고조에 달했고 타수들의 원격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5분도 안 돼 그들은 자동차 불빛조차 볼 수 없었다. 차 안의 엄진우는 이미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오윤하... 대체 뭘 하려고?” 기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착하면 아실 겁니다.” 엄진우는 문뜩 소름이 돋았다. “설마 오윤하 날 납치라도 하는 거야?” 늑대 굴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호랑이 굴
“그리고 전 남자 꼬시는 일만 해봤지 칼은 들어도 못 봤다고요. 근데 그런 짓을 어떻게 해요...” 예정아는 불쾌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예흥찬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뒷길은 가문에서 다 준비했어. 우리 예씨 가문이 창해시에서 꽤 잘나가는 가문인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니 너한텐 절대 문제없을 거야. 네 아버지도 몸이 썩 좋지 않은데 내가 죽으면 예씨 가문의 미래는 어차피 너희 젊은 세대에 달렸어.” 그 말에 예정아는 기분이 잔뜩 좋아졌다. 그 말은 그녀에게도 예씨 가문의 상속권을 준다는 말인가? 밖에 버려졌던 아이라 그녀는 금전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병적인 지경까지 발전한 상태이다. “그래요, 할아버지. 이 예정아 할아버지 손녀로서 예씨 가문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 죽어도 가치 있게 죽을게요.” 그녀는 가슴을 치며 다짐했고 예흥찬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떽, 할아버지가 아끼는 손녀가 죽으면 안 되지. 아무튼 연락 계속하다가 내가 시기를 알려줄 테니 때가 되면 처리해.” “네!” 예씨 가문. 전화를 끊은 예흥찬은 점점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예씨 형제는 잠시 서로 눈치를 보더니 예정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설마 정말 그 물건을 집에 들이실 건 아니죠? 그러다 나중에 유산까지 상속해 주시려고요?” “그럴 리가!” 예흥찬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고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더러운 물건은 우리 예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 없어!” 그제야 두 아들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림의 떡을 주신 거군요.” 그들은 혹시라도 예정아에게 재산이라도 나누어주게 될까 봐 속이 꿈틀했었다. 예흥찬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물건이 예우림을 죽이면 엄진우는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땐 우리는 이 일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잡아떼기만 하면 돼. 그 물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서 처리하면 모든 일은 깔끔하게 해결되지.” 가문에 복귀시켜 준다는 말은 오직 예정아를 속이기 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