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481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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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저녁 식사는 다소 침묵 속에 진행되었고 유일하게 기뻐하는 사람은 자두뿐이었다. 서준혁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유식을 만들었다. 자두는 서준혁이 만든 이유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 적극적으로 먹었다. 그는 신유리를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사실 그렇게 서둘러 이사할 필요 없어. 나도 요즘 여기서 지낼 거야.” 신유리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남의 집에서 지내는 게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서준혁은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자두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박지훈이 자두가 이유식을 좀 더 먹는 게 좋다고 했어, 그리고 자두도 내가 만든 걸 좋아하고.”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당연히 자두가 서준혁이 만들어준 이유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두를 데리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습관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만약 자두가 서준혁의 존재에 익숙해진다면 그때 가서 자두를 데리고 가는 게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도우미를 다시 찾는 중이야, 요즘 자두 달 돌봐줘서 고마워.”“신연과 계약을 체결해서 그때면 일이 많아질 것 같아. 여기 지내는 게 더 편할 거야.”“일은 회사에서 처리할 거야.”신유리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 “다 먹었어. 이만 일어날게.”거절의 뜻은 명확했다. 서준혁은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두에게 주의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자두는 입을 크게 벌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나머지 마음이 녹아내렸다. 신유리는 자두의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일찍이 스스로 밥을 먹도록 했다. 그래서 자두는 자신의 자그마한 숟가락으로 애써 먹었다. 자두는 서준혁의 시선을 느끼고 움직임을 멈추더니 서준혁을 향해 웃었다. 서준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분명 그는 자두의 성장과 함께해야 하는데 그녀의 탄생조차 환영하지 못했으니. 식사 후, 신유리는 떠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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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우서진과 통화를 마치고 서준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테라스 밖의 리시안셔스를 바라보았다. 집을 처음 구입할 때 그는 이 리시안셔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유리가 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가까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준혁은 이 집을 구입하자마자 꽃가루 방지 구조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는 신유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녀는 꽃을 좋아하지 그를 좋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서준혁의 싸늘한 눈매에 서서히 절망의 빛이 번진 채 리시안셔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리시안셔스의 꽃말도 신유리가 전에 알려준 것이다. 진실한 사랑. 서준혁은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눈을 감았다. 그는 손목으로 눈을 가린 채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진실한 사랑? 신유리를 속이려 했던 순간부터 그는 이미 진실을 논할 자격을 잃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그를 믿지 않았고 그를 떠난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사탕을 받을 수 없다. 벌을 받을 뿐이다. 어릴 때부터 배운 교훈이기도 하다. 서준혁은 소파에 앉은 채 거실에 있던 핸드폰이 울릴 때까지 깊은 침묵 속에 빠졌다. 하정숙이 전화를 걸어왔다. 서창범의 사건이 끝나고 서준혁이 이곳에 온 후로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한 적이 없었다. 하정숙이 먼저 그를 찾지 않았고 그 역시 하정숙과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둘은 모자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었다. 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로 하정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성남으로 돌아올 거니?”그녀의 말투에는 질책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네가 해외로 나간 이유를 모를 줄 알아? 서준혁,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하씨 가문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세요?”하정숙은 이미 하씨 가문으로 돌아갔고 지금도 살고 있었다. 서준혁의 말투는 더없이 차가웠다.“하씨 가문에서 또 뭘 원하는 거죠?”하정숙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씨 가문에서 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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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이신은 신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일에 대해 몇 마디 얘기를 나눴다. 김가영과 계약을 체결하고 남주시 쪽의 작업 진행 상황을 전했다. 그러고 나서 사적인 질문을 했다. “서준혁이 그쪽에 있다며?” 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사실 이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 이신이 서준혁에 대해 물어볼 때면 더욱 난처했다. 그러나 굳이 이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이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응, 요즘 신연과 계약하고 있어서.”“그래서 너를 찾아갔네.”그는 물음이 아닌 확신을 했다. 신유리는 부인하지 않았다. 침묵은 최선의 응답이었다. 이신도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꺼냈다. “전에 네가 사는 동네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그게… 서준혁이 있어서?”이신은 전에 신유리가 걱정되어 보러 오겠다고 하자 그녀가 단칼에 거절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신유리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채 이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그녀는 이제 곧 서른이고 순수했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이신이 전에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것에 대해 감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로 집 안을 바라보았다. 마침 자두는 서준혁과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자두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비록 아직도 어리지만 이목구비는 서준혁과 정말 많이 닮았다. 특히 둘이 함께 앉아 있을 때면 더욱 선명했다. 누구나 그들이 부녀 사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때때로 신유리는 혈연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전화 너머로 이신은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결국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이신은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야, 너한테 좋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신유리는 그의 말투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내 잘못이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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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신유리는 그림자를 보더니 발걸음을 멈췄다. 신유리는 회사를 나올 때부터 눈치챘다. 그녀는 기억력이 좋아서 그가 입고 있던 옷 색깔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며칠 전 소란을 일으킨 스토커 사건 때문에 신유리는 경계심이 매우 강해져 있었다. “뭔 일 있어?”서준혁은 이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신유리는 다시 유리 진열장을 보자 그 그림자는 이미 뒤쪽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신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서준혁의 시선 끝에는 작은 디저트 가게가 있었다. 진열대에 놓인 디저트는 작고 정교했으며 보기만 해도 달콤해 보였다. 그는 신유리를 보며 물었다.“하나 사 갈래?”신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당분 섭취를 엄격히 신경 썼고 디저트를 거의 먹지 않았다. 서준혁도 마찬가지로 단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별로 설득하지 않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유리보다 더 엄격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하정숙과 서창범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규칙은 그대로 따랐다. 재벌가에서 자란 그는 재료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준혁은 디저트에 별로 관심이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다만 집 앞에서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만났다. 우서진은 담배를 입에 물고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었다. 신유리의 가사 도우미는 얼굴에 경계심이 가득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신유리와 서준혁이 돌아온 것을 보고서야 가사 도우미는 안심하며 말했다. “사모님, 이분께서 사모님의 친구라고 자칭하셨지만 사모님의 확인을 받지 못해서 열어드리지 않았어요.”신유리는 계약을 체결할 때 이미 도우미에게 지인들이 방문할 때는 미리 알려줄 테니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었다. 신유리는 우서진을 보고 별로 반가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가 아직 인사를 하기도 전에 우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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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서준혁은 평소처럼 신유리를 데리러 왔다. 오늘 날씨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후텁지근해서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서준혁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장다혜가 회사에서 나오며 문 앞에 서 있는 그를 보더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준혁 씨? 아직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유리 씨는 이미 집에 갔을 텐데.”서준혁은 물었다. “집에 갔다고요?” “오후에 고객을 만나러 갔다가 아직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마도 그쪽에서 바로 집으로 갔을 거예요.” 서준혁의 미간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신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준혁의 마음은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 신유리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일은 없었지만 전화를 걸면 항상 받곤 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유리가 회사에 있을 때 서준혁이 자두를 돌보았기 때문에 그녀는 자두가 걱정되어서라도 전화를 받았다. 신유리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사 도우미는 야근하지 않고 매일 밤 퇴근했다. 서준혁이 도착하자 그녀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미 퇴근 시간이 30분이나 지났어요. 야근 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서준혁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리는요? 유리가 돌아왔나요?” “아니요. 사모님이 돌아왔다면 제가 야근을 하지 않았겠죠.” 서준혁의 마음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밖은 이미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 어둡고 무서웠다. 그는 마음속의 초조함을 애써 억누르며 장다혜에게 연락해 신유리가 만나기로 했던 고객에게 신유리와 함께 있는지 물어보도록 했다. 곧바로 장다혜의 답장이 왔다. “제이와이에게 물어봤더니 유리 씨가 만나러 오지 않았대요. 유리 씨가 약속을 어겨서 화가 많이 나 있어요.”신유리가 평소에 얼마나 신중한 사람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고 이렇게 무책임한 상황이 생길 수 없었기 때문에 장다혜도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녀가 다시 물어보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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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오담윤의 눈에 비친 광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신유리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서준혁을 찾으려고 이러는 거예요?”오담윤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냥 서준혁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어차피 날 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신유리는 마음속으로 두려웠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절 이용해 서준혁을 협박하려는 거라면 소용없어요. 전 이미 서준혁과 아무 관계도 없는 데다 그 집안에서도 저를 싫어하잖아요.” 그녀는 오담윤을 설득하려 애썼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유리 씨, 너무 재미없다. 만약 서준혁이 유리 씨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내가 이렇게 애를 쓰면서까지 여기로 데려왔겠어?” “다만 유리 씨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봐?”오담윤은 생각에 잠겼다.“내가 보기에도 너무 안타깝잖아. 서준혁은 당신을 위해서 서창범까지 놓아주지 않았는데 유리 씨는 결국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았다니.” “유리 씨, 정말 나쁜 여자야.” 신유리는 오담윤의 말을 들으면서도 주위를 살펴보려 애썼다. 문 앞의 자동차 헤드라이트만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고 신유리는 야맹증 때문에 먼 곳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여기가 창고인 것 같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상황을 봐서는 신유리가 실종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텐데 사람들이 그녀의 실종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유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담윤은 그녀 앞에서 재밌다는 듯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잠시 후에야 그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유리 씨, 지금 서준혁과의 관계를 해명하기보다는 빨리 당신을 찾길 기도하는 게 더 좋겠어.”오담윤은 말을 마치고 일어서며 신유리를 훑어보더니 입가에 조롱의 미소를 지었다. 대문이 닫히면서 주위를 비추고 있던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변은 다시 조용해졌고 비바람과 가끔 천둥소리만 들려왔다. 신유리는 온몸이 굳어버린 채 움직이거나 뒤로 기울이는 것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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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서준혁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사실 차분하게 대처하기도 어려웠다.오담윤이 신유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그녀가 오담윤 같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넘길 수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는 오직 빨리 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신유리를 빨리 찾아야 했다.우서진은 서준혁의 팔을 잡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들은 어느 정도 경계심이 있었고 사실 납치 같은 일들도 그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났다.하지만 서준혁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는 순간 우서진은 깜짝 놀란 채 하려던 말을 되레 삼켰다.서준혁은 아직도 비에 젖은 옷을 입은 채 온 밤 자지 못한 상태라 더욱 피곤해 보였다. 우서진은 서준혁이 이렇게 지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자신의 친부와 법정에서 맞서는 순간에도 서준혁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우서진은 본능적으로 손을 풀었고 서준혁은 이내 집을 나섰다.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리면서 우서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욕을 삼켰다.밖은 이미 해가 밝았고 창고의 문이 다시 열리며 오담윤이 여유롭게 들어왔다. 그는 신유리의 움츠러든 모습을 보더니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유리 씨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지 못했네. 당신이 이렇게 겁이 많을 줄 몰랐어.”신유리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땀범벅이었으며 머리카락은 이마에 붙은 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사실 새벽에 오담윤이 들어왔을 때 신유리는 이미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혼자 있는 것은 심리적으로 무너질 위험이 컸다.신유리는 본래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라 이런 상황에서도 입술을 꽉 물며 버텼다.마치 목구멍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오담윤은 신유리에게 물 한 병을 건네줬다.드디어 빛을 보게 된 신유리는 오담윤을 보며 물었다.“얼마나 더 가둘 거죠?”오담윤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유리 씨, 어두운 걸 무서워했어?”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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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신유리 씨, 제가 예전에 서 대표님께서 신유리 씨한테 감정이 많이 깊어 보인다는 말 기억나십니까?” 오담윤의 목소리는 그 공간을 꽉 채웠다. 신유리는 가슴이 철렁해져서 무슨 대답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오랜 시간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기에 입술이 말라 터져 너무 힘이 들었다.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은 신유리의 얼굴에 마구 엉켜 붙어있었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더 지저분해보였다. 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고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오담윤의 손은 이미 독을 가득 품은 한 마리의 뱀 마냥 그녀의 뒷목을 꽉 잡고 있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유리는 여전히 말 한마디 입 밖으로 내뱉지를 못했다. “오담윤!” 서준혁은 많이 일그러진 얼굴로 오담윤과 신유리가 서있는 방향을 보았고 이내 이빨을 꽉 깨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네가 원하는게 있으면 내가 다 해주겠다고.” “원하는거 다 해준다고?” 오담윤은 서준혁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계속 물었다. “내가 만약 화인의 주식을 가지겠다고 하면 줄 건가?”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화인의 주식과 돈을 다 나한테 넘기고 너보고 꺼지라고 해도 들어줄 거야?” 그는 서준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물었다. 오담윤은 여전히 왜 서창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서준혁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지, 왜 저렇게 잘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질투가 심하게 났고 굴복하지 못했다. [왜 나는 도둑놈처럼 뒤에 숨어서 바라보기만 해야 돼?]  설아는 늘 오담윤에게 서창범의 마음만 자신한테 있으면 된다고 알려주었지만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좋지 않았다. 결과는 오담윤의 어머니로 하여금 전혀 중요치 않은 그 사람과 일들 때문에 스스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게 만들었고 오담윤은 평생 사생아라는 호칭을 달고 살아야했다. [도대체 왜?] 특히 오담윤이 힘겹게 화인에 입사한 뒤로 서준혁을 마주칠 때마다 모든 것을 다 그에게 양보하고 물러서야 했다. 원인은 회사 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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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오담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신유리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 앞에 꿇어주시죠? 서 씨 가문에서 저랑 제 어머니에게 사과하는 셈 치게.” 옥상에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 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서준혁을 오담윤은 묵묵히 쳐다봤다. 신유리는 점점 더 커지는 눈으로 오담윤과 서준혁을 번갈아보았고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보며 입을 열려고 뻐끔거렸지만 목이 막혀 소리가 안 나왔고 눈에는 불안함과 공포감이 휩싸여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서준혁을 보며 오담윤은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주식까지 다 줄 수 있으면서 이렇게 작은 요구도 못 들어주십니까?” 오담윤은 더는 자신의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서준혁을 농락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는 서씨 가문 사람들 중 한명이 자신에게 꿇는 것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끓게 하고 싶었다. 오담윤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서씨 가문 사람들이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준혁, 나를 탓하지는 마. 탓하려면 서창범이 네 아빠라는 일을 탓해, 그 사람이 우리 엄마랑 결혼한 일을 탓하라고.” 오담윤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안 그랬으면 우리 엄마도 그리 허망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거니까.” 오담윤의 목소리는 급격하게 떨려왔다.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서창범이 자신을 보러 와주기를 바랬어, 왜인 줄 알아?” 그는 마치 고통스러운 일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표정이 일그러졌고 힘겨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 뛰어내린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뒤로 매일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드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에는 큰 산처럼 크고 든든했던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고 믿었던 아버지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존재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서준혁에게 알려줬다. “네 어머니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내 엄마를 조롱하고 짓밟아버렸기 때문이야.” 가련하고 불쌍한 그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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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경찰은 생각보다 더 빨리 도착했고 오담윤은 마치 자신의 최후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경찰이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기를 기다렸다. 오담윤은 경찰들과 함께 떠나기 전 서준혁과 신유리의 옆을 지나치며 크게 소리내 웃더니 말했다. “서 씨 가문이 도대체 얼마나 고귀한데? 서창범 그 인간은 실패자야, 너도 마찬가지고.” 그의 웃음소리는 복수를 마쳤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약간의 쓸쓸함으로 물들어져 있었지만 그 속에 서씨 가문에 대한 원한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오담윤과 대치하던 옥상은 페기 된 공장이라 유리 조각들과 딱딱한 돌덩이 같은 물건이 땅 바닥에 가득했고 서준혁은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다. 서준혁이 신유리를 꼭 끌어안고 구른 그 몇 바퀴 때문에 그의 등 뒤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생겼다. 게다가 쇠 못 같은 물건이 그의 등에 박혀 서준혁은 많은 피를 흘려버렸다. 신유리는 그때 자신이 서준혁을 부를 때 그의 창백한 안색과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신유리 씨도 상처 치료하러 가시죠, 안 그러면 준혁이가 수술 마치자마자 또 찾아갈 거니까.” 우서진은 신유리에게 슬쩍 말을 걸었고 그 목소리에 신유리는 이내 정신이 들었다. 코끝에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맴돌았고 신유리는 멍하니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비록 서준혁이 신유리를 열심히 보호했다고 하더라로 그 위험한 공장에서 단 하나의 상처가 없는 것은 말이 안됐다. 신유리는 당시에 오담윤에 의해 손목이 끈으로 묶여있던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온 몸에 흙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손목은 피부가 다 까져 벌겋게 부은 신유리의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 마를 대로 말라버린 입술과 여전히 아픈 목을 하고 우서진에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경찰은 우서진의 신고로 의해 도착했던 것이고 서준혁에게서 떠난 그는 바로 신고를 하고는 서준혁과 연락을 취해 경찰차 뒤에서 열심히 뒤를 따랐다. 우서진은 그녀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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