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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오담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신유리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 앞에 꿇어주시죠? 서 씨 가문에서 저랑 제 어머니에게 사과하는 셈 치게.”

옥상에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 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서준혁을 오담윤은 묵묵히 쳐다봤다.

신유리는 점점 더 커지는 눈으로 오담윤과 서준혁을 번갈아보았고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보며 입을 열려고 뻐끔거렸지만 목이 막혀 소리가 안 나왔고 눈에는 불안함과 공포감이 휩싸여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서준혁을 보며 오담윤은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주식까지 다 줄 수 있으면서 이렇게 작은 요구도 못 들어주십니까?”

오담윤은 더는 자신의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서준혁을 농락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는 서씨 가문 사람들 중 한명이 자신에게 꿇는 것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끓게 하고 싶었다.

오담윤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서씨 가문 사람들이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준혁, 나를 탓하지는 마. 탓하려면 서창범이 네 아빠라는 일을 탓해, 그 사람이 우리 엄마랑 결혼한 일을 탓하라고.”

오담윤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안 그랬으면 우리 엄마도 그리 허망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거니까.”

오담윤의 목소리는 급격하게 떨려왔다.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서창범이 자신을 보러 와주기를 바랬어, 왜인 줄 알아?”

그는 마치 고통스러운 일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표정이 일그러졌고 힘겨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 뛰어내린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뒤로 매일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드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에는 큰 산처럼 크고 든든했던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고 믿었던 아버지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존재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서준혁에게 알려줬다.

“네 어머니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내 엄마를 조롱하고 짓밟아버렸기 때문이야.”

가련하고 불쌍한 그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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