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 씨, 제가 예전에 서 대표님께서 신유리 씨한테 감정이 많이 깊어 보인다는 말 기억나십니까?” 오담윤의 목소리는 그 공간을 꽉 채웠다. 신유리는 가슴이 철렁해져서 무슨 대답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오랜 시간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기에 입술이 말라 터져 너무 힘이 들었다.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은 신유리의 얼굴에 마구 엉켜 붙어있었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더 지저분해보였다. 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고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오담윤의 손은 이미 독을 가득 품은 한 마리의 뱀 마냥 그녀의 뒷목을 꽉 잡고 있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유리는 여전히 말 한마디 입 밖으로 내뱉지를 못했다. “오담윤!” 서준혁은 많이 일그러진 얼굴로 오담윤과 신유리가 서있는 방향을 보았고 이내 이빨을 꽉 깨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네가 원하는게 있으면 내가 다 해주겠다고.” “원하는거 다 해준다고?” 오담윤은 서준혁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계속 물었다. “내가 만약 화인의 주식을 가지겠다고 하면 줄 건가?”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화인의 주식과 돈을 다 나한테 넘기고 너보고 꺼지라고 해도 들어줄 거야?” 그는 서준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물었다. 오담윤은 여전히 왜 서창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서준혁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지, 왜 저렇게 잘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질투가 심하게 났고 굴복하지 못했다. [왜 나는 도둑놈처럼 뒤에 숨어서 바라보기만 해야 돼?] 설아는 늘 오담윤에게 서창범의 마음만 자신한테 있으면 된다고 알려주었지만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좋지 않았다. 결과는 오담윤의 어머니로 하여금 전혀 중요치 않은 그 사람과 일들 때문에 스스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게 만들었고 오담윤은 평생 사생아라는 호칭을 달고 살아야했다. [도대체 왜?] 특히 오담윤이 힘겹게 화인에 입사한 뒤로 서준혁을 마주칠 때마다 모든 것을 다 그에게 양보하고 물러서야 했다. 원인은 회사 내의
오담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신유리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 앞에 꿇어주시죠? 서 씨 가문에서 저랑 제 어머니에게 사과하는 셈 치게.” 옥상에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 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서준혁을 오담윤은 묵묵히 쳐다봤다. 신유리는 점점 더 커지는 눈으로 오담윤과 서준혁을 번갈아보았고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보며 입을 열려고 뻐끔거렸지만 목이 막혀 소리가 안 나왔고 눈에는 불안함과 공포감이 휩싸여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서준혁을 보며 오담윤은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주식까지 다 줄 수 있으면서 이렇게 작은 요구도 못 들어주십니까?” 오담윤은 더는 자신의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서준혁을 농락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는 서씨 가문 사람들 중 한명이 자신에게 꿇는 것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끓게 하고 싶었다. 오담윤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서씨 가문 사람들이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준혁, 나를 탓하지는 마. 탓하려면 서창범이 네 아빠라는 일을 탓해, 그 사람이 우리 엄마랑 결혼한 일을 탓하라고.” 오담윤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안 그랬으면 우리 엄마도 그리 허망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거니까.” 오담윤의 목소리는 급격하게 떨려왔다.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서창범이 자신을 보러 와주기를 바랬어, 왜인 줄 알아?” 그는 마치 고통스러운 일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표정이 일그러졌고 힘겨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 뛰어내린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뒤로 매일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드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에는 큰 산처럼 크고 든든했던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고 믿었던 아버지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존재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서준혁에게 알려줬다. “네 어머니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내 엄마를 조롱하고 짓밟아버렸기 때문이야.” 가련하고 불쌍한 그 여자는
경찰은 생각보다 더 빨리 도착했고 오담윤은 마치 자신의 최후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경찰이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기를 기다렸다. 오담윤은 경찰들과 함께 떠나기 전 서준혁과 신유리의 옆을 지나치며 크게 소리내 웃더니 말했다. “서 씨 가문이 도대체 얼마나 고귀한데? 서창범 그 인간은 실패자야, 너도 마찬가지고.” 그의 웃음소리는 복수를 마쳤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약간의 쓸쓸함으로 물들어져 있었지만 그 속에 서씨 가문에 대한 원한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오담윤과 대치하던 옥상은 페기 된 공장이라 유리 조각들과 딱딱한 돌덩이 같은 물건이 땅 바닥에 가득했고 서준혁은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다. 서준혁이 신유리를 꼭 끌어안고 구른 그 몇 바퀴 때문에 그의 등 뒤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생겼다. 게다가 쇠 못 같은 물건이 그의 등에 박혀 서준혁은 많은 피를 흘려버렸다. 신유리는 그때 자신이 서준혁을 부를 때 그의 창백한 안색과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신유리 씨도 상처 치료하러 가시죠, 안 그러면 준혁이가 수술 마치자마자 또 찾아갈 거니까.” 우서진은 신유리에게 슬쩍 말을 걸었고 그 목소리에 신유리는 이내 정신이 들었다. 코끝에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맴돌았고 신유리는 멍하니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비록 서준혁이 신유리를 열심히 보호했다고 하더라로 그 위험한 공장에서 단 하나의 상처가 없는 것은 말이 안됐다. 신유리는 당시에 오담윤에 의해 손목이 끈으로 묶여있던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온 몸에 흙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손목은 피부가 다 까져 벌겋게 부은 신유리의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 마를 대로 말라버린 입술과 여전히 아픈 목을 하고 우서진에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경찰은 우서진의 신고로 의해 도착했던 것이고 서준혁에게서 떠난 그는 바로 신고를 하고는 서준혁과 연락을 취해 경찰차 뒤에서 열심히 뒤를 따랐다. 우서진은 그녀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유리
비록 인정하기는 싫지만 신유리는 지금 이신이 이곳에 나타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터질 정도로 복잡한 머리 때문에 왜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병실의 분위기는 약간 얼어붙었고 임아중은 눈을 깜빡거리며 고요함속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요 며칠 내가 자두 챙길게, 마침 나도 요즘은 한가해.”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뭐라 대답을 하려는 그때, 옆에서 물 한잔이 그녀에게 건네졌다. “아직도 열이 나는 것 같은데 물 많이 마셔, 너 괜찮은거 보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내일 아침 비행기도 떠나야 해서 호텔로 먼저 돌아가야 돼. 아직 밀린 업무도 있고 해서 먼저 갈게.” 이신은 담담한 말투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말을 했고 신유리는 컵을 건네받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 “미안해, 또 너한테 방해만 됐네.” 임아중은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을 다 지켜봤고 눈치를 챘지만 모르는척 해줬다. 이신은 얼마 안 있다가 떠났고 임아중은 그를 바래다주며 물었다. “다음 주에 어머니 뵈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내일 간다고 했어?” “내가 거기있으면 유리가 불편해해서.” 이신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사람이라 신유리가 감정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신은 신유리가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편하게 휴식하지 못하고 신경을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성큼성큼 걷던 이신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 신유리의 병실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아무 말 없이 생각정리를 끝낸 듯 떠나버렸다. 임아중은 이신이 떠나는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안타까워하며 돌아갔고 신유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경 자기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까지 참견한다면 피곤해질것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말을 해도 본인의 나름대로 하기가 마련이다. 서준혁은 저녁에 열이 갑자기 펄펄 끓었고 의사는 약간의 감염증상이라 약을
자신을 부르는 나지막한 신유리의 목소리에 서준혁은 깜짝 놀라 덜덜 떨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제발, 무서우니까 그러지마.” 그는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빌었다. 서준혁은 더는 그녀에게서 자신을 밀어내려는 차갑고 단호한 말들을 듣고 싶지가 않았고 그녀가 이제는 자신을 다시는 안 볼까봐 두려워졌다. [이렇게 되면 안돼.] [우리 사이가 이러면 안돼.] 전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이정도로 금이 가지는 않았었지만 서준혁이 미련하게도 한번 또 한 번 신유리를 짓밟고 절벽 끝까지 밀어붙였다. 서준혁은 이제 신유리를 잡을 힘도 없어졌고 몸에는 점점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애써 신유리의 손목을 잡으려고 노력해 힘을 주었지만 사실상 잡힌 신유리에게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준혁이 맞고 있던 수액이 제대로 약이 투입되지가 않아 그의 피가 다시 되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고 주사를 맞은 곳에서도 피가 차오르고 있었다. 신유리는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한 적이 있기에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서준혁의 손을 자신의 손목에서 떼어내고는 침대에 잘 올려두었고 서준혁은 멍한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피 나잖아, 처리하고 기다렸다가 말하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때에 그녀가 먼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만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간호사는 빠르게 병실로 들어와 서준혁의 주사를 다시 잘 처리하고는 그에게 움직이지 말고 잘 맞으라고 다시 말을 해줬다. 신유리는 그의 병실 안에 얼마간 있다가 나갈 채비를 하며 서준혁에게 말했다. “우서진 씨 아직 밖에 있어, 들어와서 너랑 같이 있어주라고 할게.” 서준혁은 힘겹게 입을 뗐다. “유리야,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신유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상처가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 서준혁은 뒤돌아서있는 그녀를
병실로 돌아간 신유리는 서준혁과 병실에 있을 때 발생한 일에 대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임아중은 울어서 팅팅 부은 신유리의 눈을 보고는 걱정되는 한편 화도 나 그녀에게 바로 물었다. “서준혁 그 인간이 또 너 괴롭혔어?” 신유리는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젠 내 앞에서 걔 이름 꺼내지도 마, 내가 서준혁한테 말했거든. 이제 서로 빚진거 없으니까 그만하자고.” 임아중은 신유리의 대답에 멍해졌다. “뭐...뭐라고?” “이제부터는 서준혁은 서준혁, 나는 나야.” 신유리는 담담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시간 좀 지나면 국내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신청할 거야.” 임아중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너랑 서준혁 씨가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면 왜 이신이에게는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건데? 그날 걔가 돌아갈 때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해보였는지 알아?” 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에 뜸을 들이다 이내 입을 똈다. “나는 걔한테 방해가 되면 안 되잖아.” “뭐가 방해야? 이신이가 얼마나 좋은 남잔데 얼른 잡아야지!” “걔가 너무 좋은 남자라 내가 피해가 될 것 같아.” 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이신이는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녀는 이신과도 같은 좋은 남자는 응당 자신을 온 마음 바쳐 좋아해주는 여자를 만나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기에 그에게서 멀어지려는 선택을 했다. 본인처럼 이미 헤질 대로 헤진 마음으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채로 살아가는 여자는 이신한테 안 맞는 여자라고 믿기 때문에. [내가 걔랑 만나면 이신한테는 불공평해지는 일이야.] 임아중은 신유리의 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자두를 데리고 조용히 나갔고 신유리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만들어줬다. 신유리는 열이 내렸지만 그래도 미열이 지속되는 상태라 병원에서는 그녀더러 며칠간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임아중은 매일 자두와 함께 신유리의 병실로 찾아왔고 올 때마다
신연의 등장에 신유리는 딱히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왜냐하면 전에 신연이 곧 찾아오겠다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리는 신연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부산 태씨 가문의 일은 이 업계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렸고 다들 태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 온 집안을 망가뜨린다고 비난했다. 다행히도 태씨 가문 셋째 딸의 남자친구가 나타나 무너지기 직전인 집안을 일으켜 세웠고 다시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모든 사람은 다들 태씨 가문에서 좋은 사위를 찾았다고 평판을 내렸고 신연의 능력과 실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이 일의 진실이 무엇인지 신유리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신연이 이미 태씨 가문을 손아귀 안에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태씨 가문 둘째 도련님은 연회에서 한번 마주친 적 있던 신유리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저 혈기왕성한 청년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신유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신연은 이미 태지연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기분이 매우 좋은지 신연의 입 꼬리는 떨어질 줄을 몰랐고 신유리는 그를 보고는 먼저 말을 꺼냈다. “소파 저기 있으니까 가서 앉으세요.” 신연은 그녀의 병실을 쭉 훑어보았지만 소파에 앉지는 않았다. 신유리는 그제야 신연이 태지연의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태지연은 왜인지 모르게 전보다 더 말라있었고 피부는 더 하얘진 것 같아보였다. 신유리는 태지연이 쭉 입술만 오므린 채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에게 물었다. “태지연 씨는 어디 아프신 건가요? 여기 병원인데, 한번 검사나 받아보실래요?” 신연도 신유리의 물음에 태지연을 쳐다봤고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저 괜찮아요. 어제 잘 휴식을 못해서 그럴 거예요.” 아무리 봐도 그녀의 상태는 이상했지만 신유리는 그것 또한 그들의 일이기에 더는 묻지 않고
서준혁은 여전히 환자복을 입은 상태였고 위에는 외투 하나를 걸친 채 자두를 안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다정한 부녀사이 같았다. 신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자두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준혁은 신유리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자두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신유리에게 천천히 물었다. “들어가도 돼?” 신유리는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서준혁은 그제야 병실 안으로 발을 들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했어.” 신유리는 방금 전 자신의 한 말이 생각이 나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아.” 자두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서준혁에게 갔지만 늘 환한 미소로 돌아왔기에 신유리는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서준혁은 멈칫거리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더 많이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그녀가 행여 불편해 할까 두려웠고 전에는 몰랐지만 신유리의 이런 말투조차 지금 그는 행복에 겨워했다. 아무 말 하지 않는 서준혁을 보고는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감정변화를 알아차린 서준혁은 실망하는 듯 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신연 씨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적당히 만나. 네가 혹시 다칠까 걱정되니까.” 진지하게 말을 하는 서준혁은 신유리가 자신의 진심을 몰라줄까봐 계속 말을 했다. “태 씨 가문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진송백 씨의 실종도 신연 씨랑 관계가 있는 것 같고, 만약 너한테 태 씨 가문 일을 부탁하려는 거면 그냥 무시해.” 신유리는 원래부터 태씨 가문과 신연의 사이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서준혁마저 이렇게 말을 해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준혁은 그녀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한번 귀띔을 해주는 것이니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고마워.” 그러나 신유리는 그녀와 신연의 계약이 이미 끝이 났고 월말에 귀국을 한다는 사실은 서준혁에게 알리지 않았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병실에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신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