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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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비록 인정하기는 싫지만 신유리는 지금 이신이 이곳에 나타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터질 정도로 복잡한 머리 때문에 왜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병실의 분위기는 약간 얼어붙었고 임아중은 눈을 깜빡거리며 고요함속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요 며칠 내가 자두 챙길게, 마침 나도 요즘은 한가해.”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뭐라 대답을 하려는 그때, 옆에서 물 한잔이 그녀에게 건네졌다. “아직도 열이 나는 것 같은데 물 많이 마셔, 너 괜찮은거 보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내일 아침 비행기도 떠나야 해서 호텔로 먼저 돌아가야 돼. 아직 밀린 업무도 있고 해서 먼저 갈게.” 이신은 담담한 말투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말을 했고 신유리는 컵을 건네받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 “미안해, 또 너한테 방해만 됐네.” 임아중은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을 다 지켜봤고 눈치를 챘지만 모르는척 해줬다. 이신은 얼마 안 있다가 떠났고 임아중은 그를 바래다주며 물었다. “다음 주에 어머니 뵈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내일 간다고 했어?” “내가 거기있으면 유리가 불편해해서.” 이신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사람이라 신유리가 감정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신은 신유리가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편하게 휴식하지 못하고 신경을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성큼성큼 걷던 이신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 신유리의 병실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아무 말 없이 생각정리를 끝낸 듯 떠나버렸다. 임아중은 이신이 떠나는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안타까워하며 돌아갔고 신유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경 자기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까지 참견한다면 피곤해질것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말을 해도 본인의 나름대로 하기가 마련이다. 서준혁은 저녁에 열이 갑자기 펄펄 끓었고 의사는 약간의 감염증상이라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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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자신을 부르는 나지막한 신유리의 목소리에 서준혁은 깜짝 놀라 덜덜 떨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제발, 무서우니까 그러지마.” 그는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빌었다. 서준혁은 더는 그녀에게서 자신을 밀어내려는 차갑고 단호한 말들을 듣고 싶지가 않았고 그녀가 이제는 자신을 다시는 안 볼까봐 두려워졌다. [이렇게 되면 안돼.] [우리 사이가 이러면 안돼.] 전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이정도로 금이 가지는 않았었지만 서준혁이 미련하게도 한번 또 한 번 신유리를 짓밟고 절벽 끝까지 밀어붙였다. 서준혁은 이제 신유리를 잡을 힘도 없어졌고 몸에는 점점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애써 신유리의 손목을 잡으려고 노력해 힘을 주었지만 사실상 잡힌 신유리에게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준혁이 맞고 있던 수액이 제대로 약이 투입되지가 않아 그의 피가 다시 되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고 주사를 맞은 곳에서도 피가 차오르고 있었다. 신유리는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한 적이 있기에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서준혁의 손을 자신의 손목에서 떼어내고는 침대에 잘 올려두었고 서준혁은 멍한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피 나잖아, 처리하고 기다렸다가 말하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때에 그녀가 먼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만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간호사는 빠르게 병실로 들어와 서준혁의 주사를 다시 잘 처리하고는 그에게 움직이지 말고 잘 맞으라고 다시 말을 해줬다. 신유리는 그의 병실 안에 얼마간 있다가 나갈 채비를 하며 서준혁에게 말했다. “우서진 씨 아직 밖에 있어, 들어와서 너랑 같이 있어주라고 할게.” 서준혁은 힘겹게 입을 뗐다. “유리야,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신유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상처가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 서준혁은 뒤돌아서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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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병실로 돌아간 신유리는 서준혁과 병실에 있을 때 발생한 일에 대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임아중은 울어서 팅팅 부은 신유리의 눈을 보고는 걱정되는 한편 화도 나 그녀에게 바로 물었다. “서준혁 그 인간이 또 너 괴롭혔어?” 신유리는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젠 내 앞에서 걔 이름 꺼내지도 마, 내가 서준혁한테 말했거든. 이제 서로 빚진거 없으니까 그만하자고.” 임아중은 신유리의 대답에 멍해졌다. “뭐...뭐라고?” “이제부터는 서준혁은 서준혁, 나는 나야.” 신유리는 담담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시간 좀 지나면 국내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신청할 거야.” 임아중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너랑 서준혁 씨가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면 왜 이신이에게는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건데? 그날 걔가 돌아갈 때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해보였는지 알아?” 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에 뜸을 들이다 이내 입을 똈다. “나는 걔한테 방해가 되면 안 되잖아.” “뭐가 방해야? 이신이가 얼마나 좋은 남잔데 얼른 잡아야지!” “걔가 너무 좋은 남자라 내가 피해가 될 것 같아.” 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이신이는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녀는 이신과도 같은 좋은 남자는 응당 자신을 온 마음 바쳐 좋아해주는 여자를 만나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기에 그에게서 멀어지려는 선택을 했다. 본인처럼 이미 헤질 대로 헤진 마음으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채로 살아가는 여자는 이신한테 안 맞는 여자라고 믿기 때문에. [내가 걔랑 만나면 이신한테는 불공평해지는 일이야.] 임아중은 신유리의 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자두를 데리고 조용히 나갔고 신유리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만들어줬다. 신유리는 열이 내렸지만 그래도 미열이 지속되는 상태라 병원에서는 그녀더러 며칠간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임아중은 매일 자두와 함께 신유리의 병실로 찾아왔고 올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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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신연의 등장에 신유리는 딱히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왜냐하면 전에 신연이 곧 찾아오겠다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리는 신연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부산 태씨 가문의 일은 이 업계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렸고 다들 태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 온 집안을 망가뜨린다고 비난했다. 다행히도 태씨 가문 셋째 딸의 남자친구가 나타나 무너지기 직전인 집안을 일으켜 세웠고 다시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모든 사람은 다들 태씨 가문에서 좋은 사위를 찾았다고 평판을 내렸고 신연의 능력과 실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이 일의 진실이 무엇인지 신유리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신연이 이미 태씨 가문을 손아귀 안에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태씨 가문 둘째 도련님은 연회에서 한번 마주친 적 있던 신유리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저 혈기왕성한 청년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신유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신연은 이미 태지연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기분이 매우 좋은지 신연의 입 꼬리는 떨어질 줄을 몰랐고 신유리는 그를 보고는 먼저 말을 꺼냈다. “소파 저기 있으니까 가서 앉으세요.” 신연은 그녀의 병실을 쭉 훑어보았지만 소파에 앉지는 않았다. 신유리는 그제야 신연이 태지연의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태지연은 왜인지 모르게 전보다 더 말라있었고 피부는 더 하얘진 것 같아보였다. 신유리는 태지연이 쭉 입술만 오므린 채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에게 물었다. “태지연 씨는 어디 아프신 건가요? 여기 병원인데, 한번 검사나 받아보실래요?” 신연도 신유리의 물음에 태지연을 쳐다봤고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저 괜찮아요. 어제 잘 휴식을 못해서 그럴 거예요.” 아무리 봐도 그녀의 상태는 이상했지만 신유리는 그것 또한 그들의 일이기에 더는 묻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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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서준혁은 여전히 환자복을 입은 상태였고 위에는 외투 하나를 걸친 채 자두를 안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다정한 부녀사이 같았다. 신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자두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준혁은 신유리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자두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신유리에게 천천히 물었다. “들어가도 돼?” 신유리는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서준혁은 그제야 병실 안으로 발을 들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했어.” 신유리는 방금 전 자신의 한 말이 생각이 나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아.” 자두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서준혁에게 갔지만 늘 환한 미소로 돌아왔기에 신유리는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서준혁은 멈칫거리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더 많이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그녀가 행여 불편해 할까 두려웠고 전에는 몰랐지만 신유리의 이런 말투조차 지금 그는 행복에 겨워했다. 아무 말 하지 않는 서준혁을 보고는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감정변화를 알아차린 서준혁은 실망하는 듯 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신연 씨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적당히 만나. 네가 혹시 다칠까 걱정되니까.” 진지하게 말을 하는 서준혁은 신유리가 자신의 진심을 몰라줄까봐 계속 말을 했다. “태 씨 가문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진송백 씨의 실종도 신연 씨랑 관계가 있는 것 같고, 만약 너한테 태 씨 가문 일을 부탁하려는 거면 그냥 무시해.” 신유리는 원래부터 태씨 가문과 신연의 사이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서준혁마저 이렇게 말을 해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준혁은 그녀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한번 귀띔을 해주는 것이니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고마워.” 그러나 신유리는 그녀와 신연의 계약이 이미 끝이 났고 월말에 귀국을 한다는 사실은 서준혁에게 알리지 않았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병실에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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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병실 안은 금세 조용해졌고 자두의 흐느낌 소리만 들려왔다. 서준혁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자두를 바라보았다.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마저 갈라졌다.“너... 방금 뭐라고 불렀어?”자두는 그저 서준혁을 끌어안고 울면서 한편으로 서준혁의 다친 손을 잡으려고 애썼다. 그의 상처를 호호 불어주고 싶어 하는 듯했다.서준혁은 본능적으로 신유리를 돌아보았다. 그녀 역시 약간 당황한 듯 서준혁의 시선을 느끼고서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자두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신경 쓰이면 고치게 할게.”“그럴 리가 없잖아.”서준혁은 그제야 기쁨에 맞닥뜨린 듯한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새까만 눈동자에는 기쁨이 번졌다.그는 고개를 숙여 자두를 안아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두야, 한 번만 더 아빠라고 불러줄래?”자두의 얼굴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고 그녀는 몸을 돌려 서준혁의 목을 끌어안더니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은 채 흐느꼈다.서준혁은 그녀를 감싸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 자두 걱정하지 마. 아빠는 하나도 안 아파.”그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당장이라도 붕대를 풀어 헤치고 자두가 다시 한번 불어주기를 원하는 기세였다. 이내 신유리는 그를 저지했다.신유리는 자두를 그의 품에서 안아가며 말했다. “나 오늘 퇴원이야, 그러니까 자두는 더 이상 네 병실에 가지 않을 거야.”그는 기뻤던 마음이 이내 가라앉으며 짧게 대답했다. “병원에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나중에...”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나중에 자두 엄마를 보러와도 될까?”신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실망감이 드러났고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서준혁이 떠나려고 하자 자두는 마치 그를 따라가려는 듯 신유리의 품에서 몸을 비틀었다.임아중은 신유리의 평온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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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만약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마 신유리는 평생 기억할지도 몰라. 물론 해결해도 평생 기억할 거고, 나중에 둘이 관에 들어가도 관 속에서 평생 잔소리할걸.” 우서진은 천천히 말했다. “물론 전제는 둘이 같은 관에 들어갈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는 말을 마치고 병실을 나갔다. 서준혁은 눈을 감은 채 목젖을 위아래로 굴렸다. 그는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전화를 받았고 서준혁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부탁한 건 다 준비됐어?” 신유리는 집으로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월말까지 열흘 정도 남았지만 그녀는 일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처리하고 인수인계를 잘 마무리해야 했다. 임아중은 소파에 앉아 친구들의 SNS를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담윤이 본국으로 송환됐네.” 오담윤은 신유리를 납치한 죄로 경찰에 체포되고 어떻게 협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본국으로 이송되어 성남시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신유리는 '오담윤'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불편해졌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걔 소식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임아중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불쌍한 사람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내 친구가 말하길 오담윤의 할머니께서 한 달 전에 돌아가셨대. 할머니밖에 없었는데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지. 자기 손자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알았다면 얼마나 화나겠어.”신유리의 눈에 잠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전에 오담윤의 곁에 있던 노인을 떠올렸다. 게다가 한 달 전이라면… 그 시기는 오담윤이 이곳에 왔을 때와 딱 맞아떨어졌다. 신유리는 머리를 흔들어 머릿속을 비웠다. 오담윤의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없으니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임아중은 이틀 뒤면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이번에 진심으로 회사를 차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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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서준혁은 신유리를 옆눈으로 쳐다봤다. 차 안의 따뜻한 조명 아래 신유리는 한층 더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시선을 돌렸다. 서준혁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망설이더니 작은 박스를 꺼내 신유리 앞으로 내밀었다.사실 서준혁은 신유리에게 이 일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 데다 신유리가 자신을 나약하다고 여길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서준혁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비웃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서창범이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너도 알다시피 금방 화인 그룹에 막 들어갔을 때 내 테이블 위에 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어.”서준혁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예전에 네가 왜 저택에 돌아가는 걸 싫어하는지 물어봤었지? 방에 카메라 세 대나 설치되어 있는데 감옥과 다를 게 뭐지?”서준혁은 눈을 감고 좌석에 기댄 채 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서 씨 저택에서 나올 당시를 떠올리는 듯했다.전에 오담윤은 서준혁이 서 씨 저택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을 질투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준혁은 오히려 그 저택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서창범은 의심이 많았고 특히 과거 다른 가문에서 아들이 회사를 차지하려고 아버지를 해친 사건을 들은 후로 서준혁에 대한 통제욕과 경계심이 더욱 강해졌다.아버지가 아들에게 경계심을 품는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서창범은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서준혁이 열다섯, 열여섯 살이었을 때였다. 서창범은 그의 방에 직접 몰래카메라 세 대를 설치했다. 말로는 서준혁을 위해서 설치했다고 했지만 매일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사실이 서준혁으로 하여금 사람이 아닌 우리에 갇힌 원숭이처럼 느껴졌다. 그 답답함은 서준혁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었고 그는 곧바로 저택에서 나왔다.그러나 화인 그룹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창범은 똑같은 수법으로 그의 사무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서준혁은 방에 있던 카메라든 사무실에 있던 카메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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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차 안은 정적이 흘렀고 바깥의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비교하면 서늘한 분위기였다. 서준혁은 손에 초소형 감시 카메라를 쥐고 있었다. 서창범이 자신에게 설치한 마지막 카메라를 제거한 후 남겨둔 것이었다. 그는 왜 신유리 앞에 가져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진실을 입증하려는 증거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신유리는 전에 서준혁이 거짓말을 잘한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서준혁은 수치스러운 이야기들을 신유리에게 전부 드러냈을 때 그녀가 가볍게 연기 잘한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신유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서준혁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확실히 서준혁은 거짓말을 너무 잘했다. 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치자 순간 슬픔과 두려움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복잡한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신유리는 다리에 올렸던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며 애써 감정을 가렸다. “서준혁.”그녀가 부드럽게 불렀다. 서준혁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동공은 살짝 흔들렸다.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응.” “내가 오담윤에게 납치된 날, 사실 난 네가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신했었지.”“그런데 나중에야 깨달았어. 전에 네가 했던 부정과 거절 때문에 난 이미 네 마음속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는 기대하지 않은 것 같아.”신유리는 마음속에 파문이 일기는 했지만 전처럼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입술을 움찔하더니 눈빛은 매우 실망스러워 보였다. 그는 해명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널 구하러 가지 않을 수 있겠어…”신유리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네가 왔어.” “사실 옥상에서 널 봤을 때 울고 싶었어.” 신유리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서준혁, 난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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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서준혁의 목소리는 맑았고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온병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약간 경직된 걸 보면 긴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유리는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서준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두가 깨어나 그녀를 찾고 있었다.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져가, 굳이 이런 거 가져올 필요 없어. 나 좀 있다 나가야 하거든, 오늘 친구랑 아침 먹기로 했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은 못 들은 거로 할게. 듣고 싶지 않아.” 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집스레 신유리를 바라보며 손에 든 물건도 도로 가져가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의 눈에 비친 쓸쓸함을 모른 척하고 몸을 돌렸다. 그녀가 들어가기도 전에 자두는 이미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자두는 노란 오리 잠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신유리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어린아이는 배움이 빨라서 전에 서준혁이 언어 감각을 키워준 덕에 말이 점점 또렷해졌다. “엄마”라고 부르고 나서 자두의 시선은 서준혁에게로 향했다. 서준혁은 그녀를 보더니 눈빛이 금세 부드러워졌다. 눈앞의 아이한테서 그의 피가 절반이나 흐르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그들 사이에는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유대가 있었다. “아빠!” 자두의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에 서준혁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자두는 뒤뚱뒤뚱 그에게 달려왔다. 서준혁은 급히 몸을 낮춰 자두를 안아 올렸다. 자두는 그의 품에 안겨 작은 고양이처럼 매달렸다. 서준혁은 자두를 품에 안은 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두가 피곤한가 봐.” 방금 일어났는데 피곤할 리 없었다. 다만 신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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