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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서준혁의 목소리는 맑았고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온병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약간 경직된 걸 보면 긴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유리는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서준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두가 깨어나 그녀를 찾고 있었다.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져가, 굳이 이런 거 가져올 필요 없어. 나 좀 있다 나가야 하거든, 오늘 친구랑 아침 먹기로 했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은 못 들은 거로 할게. 듣고 싶지 않아.”

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집스레 신유리를 바라보며 손에 든 물건도 도로 가져가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의 눈에 비친 쓸쓸함을 모른 척하고 몸을 돌렸다.

그녀가 들어가기도 전에 자두는 이미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자두는 노란 오리 잠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신유리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어린아이는 배움이 빨라서 전에 서준혁이 언어 감각을 키워준 덕에 말이 점점 또렷해졌다.

“엄마”라고 부르고 나서 자두의 시선은 서준혁에게로 향했다. 서준혁은 그녀를 보더니 눈빛이 금세 부드러워졌다. 눈앞의 아이한테서 그의 피가 절반이나 흐르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유대가 있었다.

“아빠!”

자두의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에 서준혁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자두는 뒤뚱뒤뚱 그에게 달려왔다.

서준혁은 급히 몸을 낮춰 자두를 안아 올렸다.

자두는 그의 품에 안겨 작은 고양이처럼 매달렸다.

서준혁은 자두를 품에 안은 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두가 피곤한가 봐.”

방금 일어났는데 피곤할 리 없었다. 다만 신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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