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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자두는 시차를 별로 못 느낀 건지 아니면 비행기에서도, 호텔로 돌아오는 차에서도 자고 있은 탓인지 신유리와는 달리 아주 정신이 맑아보였다.

신유리의 벨소리가 울리자 자두는 얼른 신경을 집중했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서준혁은 베란다에 있는지 어두운 배경 속에 서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전화했어? 무슨 일 있어?”

신유리는 그의 얼굴을 보며 뜸을 들이다 먼저 물었다.

“응. 일 있지.”

서준혁이 대답했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가만히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려줬다.

“너랑 자두가 좀 많이 보고 싶어서.”

그녀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 옆에 있던 자두가 신유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어린 아이는 지금 되게 똑똑해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빠르게 다가가 신유리의 핸드폰을 보며 얼른 건네받으려고 애를 썼다.

신유리도 마침 서준혁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핸드폰을 아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나 샤워하러 갈 거야. 애 좀 봐줘.”

서준혁은 신유리의 얼굴을 옅은 미소를 띤 채 보다가 대답했다.

“알겠어.”

신유리가 몸을 돌려 샤워실로 향하는 길에 뒤에서는 자두와 서준혁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고 부녀 사이는 아주 화목하고 다정해보였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자두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에 들어 있었지만 침대 맡에 놓인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밝았다.

신유리가 딱 끊으려고 하는 순간 서준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끊지마.”

그녀는 잠들어 있는 자두를 슬쩍 보고는 핸드폰을 챙겨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유리가 있는 곳은 날이 아주 밝고 화창해 젖은 머리를 말리기 좋았다.

“나 엄청 힘들게 재웠단 말이야.”

서준혁이 말했다.

“어떻게 재웠는데?”

“영어말로 된 책을 좀 읊어줬지.”

서준혁은 신유리를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또 다시 입을 뗐다.

“너도 지금 먼저 좀 자둬. 시차 적응하기 아주 힘이 들 거니까. 지금 안 자면 자두가 깨면 피곤해서 못 살 거야.”

신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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