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09화

서준혁은 김건우를 따라 산부인과로 들어섰고 복도에는 배가 잔뜩 나온 임산부들이 즐비했지만 다들 옆에 보호자가 서있었다.

가족일 수도 남편일 수도 있는 보호자들이 다들 옆에서 임산부를 보호하고 있는 듯 했다.

서준혁은 그곳에 혼자 앉아 신유리가 검사를 받으러 올 때마다 혼자 큰 배를 감싸 쥐고 사람들 틈에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유리는 아마 아주 천천히 걸었겠지?]

다른 사람이 행여나 자신과 부딪힐까 조심조심 했고 앉을 때도 부은 다리 때문에 몹시 불편한 신유리였다.

무릎도 시리고 허리와 등도 쑤시고 어디가 아프더라도 옆에 지켜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견뎌야 한 신유리다.

서준혁은 공허한 눈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그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은 날이었다.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그는 지나간 날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서준혁은 감히 신유리가 낯선 환경에서 혼자 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못했다.

이런 비통한 감정은 김건우가 그를 데리고 수술실밖으로 향했을 순간부터 더 심해졌다.

비록 수술실 밖이었지만 안에서는 여자가 뼈가 갈리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비명을 질렀는데 그 소리는 한없이 절망스러운 것 같았다.

이런 일에 익숙한 김건우마저 임산부의 소리를 들을 때면 귀를 막고 벌벌 떨었다.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의사들은 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비명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준혁에게 말을 걸었다.

“가자. 너무 무섭다.”

“여자가 애를 낳으면 다 이래?”

서준혁은 여자의 울음 섞인 비명소리를 듣고 있자니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꽉 움켜쥐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빨개진 두 눈을 감추려고 지그시 눈을 감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순간 서준혁은 도대체 왜 신유리가 자신을 그렇게 피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왜 그렇게 자신과 선을 딱 그어버리는지도 전부 다 알았다.

신유리는 서준혁의 이기적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