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441 - Chapter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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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신유리는 결국 병원에 갔다.서준혁은 등에 상처를 입어 누울 수도 없었고 병실 소파에 앉아 화상 회의를 하고 있었다.신유리를 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짓하며 마치 병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신유리는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 있었다가 간호사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 있을게.”서준혁은 물건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약 바꿔야 하잖아.”서준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다 본 사이잖아.”그의 무심한 태도는 마치 신유리를 소심해 보이게 했다.잠시 망설이던 신유리는 간호사의 말을 들었다. “가족분께서 먼저 나가지 말아주세요. 오늘 부서에 수술 환자가 많아서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에요.”비록 서준혁의 상처가 심각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여전히 미간이 찌푸려졌다.서준혁은 평소에 운동을 즐겨 하다 보니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를 가졌다. 신유리를 등지고 옷을 벗자 몸매는 그대로 드러났다.하지만 신유리는 등 뒤의 상처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했다.상처는 견갑골 아래쪽에 있었고 깊지는 않았지만 크다 보니 꿰맨 자국이 있었다.서준혁의 피부는 하얀 편이라 흉터는 더욱 두드러졌고 이승윤이 당시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약을 바꾸는 시간은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호사는 나가면서 병실 문을 닫았다.서준혁은 천천히 환자복을 다시 입었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옷의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잠갔다.신유리는 그를 흘겨보더니 물었다. “이승윤은 어떻게 처리하려고?”서준혁이 다치면서 상황이 더 커졌기 때문에 이승윤 쪽 문제는 서씨 집안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신유리는 이승윤의 미친 짓을 보고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신유리는 이씨 집안의 세력이 크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승윤을 빼낼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무모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서준혁은 말했다. “이승윤 형이 남주시에서 왔어. 이승윤을 풀어주려고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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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퇴원하고 나서도 신유리는 서준혁이 한 말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뭔가 의미심장해 보였지만 그녀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호텔로 급히 돌아온 그녀는 임아중과 함께 놀고 있는 자두를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아중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해 보여? 누가 쫓아오기라도 해?”신유리는 자두를 안아 올려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 자두도 곧바로 엄마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볐다.“참, 할 말이 있어.”임아중이 말했다. “이승윤의 형이 너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더라. 아마 서준혁한테서 걸렸는지 너를 찾으려는 것 같아.”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한테 뭘 하려고?”“그건 나도 몰라.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승윤도 그렇지만, 그의 형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임아중의 말대로 조심해서 나쁠 게 없었다.그날 밤, 신유리는 이승윤의 형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매우 공격적으로 나오며 신유리와 만날 것을 요구했다.신유리는 금방 자두를 재운 뒤라 테라스로 나가 전화를 받으며 바로 거절했다.상대방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유리 씨,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신유리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에 말문을 잃었다. 분명 이승윤이 일으킨 문제인데 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이없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반문했다. “제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이승윤은 갇혔고 서준혁은 다쳤습니다. 분명 당신들 셋이 함께 있었는데 결국 당신만 무사하군요.”상대방은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 “신유리 씨, 남주시에서 당신이 잘나간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남주시에서 이씨 가문의 영향력을 잘 알 것 같은데요?”노골적인 협박에 신유리는 이마를 찌푸렸다.남주시에서 계속 일하려면 이씨 가문을 완전히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다만 이승윤의 형이 그녀를 찾아온 뒤 하정숙도 신유리를 찾아왔다.하정숙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신유리 앞에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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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자두를 안고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서준혁과 의사는 안색이 어두워진 신유리의 뒤를 따라 나섰고 의사는 신유리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위로의 말들을 건넸다.“결과는 곧 나올 겁니다,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두려운 문제는 바로 아이 본인도 모른다는 겁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당연히 놀랄 만도 하지요, 아이의 부모가 잘 감시하고 챙긴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신유리는 애써 쓴 웃음을 지으며 의사의 말에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의사는 자두와 서준혁을 번갈아보더니 또 다시 그에게 말했다.“각종 약 알레르기반응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테니 네 친구한테는 네 경험을 토대로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서준혁과 좌의사는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그날 갑자기 찾아와 검사를 받을 때 서준혁이 언제 몰래 결혼을 했는지 몰랐기에 많이 당황했었다.그리고 좌의사는 이름난 소아과 의사이기에 아직 어린 자두지만 아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 서준혁의 이목구비와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렇기에 좌의사는 늘 서준혁에게 자두가 그의 딸인지를 농담하는 식으로 물어봤었다.하지만 상황을 보니 일은 생각보다 복잡해보였기에 그도 그냥 그러려니했다.좌의사는 몇 년간 소아과 의사를 하며 이런저런 일은 다 겪었기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신유리에게 명함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전 성남에 있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또 신유리 씨가 모를 문제가 생긴다면 저 찾아오셔도 됩니다.”말을 마친 좌의사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고 신유리는 서준혁의 시선을 본능적으로 피하며 자두를 꼭 끌어안더니 말했다.“검사 마쳤으니 이제 가보셔도 돼요, 저는 또 다른 일이 더 있어서.”“리정윤 씨가 찾아왔다고 그러던데...”자신을 피하는 신유리에게 서준혁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리정윤은 리승윤의 친형이었고 서준혁은 또 다시 신유리에게 말을 했다.“리정윤 씨는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든지 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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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우서진은 그저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 최근 만나서 같이 놀았던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집에서 강제적으로 맞선을 보라고 하네, 오랫동안 같이 놀지는 못하겠다.]문자를 보내고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리자 아이를 안고 있는 임아중의 모습이 보였다.우서진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전에 임아중 스스로 아이가 사생아라고 인정을 했으니까 말이다.그는 임아중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고민 끝에 먼저 말을 걸었다.“언제부터 엄마라는 역할로 일하게 되신 겁니까?”임아중은 이젠 그를 보기만 해도 짜증이 밀려왔다.“알바 아니시잖아요?”우서진 또한 더는 임아중과 다투기가 싫어 자리를 떠나려고 했고 떠나기 직전 처음으로 자두의 얼굴을 확인했다.아이의 얼굴을 본 우서진은 발걸음이 뚝 멈추더니 미간을 점점 더 찌푸렸다.임아중은 그가 한참 간 자두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는 경계하며 물었다.“왜 저희를 계속 보시는 거죠?”우서진은 그제야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더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답했다.“아닙디다, 유리 씨 아이를 보니 그래도 친구인 제가 용돈이라도 줘야 하나 싶어서...”“누가 그쪽 돈을 받아준대요? 더러워 정말.”임아중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더니 자두를 안고 뒤돌아 떠나버렸다.서준혁의 상처는 당연하게도 다시 찢어지는 바람에 또 병원에 며칠 더 입원을 해야만 했고 상처에 감염이 생겨 열이 내려가지 않아 고열에 시달렸다.신유리는 생각 끝에 이석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도착하면 바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임아중은 이제야 이 일을 알고는 자두를 안은 상태로 신유리에게 물었다.“그럼 어떡해? 너 지금 갈 거야?”신유리는 전에 서준혁이 퇴원을 할 때 성남을 떠나겠다는 말을 했지만 지금 서준혁은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였다.“...”신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임아중은 그녀의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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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신유리는 요 며칠간 병원을 간적이 없지만 할아버지는 늘 전화를 걸어와 몇 마디 나누다가 자두의 얘기를 꺼냈었다.그녀는 자두가 잠이 들었다는 핑계로 할아버지의 말을 피해갔지만 할아버지는 필경 서씨 가문의 사람이라 나쁜 의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신유리는 여전히 서씨 가문에 대해 경계심이 많았다.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거절을 하는 신유리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한걸음 물러나며 말을 했다.“유리야, 네가 지금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잘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절대 그렇게 개념이 없는 사람이 아니란다.”“네가 준혁이랑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나도 딱히 강박하지는 않겠다, 준혁이가 복이 없어서 너 같은 애를 놓친 거니 너를 탓하지는 않는단다.”“너도 이제 그만 시름 놓아라, 내가 있는 한 너랑 자두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테니.”할아버지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속마음을 말을 해줬고 신유리에게 든든한 뒤가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신유리는 할아버지의 말에 골똘히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고마워요.”할아버지는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유씨 아저씨는 할아버지의 외로운 표정을 보고는 위로의 말들을 해줬다.“너무 근심하지는 마십시오, 다 자기의 복을 받을 때가 있을 겁니다.”할아버지는 아저씨의 말에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유리 그 애는 원래 자존심이 강하고 성격이 세고 준혁이 그놈도 성질머리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전에는 유리가 준혁이에게 매달려서 그렇지 지금은 그 애가 준혁이를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으니 준혁이가 또 무슨 복이 있겠나.”“너무 비관적이게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유씨 아저씨가 말했다.“내 손녀가 다른 늙은이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르게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좋게 생각을 하겠나?”신유리는 할아버지가 아직도 자두가 그를 할아버지라고 못 부른 일에 대해 속을 썩이는 것을 모른 채 자두를 데리고 이신을 맞이하러 공항으로 꺼났다.이신은 오후 비행기로 성남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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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신유리는 잔뜩 날이 선 채로 대답했다.“당신이 여기 있으면 그냥 방해만 될 뿐이지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서준혁은 날선 신유리의 말에 그녀를 묵묵히 쳐다만 보며 말을 했다.“기억나십니까? 외할아버님께서 전에 저한테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셨는데....”“네, 할아버지께서 서준혁 씨를 많이 아끼긴 했죠.”신유리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서준혁을 할아버지에게 소개를 시켜주는 순간부터 할아버지는 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간간히 들려오는 그의 소식에 한숨을 푹 내쉬기도 했었다.서준혁은 신유리으 대답을 듣고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도는 듯싶었지만 신유리는 이내 다시 정정했다.“하지만 서준혁 씨 스스로로 말했잖아요, 다 예전의 일들이라고.”신유리는 유골함 앞에 놓인 많은 물건들을 보며 딱 봐도 서준혁이 가지고 왔다는 생각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여기서 까지 그쪽이랑 다투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 물건들 다 챙겨서 나가주세요. 외조부모님 쉬시는데 방해하지 마시고요.”“저는 그저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준혁 씨, 아직도 정신이 안 드세요?”신유리는 깊게 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서준혁을 똑똑히 쳐다보며 행여나 외조부모님에게 방해가 될까봐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제가 말했잖아요, 저는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나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다고. 그리고 제 외할아버지고 제 외할머니에요, 서준혁 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그녀는 서준혁의 앞에 서서 그가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는데 마치 못 볼꼴을 본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 온 몸이 굳어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신유리가 자신을 원망하고 화를 내고 급기야 혐오하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냉정함은 견디기 힘들었다.그는 신유리가 무서울 만큼 차갑고 무감정한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도 듣기가 싫었다.예전에 주변 사람들은 늘 서준혁에게 신유리와 많이 비슷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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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신유리의 생일은 여느 때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보냈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이미 잠은 든 자두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자두를 안고 가는 신유리를 발견한 이신은 얼른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내가 안을까?”고기를 구워먹은 탓에 신유리의 옷에 베여버린 냄새와 그와 달리 고기를 안 좋아해 얼마 먹지 않아 깨끗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이신의 옷.자두도 이제는 조금 커버려 체중이 꽤나 무거워 신유리가 안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어 이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두를 안겨주었다.“고작 3개월 지났는데 얘 왜 이리 무거워졌어?”“3개월이나 지난 사실을 알고는 있었나보네.”이신이 묻는 말에 갈 길을 가던 임아중이 다시 돌아오더니 그에게 말을 이어갔다.“3개월이면 꽃도 다 폈다가 시들고 남은 시간이겠다, 너 이제 돌아와 놓고 그런 말 하지마. 자두가 크는건 당연한 거고 유리가 마음만 먹으면 둘째까지 낳았겠어.”임아중은 술을 조금 마시는 바람에 아무 말이나 막 내뱉었고 듣고 있던 신유리는 민망해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신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왜 웃어?”신유리는 웃는 이신을 째려보며 물었다.“다행히 아직 꽃이 안 시들 어서.”이신이 애매한 대답을 남겼고 신유리는 이신을 가만히 보며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했다.생일을 보낸 지 얼마 안지나 임아중과 다른 사람들을 밀린 업무가 있어 남주시로 떠나버렸다.이신도 따라갈 줄 안 신유리는 그가 며칠만 더 있다가 간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너 성남에 뭐 더 볼 일 있어? 그때 되게 중요한 일 아직 못했다며.”신유리가 물었다.이신을 묻는 신유리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대답했다.“다른 일이 좀 있어서, 그리고 중요하다고 했던 일은 이미 다 해결했어.”“그래?”더는 묻지 않는 신유리를 본 이신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녀에게 되물었다.“너는 어떤 중요한 일인지는 안 궁금해?”“사적인 일이야 아니면 공적인 일이야?”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신유리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려는 뜻이 하나도 없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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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전에 서준혁의 병실에서 오담윤을 스치듯 봤던 신유리는 지금에서야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서창범과 비슷한 이목구비 외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서창범과 아예 달랐다.만약 서창범의 포스가 누가 봐도 기가 세고 무서워 보인다면 오담윤은 교활하고 가식적인 사람같았다.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지만 안경 뒤에 숨어있는 눈빛에는 계산적이고 계획이 가득해보였다.신유리는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면 자신이 그들에 의해 장난감처럼 조종되는 기분이 들어 같이 있기를 꺼려했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어색한 적막을 깨뜨렸다.“회장님께서 일이 바쁘신 것 같으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신유리의 말에 오담윤은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신유리 씨, 이렇게까지 급히 떠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친구 분이 아이를 캐어하고 있으니 이승윤 씨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 뺏어갈 확률은 없지 않습니까?”신유리는 이상하리 만큼 소름이 돋는 그의 말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무슨 뜻이죠?”묻는 신유리의 말에 오담윤은 차분한 말투로 말을 했다.“신유리 씨가 딸을 데리고 성남으로 돌아왔고 아이는 오늘 같이 오지 않았으니 무조건 친구 분이 봐주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이승윤 씨 일은 이미 성남에서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그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서 대표님도 이젠 사랑에 눈이 멀어 앞을 내다보지 못하시지 않습니까?”“오 매니저님.”신유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오담윤의 눈빛이 너무도 불편해 고개를 들어 그를 똑똑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지금 말씀하시는 방식 듣기가 아주 거북합니다,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씀해주세요.”오담윤은 일부로 자두와 이승윤에 관한 말들을 꺼내 지금 이 대화의 승자를 겨루고 있었다.당연하게도 신유리는 이미 여러 사람들과 많이 만나본 탓에 어느 정도 이상한 사람에 대해 익숙해져있었다. 아무리 다가가기가 힘든 사람일지라도 신유리는 티를 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왜인지 오담윤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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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서준혁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두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아이의 일을 언제가 됐든지 서창범이 꼭 알아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가만히 앉아만 있는 서준혁에게 이석민은 조심스레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서 대표님, 하 대표님께서 곧 찾아오실 겁니다.”화인 그룹의 내전은 이미 시작을 알렸고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서준혁의 편을 들어주었다.이석민은 사실 다른 직원들과도 이 “전쟁”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형제지간끼리 싸우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부자지간이 이리도 심하게 싸우는 모습은 그는 종래로 보지를 못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부자지간의 싸움은 형제끼리 서로 싸우기만도 못하지 않는가?오담윤이 서창범의 사생아라는 사실은 이미 몇몇 사람들이 눈치를 챈 상황이었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생아를 위해 친아들인 서준혁을 이리도 처참히 벼랑 끝까지 밀어내는 모습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봐도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다.게다가 이석민도 서준혁의 옆에서 몇 년 동안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인맥들을 쌓아 지금 이 자리까지 서게 된 모습들을 하나하나 똑똑히 보았다. 만약 서준혁이 이러저러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면 진즉에 악랄하고 교활한 수법을 쓰는 서창범에게 당했을 것이다.아무리 봐도 서창범이 서준혁을 대하는 태도는 친아들이 아닌 원수였다.신유리는 어젯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2”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았는데 딱 한마디뿐이었다.[안전제일, 조심하세요.]그녀는 문자만 슥 확인하고는 대화창을 지워버렸고 답장도 하지 않았다.자두는 요즘 호기심이 폭발해 무엇을 봐도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어제 오후에는 밖에서 연을 날리는 어린 아이를 보고는 너무 신이 나 하며 들썩이는 자두의 모습에 신유리와 이신은 이른 아침부터 자두를 데리고 연을 날리러 출발했다.별장부근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도착한 이신은 상어모양의 연을 사서 날릴 준비를 했고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그의 옆을 지켰다.임아중도 마침 오늘 쉬는 날이라 특별히 편한 운동복세트를 맞춰 입고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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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신유리가 말을 마치고 이신 그들을 찾아갔다. 더 이상 서준혁과 이런 지루한 연극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신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가 다가오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 말했어?”“응.”신유리는 자두를 안아들며 평소처럼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이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혁이 서 있던 곳을 돌아보았는데 서준혁은 아직 떠나지 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신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며 바람에 흩날린 신유리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고 나서 그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서준혁은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신이 신유리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신유리와 자두도 같이 웃고 있었다.너무나도 화목해 보였다.오직 자신만이 버려져야 할 운명이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의 대화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신유리도 말한 것처럼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서준혁의 말이 맞았다. 서창범은 언젠가 그녀들을 공격할 것이고 여러 방면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신유리는 지금 마치 어둠 속에서 독사에게 주시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 독사가 튀어나와 자신을 물지 알 수 없었다.서준혁이 서씨 집안에 돌아왔을 때 서창범과 하정숙 그리고 어르신이 이미 있었다.오늘은 서씨 집안의 정기적인 가족 모임이었다. 서창범과 서준혁이 지금처럼 심하게 내분을 겪고 있어도 이 가식적인 가족 체면을 유지해야 했다.서준혁은 서창범과 하정숙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그 눈빛은 뭐야?” 서창범은 서준혁의 눈빛에 날카롭게 물었다.서준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든 그게 맞아요.”“너!” 서창범은 화를 냈고 어르신은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그만해! 네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알고도 그에게 아무 말도 못 하게 하려고?”“그럴 리가요. 다른 아들을 데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절제하고 있잖아요. 뭘 더 바라요?” 하정숙이 차갑게 말을 보탰다.서창범은 마치 화를 낼 곳을 찾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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