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혁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두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아이의 일을 언제가 됐든지 서창범이 꼭 알아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가만히 앉아만 있는 서준혁에게 이석민은 조심스레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서 대표님, 하 대표님께서 곧 찾아오실 겁니다.”화인 그룹의 내전은 이미 시작을 알렸고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서준혁의 편을 들어주었다.이석민은 사실 다른 직원들과도 이 “전쟁”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형제지간끼리 싸우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부자지간이 이리도 심하게 싸우는 모습은 그는 종래로 보지를 못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부자지간의 싸움은 형제끼리 서로 싸우기만도 못하지 않는가?오담윤이 서창범의 사생아라는 사실은 이미 몇몇 사람들이 눈치를 챈 상황이었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생아를 위해 친아들인 서준혁을 이리도 처참히 벼랑 끝까지 밀어내는 모습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봐도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다.게다가 이석민도 서준혁의 옆에서 몇 년 동안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인맥들을 쌓아 지금 이 자리까지 서게 된 모습들을 하나하나 똑똑히 보았다. 만약 서준혁이 이러저러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면 진즉에 악랄하고 교활한 수법을 쓰는 서창범에게 당했을 것이다.아무리 봐도 서창범이 서준혁을 대하는 태도는 친아들이 아닌 원수였다.신유리는 어젯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2”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았는데 딱 한마디뿐이었다.[안전제일, 조심하세요.]그녀는 문자만 슥 확인하고는 대화창을 지워버렸고 답장도 하지 않았다.자두는 요즘 호기심이 폭발해 무엇을 봐도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어제 오후에는 밖에서 연을 날리는 어린 아이를 보고는 너무 신이 나 하며 들썩이는 자두의 모습에 신유리와 이신은 이른 아침부터 자두를 데리고 연을 날리러 출발했다.별장부근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도착한 이신은 상어모양의 연을 사서 날릴 준비를 했고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그의 옆을 지켰다.임아중도 마침 오늘 쉬는 날이라 특별히 편한 운동복세트를 맞춰 입고는 신
신유리가 말을 마치고 이신 그들을 찾아갔다. 더 이상 서준혁과 이런 지루한 연극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신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가 다가오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 말했어?”“응.”신유리는 자두를 안아들며 평소처럼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이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혁이 서 있던 곳을 돌아보았는데 서준혁은 아직 떠나지 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신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며 바람에 흩날린 신유리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고 나서 그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서준혁은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신이 신유리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신유리와 자두도 같이 웃고 있었다.너무나도 화목해 보였다.오직 자신만이 버려져야 할 운명이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의 대화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신유리도 말한 것처럼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서준혁의 말이 맞았다. 서창범은 언젠가 그녀들을 공격할 것이고 여러 방면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신유리는 지금 마치 어둠 속에서 독사에게 주시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 독사가 튀어나와 자신을 물지 알 수 없었다.서준혁이 서씨 집안에 돌아왔을 때 서창범과 하정숙 그리고 어르신이 이미 있었다.오늘은 서씨 집안의 정기적인 가족 모임이었다. 서창범과 서준혁이 지금처럼 심하게 내분을 겪고 있어도 이 가식적인 가족 체면을 유지해야 했다.서준혁은 서창범과 하정숙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그 눈빛은 뭐야?” 서창범은 서준혁의 눈빛에 날카롭게 물었다.서준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든 그게 맞아요.”“너!” 서창범은 화를 냈고 어르신은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그만해! 네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알고도 그에게 아무 말도 못 하게 하려고?”“그럴 리가요. 다른 아들을 데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절제하고 있잖아요. 뭘 더 바라요?” 하정숙이 차갑게 말을 보탰다.서창범은 마치 화를 낼 곳을 찾은 것처럼
이웃 아주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서 신유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속눈썹을 천천히 내리깔았다.잠시 후, 그녀는 예비키로 문을 열었다.오랫동안 방치된 냄새가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그녀는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는데 집 안의 가구 배치는 신유리가 살던 대로였다.그러나 집 안에는 먼지 하나 없어 누군가 청소한 것이 분명했다.신유리는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잠시 멈칫하며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순간, 그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유리 씨,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그런데 어쩐 일이시죠?”신유리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멈춘 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짙은 네이비색의 단추가 놓여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 “아니에요, 그냥 집에 문제가 없는지 수리할 곳은 없는지 궁금해서요.”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요. 너무 편한데요? 이웃들도 좋은 분들이라 잘 지내고 있어요.”신유리는 짤막하게 답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실례했습니다.”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전화 너머로 말소리가 들려왔다.“양 팀장님, 서 대표님께 보내드릴 기획안 오늘 안으로 수정해 주세요. 줄리 씨가 방금도 와서 재촉했어요.”신유리는 아무 표정 없이 전화를 끊고 다시 테이블 위에 놓인 단추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이 디자인을 서준혁한테서 본 적 있었는데 그가 매우 좋아하던 디자인이었다.신유리는 눈을 감은 채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한편 화인 그룹, 양지원은 급히 기획안을 대표실에 가져갔다.최근 지사는 본사와 계약을 두고 경쟁 중이라 모두가 바삐 돌아쳤다. 양지원은 기획안을 내려놓더니 망설이며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서준혁은 계약서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물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양지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방금 신유리 씨가 전화를 걸어와 편하게 지내고 있는지, 수리할 곳은 없는지에 대해 물어보셨어요.”양지원은 사실 마음속으로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전에
오담윤은 진지하게 말했다. “자두를 본 적 있는데 정말 귀엽고 대표님과도 많이 닮았더군요.”“손녀?”성창범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마치 웃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보였다.그는 오담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유리와 아이를 우리 서씨 가문에 들일 생각은 전혀 없어!”“하지만 대표님께서 자두를 엄청나게 아끼시는 것 같던데요. 전에 자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대표님께서는 항상 보러 가셨다고 들었습니다.”서청범은 그를 쳐다보며 어두웠던 눈빛은 더욱 가라앉았다.오담윤은 옆에 서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며 마치 모든 것이 그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신유리가 떠나기 전 임아중은 그녀를 친구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레스토랑에 초대해 함께 식사했다. 임아중은 마음이 울적한 듯 말했다. “네가 이번에 가면 또 얼마나 오래 있다가 돌아오려나. 원래 일하는 것도 지겨운데 이젠 퇴근 후에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어졌어.”임아중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마치 그녀가 배신자라도 된 것처럼 비난의 눈빛을 보냈다.“그냥 출장 가는 거야. 돌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돌아오더라도 성남은 오지 않잖아?” 임아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엔 그런 생각조차 못 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는 거지? 눈 깜박할 사이에 다 떠나버렸어.”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을 들으며 사실 마음이 씁쓸했다. 그녀도 성남시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누가 본가를 떠나고 싶어 하겠는가? 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이승윤에 서창범까지 신유리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다.임아중은 신유리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뒤늦게 떠나려는 이유를 떠올리며 하려던 말을 되레 삼켜버렸다.생각 끝에 신유리에게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정숙 아주머니께서 이미 하씨 가문으로 돌아갔대. 게다가 창범 아저씨와 결혼한 것도 자의가 아니었다더라. 원래 아주 온화한 사람이었다고 했어.”“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느 여자가 자기 남편이 몇
신유리는 오담윤을 따라 들어가자마자 이미 앉아 있는 서창범을 보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서창범은 매섭게 눈을 치켜뜬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로 모시기까지 참 어렵구나.”신유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회장님의 초대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죠.”이것도 초대라고 할 수 있다면 신유리는 냉소한 눈빛을 숨긴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창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권력자의 위압감은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그는 신유리를 날카롭게 흘겨보고는 천천히 자두에게 시선을 옮겼다.자두는 졸린 듯 신유리의 품에 늘어져 있었다.신유리는 그의 시선에 본능적으로 자두를 품에 더욱 끌어안았다. “서준혁이냐?”신유리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왜 묻는 거죠?”서창범은 얼굴이 살짝 어두워지며 불쾌하게 바라보았다.그는 눈빛이 변하더니 말했다. “내가 널 못 건드릴 거라고 생각하냐?”서창범은 냉소를 지으며 시선을 자두에게 고정시켰다. “예전부터 네가 일을 망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놈은 하필 믿지도 않고 널 계속 곁에 뒀지.”“결국 자신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고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대들다니." 서창범은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자신의 판단이 옳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정이 깊은지 한번 보자고.”서창범의 얼굴은 약간 일그러졌다. 신유리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임아중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이미 몇 명의 경호원이 안쪽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신유리는 얼굴이 즉시 굳어지더니 물었다. “지금 무슨 뜻이죠?”서창범은 콧방귀를 뀌며 신유리를 경멸하는 듯 바라보았다. “그때 병원에서 놓친 게 끝이라고 생각하나? 자네가 계속 운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신유리의 머릿속은 공포로 가득 찼다. 서창범의 냉혹함은 그녀가 이미 경험한 바 있었다.그녀는 자두를 안은 채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낙태 실에서 느꼈던
신유리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서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왔어?”“오담윤이 알려줬어.” 서준혁은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신유리는 자두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고마워.”서준혁이 오지 않았다면 서창범은 그녀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자두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랐다.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 마음이 쓰라렸다. “내 잘못이야.”그는 자신이 신유리와 자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니면 서창범과 오담윤은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서준혁은 호텔의 제일 위층을 바라보며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입술을 오므린 채 방금 가라앉았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자두가 훌쩍이는 소리에 그는 생각이 끊겼다. 자두는 얼굴이 붉어진 채 신유리의 옷을 잡고 불편해했다.신유리는 자두를 달래줬지만 자두는 점점 더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 서준혁은 마음이 조여들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자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그는 자두가 놀랄까 봐 거의 힘을 주지 않은 채 머리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그런데도 자두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손바닥에 닿자 감촉이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너무 신기했다.다만 예상 밖에 자두는 마치 감지한 듯 얼굴을 들어 울먹이는 눈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서준혁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자두가 자신의 친딸임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이었고 다른 생명체의 몸속에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분명하게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서준혁은 그동안 자두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어르신과 우서진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했던 말이 떠 올랐다.그러나 서준혁은 여전히 자두가 엄마를 더 닮았다고 생각했다.특히 눈매는 신유리와 똑같았다.생기 있고 아름다웠다.자두의 이마에 올려놓은 손은 심하게 떨렸고 다만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은 울고 있던 자두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울음을 그쳐갔다.갑자기 신유리의 핸드폰이 울리며 그의 생각을 끊었다.임아중
화인 그룹 본사와 지사 간의 경쟁 소식을 신유리는 해외에서 반달을 머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신유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카톡 계정에 로그인하자 화인 그룹의 주가 폭락 소식이 쏟아졌다.그중에서도 양예슬의 메시지가 가장 많이 와있었다. 모두 화인 그룹 주가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일주일 전에 보낸 메시지였다. 양예슬은 불안해하며 신유리에게 물었다. “화인 그룹이 파산하면 전 이제 어떡하죠?” 그리고 그녀가 몰래 찍은 사진들을 보내왔는데 사무실 사람들은 얼굴에 불안이 가득한 채 모두 바삐 돌아쳤다. “이미 2주 동안 야근 중이에요. 다들 거의 회사에서 살고 있어요. 석민 씨의 말에 따르면 대표님께서 먼저 본사 쪽 협력 기업을 빼앗아 왔다고 했어요.”“유리 언니, 절 받아줄 수 있어요?”서준혁이 화인 그룹 본사와 파트너쉽을 계약한 기업의 절반을 가져갔다는 사실에 신유리는 다소 놀랐다. 서창범의 성격상 서준혁이 그의 체면을 깎아버리는 순간 더 심한 보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통제 욕이 매우 강해서 조금의 반항도 용납하지 않았다. 화인그룹 지사의 현재 실력으로 볼 때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 결국 신유리의 예상이 맞았다. 서준혁의 공개적인 저격에 서창범은 거의 모든 분노를 쏟아냈다. 순식간에 양측은 치열하게 맞서기 시작했다. 만약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수지간인 줄 알았을 것이다. 서창범과 오담윤의 강렬한 압박을 서준혁은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되려 반격할 기세까지 보였다. 서창범은 비서가 건넨 서류를 땅에 내던지며 소리 질렀다. “이 녀석! 그동안 나 몰래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두었다니!”옆에 있던 오담윤은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서준혁은 늘 서창범에게 눌려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서준혁이 뒤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본사와 협력한 대부분의 기업이 그의 손에 있었다.
화인 그룹의 일로 시끄러워지자 신유리도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심지어 신연과 업무를 보고할 때조차 신연은 서준혁의 수법이 자신의 예상 밖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유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숨기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죠.”“사실 너무 섣불렀어요. 고씨 가문과 여씨 가문을 완전히 끌어들인 다음 움직였더라면 지금처럼 번거롭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아마도 당신이 서창범의 타깃이 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움직인 것 같은데요.”신유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신연은 서준혁이 야망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역시도 야망이 작지는 않았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태씨 가문을 속이고 혼자 추진한 것이었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신연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신연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신유리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 외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신연도 본질적으로 서준혁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준혁이 저지른 일은 대중에게 낱낱이 폭로되었다. 화인 그룹을 손에 넣기 위해 이토록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을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물론 신유리도 계획의 일부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유리는 처음부터 그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연히 상황에 말려든 존재였을 뿐이다. 아니면 그녀를 이렇게 가차 없이 버렸을 리가 없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서준혁은 아마 몇 년 전부터 지금을 위해 준비해 왔을 것이다. 그가 본사를 떠날 때였거나, 아니면 더 이른 시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의 계획에 신유리는 한 번도 포함되었던 적이 없었다. 다만 그가 만든 함정 속에서 신유리가 헤매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쩌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차 없이 그녀를 버렸다. 신유리는 창가에 서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꽤 평온한 기분을 느꼈다. 사실 서준혁이 어떻게 되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더 이상 그에게 시간을 낭비할 생각도 없었다. 북쪽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