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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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정말 그의 마음속에 강하리를 위한 자리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몇 발짝도 못 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졌다.구승훈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순간 눈살이 몹시 찌그러졌다.“왜 또 열이 나는 거야?”강하리는 왜 다시 열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지금은 비만 맞아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안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강하리는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 송유라의 팬들이 문을 막고 욕설을 퍼부었던 기억을 떠올렸다.더구나 오늘은 이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병원 안 갈래요.”강하리는 구승훈의 팔을 붙잡고 저항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눈을 찡그린 구승훈은 아마도 이유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녀를 침실로 데려갔다.“일단 약을 먹고 효과가 있는지 지켜봐. 없으면 의사를 부를게.”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 남자는 잠시 후 약을 들고 돌아왔다.강하리는 약을 먹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푹 자, 난 가서 인터넷에 올라온 문제를 처리할 거야.”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기 전에 구승훈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너무 피곤한 탓인지 아니면 약의 효과 때문인지 그녀는 금방 잠들었다.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손연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리야, 빨리 인터넷에 올라 봐. 그 동영상이 사라졌어. 장서연이 사과하러 나와서 네가 자기 자리를 대신한 일 때문에 원한을 품고 한 짓이라고 말했어. 구승훈 그 개 같은 자식이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처리했네. 인터넷에서 너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은 모두 고소당했어, 하나도 빠짐없이.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 개의 소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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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공식 블로그에 2분 전에 금방 게시글이 올라왔다.에비뉴 주얼리:[우리 사장님은 현재 싱글입니다. 사장님의 연애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유라 씨, 앞으로도 우리의 협력이 여전히 즐겁기를 바랍니다.]손연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강하리가 전화를 받자마자 손연지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하리야. 나 방금 구승훈을 욕한 말 취소야. 이 게시물 완전 송유라의 뺨을 제대로 때렸어! 전에 송유라가 아무도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 뒤로 구승훈이 바로 솔로라고 선언했어. 와씨, 나 지금 당장 송유라네 집 창문에 가서 엎드려 그년 표정을 구경하고 싶어!”이 게시 글을 본 강하리는 순간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이라는 것만큼은 인정해 줘야 했다.송유라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긴 했어도 둘이 연인 사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단순히 친구 사이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리고 구승훈이 솔로라고 발표해봤자 송유라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제삼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이때 강하리는 구승훈의 수단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사실 구승훈 이 인간, 쓰레기 같은 그만의 여신이 있다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현명한 것 같아.” 휴대폰 너머에서 손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리야,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어?”강하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결국 송유라는 여전히 터치하지 않았지만 강하리는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손연지와 통화를 마친 후 강하리는 침대에 누워 그 트위터 게시 글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나서야 꺼버렸다.열은 내린 것 같은데 배가 너무 아파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며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하리는 진통제를 찾으려고 일어났다.문을 나서는 순간 구승훈이 서재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남자가 다가와서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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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강하리는 눈을 감았지만,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남자의 따뜻한 숨결이 귀 바로 옆에서 불어와 그녀의 피부를 심하게 간지럽혔다.강하리가 움찔거리자 구승훈은 갑자기 그녀의 몸을 뒤집어 누르고는 입술을 강제로 벌려 입속을 파고들었다. 강하리는 순순히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남자가 마지못해 그녀를 놓아주기까지 얼마나 오래 키스했는지 모른다.구승훈은 그윽한 눈길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몇 번 문질렀다.“오늘 민우 만났어?”강하리는 그가 느닷없이 다시 이 질문을 할 줄 몰랐지만,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디서 만났어? 둘이 만나서 뭐 했어? 하리야, 거짓말하지 마. 다 확인할 거니까.”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확인할 거라면서 왜 물어보는데요, 대표님?”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먼저 물어봐야지, 안 그러면 강 부장을 못 믿는 것 같잖아.”강하리는 이를 악물고 여전히 자신을 압박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결국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어머니 병원 앞에서 만났어요.”“응, 그리고?”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저를 데려다주겠다는 걸 거절했어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그녀의 입술을 문지르며 물었다.“왜 허락하지 않았어?”“다른 남자의 차에 앉는 게 싫어서요.”구승훈은 그제야 만족스러워했다.“그래, 난 강 부장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그는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입술에 한 번 더 키스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상쾌한 몸으로 나왔다. 남자는 더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침대 옆에 서서 말했다. “빨리 자. 난 처리할 일이 있어. 아프면 부르고.”“알았어요.”강하리가 대답했다.그녀는 여전히 잠들 수 없었지만 억지로 눈을 감았다....한밤중에 강하리는 또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고 구승훈이 그녀에게 다시 약을 먹인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다.몸을 감싼 무거운 이불은 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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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구승훈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이제 열이 없네. 일어나서 뭐라도 먹어.”말을 마친 남자는 곧바로 침실을 나갔다.강하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복잡한 감정을 모두 뒤로하고 일어나서 샤워하러 갔다. 그녀가 나왔을 때 구승훈은 이미 식사를 차려놓았다.팥죽이었다.구승훈은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맛 좀 봐. 처음 만들어 봐서 맛있는지 모르겠어.”강하리는 놀라서 멈칫했다. 그녀는 구승훈이 밥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두 사람은 3년 동안 함께 지냈지만, 구승훈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이 남자가 주방에 서있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그녀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마음에 안 들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는 팥죽을 꽤 좋아했다. 어릴 때 그녀가 아플 때면 정서원이 자주 팥죽을 끓여주곤 했다.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뜻밖에도 구승훈이 팥죽을 끓여 주었다.그녀는 일순간 마음에 전해져 오는 그 느낌을 형언할 수 없었다.“그런데 표정이 왜 이래?”“그냥 당신이 밥할 줄은 몰랐거든요.”강하리가 구승훈을 바라보자 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응, 유라가 어렸을 때 아플 때마다 팥죽을 즐겨 먹었거든.”강하리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며 방금 따뜻해지려고 하던 가슴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속눈썹이 몇 번 떨리더니 쓴 미소가 뒤따랐다.“그랬군요.”마음이 싹 식어버린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대표님은 송유라 씨를 정말 좋아하나 봐요.”그렇지 않다면 구승훈의 성격상 어떻게 특별히 한 사람을 위해 요리를 배울 수 있었을까?구승훈은 침묵하고 이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송유라와의 일에 대해 다른 사람과 말하기를 꺼려 했다.그는 강하리 앞에 죽을 들이밀었다.“먹어 봐.”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꽉 움켜쥔 강하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대표님.”강하리의 태도가 다시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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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송유라는 더욱 서러움이 밀려왔다.“오빠, 진짜 그 여자 좋아하게 된 거예요?”구승훈의 굵은 눈썹이 살짝 좁혀졌다. “넌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강하리는 이틀 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회사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려던 찰나 안예서가 달려왔다.“보스, 이제 괜찮아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걱정시켜서 미안해.”안예서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 놓지 않았다.“전 보스가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요. 사이버 폭력에 시달려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 엄청 많잖아요.”강하리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난 아직 그 정도로 나약하지 않아.”안예서는 주위를 휙 둘러보고는 강하리의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보스는 모르겠지만 전 사실 그때 계속 생각했어요. 보스랑 대표님이 진짜 뭔가가 있었으면 하고요. 그래서 송유라가 화가나 미쳐버리게!”강하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 대표님은 나를 눈에 차지 않아 하셔.”안예서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날 송유라가 회사에 찾아와 대표님이랑 한바탕 난리를 치고 울며 떠났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이건 대표님이 그래도 보는 눈이 있다는 걸 설명하지 않겠어요. 아니면 보스가 대표님을 유혹해 보는 건 어때요?”그 말에 강하리가 멈칫했다.“송유라가 왔었어?”안예서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울면서 왔다가 울면서 갔어요. 전여친 주제에 자기가 뭐 약혼녀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진짜 쌤통이야.”강하리는 입술을 앙다물고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대양그룹과의 협력 건은 어떻게 됐어? 이제 서명할 수 있겠지?”안예서는 속도 없이 곧바로 강하리의 질문에 끌려갔다. “네, 이미 계약을 확정하는 단계에 있지만 서명은 보경시에 가서 해야 할 것 같아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구승훈은 계약서에 서명할 때면 보통 전담 비서를 데리고 갔다.그녀가 계약서를 확인하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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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원래 안현우의 회사에는 그저 비즈니스 분쟁이 몇 개 생겼을 뿐이었다.안현우가 요즘 확실히 바쁘긴 했어도 그로 하여금 분별력을 잃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구승훈이 저번에 안현우더러 이사회를 조심하라 이른 후 안현우는 이사회를 한바탕 뒤엎었다.그 기간 자연스레 많은 이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그렇게 해왔는데 불과 며칠 전, 안현우는 그의 이사회에 사실 아무 문제 없음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 비즈니스 분쟁들 전부 구승훈 그 자식이 꾸민 짓이었다.구승훈이 던진 한 마디에 그 많은 고생을 한 것이다. 구승훈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안현우로서는 한가지 이유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았다. 강하리 때문이겠지.안현우는 이 일을 도저히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구승훈한텐 감히 어쩌진 못해도 강하리한테 못 올까.강하리는 멍했다. 구승훈이 안현우를 건드릴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강하리의 입가의 핏기가 하얗게 가시고 있었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되었다.하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강하리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구승훈이 안현우를 건드린 것은 그녀 때문이 아닐 것이다. 강하리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었다.“이번 일이 저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요?”안현우는 조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강 부장이랑 상관없는 일입니까?”“난 승훈이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예요. 만약 그대 때문이 아니라면 왜 승훈이가 내 회사를 건드립니까!”강하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구 대표님이 송유라 씨랑 안 대표님이 가깝게 지내는 게 거슬리셨나 보죠. 안 대표님이 송유라 씨 좋아했던 건 맞잖아요. 아닌가요?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있죠. 송유라 씨가 구 대표님이 제일 아끼는 사람이란 걸. 안 대표님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구 대표님한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정말 저 때문에 당신을 건드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안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간이 좀 지나서야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저랑 유라 씨가 친한 거 승훈이는 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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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안현우는 순간적으로 강하리의 귓가에 바짝 붙어왔다. 그리고 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그댈 강제로 취한다면 구승훈이 강 부장을 죽일까요, 날 죽일까요?”강하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구 대표님이 안 대표님을 죽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만두진 않을 거예요. 구 대표님이 어떤 분이신지 안 대표님이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구 대표님이 다른 남자가 자기 여자를 건드는 꼴을 허락할 것 같아요?”안현우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강 부장 그대가 승훈이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대는 그저 노리개에 불과하죠.”강하리의 입가가 굳어졌다. “그렇다 해도 구 대표님이 안 대표님을 건드린 건 사실이니까요. 아닌가요?”안현우는 눈을 번쩍 떴다.강하리는 그런 안현우를 밀며 문을 열었다. “먼 데까지 안 나갑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안 대표님.”안현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로서는 확실히 더 이상 강하리를 건드릴 수 없었다.구승훈이 안현우에게 가르친 수업의 대가가 이리도 컸다.불과 두 개월 사이에 빚어진 피해는 안현우의 회사로서는 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복구해야 할 것이다.안현우는 이대로 물러나기 분했고 나가면서도 강하리를 자극했다.“강 부장, 이렇게 나오는 거 재밌습니까? 정말 그대가 유라 씨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구승훈이 송유라 씨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그대는 모를 겁니다.”강하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송유라와 경쟁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으니 말이다.강하리는 자신의 주제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구승훈이 얼마나 송유라를 아끼는지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강하리는 더 이상 안현우와 말씨름할 인내심이 없었다.“안 대표님, 보안팀을 불러야 물러나실 거예요?”안현우는 고개를 돌려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매혹적인 몸매에 검은 생머리가 어깨에 드리워진, 허리도 예전에 비해 얇아진 강하리였다. 안현우가 강하리에게 예전보다 예뻐졌다고 얘기한 건 정말 빈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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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구승훈의 말에 강하리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강하리는 손등을 꼬집으며 있어서는 안될 이 두근거림을 무시하려 애썼다.침묵이 흐른 뒤 강하리는 물었다. “왜죠? 대표님은 늘 신경 쓰지 않으셨잖아요."구승훈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구승훈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름이 돋으리만치 차갑고 공허하며 심지어 조금의 음울함도 깃든 듯한 기색으로.“난 당연히 관심 없어. 그렇지만 난 누가 내 물건을 탐내는 건 싫거든. 더군다나 손대려고 했다면 더더욱.”강하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였구나, 그럼 그렇지. 원래 그랬어야 하는 거지.구승훈은 확실히 손을 쓸 것이다, 자기 것이 넘보였단 이유로.강하리 때문이 아닌.다시 말하자면 탐낸 것이 그가 기르던 고양이든, 강아지든 구승훈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란 소리였다.강하리는 침착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곤 얼굴에 가까스로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구승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 부장은 내가 뭐 때문에 손썼다고 생각했는데?”강하리는 숨을 깊게 들이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아 저는 대표님이 또 제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건 줄 알았습니다.”구승훈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었다. “강 부장이 그렇게 생각해도 틀리진 않고.”강하리는 가슴 한켠이 시큰해 오는 걸 뒤로 하고 웃으며 말했다. “더 볼일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구승훈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이렇게 간다고?”강하리는 입가에 힘을 주었다.구승훈이 손을 내밀어 덥석 강하리의 팔목을 잡았다. 팔목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구승훈은 말했다.“말 좀 예쁘게 해. 아니면 환심 살만한 행동을 하든가. 강 부장은 그런 거 몰라?”강하리는 못 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도 남자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 하기 싫을 뿐이었다.강하리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구승훈을 보며 말했다. “그럼 대표님은 뭘 듣고 싶은 건가요? 제가 다 들려드릴 수 있는데. 좋아해요, 사랑해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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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마케팅팀에도 회식은 원래 뺄 수 없는 일환이었다. 하지만 올해 강하리는 도저히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아 지금까지 별다른 동작을 보이지 않았다.강하리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예서 씨가 진행해 줘. 준비가 다 되면 나한테 얘기하고.”안예서는 강하리를 놓아주지 않았다.“보스, 다들 회식할 때 애인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데 그래도 되나요?”강하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누구든 데려와도 돼.”안예서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럼, 보스는요? 아니면 그날 저희가 남자들 좀 불러볼게요. 소개팅해 보실래요?”강하리는 잽싸게 거절했다. 더 이상 피곤해질 일이 생기지 말았으면 했다.“괜찮아. 아직 연애할 마음이 없거든.”말이 끝나고 강하리는 안예서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얘기했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너희들도 얼른 자리에 돌아와서 일들 해.”“알겠어요.”강하리는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핸드폰에서 손연지의 연락이 울리고 있었다.“하리야, 요양병원 자료를 방금 너한테 보냈어.”강하리는 짧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하리야, 너 진짜 떠나려고? 일단 어머니한테 위험한 결정인 걸 떠나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너 지금 얼마나 모았는데? 만약 거기에 도착한 뒤에 돈이 부족하면 그때는 어쩔 건지 생각해 봤어? 거기에 도착한 이후에 다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손연지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하지만 강하리도 친구가 하는 말의 뜻을 알고 있었다.거기로 떠난 뒤에 남자한테 빌붙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강하리는 점점 속이 답답해짐을 느꼈다.그랬다. 강하리는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엄마의 치료비가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손연지의 말은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매달 몇천만 원씩 빠지는 치료비는 강하리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부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지금 여기서는 적어도 엄마의 치료비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다.만약 거기서 정말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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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강하리는 손연지의 전화를 끊고 요양병원의 자료를 살펴보았다.확실히 손연지의 말대로 환경이나 시설이 좋았다.유일하게 머리 아프게 하는 구석이 치료비였다.강하리는 약하게 숨을 한번 내쉬었다.자료를 금방 정리했는데 마침 구승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계약서는 문제없어. 강 부장은 나랑 출장 좀 같이 가지. 조금 이따 비행기 타고 보경시에 갈 거니까 아래서 기다릴게.”강하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표님, 매번 전담 비서와 함께 가셨잖아요?”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 “난 강 부장이랑 가고 싶은데. 안돼?”강하리는 구승훈에게 말문이 막혀 뭘 얘기할지 몰랐다.구승훈은 엄연히 대표였고 자연스럽게 누구와 출장을 가도 다 되는 거였다.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 “저 오늘 업무가 많아서요, 대표님...”“이번 건은 강 부장 거야. 상황도 강 부장이 더 잘 알 테고. 강 부장, 원래 강 부장 소관이야.”강하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전 아직 짐도 싸지 않았는데요.”수화기 건너편 남자의 인내가 눈에 띄게 바닥났다.“보경시에 도착하면 그때 사는 거로 해. 아래서 기다릴 테니까 빨리 와.”구승훈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껐다.강하리는 꺼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답답한 기운을 느꼈다.하지만 업무상의 일이었기 때문에 강하리는 결국 짐을 싸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기 전에 안예서와 얘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구 대표님이랑 출장 좀 다녀올 거야. 팀 회식은 이미 준비해 뒀으니까, 너희가 돌아오면 그때 회식비 청구해.”안예서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보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강하리가 빙긋 웃었다. “그래도 되고.”회사 아래 세워져 있던 컬리넌의 차창이 반쯤 내려졌다.남자는 손에 담배 한 개비를 끼우고 느슨하게 좌석에 기대있었다. 눈동자에는 자유분방함과 제멋대로 하는 성격이 그득하게 담겨있었다.강하리가 다가오자 남자는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시선은 강하리 얼굴에 고정한 채.원래 좋지 않았던 안색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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