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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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책상 위에 놓은 자료들을 두어 번 대충 훑어보던 구승훈이 펜을 들어 결재 서류 위로 사인을 휘갈겼다.사인을 마친 구승훈은 결재 서류를 강하리에게 넘겨주는 대신 고개를 들어 강하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팔은, 좀 괜찮아?”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많이 괜찮아졌습니다.”여전히 강하리를 바라보던 구승훈이 또다시 물었다.“몸은 좀 어때?’“괜찮습니다.”남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일도 할 수 있을 만큼만 해.”“네.”잠시 멈칫한 강하리가 물었다.“구 대표님,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조용히 강하리를 바라보던 구승훈이 물었다.“여기까지 왔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자꾸 가려고 안달이실까.”딱히 부정은 하지 않은 강하리가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서요.”눈을 가늘게 뜬 구승훈이 강하리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이번 주 주말에 동창회 한다며?”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강하리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 시간 안 되시면, 굳이 참석 안 하셔도 됩니다.”구승훈이 그녀의 동창회에 같이 나가주겠다고 말한 뒤로 강하리 역시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남자친구 행세 역시 가짜인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불과 이틀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어버린 후부터는 그 일말의 기대 역시 사라져 버렸다.구승훈을 남자친구라고 데려가봤자 달라지는 게 있을까?어차피 가짜인데, 다 거짓말인데.강하리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빛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을 지키던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이미 강 부장이 부탁했던 일 아닌가, 같이 가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구승훈의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인 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구승훈의 눈을 바라보았다.“제가 동창회에서 누구 만날까 봐 그러시는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걔 안 와요.”다시 한번 가늘게 실눈을 뜬 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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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몇 초 동안의 정적을 깬 강하리가 말했다.“구 대표님께서 제 동창회에 같이 가줄 수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구승훈은 어딘가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오늘 저녁엔 돌아갈 테니까 저녁밥 준비해 놔.”“네.”이대로 끊기엔 아쉬웠는지 구승훈이 다시 한번 물었다.“뭐, 다른 일은 없나?”“없습니다.”“그래, 그럼.”말을 마치는 순간 남자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강하리가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걸어갔다.냉장고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구승훈이 음식에 대해 까다롭던 탓에 뭐든 당일에 사 온 신선한 재료로만 요리를 해왔던 게 문제였다.게다가 요 며칠 강하리 역시 몸이 좋지 않았던 탓에 계속 룸서비스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탓에 냉장고에 뭐가 있는 게 더 이상했다.어찌 됐든 구승훈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 저녁밥을 차려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장서연이 동창회에서 또 무슨 짓을 할지는 강하리 역시 알 수 없었다.하지만 구승훈이 참석한 이상 장서연이 멋대로 날뛰는 일은 없으리라.저녁 준비를 위해 간단히 장을 보고 왔더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있었다.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강하리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저녁밥을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은 벌써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다 된 밥과 반찬거리들을 식탁에 차려놓은 강하리가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디.하지만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응답은 딱딱한 기계음뿐이었다.잠시 멈칫한 강하리가 다시 한번 다이얼을 눌러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하리는 다급하게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구승훈과 눈이 마주쳤다.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채 현관에 서 있는 구승훈은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였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구승훈은 코트를 벗으며 현관을 벗어나 집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식탁 앞까지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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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강하리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정신을 차린 강하리는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입맛은 없었지만 직접 힘들게 차린 것들이니 다 버리기에도 아까웠다.이미 먹을 대로 많이 욱여넣은 강하리는 남은 음식들을 들어 쓰레기통에 옮겨 담았다.남은 음식들을 봉투에 잘 담은 강하리는 음식물 봉투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 길고양이와 길강아지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길목에 갖다 놓았다.다시 집으로 돌아온 강하리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뒤, 내일 있을 동창회의 주소를 구승훈에게 보내주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오후, 손연지가 갑자기 집으로 찾아왔다.“아, 진짜 짜증 나네!”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강하리가 표정을 굳힌 채 물었다.“왜 그래?”“장서연 저 망할 년이 진짜, 학교 단톡방에 뭐라고 올렸는지 알아? 네가 누구 내연녀 노릇이나 하고 다닌다고 떠드는데 내가 진짜 열이 뻗쳐서!”손연지의 말에 강하리가 가늘게 실눈을 떴다.학교 단톡방 알림은 이미 끄고 산 지 오래라 전혀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 장서연이 그 단톡방에서 그런 불여우 같은 짓을 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급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어 학교 단톡방을 확인해본 강하리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이미 모두가 장서연의 말에 놀아났는지 단톡방에 있는 모두가 강하리에 대한 유언비어들을 퍼뜨리고 있었다.“그런 거 보지 마.”손연지가 급하게 강하리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뺏어 들려 했다.단톡방 내용은 정말 가관 그 자체였다. 본인이 아닌 손연지 마저 억울하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인데 강하리는 어떨까.손연지의 그런 행동에도 강하리는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그녀의 표정은 흐려질 대로 흐려져 있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단톡방에서의 장서연의 모든 발언들을 일일이 캡처하고 있었다.화면 캡처를 끝낸 강하리는 바로 휴대폰 다이얼 창으로 넘어가 112를 눌렀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강하리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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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하리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말로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피가 차게 식는듯한 기분이 들었다.사람 자체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절망이라는 감정에 절여지는 듯한 느낌이었다.날씨가 추운 탓인지, 아니면 얇게 입은 탓인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강하리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당장이라도 구승훈에게 문자를 보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강하리는 구승훈과의 대화창에 단 한 글자도 입력하지 못했다.따진다고 뭐가 달라질까?기껏해야 마음만 조금 편해지려나?강하리도 알고 있었다. 구승훈은 송유라를 위해서라면 자신과의 약속 따위는 가볍게 저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 약속을 저버리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송유라라는 사실까지.그녀는 자학의 심정으로 송유라의 트위터 타임라인으로 들어가 보았다.역시, 예상했던 대로 불과 3분 전에 올라온 그녀의 게시물이 보였다.게시물은 다름 아닌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그녀의 사진이었다.하지만 강하리는 그 사진 속에서 반만 찍힌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비록 반밖에 안 찍힌 사진이었지만 강하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 뒷모습의 주인이 바로 구승훈이라는 것을.게다가 시사회에 참석한 구승훈이 입고 있던 옷은 바로 자신이 예전에 직접 구승훈에게 선물해 주었던 정장이었다.강하리는 자신이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자부해왔던 사람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듯 힘없이 떨리고 있었다.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트위터 앱에서 나온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손연지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허리야, 무슨 일 있어?”“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먼저 가볼게.”강하리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그녀는 홀로 동창회에서 장서연과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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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강하리의 휴대폰에 띄워진 녹음화면을 본 장서연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서연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당당하면 그 남친이라는 사람 좀 불러와 보지 그래? 지금 당장 여기로 오라고 해봐. 그럼 내가 다 인정하고 사과할 테니까.”강하리의 표정이 점점 경직되는 것이 보였다.“그이가 오든 말든, 언제 오든 그게 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둘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는 게 육안으로도 보이자 반장을 포함한 몇 명의 남자들이 나서서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서연아, 너 먼저 들어가 있어.”다급해진 반장이 장서연에게 얘기했다.하지만 애인의 만류에도 장서연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반장은 미안한 듯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강하리, 미안한데 혹시 너 먼저 가고 싶으면...”“야, 강하리. 애인 있는 남자 먼저 꼬드겨놓고 소문 퍼지니까 동창들 만나긴 창피한가 보지? 이렇게 도망가시겠다?”반장의 말을 끊고 장서연이 큰 소리로 강하리에게 외쳤다.“남 사이에 끼어들고 남 연애 망치기나 하고, 그래 놓고 고상한 척은 혼자 다 하잖아. 남자들한테 몸이나 대주는 너덜너덜한 걸레년 주제에!”잔뜩 흥분한 장서연이 끊임없이 강하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장서연을 말리던 반장도 힘에 부쳤는지 많이 힘들어 보였다.강하리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게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장서연은 사람들 앞에서의 체면이고 뭐고 진작에 다 내다 버린 사람처럼 행동했다.“장서연 그만 좀 해!”참다못한 반장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갑자기 들려온 남성의 큰 고함소리에 놀란 장서연이 더욱 흥분해 악에 받쳐 얘기했다.“왜? 너도 저년한테 홀렸니? 그래,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너 방금 뭐라고 했더라? 병원 같이 가주겠다 그랬나? 저년 남자 친구라는 사람도 신경을 안 쓰는데 네가 왜 끼어들어서 지랄이냐고!”장서연의 언행은 점점 거칠어졌다.주위에서 장서연의 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던 남자 동창들도 점점 거칠어지는 워딩에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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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송유라가 올린 사진을 말하는 줄 알고 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봤어. 괜찮아, 연지야. 걱정하지 마. 나 이제 집에 거의 다 왔어.”손연지는 걱정으로 일순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리야,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마. 알았지? 그런 말은 보지도 말고, 상대하지도 말고 그들이 뭐라던 절대 신경 쓰지 마.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 없잖아. 알겠지?”말을 하던 손연지는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말 강하리가 너무 마음 아팠다. 구승훈 그 개 같은 남자는 뭐가 잘났다고 하리를 이렇게 대한단 말인가!우리 하리가 그 자식보다 어디가 못났다고!손연지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하리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연지야, 대체 무슨 말이야?”손연지는 목이 메어 꺽꺽거리며 말했다.“하리야... 트위터... 못 봤어?”순간 손연지는 자기 혀를 꽉 깨물어 잘라버리고 싶었다.“나 먼저 끊을게.”강하리는 손연지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 전화를 끊고 트위터를 열었다.[송유라의 연애사에 제삼자가 끼어든 정황 의심]인기 검색어 1위에 있는 검색어를 본 강하리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눌러서 들어가 보니 동영상 한 개가 있었고 얼마 전 그녀가 남자 옷 가게에서 송유라의 뺨을 때리던 장면이 담겨있었다.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라 소리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강하리가 송유라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동영상 밑에는 이미 선동하는 댓글이 수두룩했다.[요즘 불륜녀들은 다 이렇게 거만한가요? 감히 대놓고 진짜 여자 친구의 뺨을 때리다니.][불륜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정말 하나같이 뻔뻔하네요.]불륜녀, 여우 같은 년, 뻔뻔하다는 글들이 댓글 창을 가득 채웠다.그리고 누군가가 한 팬의 어머니가 병원에서 무릎을 꿇고 강하리에게 용서를 빌던 동영상을 올렸다.그 동영상을 본 강하리는 관자놀이가 툭툭 튀었다. 그녀는 그때 누군가 몰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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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강하리는 택시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정서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금방 호텔에서 나온 후 강하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여기로 왔다. 병원 앞에 도착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기 싫었다.병원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혹시라도 그녀를 알아보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병상에 누워있는 정서원까지 자신 때문에 체면이 깎일 것 같았다.강하리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불륜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두려웠다.도피라도 하듯 문 앞에 서서 더는 안으로 한 발도 내딛지 않았다.하늘에서는 계속 비가 쏟아져 내리고 가을밤의 차가운 바람이 차디찬 빗방울에 섞여 그녀의 몸을 적셨다.추운가?물론 춥겠지.하지만 강하리는 느낄 수 없었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정서원이 있는 층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비에 젖어버리고 희고 깨끗한 얼굴에 빗물이 흘러 내려와 그녀의 아름답고 섬세한 얼굴은 몹시 차분해 보였다. 오직 맑은 두 눈만이 끝없는 슬픔과 처량함으로 얼룩져 있었다.바로 노민우가 병원에서 나왔을 때 본 한 장면이었다.여자는 측면으로 그곳에 서있었고 빗방울이 불빛과 어우러져 떨어져 내리자, 그녀는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특히 화려한 옷차림의 그녀는 비를 흠뻑 맞았지만 아름다움이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처량하게 아름다웠다.노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그들 무리는 노는 게 지나칠 정도였고 안현우가 강하리에게 품은 욕망은 아주 노골적이었다.노민우도 예전에는 강하리에게 환상을 품은 적이 있었다.전에 진실게임을 할 때도 만약 구승훈만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도 남았을 테지만 결국 구승훈의 여자를 자신이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런 강하리를 보니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움이 피어올랐다.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일들을 그는 낱낱이 보았다.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분명 누군가 뒤에서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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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시사회에서 노민우가 보내온 사진을 본 구승훈은 얼굴이 몹시 흉측하게 변했다.송유라가 구승훈의 옆에 서서 물었다.“강 부장님 지금 민우 씨랑 같이 있어요?”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야유했다.“강 부장 매력이 엄청나네요. 왼쪽에는 현우 씨, 오른쪽에는 민우 씨를 끼고. 인터넷에서는 그 여자에 대해 한창 떠들썩한데 아직도 데이트할 기분이 있나 봐요.”구승훈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송유라를 흘겨보며 말했다.“유라야, 어떤 일은 내가 눈 감아 줄 수 있어. 하지만 어떤 일은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야.”송유라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보았다.“오빠, 그게 대체 무슨 뜻이에요?”“일이 있어, 먼저 갈게.”송유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시사회에 나랑 같이 있어 준다며?”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같이 있어 줬잖아. 이미 사진까지 올리지 않았어?”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뒤에 있는 송유라는 화가 치밀어 얼굴이 일그러졌다....시사회에서 나온 구승훈은 바로 길옆에 세워진 차량에 올라탔다.“제대로 알아봤어?”구승재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지금 모든 정황이 장서연을 가리키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 여자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구승훈이 그를 쳐다보았다.“그래서 무슨 뜻이야?”“장서연이 강 부장님에게 원한이 있어봤자 얼마나 큰 원한이 있겠어? 강 부장님이 돌아와서 그 여자가 해고 됐다고 하지만 이렇게 소란을 피울 정도는 아니잖아?”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그 두 사람은 전부터 서로 갈등을 겪고 있었어.”구승훈이 한마디로 이 문제를 갈무리하자 구승재는 여전히 석연치 않았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형이 대체 왜 송유라를 이렇게 싸고도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사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이 일은 누가봐도 송유라의 짓이 분명한데, 그는 형처럼 똑똑한 사람이 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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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강하리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손연지를 바라보았다.“연지야,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대화할 사람조차 없었을 거야.”그녀의 말에 손연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나한테 계속 그런 헛소리 하면 진짜 화낼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알았어, 이제 안 할게.”“그래.” 손연지는 대답만 하고 더는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강하리가 자신에게 기대게 내버려두었다.한참을 쉬고 나니 강하리의 안색이 드디어 좋아졌다. 그녀는 손연지의 팔을 툭툭 쳤다.“내가 입을 만한 옷 좀 찾아줘.”손연지는 눈썹을 찡그렸다.“오늘 밤엔 그냥 우리 집에서 자.”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하룻밤 숨어 있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차피 언제든 돌아가야 할 텐데.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구승훈이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손연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 나중에 다시 전화 안 왔다며?”강하리는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다시 전화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녀가 자기 스스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구승훈이 인터넷에 올라온 그 동영상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처리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하지만 그는 주동적으로 그녀를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와서 애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남자는 항상 이렇게 정확하게 그녀를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다. 강하리는 쓴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은 정말 냉혈한이다.그의 모든 다정함은 아마도 송유라에게 다 주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그가 강하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무관심뿐이었다.손연지는 강하리의 말을 듣고 다시 저주했다.“이 모든 일이 다 그놈 때문에 발생했는데, 왜 아직도 네가 그놈한테 부탁이나 해야 하는데?”강하리의 코끝이 또다시 시큰거렸다.“그는 권력도 영향력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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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강하리도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 질문을 한 것을 금세 후회했다.구승훈이 정말 송유라와 잤다고 해도 그녀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저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 더 찾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소파에 앉아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대표님도 오늘 일에 대해 알고 있나요?”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알아.”“그럼 저를 도와 진상 규명을 하실 건가요?”구승훈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누군가가 오늘 일을 사주한 거죠?”강하리가 그를 응시하며 물어오자 구승훈은 부인하지 않았다.“장서연이야.”“장서연한테 이 정도 힘이 있다고요?”강하리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애초에 학교 동창 단톡방에서만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강 부장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대표님은 송유라 씨가 더 의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나요?”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 증거는 있어?”강하리는 입꼬리가 굳어졌다. 증거는 없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송유라가 한 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그 여자만이 가장 큰 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장서연은 없을 것 같아? 회사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원한을 품지 않았을 것 같아?”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구승훈이 송유라를 감쌀 거라는 걸 예상했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그럼 대표님이 말해봐요.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 건지? 여전히 전처럼 할 거예요? 간호사가 말했다고 간호사를 해고하고, 장서연이 말했다고 장서연을 해고하고, 지금은요? 이제 누구를 해고할 건가요? 인터넷에 많은 네티즌들은, 그 사람들 입은 또 어떻게 막을 건데요?”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강하리,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잖아, 못 알아들어?”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니 화가 치밀었다.분명 오늘 강하리를 바람맞힌 사람은 구승훈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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