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택시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정서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금방 호텔에서 나온 후 강하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여기로 왔다. 병원 앞에 도착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기 싫었다.병원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혹시라도 그녀를 알아보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병상에 누워있는 정서원까지 자신 때문에 체면이 깎일 것 같았다.강하리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불륜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두려웠다.도피라도 하듯 문 앞에 서서 더는 안으로 한 발도 내딛지 않았다.하늘에서는 계속 비가 쏟아져 내리고 가을밤의 차가운 바람이 차디찬 빗방울에 섞여 그녀의 몸을 적셨다.추운가?물론 춥겠지.하지만 강하리는 느낄 수 없었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정서원이 있는 층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비에 젖어버리고 희고 깨끗한 얼굴에 빗물이 흘러 내려와 그녀의 아름답고 섬세한 얼굴은 몹시 차분해 보였다. 오직 맑은 두 눈만이 끝없는 슬픔과 처량함으로 얼룩져 있었다.바로 노민우가 병원에서 나왔을 때 본 한 장면이었다.여자는 측면으로 그곳에 서있었고 빗방울이 불빛과 어우러져 떨어져 내리자, 그녀는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특히 화려한 옷차림의 그녀는 비를 흠뻑 맞았지만 아름다움이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처량하게 아름다웠다.노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그들 무리는 노는 게 지나칠 정도였고 안현우가 강하리에게 품은 욕망은 아주 노골적이었다.노민우도 예전에는 강하리에게 환상을 품은 적이 있었다.전에 진실게임을 할 때도 만약 구승훈만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도 남았을 테지만 결국 구승훈의 여자를 자신이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런 강하리를 보니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움이 피어올랐다.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일들을 그는 낱낱이 보았다.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분명 누군가 뒤에서 부채
시사회에서 노민우가 보내온 사진을 본 구승훈은 얼굴이 몹시 흉측하게 변했다.송유라가 구승훈의 옆에 서서 물었다.“강 부장님 지금 민우 씨랑 같이 있어요?”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야유했다.“강 부장 매력이 엄청나네요. 왼쪽에는 현우 씨, 오른쪽에는 민우 씨를 끼고. 인터넷에서는 그 여자에 대해 한창 떠들썩한데 아직도 데이트할 기분이 있나 봐요.”구승훈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송유라를 흘겨보며 말했다.“유라야, 어떤 일은 내가 눈 감아 줄 수 있어. 하지만 어떤 일은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야.”송유라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보았다.“오빠, 그게 대체 무슨 뜻이에요?”“일이 있어, 먼저 갈게.”송유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시사회에 나랑 같이 있어 준다며?”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같이 있어 줬잖아. 이미 사진까지 올리지 않았어?”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뒤에 있는 송유라는 화가 치밀어 얼굴이 일그러졌다....시사회에서 나온 구승훈은 바로 길옆에 세워진 차량에 올라탔다.“제대로 알아봤어?”구승재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지금 모든 정황이 장서연을 가리키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 여자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구승훈이 그를 쳐다보았다.“그래서 무슨 뜻이야?”“장서연이 강 부장님에게 원한이 있어봤자 얼마나 큰 원한이 있겠어? 강 부장님이 돌아와서 그 여자가 해고 됐다고 하지만 이렇게 소란을 피울 정도는 아니잖아?”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그 두 사람은 전부터 서로 갈등을 겪고 있었어.”구승훈이 한마디로 이 문제를 갈무리하자 구승재는 여전히 석연치 않았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형이 대체 왜 송유라를 이렇게 싸고도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사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이 일은 누가봐도 송유라의 짓이 분명한데, 그는 형처럼 똑똑한 사람이 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강하리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손연지를 바라보았다.“연지야,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대화할 사람조차 없었을 거야.”그녀의 말에 손연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나한테 계속 그런 헛소리 하면 진짜 화낼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알았어, 이제 안 할게.”“그래.” 손연지는 대답만 하고 더는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강하리가 자신에게 기대게 내버려두었다.한참을 쉬고 나니 강하리의 안색이 드디어 좋아졌다. 그녀는 손연지의 팔을 툭툭 쳤다.“내가 입을 만한 옷 좀 찾아줘.”손연지는 눈썹을 찡그렸다.“오늘 밤엔 그냥 우리 집에서 자.”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하룻밤 숨어 있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차피 언제든 돌아가야 할 텐데.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구승훈이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손연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 나중에 다시 전화 안 왔다며?”강하리는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다시 전화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녀가 자기 스스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구승훈이 인터넷에 올라온 그 동영상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처리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하지만 그는 주동적으로 그녀를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와서 애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남자는 항상 이렇게 정확하게 그녀를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다. 강하리는 쓴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은 정말 냉혈한이다.그의 모든 다정함은 아마도 송유라에게 다 주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그가 강하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무관심뿐이었다.손연지는 강하리의 말을 듣고 다시 저주했다.“이 모든 일이 다 그놈 때문에 발생했는데, 왜 아직도 네가 그놈한테 부탁이나 해야 하는데?”강하리의 코끝이 또다시 시큰거렸다.“그는 권력도 영향력도 가지고
강하리도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 질문을 한 것을 금세 후회했다.구승훈이 정말 송유라와 잤다고 해도 그녀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저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 더 찾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소파에 앉아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대표님도 오늘 일에 대해 알고 있나요?”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알아.”“그럼 저를 도와 진상 규명을 하실 건가요?”구승훈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누군가가 오늘 일을 사주한 거죠?”강하리가 그를 응시하며 물어오자 구승훈은 부인하지 않았다.“장서연이야.”“장서연한테 이 정도 힘이 있다고요?”강하리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애초에 학교 동창 단톡방에서만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강 부장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대표님은 송유라 씨가 더 의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나요?”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 증거는 있어?”강하리는 입꼬리가 굳어졌다. 증거는 없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송유라가 한 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그 여자만이 가장 큰 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장서연은 없을 것 같아? 회사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원한을 품지 않았을 것 같아?”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구승훈이 송유라를 감쌀 거라는 걸 예상했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그럼 대표님이 말해봐요.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 건지? 여전히 전처럼 할 거예요? 간호사가 말했다고 간호사를 해고하고, 장서연이 말했다고 장서연을 해고하고, 지금은요? 이제 누구를 해고할 건가요? 인터넷에 많은 네티즌들은, 그 사람들 입은 또 어떻게 막을 건데요?”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강하리,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잖아, 못 알아들어?”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니 화가 치밀었다.분명 오늘 강하리를 바람맞힌 사람은 구승훈이었
정말 그의 마음속에 강하리를 위한 자리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몇 발짝도 못 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졌다.구승훈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순간 눈살이 몹시 찌그러졌다.“왜 또 열이 나는 거야?”강하리는 왜 다시 열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지금은 비만 맞아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안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강하리는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 송유라의 팬들이 문을 막고 욕설을 퍼부었던 기억을 떠올렸다.더구나 오늘은 이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병원 안 갈래요.”강하리는 구승훈의 팔을 붙잡고 저항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눈을 찡그린 구승훈은 아마도 이유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녀를 침실로 데려갔다.“일단 약을 먹고 효과가 있는지 지켜봐. 없으면 의사를 부를게.”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 남자는 잠시 후 약을 들고 돌아왔다.강하리는 약을 먹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푹 자, 난 가서 인터넷에 올라온 문제를 처리할 거야.”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기 전에 구승훈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너무 피곤한 탓인지 아니면 약의 효과 때문인지 그녀는 금방 잠들었다.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손연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리야, 빨리 인터넷에 올라 봐. 그 동영상이 사라졌어. 장서연이 사과하러 나와서 네가 자기 자리를 대신한 일 때문에 원한을 품고 한 짓이라고 말했어. 구승훈 그 개 같은 자식이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처리했네. 인터넷에서 너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은 모두 고소당했어, 하나도 빠짐없이.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 개의 소환장
공식 블로그에 2분 전에 금방 게시글이 올라왔다.에비뉴 주얼리:[우리 사장님은 현재 싱글입니다. 사장님의 연애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유라 씨, 앞으로도 우리의 협력이 여전히 즐겁기를 바랍니다.]손연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강하리가 전화를 받자마자 손연지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하리야. 나 방금 구승훈을 욕한 말 취소야. 이 게시물 완전 송유라의 뺨을 제대로 때렸어! 전에 송유라가 아무도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 뒤로 구승훈이 바로 솔로라고 선언했어. 와씨, 나 지금 당장 송유라네 집 창문에 가서 엎드려 그년 표정을 구경하고 싶어!”이 게시 글을 본 강하리는 순간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이라는 것만큼은 인정해 줘야 했다.송유라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긴 했어도 둘이 연인 사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단순히 친구 사이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리고 구승훈이 솔로라고 발표해봤자 송유라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제삼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이때 강하리는 구승훈의 수단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사실 구승훈 이 인간, 쓰레기 같은 그만의 여신이 있다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현명한 것 같아.” 휴대폰 너머에서 손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리야,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어?”강하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결국 송유라는 여전히 터치하지 않았지만 강하리는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손연지와 통화를 마친 후 강하리는 침대에 누워 그 트위터 게시 글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나서야 꺼버렸다.열은 내린 것 같은데 배가 너무 아파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며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하리는 진통제를 찾으려고 일어났다.문을 나서는 순간 구승훈이 서재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남자가 다가와서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하리는 눈을 감았지만,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남자의 따뜻한 숨결이 귀 바로 옆에서 불어와 그녀의 피부를 심하게 간지럽혔다.강하리가 움찔거리자 구승훈은 갑자기 그녀의 몸을 뒤집어 누르고는 입술을 강제로 벌려 입속을 파고들었다. 강하리는 순순히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남자가 마지못해 그녀를 놓아주기까지 얼마나 오래 키스했는지 모른다.구승훈은 그윽한 눈길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몇 번 문질렀다.“오늘 민우 만났어?”강하리는 그가 느닷없이 다시 이 질문을 할 줄 몰랐지만,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디서 만났어? 둘이 만나서 뭐 했어? 하리야, 거짓말하지 마. 다 확인할 거니까.”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확인할 거라면서 왜 물어보는데요, 대표님?”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먼저 물어봐야지, 안 그러면 강 부장을 못 믿는 것 같잖아.”강하리는 이를 악물고 여전히 자신을 압박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결국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어머니 병원 앞에서 만났어요.”“응, 그리고?”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저를 데려다주겠다는 걸 거절했어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그녀의 입술을 문지르며 물었다.“왜 허락하지 않았어?”“다른 남자의 차에 앉는 게 싫어서요.”구승훈은 그제야 만족스러워했다.“그래, 난 강 부장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그는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입술에 한 번 더 키스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상쾌한 몸으로 나왔다. 남자는 더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침대 옆에 서서 말했다. “빨리 자. 난 처리할 일이 있어. 아프면 부르고.”“알았어요.”강하리가 대답했다.그녀는 여전히 잠들 수 없었지만 억지로 눈을 감았다....한밤중에 강하리는 또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고 구승훈이 그녀에게 다시 약을 먹인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다.몸을 감싼 무거운 이불은 찜통
구승훈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이제 열이 없네. 일어나서 뭐라도 먹어.”말을 마친 남자는 곧바로 침실을 나갔다.강하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복잡한 감정을 모두 뒤로하고 일어나서 샤워하러 갔다. 그녀가 나왔을 때 구승훈은 이미 식사를 차려놓았다.팥죽이었다.구승훈은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맛 좀 봐. 처음 만들어 봐서 맛있는지 모르겠어.”강하리는 놀라서 멈칫했다. 그녀는 구승훈이 밥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두 사람은 3년 동안 함께 지냈지만, 구승훈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이 남자가 주방에 서있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그녀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마음에 안 들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는 팥죽을 꽤 좋아했다. 어릴 때 그녀가 아플 때면 정서원이 자주 팥죽을 끓여주곤 했다.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뜻밖에도 구승훈이 팥죽을 끓여 주었다.그녀는 일순간 마음에 전해져 오는 그 느낌을 형언할 수 없었다.“그런데 표정이 왜 이래?”“그냥 당신이 밥할 줄은 몰랐거든요.”강하리가 구승훈을 바라보자 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응, 유라가 어렸을 때 아플 때마다 팥죽을 즐겨 먹었거든.”강하리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며 방금 따뜻해지려고 하던 가슴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속눈썹이 몇 번 떨리더니 쓴 미소가 뒤따랐다.“그랬군요.”마음이 싹 식어버린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대표님은 송유라 씨를 정말 좋아하나 봐요.”그렇지 않다면 구승훈의 성격상 어떻게 특별히 한 사람을 위해 요리를 배울 수 있었을까?구승훈은 침묵하고 이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송유라와의 일에 대해 다른 사람과 말하기를 꺼려 했다.그는 강하리 앞에 죽을 들이밀었다.“먹어 봐.”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꽉 움켜쥔 강하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대표님.”강하리의 태도가 다시 차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