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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구승훈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이제 열이 없네. 일어나서 뭐라도 먹어.”

말을 마친 남자는 곧바로 침실을 나갔다.

강하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복잡한 감정을 모두 뒤로하고 일어나서 샤워하러 갔다. 그녀가 나왔을 때 구승훈은 이미 식사를 차려놓았다.

팥죽이었다.

구승훈은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맛 좀 봐. 처음 만들어 봐서 맛있는지 모르겠어.”

강하리는 놀라서 멈칫했다. 그녀는 구승훈이 밥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두 사람은 3년 동안 함께 지냈지만, 구승훈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이 남자가 주방에 서있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왜? 마음에 안 들어?”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는 팥죽을 꽤 좋아했다. 어릴 때 그녀가 아플 때면 정서원이 자주 팥죽을 끓여주곤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뜻밖에도 구승훈이 팥죽을 끓여 주었다.

그녀는 일순간 마음에 전해져 오는 그 느낌을 형언할 수 없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이래?”

“그냥 당신이 밥할 줄은 몰랐거든요.”

강하리가 구승훈을 바라보자 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응, 유라가 어렸을 때 아플 때마다 팥죽을 즐겨 먹었거든.”

강하리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며 방금 따뜻해지려고 하던 가슴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속눈썹이 몇 번 떨리더니 쓴 미소가 뒤따랐다.

“그랬군요.”

마음이 싹 식어버린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

“대표님은 송유라 씨를 정말 좋아하나 봐요.”

그렇지 않다면 구승훈의 성격상 어떻게 특별히 한 사람을 위해 요리를 배울 수 있었을까?

구승훈은 침묵하고 이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송유라와의 일에 대해 다른 사람과 말하기를 꺼려 했다.

그는 강하리 앞에 죽을 들이밀었다.

“먹어 봐.”

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꽉 움켜쥔 강하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네, 고맙습니다. 대표님.”

강하리의 태도가 다시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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