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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강하리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손연지를 바라보았다.

“연지야,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대화할 사람조차 없었을 거야.”

그녀의 말에 손연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나한테 계속 그런 헛소리 하면 진짜 화낼 거야!”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알았어, 이제 안 할게.”

“그래.”

손연지는 대답만 하고 더는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강하리가 자신에게 기대게 내버려두었다.

한참을 쉬고 나니 강하리의 안색이 드디어 좋아졌다. 그녀는 손연지의 팔을 툭툭 쳤다.

“내가 입을 만한 옷 좀 찾아줘.”

손연지는 눈썹을 찡그렸다.

“오늘 밤엔 그냥 우리 집에서 자.”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룻밤 숨어 있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차피 언제든 돌아가야 할 텐데.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구승훈이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손연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나중에 다시 전화 안 왔다며?”

강하리는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다시 전화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녀가 자기 스스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구승훈이 인터넷에 올라온 그 동영상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처리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지만 그는 주동적으로 그녀를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와서 애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남자는 항상 이렇게 정확하게 그녀를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다. 강하리는 쓴웃음을 터뜨렸다.

구승훈은 정말 냉혈한이다.

그의 모든 다정함은 아마도 송유라에게 다 주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그가 강하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무관심뿐이었다.

손연지는 강하리의 말을 듣고 다시 저주했다.

“이 모든 일이 다 그놈 때문에 발생했는데, 왜 아직도 네가 그놈한테 부탁이나 해야 하는데?”

강하리의 코끝이 또다시 시큰거렸다.

“그는 권력도 영향력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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